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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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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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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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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 몬스터 사냥(1)

DUMMY

세 명의 뱀파이어가 H조에 들어온 지도 몇 달이 흘렀다. 오늘은 소년단에서 해마다 한번 있는 몬스터사냥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일상의 무료한 훈련의 연속에 지친 뱀파이어 소년단원들에게 유일한 낙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사냥. 이날은 일주일동안 셀리온 평원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질적, 양적으로 가장 우수한 섹터를 하나 선정해 포상을 주었다.

몬스터 사냥에서 뱀파이어들은 몬스터를 잡아 채혈기라는 도구에 피를 담아온다. 그 때문에 캄에덴 내에서 피의 공급을 높이고 실전경험이 전무한 소년 뱀파이어들에게 전투 경험을 키우는 것이다. 일석이조라고 봐도 무방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오늘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날이다.”

셀리온 평원에 막 도착한 77섹터의 뱀파이어들에게 바렛이 최소한 간단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77섹터의 위대한 뱀파이어들이여, 오늘도 암흑신 벨리우드의 은총에 감사를 드리면서…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해 오도록!”

“네!”

“벨리우드를 위하여!”

우렁찬 외침을 끝으로 77섹터에 소속된 뱀파이어들이 조별로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탐이 소속된 H조의 뱀파이어들도 마찬가지로 한참 사냥감 물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혈기왕성한 스탐이 호기로운 표정으로 동료들에게 당부했다.

“모두들 준비 됐지? 오랜만의 사냥이다, 사냥! 하찮은 오크들까지도 확실하게 죽여서 피를 채워 넣어야 돼!”

말을 마친 그는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H조의 뱀파이어들도 군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과연 힘의 논리란 절대적인 것이었다. 스탐은 그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렸지만 모두들 믿고 따르는 눈치였다.

“호오.”

얼마나 걸었을까? 스탐이 이채를 띄웠다. 그의 눈에 일단의 오크(Orc)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크. 돼지머리가 인상적인 이족보행형의 저급몬스터로, 그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셀리온 평원의 몬스터들 중 거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놈들이다.

명색이 몬스터인 만큼 지능이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들은 H조의 뱀파이어들을 향해 주저 않고 다가왔다.

“취이익, 취에에엑!”

“하하, 어이가 없군.”

스탐이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계속 해서 듣기 싫은 콧소리를 내며 무언의 의사소통을 하는 오크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고 보면 웃기게도, 뱀파이어들이든 오크들이든 둘 다 서로를 먹이로 여기고 있었다.

스탐은 자신들에게 돌격해오는 오크들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오크들의 수는 20여 마리. 자신들의 두 배가 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들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자, 오랜만의 실전이다. 각자 알아서 놈들을 해치워버려!”

말을 마친 스탐의 손에서 새까만 흑마기가 피어올랐다. 아직 어린 탓에 그 기운은 매우 희미했지만 오크들에겐 직방이었다.

“크워어어!”

겁 없이 덤벼든 오크들과 제일 먼저 조우한 스탐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오크 한 마리에게 손을 뻗었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간 손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오크의 상체로 쇄도해 다섯줄의 붉은 상처를 만들었다.

촤아아악!

오크의 몸에선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광범위하게 뿜어져 나온 피 분수는 코앞에 있던 스탐의 몸 전신을 휩쓸었다. 그의 혀에 달콤한 혈향이 느껴졌다.

“캬아아아!”

스탐이 첫 오크를 단숨에 죽여 버리는 것을 시발점으로 피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뱀파이어들이 오크들을 마구 도륙하기 시작했다.

먼 옛날, 구 뱀파이어들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인간 처녀의 목덜미에 쑤셔 박아 거기서 흘러나오는 정순한 피만을 탐닉하며 쾌락을 즐겼다. 하지만 지금의 신 뱀파이어들은 그 어떠한 피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에에엑!”

촤악! 촤아악!

“쿠웍, 쿠워어어!”

본격적인 전투는 일방적인 도살 극이었다. 스탐의 막강한 전투력에 힘입은 뱀파이어들에게 먹이가 되어 가는 오크들의 모습은 실로 처참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 광경은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다. 뱀파이어들의 천국 혹은 오크들의 지옥으로 말이다.

스르릅, 스르릅.

잠시 후, 스탐의 송곳니가 최후의 오크의 목에 박아 넣음으로서 오크들은 전멸 당했다. 그는 입술에 번진 피를 혀로 핥아낸 뒤 가슴에 손을 얹었다.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자신의 광기를 제어하는 것이다.

뱀파이어의 생애는 욕구와 인내의 계속되는 대립이다. 욕구를 쉽게 제압하면 괜찮겠지만,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고 광기에 육체와 정신을 점령당하면 동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스탐은 살육의 감정으로 점철된 자신의 머릿속이 점차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 들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놈에 광기란 제어하기가 힘들군.”

