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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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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92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0.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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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추천
2
글자
12쪽

Episode 33.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레 (2)

DUMMY

플레이어는 이곳(거울 세계)에서 상당한 힘을 지닌 존재다.

오버로드의 힘인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급속도로 강해지는 존재. 그게 플레이어다.

다만, 그들은 이곳(거울 세계)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탓에, 그들의 행동은 가볍다.


‘단순한 재미. 흥미. 자극. 그런 요소에 반응하기 마련이지.’


뒷세계의 상인들은 언제나 음지에서 움직인다. 햇빛 하나 받을 수 없는 이들.

평범한 사람이라면 뒷세계 주민과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들은 좋게도 나쁘게도, 이곳의 선입관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뒷세계의 주민이라도 받아들이는 거지요.”

“그렇군요.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뒷세계에 가담한 이유는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로우 씨. 당신이 경계하는 건.”


일리아스는 간드러진 웃음을 유지한 채,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여유의 표시. 그와 동시에 의문과 경계.

심중을 캐물으려는 모습이다.


“그들이 전쟁을 일으킨다. 그렇게 생각한 탓인가요?”


전쟁.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길드마저 세운 플레이어다. 그 이상을 바라더라도, 결국 게임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니 곤란하단 거지.’


뒷세계의 이들이 물자를 지원하기 시작하면, 전쟁이라는 단어는 절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죽지 않는 플레이어가 일으키는 전쟁. 피해는 심각해진다.


“예.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의 욕심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만, 지금은 그 선마저 무너진 상황입니다. 언제 돌변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둠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태양 빛 아래로 나오기 위한 전쟁. 그 싸움에서 플레이어는 그저, 하나의 말로써 이용될 뿐이다.

이번 일은 타국의 어둠을 주의하지 않았던 실책이다.


“···로우 씨는 대가로 도시 하나를 내놓는다?”

“〔은빛 날개〕의 지부장. 그 이름으로 가질 수 있는 도시입니다. 상인 하나를 돕는 것 치고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사람 하나를 돕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저.”


일리아스의 미소가 짙어지며, 시선의 온기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은 관찰과 의심. 나 하나의 능력으로 그게 가능한지 알아보는 중이겠지.


“로우 씨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요?”


일개 상인이 뒷세계와 플레이어를 감당할 수 있는가.

확실히,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긴 하다. 지금 지부장과 대화할 수 있는 것도 나름 쌓아 올린 실적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쌓아 올린 실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사안이 지나치게 커져 버렸다. 일개 도시의 지부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래서 지부장은 물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답은 간단.


“충분합니다.”


플레이어가 뭉치더라도, 뒷세계의 상인이 날뛰더라도 충분하다.

이미 이를 위한 함정은 전부 던져두었다. 나머지는 천천히 확인할 뿐.

일리아스의 시선을 마주하며 단언하자, 일리아스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가만히 나를 살폈다.

광인의 헛소리인지. 가능한 확신의 발로인지. 확신이 서질 않겠지.

그러니.


- 툭.


근거 중 하나.


“이건···?”

“제 무기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서야 만들어낸 폭탄이다.

내가 원하는 시점에 폭발하고, [칭호 : 공작사] 덕분에 쉽게 들키지 않는다.

일리아스는 상에 오른 물건을 보고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로우 씨가 확신을 하시니, 무언가 방법이 있겠네요?”

“예,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도시를 점거한 플레이어.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과 더불어 뒷세계의 이들을 견제할 방법까지.

충분하다.


“그렇다면, 저는 로우 씨를 도울게요. 제가 할 일은 간단한 일인 듯하니까?”


이미 내가 부탁할 내용을 확신한 일리아스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숨기지도 않은 것은 하나.

기대감.


“제가 부탁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이번 사건은 커다란 사건이다.

그러나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모든 일이 단번에 끝난다.

플레이어의 유도, 뒷세계의 진입과 견제, 새로이 설립할 길드. 문라이트의 단원까지.

