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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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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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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4,866

작성
05.02.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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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3. 뱀파이어 소년단(1)

DUMMY

[K.C. 4223년 5월 4일]

플로센에서 벌어진 알테임의 생일축제가 끝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어린아이였던 스탐은 한참 성장기였던지라 금세 장성했다. 키는 부쩍 늘었고, 마른 몸에는 살이 붙었다. 이 같은 스탐의 성장은 그의 부모인 아리아와 스웬에겐 기뻐해야 될 일이겠지만 결코 기뻐해야 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별로 안 남았어. 빨리 가자고.”

한 장의 종이문서를 든 스웬이 스탐을 재촉했다. 그 종이문서에는 뱀파이어 소년단 입단통지서라고 적혀 있었다.

“응…….”

스탐은 스웬과 함께 크로펫을 탔다.

“스탐.”

그때 아리아가 스탐에게 다가왔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크로펫 위에 타고 있는 스탐을 그대로 껴안았다.

‘뭐지? 이 낯설지 않은 기분은…?’

스탐은 아리아와 포옹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자 두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한분은 이제 다시는 만났 수 없고, 눈앞의 다른 한분도 이제 오랫동안 이별을 할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볐다. 하품을 했는지 손에는 눈물이 묻어 있었다.

이윽고 스탐은 포옹을 멈추고 떨어진 아리아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두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스탐은 측은한 얼굴로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뱀파이어들 중에서 그녀만큼이나 감성이 깊은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럼 가자 스탐.”

“응…갔다 올게요.”

“카르르릉!”

이윽고 크로펫의 포효성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귓전이 울릴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였지만 스탐의 귀는 한 여자의 외침에 기울어져 있었다.

“그래, 갖다오렴. 꼭 훌륭한 뱀파이어로 자라나야 해!”

스탐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 20년 동안 자신을 보살펴준 두 번째 어머니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다다닥 다다닥!

“괴롭냐?”

스웬이 스탐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스탐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건 분명히 긍정이었다. 스웬은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 베르크 가의 뱀파이어들은 전부 정이 많더군. 그중에서도 아리아가 성격이 제일 여려.”

“그렇군요…….”

스탐은 지나가는 소리로 그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귀는 기울이고 있었다.

“아마 이건 바꿀 수 없는 우리 가문의 특징인 것 같아. 아마 너도 그런 여자와 맺어지게 될 거야.”

“물론이지…난 반드시 그녀와 결혼할거야”

스탐은 자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지 모를 여인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스웬은 놀랍다는 말투였다.

“호오~ 벌써 짝을 구한 거냐. 그 나이에?”

“글쎄요.”

스탐은 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크로펫을 몰고 몇시간을 뛰었을까? 이윽고 그들의 크로펫은 어느 한곳에서 멈추었다.

“키아아앙!”

“다 왔군.”

스탐은 아버지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크로펫에서 내렸다.

그들의 눈앞에는 도저히 그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건물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뱀파이어 소년단이다. 선왕 유엔 다르칸이 만든 성장기 뱀파이어들의 훈련기관.

아무리 큰 부와 명예를 가진 가문에서 태어난 뱀파이어라도 이곳을 피해갈 수 없었다. 왜냐면 그것을 시행하는 주최자가 바로 캄에덴 우두머리인 뱀파이어 로드(Vampire Lord)였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소년단은 캄에덴 각 지에 단 7개만이 설립되어 있는데 이곳, 플로센의 뱀파이어 소년단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규모가 크고 혹독했다.

스탐이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서 40년을 썩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세계의 군대보다 더 가혹하다. 뭐, 차이점이 있다면 뱀파이어는 누구나 가야 한다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스탐 베르크로군요. 그럼 벨리우드의 축복이 함께하길.”

“함께하길.”

입단통지서를 받은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스탐은 열려있는 정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스웬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아빠. 갔다 올게.”

“할말이 그것밖에 없냐? 아무튼간에…, 뱀파이어는 소년단의 생활이 평생을 좌우하니까 열심히 해야 해.”

“응.”

그렇게 두 부자는 헤어졌다. 남자라 그런지 스웬은 담담했지만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느껴졌다.

아무튼 스탐은 경비원를 따라 어디론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세 목적지에 도착한 그의 시야에는 그와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다수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성인 뱀파이어들이 통솔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통솔하는 방식은 너무도 가혹했다.

“자자, 모두 이렇게 줄을 서라! 이곳에 온 이상 이제 네놈들은 더 이상 부모의 젖줄에 의지하는 나약해빠진 뱀파이어가 아니다!”

퍽!

“아악!”

“줄서라고 이 새끼들아!”