스탐은 주위를 스윽 둘러보며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예상대로 H조의 뱀파이어들 대부분은 스탐처럼 살육의 욕구가 부르는 광기의 영향으로 안색이 좋지는 않았다.

일단 자신이 제일 먼저 광기를 이겨냈다는 사실을 깨달은 스탐은 배낭에서 채혈기를 꺼내어 오크의 시체에서 피를 짜내기 시작했다.

축 늘어진 시신에 바늘을 박아 넣자 순식간에 채혈기의 투명한 저장고가 붉은 액체로 가득 찼다.

채혈이 대충 끝나자 그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루시리아가 주저앉아 있었는데, 편안한 표정으로 보아 이제 막 광기를 제어해낸 듯했다. 오크의 피로 물든 그녀는 괴기물의 주인공과도 같았다. 오죽하면 장난기가 발동한 스탐은 루시리아에게 다가가 도발을 걸겠는가.

“호오~ 거기 예쁜 처자.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보다 더 무섭게 생겨먹었는걸? 지옥에서 온 모양이로군.”

“뭐야? 너, 죽고 싶어?”

루시리아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눈앞의 뱀파이어는 여전히 사악한 미소를 고수하며 능청을 떨었다.

“거울이나 봐. 너 진짜 오우거도 한입에 씹어 먹을 것 같이 무섭게 생겼다고.”

“그만해!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루시리아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스탐을 쏘아보았다. 그녀의 말 대로였다. 여기서 피를 뒤집어쓴 건 누구든 마찬가지였다. 사실 거기에 딴죽을 거는 스탐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지. 그런데 왜 화를 내고 그러냐?”

“누, 누가 화를 냈다고 그래?”

스탐은 루시리아의 당황한 어조에 피식 웃을 뿐이었다.

“아니면 말고. 그나저나 다른 녀석들은 다 괜찮겠지?”

말을 마친 스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료들은 뒤늦게야 광기를 이겨내고 일어서고 있었다. 사실 광기를 이겨내는 것도 정신력이 약한 소년기 때에나 힘들 뿐이지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제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어리다고 하더라도 정신력이 강한 스탐의 경우도 그다지 어렵잖게 이겨냈잖은가.

하지만 스탐과는 정반대의 케이스를 가진 인물도 있었다.

“카, 카이사르!”

동료들의 상태를 점검하던 스탐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나 다를까. 카이사르가 아직까지 광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이미 두 눈은 흰자위만 떠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뱀파이어들이 모두 카이사르에게 몰려들었다.

“정신 차려, 카이사르!”

“이 자식, 왜 이러는 거야?”

뱀파이어들이 몹시 당황한 어조로 소리치고 있었지만 비교적 침착한 스탐은 그게 어떤 현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또래의 뱀파이어들보다 훨씬 정신력이 약했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광기에 침식당한 상태. 아마 계속 저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는 미쳐 날뛸 것이다. 광기를 이겨내지 못한 뱀파이어의 최후가 어떨지는 뻔했다.

“다 비켜!”

스탐은 곧장 카이사르를 둘러싸고 있던 뱀파이어들을 밀치고 들어가 흰자위만 가득한 카이사르를 마주한 채 외쳤다.

“카이사르, 내말 들려?”

“으으윽.”

스탐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카이사르는 그 상황에서도 신음소리를 냈다. 스탐의 얼굴에 환하게 웃었다. 소리를 냈다는 건 적어도 이성을 완전히 침식당하진 않았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덥썩!

어느새 카이사르의 두 손이 스탐의 목을 졸랐다. 금세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숨도 막혔다. 스탐은 그것을 꿋꿋하게 참고 그의 눈을 응시하며 또박 또박 한 자씩 내뱉었다.

“잘 들어. 너는 이대로 죽을 운명이 아니야. 너도 뱀파이어니까 꿈이 있을 거 아니냐? 정신 차려, 카이사르!”

스탐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카이사르는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두 팔의 힘을 서서히 풀었다.

“스탐…….”

이윽고 카이사르가 힘없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금세 스탐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그는 드디어 자신을 한참 괴롭히고 있던 광기를 물리친 것이다.

“고마워…….”

“후유증 때문에 당분간 일어서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편하게 누워 있어.”

말을 마친 스탐은 뒤로 물러섰다. 그의 말대로 카이사르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스탐이 카이사르를 살려내는데 성공하자 뱀파이어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역시 스탐이야.”

“정말 대단해. 광기에 걸린 카이사르를 살리다니…….”

“친구가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그들의 칭찬에 웃으며 대꾸한 스탐은 상처를 입은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며 오크의 피를 저장해놓은 채혈기를 열어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벌컥, 벌컥.

