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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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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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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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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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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3)

DUMMY

전장은 지금 전투 음 하나 없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붉은 인어는 마도함포의 충격으로 전부 쓰러졌고, 특수 몬스터는 그 후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장을 가득 들어차던 붉은 인어가 사라진 상황에 전장은 두 축으로 나뉘었다.

플레이어 측은 특수 몬스터를 직접 마주하기 위해 움직이고, 주민들은 플레이어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플레이어는 죽지 않는다.

또한, 이곳(거울 세계)을 단순한 게임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전장은 즐기기 위한 장소에 불과하며, 목숨은 기회에 불과하다.


“가자!”

“매핑 잘해놔라!”

“표식 확인!”


특수 몬스터의 몸으로 들어선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흥분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움직였다.

머리 부근에 난 구멍. 그 구멍으로 특수 몬스터의 내부로 들어선 플레이어들은 이미 내부를 하나의 던전으로 판단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NPC에 불과한 주민들이 한 차례 활약을 보였다. 그 후로 나오는 상황은 자신들의 무대라는 판단이 플레이어 대부분의 생각이다.


“또 갈림길이 나왔어!”

“팀을 나눈다. 아까 말했던 대로 움직여!”


길드 단위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역할을 부여받고 움직였다.

구멍으로 들어선 특수 몬스터의 내부는 일반적인 생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마치 동굴을 연상시키듯 여러 갈래로 나뉜 길과 석재와 닮은 발판과 벽.

그 모든 구성이 플레이어에게 던전 공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이번 보스는 패턴이 까다로운데.”


약 삼백여 명가량이 특수 몬스터의 등을 올랐다. 그중에서 내부로 들어선 인원은 절반가량.

백여 명이 특수 몬스터의 내부로 들어선 가운데. 그들 대부분은 상황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무작정 길을 나아갔다.

반복되는 갈림길에 팀을 나누고, 어두운 길을 스킬과 마도구로 비추는 한편. 걸어간 길을 간략히 표시하는 작업까지 이어서 움직이기를 한참.

플레이어가 처음 몬스터의 내부로 들어서고서 대략 1시간. 함대와 연락할 방법이 없는 플레이어 측은 특수 몬스터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부를 돌아다녔다.


“···몬스터 하나 없는 건가?”


플레이어 중에서도 길드로 나뉘고, 다시 한번 각자의 팀으로 나뉜 상황에서 한 플레이어가 의문을 보였다.

몬스터의 내부로 들어온 이후로 플레이어 측은 전투 한 번 치르지 않았다. 단순히 미로 찾기, 길 찾기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의문을 보인 플레이어는 묘한 분위기를 뒤늦게 깨달았다. 보스의 전투라고 해도 전투가 없는 상황은 이상하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포함한 모든 순간이 전투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


“야.”

“왜. 길이나 찾어.”

“아니, 잠깐 기다려 봐. 이상하지 않냐?”

“···뭐가?”

“무슨 이야기 해?”


의문을 떠올린 플레이어는 곧바로 자기 팀에게 이상한 점을 알리기 위해 불렀다.

다만, 의문과 이상은 전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라면 지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몬스터 토벌 자격증. 플레이어를 증명하는 수단이자, 시스템의 효과를 여럿 담은 물건이다.

마침 플레이어 팀 전원이 모인 순간. 그 자격증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라?”

“정시 연락은 아닌데.”

“일단 받아, 멍청이들아.”


등록증의 기능 중 하나는 마주한 등록증은 거리를 무시하고서 연락할 수 있다.

갑작스레 울린 소리에 지구의 벨 소리를 떠올린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등록증을 꺼내, 연락받았다.

전달받는 내용은 해당 플레이어만 들린다. 연락받은 플레이어는 한 사람. 다른 두 사람은 주변 경계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연락으로 몇 마디만 나눈 플레이어는 금방 등록증을 인벤토리에 수납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왜, 뭔데?”

“무슨 일 터진 건가?”


한숨을 내쉰 플레이어는 두 사람의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긴박함이 없는 모습에 다른 두 사람도 잠시 안도하며, 연락 내용을 기다렸다.


“나뉜 팀에서 한 사람이 사라졌다는데.”

“뭐?”

“사라졌다고?”

“어. 돌아갔다고 생각해서 밖에 있는 애들이랑 연락했는데. 그쪽에도 없다네.”

“···그럼 그냥 로그아웃 한 거 아니야?”

“설마.”


몬스터 내부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길드 단위로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나뉜 팀 또한, 사전에 준비한 조합이기 때문에 연락 담당도 정해져 있다. 다소 철저하게 인수를 관리하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지나치게 뜬금없는 이야기에 연락받은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플레이어가 지구로 돌아갔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반면, 조금 전까지 위화감을 떠올리던 플레이어는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


“···죽은 거 아니야?”

“야. 여기 몬스터 없는데?”