교관하나가 어린 뱀파이어 한명에게 발길질을 날리는 것이 눈에 선했다.

참으로 잔인한 처사였지만 사실 교관들은 이들을 얼마나 때리면 병신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극도의 고통을 주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일은 거의 없었다.

이윽고 스탐도 아이들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줄서기라면 전생에 수없이 해왔지 않은가.

그는 금세 자기 줄의 아이들을 정렬시켰다.

“야, 빨리 줄서. 안 그러면 교관들에게 호되게 맞는다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의 지시에 따라 줄을 맞추어 섰다. 덕분에 스탐의 줄은 교관들의 시선을 벗어날 수 있었다.

“넌 여기 줄서는 거야.”

스탐은 손가락을 빨면서 멀뚱히 서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옆으로 잡아 세웠다. 그러자 아이는 그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그의 리더십에 반하기라도 했나보다.

그러자 스탐이 그에게 피식 웃어주었다. 왠지 싫지만은 않은 녀석이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줄을 다 맞추자 성인 뱀파이어 한명이 단상위에 올라왔다. 그리고선 아이들을 향해 일장연설을 시작하였다.

“캄에덴의 한창 자라나는 검은 새싹들이여. 내 이름은 마르스 비케임. 올해로 위대한 암흑신 벨리우드의 축복을 202년째 받은 나는 이 플로센 뱀파이어 소년단의 중급 교관이다.

지금 너희들은 이 낯선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두려울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저희들이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강자존의 세계. 이곳에서의 시련을 이겨내야만 너희들은 비로소 캄에덴의 젊은 피가 될 자격이 있다. 4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그때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될지 빨리 깨닫고 실천에 옮기도록.

끝으로 캄에덴력 4223년 1월 19일. 오늘도 우리는 조국 캄에덴의 미래를 위해서 장래가 촉망받는 194명의 검은 새싹들을 여기서 받도록 한다.”

장황한 연설이 끝나자 교관은 홀가분하게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른 교관이 둘둘만 양피지조각을 들고 단상위로 올라왔다. 바로 이 어린 뱀파이어들을 조에 배치하기 위해 소속지를 부르는 것이다.

뱀파이어 소년단은 수많은 소년 뱀파이어들을 수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까다로운 소속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단 한 소년단에 80~100명가량의 뱀파이어들이 모인 섹터가 수십 개에 달하며 이 섹터 안에서도 각각 방을 격리시켜 한방에 8~10명단위로 조를 편성하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너희들이 배속될 섹터를 부르겠다. 제일 먼저 유웬 스모르 81섹터, 도르만 인데르 74섹터, 스탐 베르크 77섹터…….”

“77섹터라.”

스탐은 교관이 부른 숫자를 되뇌이며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단순한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년단에 대한 그의 기대감은 더욱 커져갔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소속지 배정이 끝나자 교관이 호기롭게 외쳤다.

“그럼 지금부터 신입생들은 알아서 자신에게 배정된 섹터를 찾아가도록.”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처사였다. 왜냐면 아무리 어리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불린 섹터를 못 찾는다면 뱀파이어로서의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이 이리저리 흩어지고 스탐도 자신의 섹터를 찾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섹터를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듣기론 일주일동안 길을 헤메는 녀석도 있다던데 말이다. 하지만 오랫동안의 걸음 끝에 그는 결국 77섹터라는 글귀가 적혀진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안에 들어서자마자 책상에서 펜을 끄적이고 있는 인물이 보였다.

아마도 교관으로 보이는 그는 인기척에 스탐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내 기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군. 오늘이 바로 입단식이 있는 날이었잖아. 여기는 한명도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넌 이름이 뭐냐?”

남들의 호감을 살만한 외모를 가진 그는 씨익 웃으며 스탐을 바라보았다. 스탐은 따라 웃으며 명쾌하게 대답했다.

“스탐입니다.”

“스탐? 네가 바로 그 스탐 베르크냐?”

“다들 잘 아시는군요?”

“하하핫, 물론이지. 5대 명가의 기재를 모르면 말이 되냐?”

확실히 자신의 가문이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아무튼 사내는 의자에서 일어나 여전히 호감이 물씬 풍기는 미소를 지

“내 이름은 바렛 스트라이드. 올해로 108살이고, 초급교관이다.”

“아, 예. 스탐 베르크라고 합니다.”

“그럼 통성명도 끝났으니 네가 배속될 조를 가르쳐 줘야겠지?”

바렛은 책상에 꽂힌 여러 가지 서류들 중 하나를 빼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참 훑어보고 있더니 이윽고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8년전에 한명이 졸업한 H조가 제일 적으니 이리로 가면 되겠구나.”

“그렇군요.”

