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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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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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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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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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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3장 7화

DUMMY

“후···.”


서류의 산이 대부분 허물어질 때쯤, 집중력이 다 떨어졌다.

집무실에는 외부에서의 간섭을 대비해 창문이 없다. 그 덕분에 시간은 대략적인 감각으로 재고 있다.

그 대략적인 감각에 의하면. 세 시간 정도일까.


- 똑똑.


내 생각을 긍정하듯 집무실의 문이 두드려졌다.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매일 있는 차 시간을 알릴 때다.

마침 몸도 피로해졌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지.


“주인님, 간단한 디저트와 차입니다.”

“들어와라.”


하인의 예를 취하며 들어온 것은 프레이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보았던 혼나는 모습에서 탈출했던 건가.


“오늘의 차는 페르나 왕국에서 유명하다는 허브차입니다. 분명. 그···.”


디저트 전용의 작은 수레를 끌면서 프레이야는 차와 디저트를 설명하려 했다. 분명 주방장에게 들었을 허브차를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 프레이야답긴 하다.

최대한 기억을 떠올리려는 프레이야를 한 손으로 말리고 디저트의 설명을 부탁했다. 디저트라면 설명할 수 있겠지. 묘한 확신이 있었다.


“아, 네! 여기 있는 디저트는 바이엘른 왕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타르트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귀족들이 주로 찾으며, 백성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맛은 달걀을 이용한 것부터, 간단한 과자와 같은 것, 열매의 맛이 나는 것까지 있습니다! 특히, 초콜릿 같은!--”


확신이 들기는 했지만, 이토록 설명을 잘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 너무 많은 정보야.”


가만히 놔두면 끝까지 이야기할 듯해서 이야기를 멈춰 세웠다. 아무래도 프레이야도 관심 있는 듯하니, 조금 정도는 괜찮으려나.

수레에 올려진 타르트라는 디저트는 세 개가 있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두 개면 충분할 테니 하나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괜찮으니까. 프레이야도 앉아서 잠깐 쉬어.”


업무를 보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만든 것은 업무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서도 있다.

프레이야도 하녀의 일은 익숙하지 않을 테니, 잠깐 정도는 시중이라는 명목으로 쉬어도 괜찮다. 무엇보다 고용주인 나의 허가가 있으니까.


“그, 네. 그럼 잠시.”


휴식시간을 프레이야에게 권하는 것도 익숙해진 터라, 프레이야는 잠깐 고민하고 금방 업무용 책상 앞에 놓인 긴 소파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업무용 책상에서 앞에 놓인 상석인 소파에 앉았다. 휴식을 취하면서 일과를 묻는 게 나름의 휴식도 된다.


“오늘은 어떤 느낌이었어?”


말투는 고용주와 고용인이 아닌, 단순한 친구에게 말하는 말투. 본래라면 프레이야와 고용주인 나 사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그게, 힘냈어요!”


프레이야도 스스럼없는 태도로 대답한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모습은 지금의 태도와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예의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이야기했으니, 이쪽이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집무실에서만. 그것도 휴식시간일 때만이다.


“그래? 대단하네. 프레이야도 드디어 하녀로서 일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네! 저도 이제 한 사람의 하녀로서 주인님. 아니, 로이드를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프레이야와 나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그 관계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주위의 환경이 변했을 뿐.

나와 프레야이야는 나이가 같다. 서로 열여섯. 그러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그건 고맙네. 최근에는 내 일만 해도 힘에 부치는걸.”

“그러니까, 다른 부분은 제가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로이드 세븐즈. 세븐즈라는 성을 지닌, 한 사람분의 귀족이자 세븐즈가를 짊어지고 있는 몸이다.

반면 프레이야는 단순한 백성이다. 귀족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신분이지만, 어릴 적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서만 어릴 때의 태도와 말투를 한다.


“어라?”

“응? 왜 그래?”


잠시 차와 타르트라는 간식을 먹으려 손을 움직이자, 프레이야가 내 얼굴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프레이야의 모습에 물어보니, 프레이야는 조금 자신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로이드, 지친···. 건가요?”

“아, 조금 그럴지도.”


프레이야의 말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했다.

서류를 보는 일은 열 살이 된 해부터 해왔다. 단순히 기간만 본다면 벌써 6년. 나름의 경험이 쌓였지만, 지치는 건 지치는 일이다.

걱정해주는 말에 조금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다시 차를 마시려 하니, 프레이야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평소보다 지친 느낌인데, 괜찮아요?”


피로한 모습을 보일 생각은 없었다.

한 가문의 장이 되고 나서, 제일 처음으로 익힌 것이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배운 것은 피로를 보이지 않는 것.

귀족이라 인정받고 나서는 더욱 자신을 숨기는 방법을 배웠다.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


“역시.”

“···?”


그런데도 프레이야는 내가 지치는 것을 잘 알아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 집사장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프레이야는 눈치채기도 했으니까.

프레이야의 말대로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지쳤다.

업무는 언제나 같은 서류를 확인하는 것. 그러나, 나의 가문인 세븐즈가는 힐튼에서도 나름의 지위를 지니고 있다. 즉, 서류가 단순한 서류일 리 없다는 것이다.


“아니, 프레이야의 말대로. 오늘은 곤란한 안건이 많이 올라와서 말이지.”

“정말? 그,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있을까요?”


정말 고마운 제안이다.

그러나.


“괜찮아. 이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까.”