“근데 그러면 갑자기 사라진 게 설명이 안 되잖아.”


플레이어가 사라지는 방식은 둘.

죽었을 때와 로그아웃하여 육체가 사라졌을 때다.

의심이 반쯤 확신으로 기울던 플레이어는 어느새 꺼낸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원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몬스터가 나왔으면 연락이 그걸로 끝났겠냐?”

“그건···. 그렇, 네.”


몬스터는 흔적이 사라지지 않는다.

설령, 플레이어가 이길 수 없는 몬스터가 나오더라도 반격은 한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조금의 상처라도 만든다면, 그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상황 또한 무언가 흔적을 남길 방법은 많다.

플레이어가 사라진 팀에서 연락하기 전까지 외부에 묻는 등. 나름 조사를 한 모습을 생각하면,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쓰러졌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논리적인 설명에 수긍한 이들은 잠시 겸연쩍은 듯 주변을 둘러보고, 어깨를 으쓱이며 나아가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냥 로그아웃 한 거겠지.”


단순한 기분 탓.

그런 감상으로 넘기려는 플레이어들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 “구우우웅.”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몬스터의 내부.

어지간한 섬보다 큰 특수 몬스터의 내부로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몬스터의 뱃속에서 활보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플레이어들은 아무런 이상을 눈치채지 못하고 길을 나아갔다.


- “구우우우.”


그들의 뒤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너지는 길을 보지 못한 채.


-+-


“지금은 이게 최선인가.”


스킬은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쌓인다.

그 사실을 안 이후로, 나는 가능한 스킬을 많이 사용했다.

정말 사소한 일에도 스킬을 사용하거나 평소에도 눈에 띄지 않도록 스킬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을 거듭했다.


‘그 덕분에 이 정도로 움직일 수 있지.’


스킬 중 가장 유용한 스킬은 당연하게도 〈지배〉.

물건을 말 그대로 지배하는 스킬은 크게 눈에 띄지도 않고, 평상시에도 지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숙련도가 쌓인다.

〈천칭 거리〉에도 계속 유지 중인 골렘이 하나 있다.


“저쪽은 충분하니, 이번 일이 끝나면 확실하게 틀을 만들어 둬야겠어.”


플레이어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 사이의 틈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

단순히 정신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이번 전투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이 없다는 점이 그 증거다.


“정말 바쁘네.”


마도 보트와 주변 바다로 향하던 시선을 돌려서, 거대한 특수 몬스터를 바라봤다.

함선의 잔해를 찾는 작업을 하는 동안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흘렀다. 그사이에 생긴 큰 변화는 없다.

바뀐 것은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변화. 눈에 띌 정도의 변화가 없다.


‘그게 오히려 무서운 점인데.’


자칫 폭발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특수 몬스터를 바라봤다.

그저, 바라만 봤다.


“···어라.”


그래서 알아차렸다.

내가 선 장소는 함대와 특수 몬스터. 양쪽에서도 떨어진 장소다.

굳이 따지자면 특수 몬스터의 뒷부분이 보이는 장소.

고래로 예를 든다면 꼬리가 보이는 위치다.


“꼬리가, 갈라지고 있나···?”


거대한 섬을 떠올릴 정도로 거대한 특수 몬스터.

그 몬스터의 꼬리 정도라도 상당한 크기일 게 틀림없다.

그런 꼬리가, 지금은 계속해서 갈라지고 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무너지고 있네.”


위험하다.

저 행동이 명확히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모른다.

그래도 저 거대한 질량이 움직이면 작은 마도 보트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해하고 있다.


“당장 돌아가야겠는데.”


곧바로 마도 보트의 전원을 올리고, 보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찾은 잔해는 바다 아래에 있다. 이걸 움직일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은 한 차례 물러나서 상황을 보는 게 정답이다.


‘함장 쪽이 더욱 자세히 알고 있겠지.’


내가 파악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눈으로 본 부분이다.

반면, 함대는 직접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마도구를 통한 관측도 가능하다.

이미 변화를 알아차리고 대안을 마련했을지도 모른다.

마도 보트의 속력을 최대로 올리고 함대로 돌아가는 길, 나는 시선을 돌려 특수 몬스터와 그 위에 선 플레이어를 바라봤다.

눈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다. 플레이어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는 없다.


“···아니, 이미 전투 중인가!?”


멀리 보이는 특수 몬스터의 등.

섬의 지각으로 보이는 그 위치에 선 플레이어들은 무언가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간간히 마법의 빛도 보이는 모습을 보면 착각은 아니다.


‘이미 한참 늦었다.’


전황의 변화를 놓쳤다.

이건 실책이다.


“쯧.”


혀를 차면서도 도착한 함선을 오르고, 곧바로 함장실을 찾았다.

주변 선원이 나를 멈추려는 걸 슬리벤 왕자의 마중으로 겨우 들어섰다.

