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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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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389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5.13 18:30
조회
703
추천
11
글자
11쪽

Episode 2. 첫 전투 (2)

DUMMY

“이 소리는, 뭐지?”


소리의 폭탄.

그렇게 생각될 정도의 고함이 숲을 향해 내질러졌다.

그 소리의 충격에 휘청거린 나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여전히 나무와 수풀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탓에 멀리까지 시야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소리는 가까웠는데.’


소리 자체가 큰 덕분에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그래도 소리의 시작이 가까웠다.

주변을 둘러봐도 원인으로 짐작 가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원인은 가까이에 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아래에 있는 고블린의 시체를 확인했다.


‘갈무리하는 편이 좋으려나.’


주변에 위협이 있다.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덮쳐올 가능성이 낮다면 재빨리 갈무리를 마치고 떠난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블린을 확인했다.

그러나 마땅히 갈무리할 도구가 없는 이상. 마석을 빼내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게다가 마석의 위치도 모른다.

지금은 피 냄새도 위험하다.


‘···아쉽지만, 그냥 후퇴할까.’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고, 안전하게 숲을 나선다는 결론이 나왔다.

【World of Reflector】가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죽음을 쉽게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죽지 않을 방법이 있으면 살아가는 편이 좋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 때문에 걱정인 부분도 있다.


- 툭.

- 투둑.


“···?”


걸어온 길을 확인하고 있자, 뺨을 적신 물방울에 하늘을 올려봤다.

나뭇잎에 가려 하늘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나마 보인 하늘은 회색으로 물들었다.

하늘이 회색이라는 것과 드문드문 내리는 물방울. 이 두 가지를 본다면, 지금의 상황은 쉽게 답이 나온다.


‘비가 오는 건가. ···안 좋은데. 빨리 돌아가야겠어.’


숲에 있는 상황에 비가 온다.

그 자체만으로 다양하게 불리하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면 걸어온 흔적도 사라지고, 시야는 더욱 어두워진다. 이 게임이 어디까지 반영했는지 몰라도, 위험한 건 사실이다.

머릿속에서 고함의 위험을 잊은 나는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숲은 표식이 적지만, 걸어온 흔적은 있네. 조금 전까지 고블린이 움직이며 주변을 헤쳤으니, 그것도 표식이 되겠지.’


고블린이 달린 흔적. 내가 걸은 흔적.

수풀과 나뭇가지를 보며 유심히 살폈다. 다른 게임이라면 배경 취급이 될 나무 하나도 실제 아이템 취급인지 흔적이 있다.

그 흔적의 방향을 확인하며 걸어가기를 잠깐. 고블린과 처음으로 만난 장소로 돌아왔다.


“여기서부터 일직선인가.”


생각 이상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다.

어딘가 김빠진 느낌이 지워지지 않은 체, 도시를 향해 발을 움직였다.

동시에.


“으아악---!”

“카 아아---!”


도움을 요청하는 바명 소리와 함께 숲을 뒤흔들었던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되삼켰다.

소리의 원인은 그리 멀지 않은 듯했다. 나무와 수풀을 두세 번만 넘으면 도움을 요청한 사람과 원인이 있다.

다만.


‘도와야 하는 건가.’


그런 의문이 생겼다.

이곳은 결국 【World of Reflector】.

게임이다.


게임은 목숨의 위협도 없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

그런 허구의 세상에서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가.


‘···.’


고민하기를 잠시.

머리를 향해 내리는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멀리서 들려오는 금속음도 점차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검을 지닌 듯하다. 상대하는 적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지만.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발을 움직였다.


‘딱히, 즐거우면 상관없는 거겠지.’


게임이니까.

나 자신이 즐겁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 변명과도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천천히 향했다.


발걸음을 내디디는 방향까지 신경 쓰며 수풀 속을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를 조금.

금속음이 맞부딪히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동시에, 무언가의 고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조금 전 고블린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고함. 소형 동물과 대형 동물만큼의 차이가 피부로 느껴진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그저, 이번 적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제, 엔, 장! 아직 죽을 수는 없다고!”


- 캉.

- 카앙.


내 시야만큼 자란 수풀을 건넌 순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병사를 찾았다.

이쪽에서는 병사 NPC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병사 NPC는 자신이 가진 검을 필사적으로 휘두르고 있다.

실제로, 병사 NPC는 여유가 없는 것인지 얼굴에는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다.


‘···NPC인가?’


플레이어와 달리 머리 위에 이름이 뜨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저 병사 NPC가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건알 수 있다.

갑옷을 입은 모습에서 병사 즈음이라 예상했다. 그래도 확실히 NPC라 생각하니 귀찮다는 감상이 생겼다.

무엇보다.


‘NPC의 죽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자칫 날아오는 대검에 베일법한 NPC를 엿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플레이어의 죽음은 부활이라는 방법이 있다. 【World of Reflector】에서 부활 장소를 지정한 적은 없다. 아마 처음 눈을 뜬 분수에서 부활하겠지.

NPC의 죽음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어쩌면, 플레이어와 비슷할 수도 있다.


‘···아니, 저 NPC의 모습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가.’


병사 NPC가 사력을 다해 검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면, 플레이어와 달리 집착이 엿보이는 모습이다.

삶의 집착. 혹은 삶고 싶다는 욕망. 그런 것이 저 NPC를 움직이고 있다. 단순한 NPC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하아···.”