같은 오크의 피라도 육체를 난자하면서 탐닉하는 것과 채혈기를 통해서 마시는 건 무척이나 느낌이 달랐다.

스탐이 입을 씰룩거렸다. 오크의 피가 주는 달콤한 혈향이 아직도 여운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저급 몬스터 중에서 머릿수가 가장 많고 가장 먹을 만한 피를 가진 몬스터가 바로 오크니까.

그러던 중, 스탐은 문득 저급몬스터인 오크의 피도 이럴 텐데 트롤이나 오우거의 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상념에 빠져보았다.

트롤의 피는 캄에덴에서 상당한 고가에 거래된다. 뱀파이어보다 뛰어난 재생능력을 갖춘 그들의 피는 부상자를 치료할 때에는 더 이상 뛰어날 수가 없는 치료제였기 때문이다.

트롤뿐만이 아니었다. 오우거의 피도 엄청난 고가품이다. 물론 희소성적인 측면에선 인간의 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트롤이든 오우거든 간에 그들은 새로운 피를 마시고 싶었다.

“오크처럼 약해빠진 몬스터는 잡아봐야 채혈기만 무거워질 텐데 트롤이나 오우거같은 몬스터를 잡으러 가지 않을래?”

한참동안 염두를 짚던 스탐이 동료 뱀파이어들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그들이 반문했다.

“뭐?”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오크같은 저급 몬스터들만 출몰하는 지역이야.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트롤이나 오우거가 금방 나올거야. 우리 정도의 실력이면 오우거 한 마리 잡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혹시 오우거 피 마셔본 사람?”

스탐은 마지막에 극도로 유혹적인 메세지를 덧붙였다. 그러자 뱀파이어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오우거의 피. 뱀파이어 소년단 사이에선 소문만 무성한 오우거의 피는 그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만창일치로 찬성했다.

“그래, 빨리 가자고, 빨리!”

“오우거 피를 마시고 싶어”

“나도 찬성. 그런데 교관님이 우리 조에겐 오우거나 트롤은 위험하니까 잡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걱정이야? 우리에겐 스탐이 있잖아! 스탐만 있으면 오우거 쯤이야 금방 잡는다고!”

“좋아, 결정된 거다. 카이사르만 괜찮아지면 바로 가자.”

이렇게 겁 없는 뱀파이어 소년들은 오우거의 피가 주는 유혹에 사로잡혔다. 카이사르의 상태가 호전되자마자 그들은 셀리온 평원 깊숙이 걸음을 옮겼다.

다다다~

“자, 계속 뛰어. 놈들은 분명 이 근방에 있을 테니 다들 힘내!”

일행의 선봉에서 달려가던 스탐이 동료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들이 원하는 몬스터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크르르…….”

몬스터들을 얼마나 찾아다녔을까?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스탐은 정체 불명의 존재가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곧장 흑마기를 두른 양팔로 앞을 막았다.

파팍!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스탐의 상체가 들썩거렸다. 상당히 묵직한 데미지를 입었지만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트롤이군.”

“캬오오.”

스탐의 말대로였다. 그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중급 몬스터 트롤이 괴성을 지르며 뱀파이어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트롤은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스탐!”

그 사태에 스탐을 뒤따라오던 다른 뱀파이어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하지만 그는 한손을 들어올리면서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나서지 마라. 놈은 내가 처치할 테니깐.”

스탐은 잠시 동안 트롤과 대치했다. 트롤도 자신의 기습공격을 그가 어렵지 않게 막았기 때문에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트롤은 재생능력이 뛰어나 어설픈 공격은 안하느니만 못해서 강력한 한방으로 결판을 짓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었지? 놈을 단 한방으로 죽일만한 기술이라…….’

스탐은 이윽고 자신이 소년단에서 배운 기술 중에서 트롤을 일격에 죽일만한 기술을 하나 떠올렸다.

‘럽쳐 하트(Rupture Heart)가 좋겠군.’

말 그대로 상대의 심장을 후벼 판다는 의미를 가진 이 기술은 트롤을 상대로 이만큼 훌륭할 수도 없었다.

“캬우우!”

트롤은 이내 스탐의 빈틈을 노리고 특유의 탁월한 점프력을 발휘해 날아들면서 그 양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래로 쇄도한 트롤의 강력한 공격은 스탐을 맞추지 못하고 바닥을 찍었다.

“캬아아…….”

“이거나 먹으시지.”

스탐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무방비상태에 빠져 있는 놈의 훤히 드러난 복부를 꿰뚫었다.

푸아악!!

“꾸에엑!”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트롤의 괴성이 천지에 비산했다. 스탐은 트롤의 복부에 박힌 오른손을 빼낸 뒤, 자신을 몸을 뒤덮은 채 축 늘어져 있는 트롤을 바닥에 쓰러뜨렸다.