나는 눈앞의 일리아스에게 천천히. 필요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덜컹.


일리아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한 뒤.

지금 나는 드라운트 왕국으로 향하는 길목에 올라섰다.


“로우 씨, 다음 언덕에서 휴식을 취하고 갑니다.”

“예, 알겠습니다.”


행색은 완전히 상인의 모습 그 자체.

마차는 하나가 아닌, 여럿. 대략 수십에 달하는 마차는 개개인의 것이다.

어딘가 상단에 속하지 않은 상인이 국가를 이동할 때는 상인 무리를 이룬다는 듯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호위도 나름 있다.


“하암.”


갑작스러운 하품을 억누르고, 주변을 둘러보기를 잠시.

늘어선 마차에 비해 호위의 수가 적다. 게다가, 호위 대부분이 플레이어다.

호위를 구하지 않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습격당하기 좋은 상인 무리다.


“누가 플레이어를 노리겠냐마는.”


플레이어를 노릴 수 있는 건 같은 플레이어뿐이다.

일리아스가 알파 도시의 사건을 키운 것도 그 과정의 일부로, 플레이어의 시선을 적대 플레이어에게 넘기기 위해서다.

죽지 않는 복수귀를 만드는 건 상당히 무서운 일이니까.


‘드라운트 왕국인가.’


드라운트 왕국으로 들어서면 우선, 왕족과 만날 예정이다.

최소한 영지에 권한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플레이어가 점거 중인 도시의 영주가 최적이다.

다만, 국토를 넘기는 이야기 정도 되면 왕족이 최적이겠지.


- 덜컹.


마차가 한 번. 흔들린다.

드라운트 왕국은 험난한 산맥을 안은 왕국이다. 그런 탓인지, 왕국으로 향하는 길조차 험난하다.

산이 험난하고, 숲이 우거지니 상인들이 향할 수 있는 길목은 몇 없다.

하물며 상인 무리가 지나갈 수 있는 길목이라면 더더욱.


- 바스락.


그러니, 이처럼.


‘온 건가.’


노리는 바를 이루기 쉽다.

그게 누가 되었던.


- 푹.


갑작스레 날아든 화살 하나.

화살은 재빠르게 날아들더니, 마치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 말의 목에 박혔다.

주변이 이상을 알아차리는 것과 수풀이 움직이는 건 동시.


“말과 호위만 노려라!”

“반항하는 것도 죽여!”


수풀에서 나온 건 흔하디흔한.


“사, 산적이다!!”


산적이다.

산적의 모습을 확인한 호위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며 마차를 지키기 시작했다.

다만, 산적의 모습은 보이는 것만 해도 호위의 두 배. 보이지 않은 수풀 너머의 산적까지 하면 분명 세 배가 넘는다.


- 촤악.


분명, 산적들의 레벨은 높지 않다.

한 사람 정도는 나 정도로도 쓰러뜨릴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호위는 마차를 지키고 있다. 지키는 이가 있는 호위는 제힘을 내지 못한다. 게다가 세 배의 전력 차.


“이번 퀘는 쉬운 줄 알았더니···!!”


플레이어 중 하나가 분에 찬 목소리와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플레이어의 사망 판정 중 하나다.


“크하하!”

“빨리, 빨리 움직여!”

“얼마 안 남았다!!”

“지켜라!”

“쏴라!”


호위와 산적의 목소리가 뒤엉키기를 한참.


- 툭.


마지막 호위가 죽었다.


“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선두의 마차 바퀴가 부서진 탓에 중간에 끼인 마차는 도망도 치지 못하고 산적에게 붙잡혔다.

한창 전투 중에 도망가려던 상인들은 산적의 화살과 검에 죽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산적 모두를 상대하기에는 전력이 부족하다.


“이봐, 넌 뭐 할 말이 없냐?”


산적 중 하나가 내가 있는 마차를 둘러보며 묻는다.

