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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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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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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95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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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1)

DUMMY

주변 대기를 잡아먹을 듯 울린 소리는 함대에 있는 모두가 들었다.

저 멀리서 바다 그 자체가 울리듯 울린 소리는 분명.


“움직이기 시작했나!!”


특수 몬스터의 소리.

작게나마 보이는 특수 몬스터의 모습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함장은 서둘러 함선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붉은 인어로 생긴 피해는 함대의 전력으로 볼 때 그리 크지 않다.

피해 대부분은 플레이어다. 그마저도 다른 함선에서 부활하기 시작했으니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

전력이 온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함장은 전선에서 움직이는 이들과 다른 함선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각 전함! 체인을 연결하라!”


해상 전투는 불리하다.

각 전함은 개개인을 위한 발판이 아니다. 넘실거리는 파도에 휩쓸려 계속해서 흔들리는 함선 위에서 전투는 평소보다 위험할 뿐이다.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이 바다를 개척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또한, 몬스터로 인한 위험이 크다.


“체인 연결 중입니다!”


함장의 명령으로 함선과 함선 사이를 잇는 금속 줄. 체인이 떠올랐다.

이미 여럿 연결해본 듯, 노련히 움직이는 선원들로 인해 모든 함선이 연결되기까지는 5분이 체 걸리지 않았다.

체인이 연결된 함선은 파도의 출렁임을 조금이나마 버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걸로는 부족하지.’


흔들리는 땅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는 바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계속 나아가는 붉은 인어는 어느새 플레이어가 세운 최전선을 넘어, 체인으로 연결된 함대까지 도달했다.

압도적인 수를 내세워 달려드는 붉은 인어는 제 동료가 죽어도 관심 하나 주지 않고 헤엄친다.

주민과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는 것만 생각하는 듯. 일심 분란하게 움직이는 붉은 인어의 바다를 앞으로, 함장은 다음 명령을 내렸다.


“마도함포를 준비! 마도함포가 준비되는 동안, 각 전함은 마도함을 보호하라!”


함장의 명령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함선은 두 부류다.

한 부류는 주변 함선의 움직임을 살피며 붉은 인어를 적극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한 함선들이다.

적극적인 전투를 벌이는 함선에는 플레이어의 수가 많고, 내장된 함포의 수가 얼핏 보기에도 많다.

반면, 되려 움직임이 둔해진 함선은 주변 함선에 비해 연결된 체인의 수가 많다.


‘단순한 연결 용도가 아니었나?’


연결된 체인은 처음 보였을 때와 달리 묘한 푸른 빛을 띠고 있다.

붉은 인어는 여전히 플레이어 마법 하나에 쉽게 무너진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공격과 쉴새 없이 불을 뿜어내는 함포의 수 덕분에 전선을 밀어낼 정도다.

다만, 지금 상황은 조금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모가 빨라진 만큼 이후의 일을 예상하기 쉽다.


“섀도우 공은 마도함포를 모르십니까?”


제 몸을 불태우듯 소모전을 계속하는 전선의 모습에 집중하기를 잠시, 어느새 다가온 슬리벤 왕자가 의아한 듯 나를 쳐다봤다.

슬리벤 왕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한 방향으로 손을 향했다.

슬리벤 왕자가 가리킨 방향은 함대의 각 지점에 자리한 배. 주변 함선과 달리 바다에 완전히 멈춘 듯 보이는 함선이다.


‘저건···. 마도구였나.’


체인에 흐르는 묘한 푸른 빛.

주변 함선의 행동과 슬리벤 왕자의 말. 마도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마도구가 아닐 수 없다.

주변 함선에 묶이듯 체인으로 연결된 함선을 마도함이라 부르고, 마도함포를 준비하라는 함장의 명령.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답은 하나다.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모양이군.”

“예. 마도함포는 마도학자 의회에서 만든 물건입니다. 몬스터를 상대로만 사용할 것을 맹약으로 약속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붉은 인어의 공격을 정면에서 마주하고도 이길 수 있는 무기.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 함장은 거침없이 마도함포의 사용을 명령했다.

