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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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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99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5.12 15:28
조회
2,243
추천
16
글자
4쪽

Prologue. 어느 전투 중의 이야기.

DUMMY

손이 떨린다.

분명, 긴장한 탓이다.

온몸에 바짝 들어간 힘과 달리, 양손은 조금 전부터 감각이 없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숲을 둘러보고, 문제를 찾고, 원인을 배제할 뿐인 일이다.

간단한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래서, 방심해버렸다.


세상일은 본래 마음대로 풀리는 게 하나 없다.

그 사실을 여기서도 체감할 줄은 몰랐다.


“하하.”


웃음이 나온다.

이 웃음은 허망함에서 비롯된 걸까. 나의 한심함을 스스로 비웃은 걸까.

제대로 생각하기도 전에 내 몸은 움직였다.


날아온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커다란 검은 내 피부를 긁으며 종이 하나 차이로 지나쳤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명백히 위험하다.

시야 한쪽이 점차 빨갛게 물드는 걸 보면 확실하다.


“읏···!”


피한 검은 다시 한번 내 목을 노리고서 날아든다.

내 신장 정도의 크기를 지닌 검은 보기보다 날쌔게 날아들었고, 조금 전과는 달리 확실히 나를 맞췄다.

한쪽 팔에서 흩날린 붉은 빛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는 눈앞의 적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쓸데없이 큰 덩치군.”


명백히 불리한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있는 힘껏 허세를 끌어모아 내뱉었다.

주변은 온통 나무다. 숲 한복판에서 녀석과 만난 건 운이 없다는 말로 해결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자초한 일이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만 입가가 올라갔다.


“그래도, 마지막인가.”


녀석과 만나고서 10분이 지났다.

서로가 지닌 무기에 살기를 담고 한참을 휘둘렀다. 그 사이 녀석의 체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비가 내린 덕분에 녀석의 검이 빗나가는 일이 많다. 그 덕분에 아직도 싸울 수 있다. 하늘이 돕는 상황에 입가에 걸린 웃음이 짙어졌다.

정해진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그 의미를 이번 싸움에서 알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싸움은 죽어도 이득이다.


“그렇다고 쉽게 죽어준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버티기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직후, 나는 녀석을 향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조금 전까지 방어만 하던 내가 달리기 시작한 모습에 녀석은 한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착각에 내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생각 이상으로 재밌는데···!’


녀석의 반응이 흥미롭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이 재미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재미를 찾았다.

나는 속으로 재미를 곱씹으면서 내디딘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 상태로 녀석과 맞닿을 거리까지 달린다.

벌써 녀석의 대검이 닿을 거리다. 가까이 다가온 탓에 녀석은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잡았다. 가능하면 멍하니 베였으면 좋았다.

그래도.


‘내가 더 빠르다.’


냉정히.

지극히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녀석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뎠다.


- 미끌.

“아.”


진흙에 발이 미끄러졌다. 내 발이 미끄러진 순간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어쩌면 다음 순간을 본능적으로 짐작한 탓일지도 모른다.

내가 내뱉은 탄식이 온전히 나오기도 전에 내 시야는 어둡게 물들었다. 마지막을 짐작하고 노려본 녀석의 얼굴은 유열에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달려든 녀석의 대검이 나의 의식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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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5.12 15:32
    No. 1

    녀석의 커다란 검 피할 수 있으려나? 잼나서 선작 추천하고 갑니다. 작가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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