할짝.

“오크보다는 나은걸. 너희들도 빨리 와서 먹어 봐.”

시신이 된 트롤의 피를 맛보던 스탐이 뱀파이어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구경만 하고 있던 그들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트롤의 피를 맛보기 시작했다.

“저, 정말이네.”

“이야, 환상적이야!”

“쩝쩝…, 확실히 스탐이 한 말대로 오크보다 더 맛있는 걸?”

뱀파이어들이 피가 샘솟는 트롤의 피를 탐닉하며 그 맛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그들에게 있어 트롤의 피는 그야말로 환호성을 질러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가엔 또 다른 희열이 배여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후후후, 겨우 트롤의 피로 난리 부리지 말라고. 이제부터 오우거의 피를 먹을 테니깐 말이지…….”

스탐이 잡은 트롤의 피를 마신 뒤 사기가 최고조로 상승한 H조의 뱀파이어들은 이제 오우거의 피를 맛보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우거의 숫자는 적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그에 해당하는 대가가 주어지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오우거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그들은 드디어 목표물을 찾게 되었다.

“크으으응, 끄르르르…….”

“오우거다!”

스탐이 제일 먼저 소리쳤다. 분명 그들이 본 몬스터는 바로 그들이 몬스터도감에서 본 대로 1테킷의 거대한 몬스터. 오우거가 분명 했다. 하지만 그들을 처음으로 마주한 스탐 일행의 첫 소감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니, 뭐 이런 빌어먹을 경우가…….”

그 문제의 오우거는 민망하게도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뒷모습만 보인 채 새까만 배설물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선하게 보였다.

그런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광경을 목격한 스탐이 인상을 마구 찌푸렸다. 저 상태의 오우거를 잡으려면 비위가 상해서 잡아도 먹지 못할 듯했다.

“하하하…저거 그냥 달려들었다가 잘못해서 똥 밟으면 개죽음 아냐?”

스탐이 농담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누구하나 자신의 변을 장애물로 삼고 있는 오우거를 덮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던중, 스탐의 머리에서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는 루시리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루시리아.”

“응?”

“네가 힘 좀 써줘야겠어. 너 흑마술 부릴 줄 안다고 했었지?”

“으응. 1서클 마스터이긴 한데…….”

루시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물론 그 나이에 흑마술 1서클 마스터를 달성한 것이라면 상당히 대단했다. 그녀가 말끝을 흐린 이유는 스탐의 불순한 의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막상 스탐이 본론을 꺼내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저 빌어먹을 오우거의 항문에 흑마술을 써.”

“뭐라고? 시, 싫어!”

“후훗. 오우거의 피를 마시고 싶지 않은가 본데?”

“그, 그런 게 아냐! 일보다 죽은 오우거의 피를 어떻게 먹어?”

“으휴. 이런 바보, 일단 흑마술로 저 자식을 도발해서 처치하면 그래도 덜 더럽잖아.”

스탐의 설득에 넘어간 루시리아는 결국 양손에 흑마기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쳇…. 어쩔 수 없지. 대신 저 오우거를 잡으면 반은 내꺼야!”

“아 뭐, 좋으실 대로…킥킥.”

루시리아는 오우거가 보이는 곳에 서서 두 손을 모았다. 금세 까만 구가 생성되었다. 그녀가 사용하려는 흑마술은 서열에 관계없이 많은 뱀파이어 들이 애용하는 1서클의 공격형 흑마술 흑마탄이었다.

“받아라!”

파앙~

루시리아의 두손에서 뻗어져 나간 흑마탄이 오우거를 정확히 맞추었다.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백발백중이었다. 과연 흑마술사를 꿈꾸고있는 루시리아다웠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쿠워어어어!”

오우거는 자신의 뒤편에서 느껴진 고통에 다리 힘이 풀렸는지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철푸덕!

이 소리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헉.”

뱀파이어들이 모두 입을 쩍 벌린 채 경악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시리아를 제외한 모든 뱀파이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 웃겨 죽겠네!”

“세상에 저 오우거 꼴 좀 봐!”

루시리아는 바닥을 뒹구는 그들을 보면서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홍당무가 된 루시리아가 스탐을 윽박질렀다.

“너, 저걸 노린 거지?”

“아냐! 나도 저게 저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스탐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루시리아에게서 멀어졌다. 그녀는 자신을 쏘아볼 뿐 더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오우거에게로 시선을 돌린 스탐은 과연 놈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기대해보았다.

“자식, 이제야 덤빌 모양이군.”

자신들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떠는 오우거를 본 스탐은 놈이 곧 덤벼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흑마기를 둘러 미리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스탐의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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