“그럼 잘해보자는 의미에서 악수나 하지.”

바렛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스탐은 그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그럼 가자.”

대화가 끝나자 바렛은 스탐을 데리고 어디 론가로 갔는데, 머지않아 H조라고 적힌 문에서 둘은 발걸음을 멈췄다.

“일동 차렷!”

문이 열리자마자 방안에서 덩치가 제일 큰 뱀파이어가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뱀파이어들이 스프링 튕기듯이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바렛이 스탐을 앞으로 끄집어내며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이다. 오늘부로 너희 H조에 들어온 신입생 스탐 베르크라고 한다.”

“호오…….”

스탐의 이름이 드러나자마자 그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바렛이 한마디 했다.

“그럼 나는 바쁜 일이 있으니 이만 가보겠다.”

쾅.

곧바로 문이 닫혔다.

“…….”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스탐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H조의 숙소 내부를 둘러보았다.

사실 숙소라기 보단 감옥 같았다. 주변이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는데,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구석에 앉으며 다른 뱀파이어들의 동태를 살폈다. 교관이 나가자마자 그들은 표정이 싹 바뀌어져 있었는데 왠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어이, 신참.”

아니나 다를까. 한 뱀파이어가 천천히 스탐에게 다가왔다.

그는 숙소 내에서 스탐을 제외하면 몸집이 제일 작아 보였는데, 아마도 신고식을 치를 생각인가보다.

“나 불렀냐?”

스탐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바라보았다. 놈의 표정이 점점 찌푸려지는게 눈에 선했다.

“이 신참새끼가 참 버릇이 없군. 지금 반말을 깐 거냐? 하긴, 그 가문에서 나오는 놈들이야 다 그 모양이겠지.

하지만 여기는 소년단이야. 함부로 설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후두둑, 두둑.

뼈마디 소리가 스탐의 귓전을 자극했다.

다른 뱀파이어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짓더니 옹기종기 모여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스탐은 그렇게 여유롭진 못했다.

아무리 못해도 지옥 같은 소년단에서 몇 년을 뒹군 놈이다. 힘으로만 따지자면 자신보다 한참 월등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눈앞의 뱀파이어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왜냐면 그도 20년 동안 한가하게 놀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세현이를 찾는다. 그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끊임없이 몸을 단련해왔다. 그런 자신이 저따위 놈한테 질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흐압!”

제일 먼저 놈이 주먹을 휘둘렀다. 놈의 오른팔에는 약간의 검은 안개가 꿈틀거렸다.

스탐은 그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흑마기라 불리는 기운이었다.

벨리우드의 권능이라고도 불리는 흑마기는 뱀파이어가 가진 힘의 원천이자 강력한 무력의 상징으로 캄에덴의 100만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열에 아홉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재능에 따라서 천차만별. 지금 놈이 구사하는 흑마기는 아주 미세한 양이다.

스탐은 아직까지 그것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따라서 맞으면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아는 그는 그것을 잽싸게 피해야만 했다.

퍽!

스탐이 상체를 옆으로 숙이자 놈의 주먹은 단단한 벽을 칠뿐이었다.

“이런 제길.”

자신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놈이 욕설을 퍼부었다.

이제 스탐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그는 주먹을 꾹 쥐고는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퍼억~!

“크앗!”

놈은 스탐의 펀치를 정통으로 맞고선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스탐은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리자 발로 다리를 걸어 바닥에 엎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선 그 위에 올라타 두 주먹으로 놈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어디를 때리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는 스탐이다. 몇 방 때리지 않았는데도 놈의 비명소리가 숙소 안을 쩌렁 쩌렁 울렸다.

“그만, 거기까지만 해!”

급기야 구경하던 뱀파이어들중 하나가 스탐을 말렸다. 그제야 스탐은 주먹을 거두었다.

“커헉…….”

뱀파이어의 입에서 옅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목숨은 붙어있는 모양이다. 스탐은 조용히 자신이 반죽음상태로 만들어버린 놈의 멱살을 잡으며 경고했다.

“너 이 새끼, 안 죽은 걸 다행으로 여겨. 내 가문을 비하한 걸 생각하면 진짜 죽여 버리고 싶지만, 운 좋은 줄 알아라.”

말을 마친 스탐은 그를 내팽개쳤다. 그러고 나서 구경을 하고 있던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놈뿐만 아니라 네놈들도 명심하는 게 좋을걸.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말란 말이야!”

말을 마친 스탐은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주위의 뱀파이어들이 술렁거렸다. 스탐이 한 말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참이 신참에게 두들겨 맞고 훈계까지 받다니?

아마 뱀파이어 소년단 창설 이후 유래가 없는 일일 것이다.