세븐즈가는 힐튼에서 중요한 가문은 아니다. 다만, 힐튼의 진정한 왕가라 불러도 무방한 세븐 스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서류도 그와 관련한 안건이기에 프레이야의 도움은 바랄 수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무리는 하면 안 됩니다! 쉴 때는 제때 쉬어야 해요?”


어쩐지, 그립다고 생각된다.

어릴 때도 프레이야와 놀면서, 무모하게 움직였던 것은 나였다.

언젠가는 프레이야의 실수로 지붕에 올라간 고무공을 내리려고 건물의 벽을 탔던 적이 있었다. 내려올 때의 실수로 양 무릎이 다쳤을 때도 지금처럼 프레이야가 혼냈었다.

그때의 모습이랑, 지금의 모습이 완전히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풋···.”

“뭐, 뭐! 저는 걱정한 건데!”


갑작스럽게 웃어버린 내 앞에서 프레이야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프레이야는 겉보기보다 실수가 잦았다. 그런 프레이야가, 지금은 나의 도움이 되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 노력하면서. 정작 나보고는 제대로 쉬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너무나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웃은 것이지만, 프레이야의 반응도 재미있고 휴식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이렇게 놀도록 할까.


“제대로 쉴게. 프레이야님의 충고니까.”

“정말···!”


평소에는 고용주를 의식하고 주인님이라 부르는 프레이야에게, 이번에는 내가 프레이야님이라 불러봤다.

예상한 그대로의 반응을 보이는 프레이야를 보며. 나는 너무나 즐거워서. 그 순간만큼은 복잡한 일도, 오랜 중압감도, 고민도 내려놓고서. 집사장이 부르기 전까지 프레이야와 놀고만 있었다.


===


“이보게, 리온. 뭔가 알아냈는가?”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리온은 오롯이 책을 읽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분명 리온은 총을 알아보거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돈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리온이 단 하나의 책을 발견한 뒤로는 모든 일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벌써 4일이 지났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칸은 쓴웃음을 지으며 리온의 뒷모습에 말을 걸었다. 흔들리는 와중에도 집중하며 책을 읽던 리온은 칸의 목소리에 잠시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알아낸 것?”

“연금술에 관해서일세. 자네가 그토록 원했던 게 아닌가.”


리온이 우선순위마저 바꾸면서 읽었던 것은 연금술의 책이었다. 요새 도시 [라 베라]의 경매에 출품되었던 책이며, 정체를 모르는 남자에게 빼앗긴 게 분명한 책. 그런 책을, 어째서인지 타란티노가 지니고 있었다.


“이론만큼은. 그래도, 방향성이 달라서 참고할 정도.”

“그런가···. 그래도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구먼.”


리온이 읽고 있던 책의 내용 대부분은 인체 연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연금술은 폭이 넓은 만큼,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중에서 인체 연성이라면, 리온의 말처럼 이론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칸은 다행이라 수긍했다. 직접적인 노력 없이 얻었기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충분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나저나, 광대 청년의 기묘한 운은 감탄할 노릇일세. 어찌 알고 찾았단 말인가?”


이야기가 끝난 순간 책에 집중한 리온을 놔두고, 칸은 혼잣말하며 신기해했다. 확실히,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타란티노가 연금술의 책을 찾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타란티노가 책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지극히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그게, 저. 길거리에 떨어져 있어서 주웠어요···.”

“그러니, 그게 기묘하다는 것이지. 그 책이 어째서 길거리에 있었단 말인가? 게다가, 당시에는 마수의 시체와 건물의 잔해가 널려있었네만···. 그 속에서 온전히 책을 찾아낸 것 또한 신기하구먼.”


책의 이동 경로를 되짚어 본다면, 처음에는 낙찰자인 피렌체에게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여관에서 습격을 당하고, 책은 정체를 모르는 남자에게 빼앗겼다. 뒤늦게 알아챈 리온과 레나드가 곧바로 쫓고, 마수의 출현으로 사실상 리온은 남자의 위치를 놓쳤다.

그러나, 레나드는 남자의 기척을 온전히 기억했다.


“분명, 위치는 알았지만. 마지막 위치는 멀었어.”

“그렇다면, 가능성은 계약했을 때 각성했다는 총이 남았구먼.”


이야기를 듣던 레나드가 한 마디를 남겼다.

확실히, 레나드는 남자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마수의 처리에 우선을 두고서 움직였기에 다가갈 수 없었다. 쓰러지기 직전의 위치도 멀었다.

칸의 이야기처럼 마지막 가능성은 총의 영혼이 무언가를 했다. 그 정도이지만, 정작 중요한 그 영혼은 불완전하다.


“이거 원···. 정확한 것은 알기 힘들겠구먼. 지금은 단순히 기뻐하는 것으로 넘어가세.”


정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사실을 밝힐 이유가 없었다. 이 이상 생각한들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칸은 조금 전까지 만들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칸이 만들던 것을 곁에서 구경하던 타란티노는 그 모습에 물건을 하나 들며 물었다.


“이건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요?”

“음?”


타란티노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에, 칸은 장난을 꾸미는 악동과도 같은 웃음을 지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 보는 태도에 타란티노가 의아해하는 것과 동시에.


“자! 풀프리에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수다!”


마차의 마부가 도시의 도착을 알렸다.

금세 흥미가 떠난 타란티노는 물건을 내려두고, 마차의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사이 칸은 물건을 정리하고, 레나드는 조용히 창밖의 모습을 확인하고, 리온은 책의 내용을 분석하기 바빴다.

저마다의 반응을 나타내며, 풀프리에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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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go] 3장 3화 21.03.10 34 1 14쪽
76 [Ego] 3장 2화 21.03.09 3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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