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72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2.13 14:43
조회
21,299
추천
36
글자
12쪽

1. 한 소년의 죽음(2)

DUMMY

“선물을 받은 소감이 어때. 대연고의 건방진 짱 나리?”


“진광호!”


민이 경악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광호를 쳐다보았다.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강민. 네놈 때문에 내 인생은 완전히 개 작살났어. 2년 동안 사귀던 혜연이와도 깨지고 친구들에게도 무시당해 왔단 말이야, 이 개새끼야!

오늘 널 병신으로 만들고 널 믿고 나대는 시건방진 2학년 새끼들을 다 박살 내버릴 테다.”


“시팔, 그게 어디 네 맘대로 될 줄 알아?”


욕설을 퍼부은 민은 다리의 고통을 참으며 그의 면전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새 3학년 선배들이 자신의 양팔을 붙잡고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 도대체 왜들 이래요?”


깜짝 놀란 후배들이 말리려고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은 선배들의 위압감에 눌러 더 이상 발을 떼지 못했다.


민은 두 손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두두둑 두두둑 소리를 내며 주먹을 말아 쥐는 광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퍽퍽! 퍽!


“윽.”


“어디한번 죽어봐라 이 새끼! 십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오늘에야 다 풀어버리겠어!”


퍼퍽!


광호의 주먹은 계속해서 꽂혀 들어갔다. 민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지 더러운 경우였다. 일대일로 싸워서 맞았다면 오히려 흥분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을 가격하는 것은 비겁한 자의 추악한 주먹이었다.


‘이 개자식…….’


꾹 쥐어진 두 주먹이 부들 부들거렸다.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몸속에 꿈틀거렸다. 그것은 분노였다.


“으아아아!”


이성을 잃은 민이 자신의 몸을 묶고 있던 두 양아치들의 있는 힘껏 뿌리쳐 버렸다. 굳건히 잡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허무하게 떨어져 나갔다.


“헉!”


재차 주먹을 날리려던 광호는 깜짝 놀라 물러섰다.


그 광경을 본 민은 실소했다.


작년에 붙어봐서 자신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를 이 꼴로 만들어?


퍽!


분노를 머금은 주먹이 안면을 강타했다. 바닥을 나뒹군 광호가 고통을 호소했다.


“으어어억!”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민은 이성을 잃었다. 뇌는 진광호라는 인간을 죽이라고 수없이 되뇌고 있었고 주먹과 발은 미친 듯이 그의 육체를 짓이기고 있었다.


“저, 저럴 수가.”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3학년들이 경악했다.


“야! 너희들, 당장 민이 말려! 저러다 광호가 죽겠어!”


“아, 예!”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양아치들은 다급하게 뛰어가서 민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다.


“너 이 새끼들! 네놈들도 한패지?”


퍼벅! 퍽!


“아악!”


분노한 민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금세 서너 명의 양아치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야, 어서 저 자식 좀 잡아!”


“예!”


후배들은 3학년들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든든하기만 하던 짱이 자신들을 때리기 시작하자 겁을 먹은 양아치들은 필사적으로 그를 말리고 들었다.


그렇게 되자 제아무리 운동신경이 뛰어난 민이라도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는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으으으. 내가 잘못했어, 살려줘… 응?”


한편, 공포에 빠져 있던 광호는 자신에게 가해지던 고통이 사라지자 눈을 떴다.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한 광호의 두 눈에 공포심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분노가 채웠다.


“강민. 이 새끼…….”


그렇지 않아도 살의가 끓어오르는데 마침 손에 나이프가 잡혔다. 그는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죽여 버리겠어!”


광호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양아치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난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푸악, 푸아악, 푸아악!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광호는 정신병자마냥 괴성을 질러대며 민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모 영화의 한 장면도 이보다 잔인하진 않으리라.


“아, 안돼!”


“광호야!”


대연고 양아치들이 정신없이 뛰어가 아직도 민에게 칼을 박아 넣고 있는 광호를 말렸다.


“진정해, 광호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니?”


“뭐라고?”


그제서야 광호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민은 죽은 뒤였다. 그들의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그의 주검은 끔찍했다. 온몸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몸 안의 기관들이 흉물스럽게 튀어 나와 있었다.


모든 이들이 경악에 빠져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그를 죽인 장본인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내가 이놈을 죽인 건 아니겠지?”


하지만 침묵은 긍정을 의미할 뿐이었다.


“그래, 히히히. 지금 도망가면 내가 죽인 건 꿈에도 모를 거야.”


광호는 반쯤 미쳐버렸다. 그는 광소를 터뜨리며 그 자리를 떴다.


“광호야 같이 가!”


군중심리 때문인지 나머지 양아치들이 모두 그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낡은 공원에는 죽은 시체만이 덩스런히 남겨졋다.


후둑 후둑, 쏴아아―


한 인간의 죽음을 애도하기라도 하는 듯, 머지않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쏟아지던 빗줄기는 체온이나마 남아있던 시체를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건 그때였다. 시체에서 또 다른 민이 분신처럼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으음?”


자리에서 일어난 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그는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기억은 광호에게 일방적으로 맞으면서 이성을 잃는 순간, 끊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민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곳에는 처참하게 죽은 인간의 시체가 있었는데, 마치 엽기사이트에 나오는 한 장의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끔찍했다. 문제는 시체의 모습이 거울을 본 자신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아니야. 비슷한 게 아니라 바로 나야.”


민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옷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얼굴은 쌍둥이가 아니라면 단 한명뿐이었다. 한 가지 의구심이 뇌를 스치고 지나갔다.