얼굴에 들인 가면은 충실히 내 정체를 숨겨주고 있다.


“섀도우 공, 어디를 가셨습니까?”

“저걸 쓰러뜨릴 준비를 마쳤다.”

“그렇습니까!”


살가워 보이는 슬리벤 왕자와 달리, 함장의 모습은 떠나기 전보다 초췌하다.

게다가 나를 보는 시선에는 의심마저 섞여 있다.


“상황은 어떻지.”


주변의 분위기를 보면 이미 상황을 알아차린 모습이다.

나는 함장 다음으로 계급이 높은 슬리벤 왕자를 보며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히도.


“목표 개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습을 설명했을 뿐이다.

슬리벤 왕자의 보고에 찌푸려지려는 얼굴을 굳혔다.


‘지금은 말다툼보다 상황 파악이 먼저인가.’


슬리벤 왕자는 설명을 못하고, 함장은 설명할 마음이 없는 듯하다.

관측반과 연락을 나누는 선원은 나를 모를 테고.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정식 신분이 없는 게 이렇게나 불편한가.’


함대와 같은 자리에 선 탓에 불편함이 크다.

내심 한숨을 내쉰 것과 동시에.


‘···갈라졌다.’


특수 몬스터의 등이, 반으로 갈라졌다.

저 모습은 꼬리가 갈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꼬리가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모습을 보면 특수 몬스터의 변화는 몸 전체에 이루는 듯하다.


‘형태 변화인가···?’


보스라는 생각이 잠시.

어째서 지금에서야 모습이 변하는지 의문이 떠올랐다.

가장 가능성이 큰 건, 내부의 플레이어가 무언가 행동했기 때문이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와 연락은.”

“방법이 없습니다.”


예상한 대답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무조건 플레이어와 주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겠어.’


다음 일을 떠올린 것과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으로 특수 몬스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갈라진 등. 그 근처에서 더욱 격렬해진 플레이어와 무언가의 전투.

마법과 스킬로 보이는 것들이 날아다닌다. 가능하다면 플레이어 측이 승리했으면 한다.


‘···이건.’


하지만.

승리한 것은 플레이어도, 무언가도 아닌 존재다.


《특수 몬스터 : [개체명 – 증식과 폭풍의 고래 : 노엘]이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앞에 익숙한 반투명한 창이 나타난 것과 엇비슷한 시기에, 멀리서 보인 특수 몬스터.

〈노엘〉이 수십 갈래로 나뉘며, 수백 마리가 넘는 작은 고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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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pisode 44. 공략 시작 (1) 21.11.21 94 1 12쪽
156 Episode 43. 무너진 경계 (2) 21.11.20 91 1 12쪽
155 Episode 43. 무너진 경계 (1) 21.11.19 88 1 12쪽
154 Episode 42. 문라이트의 수장 (2) 21.11.18 88 1 12쪽
153 Episode 42. 문라이트의 수장 (1) 21.11.17 90 1 12쪽
152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4) 21.11.16 94 1 12쪽
»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3) 21.11.15 93 1 12쪽
150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2) 21.11.14 90 1 13쪽
149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1) 21.11.13 101 1 12쪽
148 Episode 40. 레이드 보스 (3) 21.11.12 98 1 13쪽
147 Episode 40. 레이드 보스 (2) 21.11.11 101 1 12쪽
146 Episode 40. 레이드 보스 (1) 21.11.10 103 1 13쪽
145 Episode 39. 균열 (3) 21.11.09 107 1 13쪽
144 Episode 39. 균열 (2) 21.11.08 107 1 12쪽
143 Episode 39. 균열 (1) 21.11.07 107 1 12쪽
142 Episode 38. 무한한 대륙 그 너머로 (3) 21.11.06 109 1 12쪽
141 Episode 38. 무한한 대륙 그 너머로 (2) 21.11.05 107 1 12쪽
140 Episode 38. 무한한 대륙 그 너머로 (1) 21.11.04 104 1 12쪽
139 Episode 37. 성자와 성지 21.11.03 111 1 13쪽
138 Episode 36. 실피니아 왕국 (2) 21.11.02 110 1 12쪽
137 Episode 36. 실피니아 왕국 (1) 21.11.01 116 1 12쪽
136 Episode 35. 대폭주 (2) 21.10.31 117 1 12쪽
135 Episode 35. 대폭주 (1) 21.10.30 120 1 11쪽
134 Episode 34. 작업 시작 (3) 21.10.29 120 1 13쪽
133 Episode 34. 작업 시작 (2) 21.10.28 127 1 11쪽
132 Episode 34. 작업 시작 (1) 21.10.27 124 1 12쪽
131 Episode 33.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레 (4) 21.10.26 126 2 12쪽
130 Episode 33.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레 (3) 21.10.25 123 2 12쪽
129 Episode 33.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레 (2) 21.10.24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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