주변 상황을 보면 근처 함선에서 마정석과 마력을 받아들여야만 사용할 수 있고, 준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듯한 무기.


“저것도 처리할 수 있나?”


슬리벤의 확신 어린 모습에 나는 바다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바다 한가운데 존재하는 건, 점차 크기가 커지기 시작한 새하얀 점. 어느새 커다란 유람선 정도의 크기로 늘어난 새하얀 점은 붉은 바다를 이끌며 오고 있다.

처음 움직일 때 주변 바다를 울린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 거대한 덩치가 조용히, 작은 소리 하나 없이 움직이는 모습의 압박감이 상당하다.


‘특수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는가.’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질문에 슬리벤 왕자는 전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나는 마도함포의 위력을 전혀 모른다.

내가 준비한 물건도 어쩌면 소용없을지 모른다. 마도함포의 위력이 더욱 뛰어나고, 준비한 물건은 의미 없는 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스는 보통 여러 페이즈로 나뉘지.’


슬리벤 왕자가 생각할 수 없는 내용에 얼굴을 찌푸렸다.

플레이어 무리는 이해하고 있다. 게임에서 보스라는 존재는 체력이 많다. 또한, 패턴도 여러 가지다.

그걸 모르는 것은 이곳(거울 세계)에 사는 주민들 뿐.


“···그저 그런 망상으로 넘어가면 좋겠군.”

“네?”


슬리벤 왕자의 시선을 적당히 넘기고 전선으로 시선을 향한다.

아직 특수 몬스터와의 거리는 한참 멀다. 플레이어 무리가 붉은 인어 무리로 향한 것과 붉은 인어의 속도가 예상 이상으로 빠른 탓에, 전선은 생각보다 넓다.

함선에서는 여전히 함포와 플레이어의 마법이 난무한다. 개중에는 화살이나 철 덩어리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철 덩어리는···. 설마, 총인가?’


이곳(거울 세계)은 마법이 발달한 탓에 총의 효율은 떨어진다.

그런 무기를 굳이 사용할 인물은 플레이어밖에 없다.


“특수 몬스터! 관측반의 레이더에 들어섰습니다!”

“정보는! 크기와 잠재 위력을 보고하라!!”


해상에 피어오른 불꽃축제를 보고 있으려니 선원과 함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특수 몬스터는 창밖. 인간을 벗어난 신체 능력을 지니고도 거대한 유람선 정도의 크기로 보인다.

문제는 주변의 붉은 인어가 각 개체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관측 거리가 상당한데.’


관측반의 거리와 특수 몬스터의 크기. 양쪽 다 상당하다.

함장의 명령에 바삐 움직이던 선원들은 긴박한 모습으로 보고를 올렸다.

선원의 보고는 둘.


“크기! 대형 몬스터의 기준을 벗어났습니다! 초대형 몬스터로 산정해야 합니다!”

“마도함포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관측반의 보고가 오른 동시에 마도함의 보고가 전해졌다.

두 개의 보고를 정리한 함장은 관측반의 보고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반면, 한걸음 떨어진 슬리벤 왕자는 보고를 듣고 곧바로 알아차렸다.


“잠재 위력은 어느 정도지?”

“자, 잠재 위력은 불명입니다!”


함장이 되묻는 것보다 먼저 슬리벤 왕자가 묻자, 선원은 당황하면서도 보고를 올렸다.

잠재 위력. 몬스터의 위력을 어느 정도 관측할 수 있는 관측실에서조차 아무런 힘을 알아내지 못했다.

작동 방식이 어떤 형태인지는 모른다.

다만.


‘주변 상황을 보아선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닌가.’


선원의 보고에 동시에 얼굴을 찌푸린 슬리벤 왕자와 함장은 얼굴을 가다듬었다.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아직 특수 몬스터의 위력은 전혀 모르지만, 보스 몬스터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플레이어 무리가 활약할 차례다.

그게 부족하다면 내가 준비한 물건도 있다.


“작전은 유지한다! 특수 개체가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 마도함포를 사용한다!”

“예!”

“네!”


특수 몬스터가 얼마나 강하더라도 쓰러뜨려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마음을 다잡은 함장은 상황 유지라는 수를 선택했다.


