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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안개의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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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7.20 19:04
최근연재일 :
2013.08.11 16:5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570
추천수 :
27
글자수 :
17,501

작성
13.07.25 23:01
조회
305
추천
4
글자
6쪽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2)

DUMMY

“아줌마. 빨리요.”

저택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은 대개 일정하다.

“아이구 알았어. 서둔다고 고기가 익는 것도 아니고.”

리어스 백작의 첫째 딸이 대개 8시 이전에 부엌에 내려와 혼자 식사를 하고 총총 사라지는 것 외에 이 집 사람들은 9시 반에 아침 식사를 한다.

“그래도 이거 빨리 해야 제가 실수한 게 티가 안나죠.”

아침에 만들어 놓은 샐러드에 소스를 잘못 부어 망쳐 버린 것 때문에 조바심이 난 안나가 동동거렸다.

“실수는 네가 하고 뒤처리는 내가 하고? 좌우간 안나 너 이번이 벌써 몇 번째야?”

“어려울 때는 서로 돕는 거죠 뭐.”

“서로 돕는 거 좋아하네. 다음에 또 그러면 마리 포사한테 이를 거야.”

“에이. 너무하신다.”

마리 포사의 지시로 일단 아침 준비를 돕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 리체는 그 안에서 분주하게 얘기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문 앞에 서서 잠시 가만히 있었다.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두 사람은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저...”

끼어들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가만있을 수도 없어서 그녀가 목소리를 내자 바쁜 와중에도 번개같이 알아듣고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리체 레르나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에 그녀가 서둘러 말했다.

“오늘부터 여기서...”

“아, 새로 온 메이드?”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로채더니 쾌활한 얼굴로 올렌은 리체를 향해 웃어 보였다.

“마리 포사한테 들었어. 반가워. 난 올렌이라고 하우. 주방일 담당.”

“아줌마 빨리요.”

“아휴, 가만 좀 있어봐.”

보채는 통에 한 손으로 다시 냄비 안을 휘저으며 매캐한 연기를 피해 올렌이 턱을 돌렸다.

“넌 인사 안 해?”

그 말에 새침한 얼굴로 리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안나가 입을 뗐다.

“안나. 안나 이즈.”

“네, 마리 이즈. 리체 레르나에요. (mary: lady에 해당하는 고어)”

“이름은 방금 전에 들었잖아. 그리고 왠 경어? 같은 메이드끼리..”

여전히 새침히 말을 하던 안나는 눈에 들어온 뭔가를 보고 흥미가 생겼는지 리체를 위아래로 흩어 보았다.

“머리 단발이네?”

“아.. 네.”

“편히 하라구. 진짜 사람 불편하게..”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찡그리며 투덜대는 안나의 뒤쪽에서 삐그덕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주방 뒤로 이어진 작은 문을 열고 소녀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네드리.”

큰 종이 봉투를 품에 안고 주방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보고 안나가 크게 말했다.

“너 좋겠다? 신참 왔어.”

그 말에 외출복을 입고 있던 여자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들고 있던 봉투를 화덕 옆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손에 쥐고 그녀가 바로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사람?”

“그래.”

안나를 향해 확인하자 시큰둥히 하는 대꾸를 들으며 소녀는 리체를 위아래로 흝어 보았다.

“이름이 뭐야?”

“아, 리체 레르..”

“반가워 리체.”

얼떨떨해하며 대답하는 리체를 향해 네드리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난 네드리. 네드리 힐스. 얼마나 기다렸다구.”

“진짜 엄청 기다리셨지.”

옆에서 비아냥대는 안나에게 개의치 않으며 두 손을 꼭 맞잡고 네드리가 눈을 반짝였다.

“난 이제 해방이다. 만세.”

“누가 보면 엄청 고생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잔심부름 좀 한 게 그렇게 억울했나.”

여전히 찡그린 채 안나가 면박을 주었다.

“호들갑 좀 그만 떨어.”

“그건 내가 너한테 할 소리다.”

안나의 말에 옆에 있던 울렌이 기가 막힌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뭔지 모르게 심란스런 분위기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멍하니 서 있는 리체를 향해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처음이라 정신없겠지만 아침 준비는 나랑 안나랑 하니까 네드리랑 가서 식탁을 정리해 줄라우?”

“네.”

그 말에 대답하며 리체는 그제야 좀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리어스 저택의 아침 식사시간은 9시 반. 식사 시간에 내려온 리어스가 사람은 (네드리의 설명에 의하면) 작은 나리 내외와 큰 어르신의 쌍둥이들 두 명이 다였다.

“한 명 더 있는데 지금은 없어.”

그녀와 함께 작은 나리 내외 뒤에 단정히 서 있던 네드리가 그녀에게 작게 속닥였다. 같이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는 없어서 리체는 잠자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말하는 소리가 조금 들렸는지 리어스 부인의 시선이 잠깐 이쪽을 향하는 듯 하자 네드리가 얼른 입을 다물며 등을 꼿꼿이 폈다.



대략 한 시간 동안의 식사 후, 저택 사람들이 식사를 끝내자 능숙하게 테이블 위의 큰 그릇들을 정리해 네드리가 먼저 식당에서 나가고 뒤에서 나머지 그릇을 정리해 큰 쟁반에 올려 놓고는 쟁반을 겨우 들어 리체는 식당 밖으로 빠져 나왔다.





“리체!”

주방에 대고 마리 포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혼자 남아 아침 설거지를 마무리 하던 리체는 부르는 소리에 물 묻은 손을 앞치마에 서너 번 문지르면서 주방 밖으로 나왔다.

“네.”

그녀가 서둘러 마리 포사의 앞으로 가서 섰다.

“앞으로 잔심부름은 이 아이가 할 거에요.”

옆에 있던 양복을 멋지게 빼 입은 흰머리가 가득한 노신사를 향해 마리포사가 말했다.


척 보기에도 집사 느낌이 나는 노신사가 쳐다보자 리체는 허리를 살짝 숙여 보였다.

“리체 레르나입니다.”

“이 우편물들을 작은 나리 서재에 갖다 놔 주겠나?”

새로 들어온 메이드에게는 굳이 관심 없는 얼굴로 노신사가 말했다.

“네.”

대답하며 리체는 그가 건내는 우편물을 받아 들었다.


“집사 레이몬드 베르체 씨야. 작은 어르신 서재는 2층이고.”

“아.. 네.”

바쁜 일이 있었는지 대충 말해주며 몸을 돌리는 마리 포사를 향해 대꾸하고는 그녀는 다시 손에 든 우편물을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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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2) 13.07.25 306 4 6쪽
2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1) 13.07.25 360 7 9쪽
1 프롤로그 - 1861년~1902년 사이 어딘가 13.07.20 563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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