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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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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96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5.12 18:32
조회
919
추천
14
글자
11쪽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4)

DUMMY

“그런가. 3번가의 빵집은 다음번에 방문해 봐야겠는걸.”

“아하하. 그래. 다만, 금방 매진되니까 이른 시간에 가는 걸 추천하지.”

“그건 고마운 정보네. 고마워.”


대장 NPC와 이야기 하기를 잠시.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NPC라는 생각에 정말로 잡담 수준의 이야기를 했다.

어느새 즐겨버린 잡담은 생각보다 시간이 흘렀는지, 단상 아래에 몰려든 플레이어의 모습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대장 NPC도 상황을 이해하고 나를 임무 안내 담당 NPC. 베르돌트라 불린 병사에게 안내했다.

임무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나는 대장 NPC의 배려에 감사를 전했다. 내가 베르돌트의 앞에 도착하자 베르돌트는 임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 임무는 이 세계에 처음 방문한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들을 위한 임무입니다. 그렇기에, 내용 자체는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성장이 빠른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라면 손쉽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별을 건너는 자. 플레이어라면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건, 튜토리얼이기 때문인가.

무엇보다, 성인 남성 정도의 NPC가 고블린 다섯 마리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고블린 자체가 약한 것인지. 이 세계의 주민인 NPC가 생각보다 강한 것인지.


‘튜토리얼이라 생각하면 고블린이 약하겠지. 그런 쪽의 대명사니까.’


임무의 난이도를 떠올리며 고블린의 강함을 생각하는 중에도 베르돌트는 임무를 설명했다.

어렴풋이 흘려들었지만, 대부분은 대장 NPC에게 들었던 내용과 다를 게 없다. 중요한 건 듣지 못한 보수의 이야기다.


“그렇게 쓰러뜨린 다섯 마리의 고블린을 증명하기 위해, 몬스터라면 체내에 지닌 마석을 이용합니다. 고블린의 마석은 본래 사용할 곳이 없지만, 이번처럼 임무의 증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니 언제나 임무 내용의 확인을 게을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듣던 중 자그만 의문이 생겼다.

여태껏 했던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처치하면 인벤토리라는 무제한 수납공간으로 보상을 받는 형식이 많았다.

보상마다 다르지만, 경우에 따라서 몬스터의 일부. 혹은 특별한 물건(아이템)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실을 추구한 이 【World of Reflector】에서는 어떻지?’


베르돌트의 안내의 설명으로는 고블린 체내에 마석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베르돌트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믿을 수는 없다. 설정이 적힌 책과 같이, 주민들이 인식한 것과 플레이어는 다를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로 체내에 있는 마석을 끄집어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보수는 현재 고블린 퇴치의 일반적인 보수인 500골드. 총 2500골드를 지급합니다. 추가로, 일이 알선도 도맡고 있습니다. 질문은 있습니까?”

“···고블린의 특징을 들어두지.”


시세를 모르는 이상 적절한 보수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튜토리얼의 금액이라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다.

적당한 소지금을 주고 실제로는 일의 알선이라는 보수가 다음으로 이어지는 핵심.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지만, 아마 정답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임무를 받고 바로 떠난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눈앞의 NPC 베르돌트에게 들어둘 수 있을 정보는 전부 듣기로 했다.

쉽게 공략하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공략집을 볼 생각은 아니지만, 게임 내부에서 정보를 얻는 건 정당한 방식이지.’


즐기는 방식의 하나인 셈이다.


“고블린의 특징, 입니까. 네. 고블린의 체격은 아무리 크더라도 1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생김새는 초록 피부를 지닌 추악한 외모. 그 때문에 숲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쉽게 증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사냥하지 않으면 위험하지요.”

“그런가. ···무리를 짓는 예도 있나?”


설명을 듣던 중 불현듯 고블린의 특징을 떠올렸다.

정보의 출처는 다른 게임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판타지에서 고블린은 무리를 짓는 몬스터로 나온다.

지금까지 들었던 설명대로라면 답을 예상할 수 있다. 어느 의미로 재확인에 가까운 질문이다.


“대부분 무리를 짓습니다. 최소 세 마리. 극히 드물게 소대 정도로 무리를 짓는 일도 있다 하는군요. 다른 질문은 있습니까?”

“아니, 없어. 지금 바로 가면 되는 건가?”

“예. 이 종이를 받아가셔서 돌아오실 때, 마석과 함께 제출하시면 됩니다.”


예상했던 대답을 들었다.

뻔하다면 뻔한 고블린의 생태에 안심과 실망을 하며, 임무를 위해 의뢰서로 보이는 종이를 받아들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위치는 대장 NPC에게 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활기가 가득하네.’


도시를 나가기 위해 문으로 향하는 도중에 본 길가는 여전히 활기로 가득했다.

그런 도로를 바라보며, 향하는 숲에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


도시의 성벽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외부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도시를 두르듯 펼쳐진 성벽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압박감이 상당하다.

성벽 앞에 섰을 때는 저도 모르게 압도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


시야를 가득 메운 색색의 향연에 나는 다시 한번 압도당했다.

발한걸음을 내디딘 순간 발끝에서 전해지는 단단한 지반의 감촉. 푸른 하늘과 눈앞의 숲에서 불어오는 선선하고도 상쾌한 바람.

울창하게 솟아오른 나무들은 이미 그 자체로 자연을 지키는 성벽이다.


“이게, 자연인가.”