‘실제로, 플레이어 쪽은 선전하고 있네.’


죽어도 되살아나는 존재인 플레이어는 무식하다고 할 정도로 돌격만 반복하고 있다.

붉은 인어를 밟으며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나 바다에 빠져가면서도 전기 스킬을 사용하는 플레이어 등.

제각각 목숨을 내던지는 방법으로 붉은 인어의 공격을 막고 있다. 그 덕에 함선이 담당하는 붉은 인어의 수는 극적으로 줄었다.

다만, 줄었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13번 함선 반파!”

“42번 함선에서 구조 요청!”

“76번 함선 완파되었습니다!”


체인이 연결된 탓에 제대로 된 기동이 불가능해진 함선은 붉은 인어를 피할 수 없다.

플레이어 무리의 공격. 또는, 주민들이 움직여 사용하는 함포의 공격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붉은 인어의 공격에 노출된다.

이미 수십 척이나 반파되고 부서진 상황에 함대 전체의 피해도 적지 않다.


“특수 개체의 위치는!”

“목표 위치까지 앞으로 3분입니다!”


특수 몬스터의 움직임에 맞춰 계획을 변경한 함장은 불탈듯한 시선으로 전선을 내려다보았다.

슬리벤 왕자 또한 함장과 비슷할 정도의 기세로 전선을 둘러보는 등.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나라의 대표인 슬리벤 왕자와 함대의 대표인 함장.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같은 심정을 공유하고 있다.


‘그에 비해···.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무거운 압력이 내려앉는다.

지난번, 고블린 왕 때 외에 무력함을 이토록 실감한 적은 없다.

해양이라는 환경이 되었을 뿐인데.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상당히 제한되었다.

지닌 스킬은 별로 없다. 레벨도 플레이어에 비하면 높지 않다. 준비한 물건은 최적의 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미 반파된 함선에 같이 수장된 물건도 존재한다.


‘차라리.’


이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최후의 발악이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지금 지닌 스킬 중에서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라 하면 하나. 스킬을 외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해당 개체가 목표 지점에 돌입했습니다!”

“전 함선에 전하라! 마도함포 발사!”


관측반과 연락을 나누던 선원이 흥분한 기세로 보고를 올렸다. 그와 비슷하게 함장 또한, 냉정한 감정 아래 숨겨진 흥분으로 명령을 내렸다.

선원을 통해 명령은 순식간에 각 함선으로 전달됐다.


“···저게.”

“마도함포입니다.”


함대의 내부.

주변 함선에 지켜지듯 모셔진 마도함이 세찬 푸른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하늘보다 푸르고, 바다보다 깊은 빛의 격류에 시야가 흐릿해질 때쯤.


- “구우우우웅우웅.”


마도함포의 위력을 눈치챈 것인지 특수 몬스터가 울었다.

다만, 마도함포는 이미 발사 과정이다.

특수 몬스터가 운 것과는 상관없이.


“이거나 먹어라. 몬스터.”


함장의 한마디와 함께.

세상은 한 차례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새하얀, 푸른, 샛노란. 다양한 빛이 형형색색 나아간 끝에 거대한 폭발로 바뀐 충격은 함대 전원을 흔들정도로 컸다.

함선과 함선 사이를 이은 체인 덕분에 함선은 제자리에서 조금 밀려났을 뿐. 마도함포로 인한 충격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붉은 인어는 전멸인가.’


개체로서 달려들던 붉은 인어는 충격만으로 몸 전신이 분해되어 죽었다.

겨우 회복된 시야로 주변을 둘러보고, 뒤늦게 가장 중요한 특수 몬스터의 위치로 시선을 향했다.

마도함포는 빛의 덩어리를 부딪치는 무기다. 다른 폭발과 달리 연기가 없다.

그 탓에.


“무, 무슨···.”

“창조주 오버로드시여···.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생채기 하나 없는 특수 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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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pisode 42. 문라이트의 수장 (1) 21.11.17 92 1 12쪽
152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4) 21.11.16 94 1 12쪽
151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3) 21.11.15 93 1 12쪽
150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2) 21.11.14 90 1 13쪽
»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1) 21.11.13 10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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