스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런 뱀파이어들을 노려보았다.

간혹 누가 스탐과 시선을 마주했지만, 이내 화들짝 놀라 그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스탐은 씨익 웃었다. 역시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빛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였다.

때앵!

요란한 종소리가 울렸다. 소리를 들은 뱀파이어들이 발작적으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뛰어 나가고 있었다. 스탐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훈련을 알리는 종소리라고 생각했다.

‘과연 훈련의 강도는 얼마나 심할까? 궁금한데.’

뱀파이어 소년단의 악명을 떠올린 스탐이었다. 그는 의문을 접으며 그들을 따라 가기 시작했다.

다다다!

한참을 뛰어가던 스탐은 한 공터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는 차례대로 줄을 선 수십 명의 뱀파이어들이 보였다.

아마도 77섹터 전체의 구성원들로 보였는데, 스탐이 아까 전에 보았던 바렛이라는 교관이 그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오늘도 즐거운 훈련 시간이다. 그렇지 않나?”

“네, 그렇습니다!”

뱀파이어들은 목이 떠나가라 외쳤다. 그러자 바렛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 오늘 날씨가 참 좋군. 그럼 오늘도 훈련을 시작하는 게 좋겠군.”

“네!”

“그럼 일단 연병장 20바퀴만 뛰자.”

말을 마친 바렛은 이윽고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다른 뱀파이어들도 그를 따랐다.

몇 바퀴라곤 하지만 연병장은 워낙 넓었다. 횟수가 10번째를 넘겼을 때부터 스탐은 서서히 숨이 막혀 옴을 느꼈다.

하지만 그도 오기가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따라붙었다.

그렇게 해서 연병장 구보를 무사히 마치는 데에는 성공했다.

“헉헉헉.”

스탐은 숨을 거칠게 토해내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힘들게 뛰었으니 편안한 휴식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지금 한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휴식 끝! 이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다. 오늘은 신입생도 있고 하니 간단히 클레이브 5000회만 하도록 하지. 클레이브의 동작을 잘 숙지하지 못한 뱀파이어는 내 동작을 보고 따라하도록. 그럼 시작!”

바렛이 말을 마치자마자 클레이브라 명명된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뱀파이어들도 그것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휘각, 휘각!

‘어디한번 해볼까나…….’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스탐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지친 것도 잊은 채 클레이브를 구사해보았다.

휙!

이윽고 스탐의 팔이 반원을 그렸다. 하지만 처음 해서 그런지자세는 어설펐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그것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휙휙휙휙!!

스탐의 오른팔이 잔상처럼 움직이며 반원을 그려나갔다.

힘이 들었지만 계속 연습을 하다보니 실력이 점점 느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웃음이 배여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보람차면서도 힘든 훈련은 끝이 났다. 일부 뱀파이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자, 훈련도 끝났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말을 마친 바렛은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숙소 안으로 가기 시작했다. 스탐도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러더니 바닥에 내팽개쳤다.

“뭐, 뭐야?”

깜짝 놀란 스탐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상대의 정체를 알아챈 그는 얼어붙었다.

상대는 세 명의 소년 뱀파이어들이었는데 바로 자신과 같은 H조의 뱀파이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탐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가더니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새끼 죽어!”

퍽퍽퍽!

“으으윽!”

스탐이 고통에 겨워 소리쳤다. 보통 때였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그는 소년단에의 처음 훈련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이윽고 한 사내가 조소를 머금은 채 그에게 말했다.

“이 개자식. 선배들한테 공손하게 굴어도 부족한데, 감히 하극상을 벌여? 너 같은 새끼는 오크의 영양식으로 던져줘도 시원찮아!”

그 말이 자신을 두들겨 패기 위한 구역질나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잘 알고 있는 스탐이 이를 악물었다.

퍽퍽퍽!

스탐은 꽤나 긴 시간동안 그들에게 폭행당했다. 그래도 교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가 맞은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폭행시간이 짧았다는 사실이다.

“자, 이제 가자. 교관한테 혼나겠다.”

“그러지. 오늘은 첫날이니까…….”

“이런 놈 곤죽으로 만드는 건 식은죽먹기야.”

말을 마친 그들은 스탐을 끌고 뒤늦게 숙소로 돌아갔다.

철퍼덕!

“크으윽…….”

그들에 의해 내팽겨진 스탐은 멍든 자신의 몸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오늘 날 팬 거,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어.’

스탐은 그렇게 주먹을 꾹 쥔 채 아직은 무딘 복수를 칼날을 갈고 있었다.

뱀파이어 소년단에 처음으로 입단한 스탐의 하루는 이렇게 처참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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