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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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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93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0.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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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34. 작업 시작 (1)

DUMMY

“네 녀석! 허튼소리를!”


마차를 둘러싼 주변 기사들에게서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대로는 왕성으로 향하는 길목. 그 덕에 주변 시선이 적다. 다만, 어디까지나 적을 뿐이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 드라운트 왕국에서 플레이어의 이야기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니, 기사들 처지에 곤란하겠지.’


단순히 곤란하기만 한 게 아니다.

자칫, 지금 모습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전해진다면 남은 플레이어마저 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를 내치는 것도 곤란하다. 이곳으로 향한 시선이 너무 많다.


‘그리고, 시선 대부분이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이지.’


그 누구보다 플레이어의 영향을 받고, 해결을 바라는 이들이다.

그런 시선 속에서 나를 무자비하게 내치게 되면 오히려 왕성을 향한 불신감을 안기게 된다.

제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더라도, 조그마한 희망이라면 붙잡으려 하니까.

그러니 기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


“저자를 잡아라!”


나를 붙잡는 것뿐이다.

주변 기사들이 당황하며 조심스레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를 묶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기사의 안내를 따라 걷는다.

팔이 묶였을 뿐이지 대우 자체는 손님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그럴 수밖에.


‘플레이어와 주민. 양쪽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니까.’


플레이어가 보기에 나는 기사에게 붙잡힌 상황. 그러나 주민이 보기에는 플레이어의 눈을 속여, 왕성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실제로도.


“이곳에서 기다리길.”


내가 안내된 곳은 차가운 돌바닥의 감옥 대신, 고급스러운 가구가 가득한 응접실이다.

이곳을 감시하는 인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딘가에 있겠지.

그럼.


- 툭.


골렘 핵이 나설 차례다.

〈지배〉를 이용한 골렘은 일반 마도구와 다르다. 굳이 분류하자면 신기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게다가 [칭호 : 공작사]의 효과로 내가 만든 물건은 은신 효과가 상당하다.

즉.


“〈지배 – 골렘 핵〉”


왕성을 자유로이 돌아다녀도, 쉽게 들키지 않는다.

다만, 제한은 있다.


“찌익.”


우선 눈으로 들키면 문제가 된다.

얼핏 보기에는 쥐로 보이는 골렘이지만, 재질까지 속일 수는 없다.

준비한 재질은 부드러운 솜과 천. 인형의 모양을 그대로 골렘으로 변환 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눈으로 보면 골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라.”

“찍.”


두 번째 문제는 〈지배〉의 제한이다.

〈지배〉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전체 스테미나가 계속해서 줄어든 상태다.

전체 체력이 줄어든 지금, 내 전력이 평소 이상으로 부족해진 상황이라는 의미다.

〔천칭 거리〕에 사용 중인 〈지배〉와 이곳의 〈지배〉. 벌써 두 번째다.

줄어든 스테미나는 체감상 총 2할.


“후우.”


지친다.

그러나 왕성의 구조를 알기 위해서는 필요한 작업이다.

쥐 인형의 골렘은 응접실의 창으로 나가더니,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렘은 주로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를 다닐 예정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닌 길은 전부 내 시야로 흘러들어오는 중이다.


- 덜컥.


갑작스레 열린 문으로 시선을 향한다.

응접실은 나 하나. 강압적으로 열린 문 너머로 나타난 것은 기사.

어딘가 불만이 가득해 보이나, 불만을 억누른 기사는 나를 불렀다.


“너, 이름은?”

“···.”


이름, 인가.

가면으로 정체를 숨긴 사람에게 건넬 질문은 아니다.

그래도 친절히 말해주자면.


“섀도우, 라고 해두지.”


문라이트의 수장으로서 방문한 지금, 내 이름은 문라이트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어야 한다.

달빛을 의미하는 문라이트의 대표라면 하나.

그림자밖에 없지.


“쯧. 와라.”


상당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기사의 뒤로 걷기를 잠시. 어느새 늘어난 기사의 경계와 호위를 동시에 받으며 안내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안내. 다만, 이쪽이 허튼짓하면 곧장 검을 뽑아 들겠지.


‘흉흉해라.’


원인을 만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무섭네.


- 쿵.


커다란 문을 앞두고 기사들이 멈췄다.

그 중앙에 선 나도 기사가 가로막은 탓에 멈췄다.

커다란 문은 황금과 은이 다양하게 사용된 걸 봐선, 아무래도 이 앞이 왕이 있는 방인 모양이다.


“···예의 인물을 대령하겠습니다!”


기사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 쿠구구궁.


커다란 문이 천천히, 그 무게감을 알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넓은 공간.


“이리 오도록.”


낮으면서도 울리는 목소리. 연륜을 가득 얹은 목소리가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목소리의 주인은 이 공간의 가장 높은 곳. 왕좌에 앉아 있다.

그러니, 저 남자는 왕.


‘아니, 대역인가.’


얼핏 보기에는 왕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변 인물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건 나다.

경계하고 있는 것도 나.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어야 하는 왕을 신경 쓰는 인물은 적다.


‘확실히, 정체도 모르는 인물을 앞두고 왕을 만나게 하지는 않겠지.’


지금은 그저 서로가 견제하는 시간이다.

나는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왕좌의 방. 그 한가운데로 향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저기까---”


---세 걸음.


왕을 만나기에 앞서 최적인 위치.

나의 모습을 살필 수 있으면서, 왕에게 닿지 않는 위치.

무언가 입을 열려던 대신은 돌연 입을 다물어버렸다. 대신, 나를 향한 시선에 의문이 늘어났다.

정체를 더욱 짐작하기 어려워진 탓이겠지.


“그래. 섀도우라고 했던가.”