정말 귀찮은 일을 맞닥뜨렸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며 체념한 나는 수풀을 넘어서 병사 NPC가 싸우고 있는 장소로 나왔다.


- 바스락.


“무, 뭐! 한 마리 추가인가!”

“아, 아니. 일단 사람이다.”


- 카--.


“크, 아!”


- 카앙.


갑작스럽게 나타난 탓인지 병사 NPC의 의식이 한순간 나에게 넘어왔다. 그 순간을 노린 적은 대검을 내질렀고, 병사 NPC는 빈틈을 찔린 모양새로 힘겹게 대검을 넘겼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반성했다. 사력을 다한 전투에서 방해해버렸다, 이건 자칫 내가 죽인 게 될 뻔 했다.


“사냥꾼인가! 가세해라!”

“미안하지만, 초보다. 무기 하나 없어.”

“···! 별을 건너는 자인가! 젠장! 원군이다! 지원을 불러!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르지만, 버텨 보이마!”


병사 NPC는 나의 정체가 플레이어라는 것과 초보라는 것을 파악한 순간. 나의 조력은 포기하고 지원군을 요청했다.

그 모습에 병사 NPC의 인상은 변했다. 내가 플레이어라는 사실에 도박을 거는 것보다, 지원군이라는 착실한 선택을 고른 것이다.

어쩌면, 초보인 내가 순식간에 죽는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쁘진 않네.’


지원군 요청이라는 명목으로 병사 NPC는 도망갈 변명을 마련해주었다. 병사 NPC의 서툰 배려에 감동한 나는 한걸음 나오면서 적을 확인했다.

녀석은 확실히 고블린과는 일선을 긋고 있는 존재다.


초록 피부는 같다.

하지만, 고블린과 전혀 다른 신장. 크기는 2m가 될까.

한 손에 든 대검만 해도 1m 정도로 보인다.

그런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괴물이다.

그 모습을 보고, 냉정히 정체를 생각해봤다.


‘고블린이랑 비슷한 존재라면, 홉고블린 정도인가?’


고블린과 비슷할 정도로 흔한 소재를 떠올리며, 나는 병사 NPC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상대할 테니, 그쪽이 지원군을 불러라.”

“뭐! 넌 초보잖냐! 금방 죽는다!”


병사 NPC를 대신해서 상대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니, 병사 NPC는 놀라면서도 검을 빗겨내 보였다.

확실히 나는 저런 행동이 불가능하다. 같은 검을 가지고 있어도 충격에 밀려나겠지.

그래도 나와 병사 NPC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나는 플레이어니까. 죽어도 상관없는데.”

“···!”


나는 플레이어. 병사 NPC는 결국 NPC다.

이곳에서 NPC의 죽음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래도 NPC의 죽음은 죽음이겠지.

의외로 NPC의 죽음이 있는 게임은 흔하다. 다른 게임에서도 NPC의 죽음을 이용해 게임의 재미를 늘리려는 추세니까.

그러니 현실을 극도로 추구한 【World of Reflector】도 같은 죽음이라는 확신이 있다.

병사 NPC의 반응을 보아도 정답이겠지.


“···미안, 하다! 그리고 고맙다!”


- 카앙.


병사 NPC는 감사를 전하며, 마지막으로 힘을 다해 검을 튕겨냈다. 동시에, 적과 거리가 생긴 틈으로 나를 향해 뛰었다.

병사 NPC는 이대로 나의 뒤로 도망갈 모양이다.


‘확실히, 이곳을 도망가면 나까지 표적이 되겠지. ···그리고, 나는 비켜줄 생각이 없고.’


병사 NPC와 내가 교차하는 순간.


“이런 거로 미안하지만, 사용할 수 있다면 마음껏 써줘!”

“···? 감사하지.”


병사 NPC는 지나가며 나를 향해 단검을 내밀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받아들고, 병사 NPC를 향해 감사를 전했다.

병사 NPC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크 아아--!”

“귀 아픈데.”


병사 NPC가 사라진 순간 홉고블린은 나를 향해 살기가 가득한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병사 NPC가 검을 튕겨낸 덕분에 홉고블린과 나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그러나 저 속도를 본다면 금방 다가올 수 있는 정도다.

나는 홉고블린이 다가오는 모습을 살피면서 손으로는 단검을 움직였다.


‘검은 처음인데.’


단검이라고는 하지만 칼날이 길다.

현실에서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묵직한 금속의 느낌. 이런 걸 현실에서 들고 있으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다.

나는 단검을 검집에서 꺼내고 자세를 잡았다.


‘일단, 전력으로 즐겨볼까.’


눈앞에는 보기에도 상당히 강해 보이는 홉고블린.

손에 있는 것이라고는 처음 잡아보는 단검이다.

홉고블린은 1m 정도의 대검을 가뿐하게 한 손에 들고 당장이라도 나를 베어들 기세로 달려오고 있다.


지면, 죽는다.


‘게임이긴 하지만, 죽는 건 싫으니까 말이지.’


죽기 싫다는 주제에 NPC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들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운 상황에 나는 웃음을 지으며, 홉고블린과 마찬가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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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1) 21.05.12 1,840 15 10쪽
1 Prologue. 어느 전투 중의 이야기. +1 21.05.12 2,250 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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