‘죽은 건가? 에이, 설마.’


그러나 묻혀져 있던 기억은 점점 살아나고 있었다. 자신이 이성을 잃었을 때부터, 광호에게 칼을 맞고 죽었을 때까지!


“이건 꿈일 거야!”


“꿈이 아니야. 넌 죽었어.”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민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넌 대체 누구지?”


민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대는 여자였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죽음을 의미하는 듯한 새까만 옷만 아니라면 말이다.


“널 데리러 온 사신. 이름은 데라임이야.”


그녀의 말에 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라임? 천계의 사신? 이해 못할 소리뿐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정말 난 죽은 거로구나.”


민은 이미 지금의 상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할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승에 갈 수 있단 말이야?”


이내 민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거나, 사업이 부도나 자살한 것도 아니었다.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다 뜻밖의 죽임을 당한 소년이었다.

애물단지의 자신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어머니도 계셨고, 함께 우정을 나누던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고백하지 못한 짝사랑도 있었다.


“아!”


민이 두 눈을 부릅뜬 것은 그때였다. 상황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한동안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시간을 줘, 데라임! 세현이를 만나고 싶어!”


데라임의 옷깃을 붙잡고 있는 민의 모습이 그렇게 간절해 보일 수 없었다.


“죽은 자가 산자를 만나려 한다니? 그건 철칙에 위반된단 말이야.”


“제발! 5분만. 단 5분만 세현이를 볼 수 있게 해줘. 부탁이야. 지금 당장 만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후회할지도 몰라!”


민의 말은 진심이었다. 언젠가는 들은 적이 있었다. 환생한 자는 전생의 기억이 파편조각처럼 미세하게 남겨진다고. 만약 세현을 만나지 못하고 환생한다면 평생을 고통으로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데라임이라는 사신은 융통성은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민의 이마를 툭 친 뒤 한마디 했다.


“후후. 좋아. 그게 진정한 남자지.”


탁!


데라임이 손가락을 튕기자 방금전만해도 그들이 있던 낡은 공원이 순식간에 백화점으로 바뀌었다.


“세현아.”


금방 눈앞에 세현이 보이자 민은 목이 메였다. 그녀는 백화점안을 거닐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척 예쁜 옷을 입고 있었다.


민은 세현의 뺨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하지만 만져질 리가 없었다. 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가까스로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긴 했지만, 저승에 갈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이보게 학생. 학생은 무슨 일이기에 벌써 한 시간 동안이나 있는가?”


그때였다. 바닥을 쓸던 청소부 아저씨가 그렇게 물어 왔다.


“기다려야할 사람이 있어서요.”


“보아하니 그 사람은 안 올 것 같은데.”


“아니에요. 그 사람은 꼭 올 거예요. 오늘이 어떤 날인데.”


세현은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홍당무가 된 볼을 감싸 쥐었다. 청소부아저씨는 오랜만의 연애이야기에 흥미가 간 듯 씩 웃으며 그녀를 부추겼다.


“어떤 날인데?”


“제가 그 사람과 처음 만난지 500일째 되는 날. 그리고 그 사람이 날 안지 300일째 되는 날. 또 제가 그 사람에게 생일선물을 받은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에요. 이 날을 기념해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목걸이를 샀어요.”


말을 마친 세현은 각각 붉고 파란색이 칠해진 태극모양의 커플 펜던트를 청소부아저씨에게 보여다주었다. 그 펜던트는 민이 항상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같이 걸고 다닐 거라고 합창하듯이 말하고 다녔던 물건이었다.


“아!”


민은 머릿속이 탁 트이는 것을 느꼈다.


500일전이라면 고등학교 입학식이다. 그리고 300일전이면 친구에게서 세현이를 소개받은 날. 100일전이면 세현이의 생일날이다. 우연스럽게도 이 세 가지 날이 딱 일치하고 있었다.


웃기게도 그들은 서로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껄껄껄! 정말 기이한 우연이군, 그렇게도 딱 들어맞다니 말이야.”


다시 한번 얼굴을 붉히는 세현을 보며 민은 점차 자신의 몸 깊숙한 곳에서 울컥하는 뭔가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 사람은 절 그냥 가까운 친구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전 그 사람을 만날 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래서 오늘 그에게 모든 걸 고백하고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하려고 해요. 여자가 먼저 고백을 하다니, 이상하죠?”


“세현아.”


민이 촉촉하게 젖은 두 눈으로 세현을 바라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이 먼저 고백했으면 됬을 텐데라는 후회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5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고, 민은 저승에 가야만 했다.


“자, 이제 시간이 다 됐다. 어서 가자.”


말을 마친 데라임이 허공에 손을 그었다. 그러자 공간의 문을 열고 흰 빛이 도사리는 문이 나타났다.

민은 망설였지만,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지 않는다고 자신이 다시 살아날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때였다.


“?!”


문으로 다가가면서도 세현을 바라보고 있던 강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눈빛이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슈슈슉!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어느새 민과 데라임은 차원의 문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집어 삼킨 차원의 문은 점차 빛이 희미해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민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았던 그녀의 얼굴을.


“으음? 학생,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의 얼굴을 본 것 같아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슬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3. 뱀파이어 소년단(1) +18 05.02.13 12,576 22 20쪽
4 2. 새로운 세계(2) +11 05.02.13 17,364 26 19쪽
3 2. 새로운 세계(1) +22 05.02.13 21,455 26 10쪽
» 1. 한 소년의 죽음(2) +36 05.02.13 21,300 36 12쪽
1 1. 한 소년의 죽음(1) +26 05.02.13 31,502 3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