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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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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392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5.12 18:33
조회
822
추천
14
글자
11쪽

Episode 2. 첫 전투 (1)

DUMMY

눈앞에는 세 마리의 고블린이 있다.

세 마리 모두 숨을 내쉬며 의미불명의 행동을 하고 움직인다.

지극히 현실적인 움직임을 하는 비현실적인 존재. 모순과 이질감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익숙해지면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려나.’


차분하게 고블린을 쓰러뜨릴 방법을 생각했다.

고블린의 신장은 1미터. 이쪽(가상현실)의 나는 저쪽(현실)의 나와 같은 신장이다. 고블린과 신장은 차이는 내가 우세하다. 최소한 체격에 밀리는 일은 없다.

수풀에 숨기 쉬운 초록 피부는 한 번 놓치면 상당히 성가실 것 같다.


‘무기는, 없나.’


고블린들은 빈손이다.

다른 게임에는 무기를 가진 고블린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만난 고블린은 빈손이다.

이번에 만난 녀석들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기가 없는 나에게는 좋은 상황이다.


‘이 나뭇가지는 둔기로 취급하고 휘두르면 쓰러뜨릴 수는 있겠지. 하지만···. 한 번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불리해진다.’


상대는 세 마리.

한 마리의 고블린을 단번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금방 불리한 상황이 된다. 손해를 각오하면 두 마리는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싸울 수 있는지 모르는 첫 전투에서 무리는 좋지 않다.

이번 전투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지, 성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이다.

그렇다면 굳이 정면에서 싸울 필요가 없다.


‘지형을 역으로 이용해야겠네.’


지금까지 파악한 【World of Reflector】의 세계는 NPC의 AI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 동시에 현실을 모방한 탓에 모든 일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특징을 생각하면 전투 또한 실시간 전투다. 게다가 몬스터의 AI가 공격받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역으로 AI의 특징을 이용한다.


‘대충 보기에는 동물 정도의 AI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실제로는 어떨지 궁금한데.’


주변을 둘러싼 나무는 고블린을 놓치기 쉽게 만들지만, 반대로 고블린도 나를 찾는 게 어려워진다.

행동 방침을 정하고, 나는 한 손에 돌멩이를 들었다.


‘일단, 반응을 확인할까.’


- 휙.


“고브?”


- 툭.


“고브!”

“고브!”

“고브고브!”


돌멩이를 반대편 수풀에 던졌다.

던진 순간 한 마리의 고블린이 반응하고, 돌멩이가 떨어진 순간에는 세 마리의 고블린이 동시에 반응했다.

소리에 반응한 고블린들은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마리는 던지는 순간에 반응했다. ···저건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같은 종류임에도 반응이 달랐던 것을 떠올리며, 반대편 수풀로 향하는 고블린들을 조심히 살폈다.

고블린들이 수풀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돌멩이를 들고, 이번에는 수풀 너머로 나왔다.

고블린들은 수풀로 향했기 때문에 지금은 자유롭다. 그러나 조금 전 반응으로는 별다른 일이 없다는 걸 깨닫고 금방 돌아온다.

노림수는 고블린 녀석들이 돌아온 순간이다. 나는 조금 전부터 눈여겨보던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고브!”

“고브, 고브!”

“고브?”


‘···늦지 않았네.’


잠시 후.

조금 전 봤던 세 마리의 고블린이 돌아왔다. 그중 한 마리는 돌멩이를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듯하다.

현실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잡몹으로 분류되는 고블린에게 제각각 AI를 부여한 건 광기에 가까운 집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숨을 죽이며 최적의 상황을 기다렸다.


“고브.”

“고브, 고브?”


고블린 세 마리는 넓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느긋한 모습을 보면 그것들이 정말 몬스터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저, 피부색이 다른 NPC가 아닐까.


‘뭐, 그럴 일은 없겠지.’


기형적일 정도로 늘어진 팔을 보며, 쓸데없는 잡념을 떨쳤다.

고블린 세 마리의 주의가 흩어진 것으로 최적의 상황이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


‘후···.’


마지막으로 각오를 다지고.

나는 나무 위에서 떨어졌다.


- 푸욱.


“일단, 한 마리.”

“곱-?!”

“고브!”

“고브?!”


고블린들이 있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나무. 그중에서도 오르기 쉬워 보이는 나무를 오른 나는 고블린을 노리기 가장 적절한 상황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상황인 지금. 나는 나무 위에서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며 손에 든 나뭇가지를 찔러넣었다.

떨어지는 속도에 고블린의 머리는 나뭇가지를 이기지 못하고 푹 들어가 버렸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네.’


“고브!”

“고브! 고브!”


한 마리를 쓰러뜨린 순간.

다른 두 마리가 나를 향해 적의를. 아니, 살기를 보이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 마리를 직접 마주하고 느낀 것이지만, 역시 이 녀석들은 NPC와는 다른 존재인 걸 실감했다.


‘두 마리 동시에 처리는 힘들겠어.’


원래 한 마리를 쓰러뜨리고 도망갈 생각이었다. 나는 곧바로 수풀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두 마리의 고블린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나를 쫓으려고 나를 따라서 수풀로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이곳은 숲. 몸을 숨기고자 한다면 숨을 장소는 다양하게 있다.


“고브?!”

“고브!”


수풀로 시야를 가리고 나는 한순간에 나무를 올랐다. 나를 놓친 두 마리는 당황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동물은 자신의 머리 위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 이야기처럼 고블린들도 나무 위로 올라간 나를 찾아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상태로 있으면 고블린들은 나를 놓치겠지만, 나는 고블린을 토벌하기 위해 왔다.