우습게도 비자연의 결정체인 게임에서 자연을 찾았다.

그런 감상을 떠올린 직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쓸데없는 생각이라 웃음을 지었다.


‘고블린은 숲 안쪽에서 나타난다고 했던가.’


성벽을 나선 후 눈 앞에 펼쳐진 빽빽한 숲에는 단 하나. 길로 보이는 공간이 뚫려 있다.

마른 흙에 있는 울퉁불퉁한 것은 자국은 마차가 지나간 흔적이겠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도 있을지 모른다. 구분할 지식은 없지만.

언제까지나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설명에서 들었던 표식을 찾기로 했다.


“저건가.”


숲 안쪽에는 여행자와 일반인이 들어가면 안 되는 장소에 표식이 있다. 표식은 특징적인 그루터기에 표지판.

들었던 설명대로 그루터기는 신기하게도 삼각형의 모습이다. 표지판의 내용은 단순한 경고 문구였다.


〈이 앞은 깊은 숲입니다. 몬스터의 출현이 잦으므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표식을 확인한 것으로 표지판 너머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표지판 너머의 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탓인지 본래 숲이나 다름없다, 드문드문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옷을 긁을 정도다.

그런 길을 걸으며, 이 게임은 아무래도 정말 현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감상이 떠올랐다.


‘그래도 명백한 위화감이 있네.’


거친 숲속을 걸어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숲의 길은 현실의 것을 떠올리게 하지만, 디자인 설정이라는 말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성벽 너머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는 게 이상하다.

움직임도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게임과 현실 사이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는 감각이 한쪽이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튜토리얼까지만 하고 쉴까.’


게임인 듯하지만, 현실인 듯하다.

현실인 듯하지만, 게임인 듯하다.

위화감이 스멀스멀 정신을 갉아먹는다. 덕분에 한 일은 별로 없는 데 지쳤다. 피로를 자각했기에 튜토리얼이 끝나면 로그아웃하기로 정했다.


- 바스락.


“···!”


생각보다 좁은 시야를 둘러보며 걷기를 한참. 주변에서 들린 소리에 정신을 다잡았다.

이 게임은 현실을 추구한 탓에 게임이라면 당연히 존재할 미니맵이 없다. 그 탓에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생명체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주변을 둘러보는 방법밖에 없다.


“기분 탓인가.”


시야가 좁은 장소에서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상황. 이런 상황 자체가 더욱 정신을 소모한다.

튜토리얼 치고는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다시 걷기 위해 발을 움직일 때. 나는 빈손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무기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니···. 실수했네.’


고블린을 상대하는 건 간단하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전투의 초보. 그것도 첫 전투에서 빈손으로 싸우는 건 무모하다.

지금이라도 무기가 될 만한 건 없는지 주변을 확인했다.


‘···이걸로 어느 정도 괜찮겠지.’


주변은 숲.

그 숲속에 가득 널린 것이라고는 나뭇가지와 돌덩이뿐이다.

돌덩이는 단순하게 무거우니까 무시하고, 그나마 굵은 나뭇가지를 손에 들었다. 손에 잡힌 감각으로는 나름의 무게도 있고, 길이도 있으니 둔기로 사용할 수 있다.

초심자이니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지.


‘공터?’


무기로 사용할 나뭇가지를 들고 걷기를 조금. 나무로 빽빽한 숲에서 햇빛이 드는 장소를 찾았다.

나무와 풀이 드물어진 그 장소는 적당한 공간이 있어서 시야를 확보하기 쉬운 장소다.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풀숲 너머로 엿보던 나는 몸을 최대한 숙였다.


‘저건가.’


갑작스럽게 몸을 숙인 이유는 단 하나. 적을 찾았기 때문이다.


“고브!”

“고-브?”

“고브. 고브!”


불과 30m 조금으로 보이는 거리 너머에, 녀석들이 있다.

이야기로 들은 것처럼 추악한 외견에 초록색 피부를 지닌 존재. 신장은 그리 크지 않아서 공터가 아니었다면 놓쳤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풀숲에 숨은 것만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무리를 짓고 있었나.’


공터에서 보인 건 고블린.

그것도 세 마리의 고블린이다.

무리를 짓는 특징이 강하다는 고블린이니 새삼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세 마리를 동시에 처리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심스레 몸을 들어서 공터의 고블린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몬스터다운 외견이네. 거리낌 없이 공격할 수 있겠어.’


생긴 외견이 인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 게임이라는 점이 있어도 현실과 상당히 유사한 탓에 거부감이 생길 줄 알았다.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못 잡는 일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저 외견과 이질감 덕에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 뒤. 나는 한 차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게임인가.’


들어온 공기는 가볍고, 깔끔하고, 시원한 공기다.

최근에는 맡기 힘든 청량한 공기다.

그런데도, 이곳은 게임 속이다.


‘뭐, 일단. 사냥해볼까.’


한숨으로 잡념을 떨치고, 손에 잡힌 나뭇가지에 힘을 담았다.

직접 세 마리를 상대하는 건 힘들겠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기에는 적당한 상대다.

눈앞에서 의미불명의 행동을 반복하는 몬스터들을 앞두고 나는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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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4) +1 21.05.12 920 14 11쪽
4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3) 21.05.12 1,118 13 11쪽
3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2) 21.05.12 1,296 15 13쪽
2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1) 21.05.12 1,834 15 10쪽
1 Prologue. 어느 전투 중의 이야기. +1 21.05.12 2,243 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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