침묵이 자리를 잡기 직전. 적절한 순간에 왕의 대역이 입을 열었다.

여전히 그 목소리는 중후하면서도 무게감이 넘친다. 지배자의 품격이 엿보일 정도다.

저러고도 대역에 불과하다니.


‘조금 충격인데.’


머릿속 생각과 달리, 왕의 대역이 내뱉은 목소리에 시선만 향한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태연히 쳐든 고개와 내뻗은 시선에 주변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정숙.”


왕의 대역이 능숙하게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왕을 직접 마주하는 건 이곳(거울 세계)에서도 상당한 문제다. 신분이 확시한 만큼 더 그렇겠지.

그래도, 나는 한 조직의 대표로 온 상황이다.


‘그것도 문라이트. 비밀 단체의 조직이니까.’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연, 플레이어다.

다만, 문제가 하나라는 의미는 아니다.

주로 플레이어를 담당할 예정이지만, 이외의 문제도 바로잡을 생각이다.


‘협력이 안 되는 국가, 라던가.’


앞으로 닥쳐올 대재앙은 하나의 국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곳(거울 세계)의 모든 생명이 힘을 합쳐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끼리 문제가 생기면 곤란할 뿐이다.


“이름을 묻도록 하지.”

“섀도우. 지금은 그리 칭하고 있다.”

“···흐음. 섀도우라 하는가.”


대역이라고는 하나, 지금은 국가의 수장이다.

한 국가의 수장에게 평대를 한 것에 주변이 다시 한번 소란. 그 소란을 시선만으로 잠재운 왕의 대역은 무언가 생각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찾았다.’


이미 왕성을 돌아다니는 골렘 핵은 하나의 모습을 찾았다.

왕좌가 있는 방과 그리 멀지 않은 장소. 왕좌가 있는 방보다 보안이 뛰어난 방. 그곳에 있는 노년의 남성.

그가 입을 열자.


“무슨 연유에서 이곳에 왔지?”


골렘으로 전해지는 시야와 같은 입 모양으로, 눈앞의 왕 대역이 입을 열었다.

골렘 핵이 찾은 위치. 그곳에 있는 인물이 왕이다.


‘일이 쉽게 풀리는데.’


쉽게 흘러가는 상황에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섀도우.”


골렘으로 옮겼던 의식을 되돌리고, 눈앞에 집중한다.

주변에 늘어선 기사와 병사. 왕좌에 앉은 왕의 대역. 그리고 그 아래 늘어선 대신들까지.

압박감이 상당하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할까.’


우선, 왕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말하지 않았던가.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를 처리하기 위해 왔다. 그쪽도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골칫덩이일 텐데?”

“어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대신,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정숙.”


방황하려던 대신을 바로잡은 것도 잠시.

골렘 너머의 시야의 왕이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왕의 대역도 같은 말을 내뱉는다.


“자네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냉정하다고 할까.

지극히 효율적인 발상이다.

왕의 대역을 통해 들은 왕의 질문. 이 질문은 내가 얼마나 유용한지 묻는 말이다.

나를 경계하기 이전에, 유용하다면 수상쩍은 존재마저 사용하겠다는 의지.


‘지도자네.’


한 나라의 왕이 될만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당연하게도.


“가능하다.”


가능하지.

충분히.


“···자네가 누구인지 묻지 않겠다. 그러니, 두 가지를 묻지.”


왕으로서는 파격적인 반응이다.

위험을 견주지 않고, 오롯이 이득만 바라보는 시선.

단순한 조직의 리더 정도가 아니다. 한 국가의 왕이 위험을 무시할 정도라면, 무시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내몰린 상황이라는 건가.


“우선, 베르덴. 그 도시의 탈환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도시의 탈환은 간단하다.

도시를 지키는 플레이어. 그들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손쉽게 탈환된다.

죽지 않는 플레이어는 단순 전력으로 환산해도 일반 병사의 수 배. 그런 플레이어가 지키는 도시는 요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를 처리하면 간단한 일이지.”


다르게 말하자면, 플레이어만 처리하면 문제없다.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 중에서 왕성을 거부할 인물은 드물다. 뒷세계 상인은 양지로 나올 수 없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대원인 플레이어만 처리하면 된다.

처리하는 방법은 하나.


‘폭탄은 이미 설치가 끝났지.’


왕도로 오기 전. 베르덴에서 중요 거점에는 폭탄을 설치해뒀다.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뒷세계 주민. 그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상인 길드, 영주 저택, 시작 분수와 같은 공간이다.

일시에 폭탄을 터뜨리면 그것만으로 플레이어는 구심력을 잃겠지.


“그런가. ···그래,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다.”


왕의 대역은 자세히 묻지 않고 다음 질문을 내뱉었다.


“베르덴. 그 어둠을 지울 수 있겠나?”


어둠, 이라.

왕의 대역을 통해 전한 내용은 뒷세계의 이야기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그 질문이겠지.

다만.


“지우지 않는다.”

“···그렇군.”


나는 어둠을 지우지 않는다.

뒷세계의 세력은 커다랗고, 넓게 퍼져있으니까.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야.”


그러니.


“착각마라.”

“음···?”


어둠을 잡아먹을 생각이다.


“어둠은 더욱 깊은 어둠에 가려진다.”

“뭐, 그게 무슨···.”


그러고 보니.

여태껏 문라이트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그럼 지금 말해둘까.


“나는 섀도우. 문라이트의 수장이다.”

“···문라이트.”


아직 이름뿐인 조직이지만, 차츰 인원을 채워 넣을 예정이다.

이번 사건이 정리되면 확실한 조직이 되어 있을 테고.


‘며칠 정도 먼저 말하더라도 문제는 없겠지.’


늦든 빠르든, 문라이트가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문라이트는 세계 공략 최전선에 나설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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