‘같은 방식이라 재미없지만, 어쩔 수 없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고블린이 올라간 나무에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고블린이 나무에 가까이 다가온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 푸욱.


“고-?!”

“고브!”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고블린의 머리는 나뭇가지를 이기지 못하고 움푹 파였다.

다만.


- 우직.


“아.”


나뭇가지도 마찬가지로 고블린의 머릿속에서 부서져 버렸다.

처음 한 마리로 상당히 위태로웠던 나뭇가지는 두 마리째를 버티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마지막 한 마리는 내 손에서 나뭇가지가 부서진 것을 보고, 비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무기가 없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지.’


눈앞의 고블린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머릿속 한쪽으로는 생각을 반복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조금 전 나뭇가지처럼 적당한 굵기의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돌멩이와 나뭇잎뿐.

나는 빈손이고, 고블린도 빈손이다. 그러나 고블린의 기형적인 손은 그 자체가 흉기나 다름없다.


“고브!”


달려든 고블린의 공격을 투우사처럼 피했다.

공격을 피하고 알았다. 고블린의 신체 능력이 어린아이 정도다.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도 무기 하나 없는 빈손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고브! 고브!”


직선적인 고블린의 공격을 피하기를 두 번.

고블린은 짜증을 내면서도 여전히 같은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

공격을 피하면서 특별히 지치지 않는 점도 요행이다.


‘이건, 각오할 수밖에 없나.’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의 각오는 고블린을 죽일 각오다.

두 번째 각오는 나무에서 떨어질 각오다.

그리고, 지금의 각오는.


‘맨손으로 싸울 수밖에.’


무기가 없는 지금 상황에 적을 쓰러뜨릴, 맨손으로 싸울 각오다.


“고브!”


여전히 직선적인 고블린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이번에는 반격을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 퍽.


“고픗-!?”


달려든 고블린의 등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고블린은 불안정한 자세에서 맞은 발차기에 쓰러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하나의 감상이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약한가?’


조금 전 발차기가 불안정한 자세였다. 그 때문에 발차기 자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블린은 쉽게 쓰러졌다.


‘이거, 생각보다 쉽겠는데.’


고블린이 쓰러진 몸을 일으키기 전에 다가가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발로 밟았다.

등을 밟힌 고블린은 일어나지 못하고 발악을 시작했다. 그래도 힘이 약한 고블린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양팔을 휘두를 뿐이다.

나는 고블린의 모습을 보고, 자유로운 다른 한쪽의 발을 들었다.


“괴롭히는 취미는 없으니까.”


- 콰직.


“고, 브···.”


머리를 향해 내리쳐진 발은 의외로 무른 두개골을 부쉈다.

고블린은 마지막까지 발악하다가, 이내 짧은 단말마와 함께 늘어졌다.


“세 마리는 처리했는데, 마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마지막 고블린을 쓰러뜨린 것으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확인했다.

다른 고블린이 나타날 기색도 없다. 안전을 확인한 나는 발아래에 있는 고블린으로 시선을 향했다.

추악한 몸에, 인간과는 다른 초록 피.


“···피가 나오는 건가.”


쓰러뜨린 몬스터에서 피가 나오는 모습은 아무리 현실을 모방한 것이라 해도 충격을 받았다.

게임을 주제로 만들었다고 하는 【World of Reflector】. 게임을 내세웠으면 이런 표현은 자제해주었으면 한다.

다행히 나는 이런 연출에 내성이 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게다가, 현실적이니까 더욱 역겹다.


“···뭐, 알아서들 하겠지.”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된다면 정부나 어딘가의 기관이 문제 삼겠지. 이 게임에 접속하기 직전까지는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현실의 문제를 내던진 나는 고블린의 마석을 확인하기 위해 단어를 중얼거렸다.


“『인벤토리』.”


현실을 추구한 주제에 이런 부분은 여전히 게임이다.

다른 게임에서는 흔한 기능이다. 무제한으로 수납할 수 있는 특수한 공간, 인벤토리. 이 공간은 플레이어만 사용할 수 있다. 중얼거리거나 생각하는 것으로 불러낼 수 있다.

불러내면 지금처럼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난다. 외형은 반투명한 창에 네모난 칸들로 채워져 있다. 이 칸 하나하나가 아이템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문제의 마석은.


“···없나.”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 【World of Reflector】를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점이 이 부분이다.

인벤토리라는 누가 보아도 게임적인 요소를 넣은 주제에 아이템 소재가 떨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생기지도 않는다.


즉, 조금 전 쓰러뜨린 몬스터의 시체에서 갈무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반쯤 체념한 마음으로 갈무리를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조금 날카로운 정도의 돌멩이라도 있으면 상당히 편리할지도 모른다.

쓰러뜨린 고블린의 시체는 멀지 않다. 눈앞에 있는 녀석으로 연습을 하면 나머지 두 마리는 훨씬 쉽게 갈무리할 수 있다.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돌멩이 찾기를 잠시.


“카 아아---!”


숲이 흔들린다고 착각할 정도의 고함에 내 머리가 뒤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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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isode 2. 첫 전투 (2) 21.05.13 704 11 11쪽
» Episode 2. 첫 전투 (1) 21.05.12 823 14 11쪽
5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4) +1 21.05.12 924 14 11쪽
4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3) 21.05.12 1,121 13 11쪽
3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2) 21.05.12 1,301 15 13쪽
2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1) 21.05.12 1,840 15 10쪽
1 Prologue. 어느 전투 중의 이야기. +1 21.05.12 2,250 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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