내가 어째서 이곳에 왔는가.

드라운트 왕국은 분명 들려야 할 곳이긴 하다. 그러나 나는 드라운트 왕국의 입구에서 다시 호네스티 왕국으로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물건을 상납하러 왔다.”


눈앞의 이들.

산적을 만나기 위해서다.

물론, 이들은 단순한 산적이 아니다.


“뭐? 하하하하! 거짓말을 하는구나! 우리가 공격하는 걸 기다리는 상인이 있다고? 하하하하!!”

“베르덴.”


베르덴.

이번 사건의 중심인 도시의 이름이다.

플레이어가 점령한 도시이자, 뒷세계의 인물이 모이는 곳. 내가 향할 예정인 곳이기도 하다.

베르덴이라는 이름에 산적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보아하니, 눈앞의 남자는 자신인 속한 조직과 베르덴의 관계를 아는 모양이다.


“···너, 뭔데?”


도시 베르덴.

그 크기는 상당히 넓고, 광활하다. 전쟁터가 된 베르덴은 그 즉시 드라운트 왕국 내부에서 고립되었다.

왕족과 주변 영주가 반란의 불씨를 억누르고자 갖은 길을 차단한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베르덴은 어떻게 도시의 행색을 유지하고 있는가.


“베르덴의 상인이 되고자 왔다.”


뒷세계의 상인. 부정한 길.

지금처럼 산적이 습격한 상인의 물자를 이용하는 등.

상당히 어두운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봐. 그쪽에 무슨 일 있나?”


눈앞의 산적이 당황한 사이, 멀리서 나와 산적의 상황을 지켜보던 남자가 다가왔다.

산적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남자. 그는 마차로 다가오며 나와 산적을 번갈아 살폈다.

그것도 잠시. 눈앞의 산적이 입을 열었다.


“대장. ‘손님’이야.”

“뭐? ···미친. 진짜 ‘손님’이 온다고?”


산적의 이야기에 대장은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그래, 그래. 그럼 그 자식 좀 데리고 가자.”

“옛설.”


적당히 장난스러운 반응의 산적과 달리 대장은 천연덕스러움. 아래에 진지함을 숨긴 상태다.

내가 이곳을 여러 번 방문한 것은 하나. 베르덴과 이어진 길목을 찾기 위해서다.

베르덴은 지금 플레이어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다. 그 탓에 드라운트 왕국 쪽에서나, 플레이어 쪽에서나 베르덴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없다.

다만.


“이쪽으로 와라.”


눈앞의 산적들은 다르다.


‘대장은 드라운트 왕국에서 움직이는 상인과도 이어진 모양이고.’


손님이라는 반응에 천연덕스러움을 연기하며 나를 경계하기 시작한 모습을 보면, 확실하다.

예정에 없던 일이나, 어디선가 들었던 일이었기에 나를 내치지는 못하고 들이는 동시에 경계. 그런 판단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할 일은 하나.


‘지금부터 나는 뒷세계의 상인이다.’


눈앞의 산적을 완벽히 속여서, 베르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얻는 것이다.

산적과 대장을 따라 걷기를 잠시. 멀리서 빈털터리가 된 상인들이 산을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혼자서 오길 잘한 듯하다.


‘소니아에겐 위험한 곳이니까.’


혹여나 연기에 실수하더라도,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런 점 하나는 좋다.


‘리스크가 없으니.’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

그리고, 실수한다는 건 동시에 시간이 더욱 촉박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봉인이 완전히 풀리기 전에, 정보는 물론. 해결할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치밀어 오르는 한숨을 삼키고.


“앉아라.”


어느새 두 사람을 따라오느라 도착한 산적 기지의 의자. 그 의자를 가리키는 대장의 권유대로,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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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4) 21.11.16 94 1 12쪽
151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3) 21.11.15 93 1 12쪽
150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2) 21.11.14 90 1 13쪽
149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1) 21.11.13 10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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