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745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02.20 06:00
조회
231
추천
2
글자
13쪽

[Ego] 0장 4화

DUMMY

식사를 끝마친 타란티노와 리온은 길을 따라서 숲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들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뱉던 타란티노도 반나절이나 걷기를 반복하자 체력이 떨어졌는지 지금은 조용히 길만 보고 걷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 없는 시간을 한참, 다양한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만연한 길에 이변이 생겼다.


“이건···!”

“무슨 일이지?”


앞서가던 타란티노가 길의 이변을 제일 먼저 알아챈 듯 어딘가 기쁜 모습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달려가는 타란티노를 쫓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리온 또한 길의 이변을 눈치챘다.

길가의 피어있던 수많은 식물이 듬성듬성한 간격으로 피어있고 주위를 가득 메웠던 나무들은 점차 작아지더니 끝내는 리온의 허리 수준의 묘목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타란티노를 쫓으며 주위 풍경을 보던 리온의 발이 완전히 멈췄을 때쯤, 리온의 머릿속에선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숲을 나온 건가?”

“네! 드디어 나왔어요!”


그 생각을 입에 담자 신난 목소리로 긍정하는 타란티노는 이미 주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숲을 나온 것은 이해했으나 어째서 신나는지 모르는 리온은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숲길은 마수를 만난 한때를 제외하고서는 평화로웠고, 시선을 조금만 멀리한다면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꽃과 나무로 가득했다. 사람이 손질하고 가꾼 정원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자연의 화원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숲은 질렸어요오···.”


타란티노는 특별함 하나 없이 반복되는 숲길에 질렸는지 넓은 초원을 안심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라그랫〉으로 향하는 길은 이보다 더욱 걸린다는 걸 잊은 듯했다.

숲을 빠져나온 직후에 보이는 오두막. 그 너머에는 동과 서를 나누는 갈림길이 존재한다. 남쪽을 향한다면 3일 정도에 시덴 마을에 도착하고, 북쪽을 향한다면 1주일 정도에 〈라그렛 마을〉에 도착한다.

일정을 떠올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연초록의 초원이 점차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어라? 그러고 보니 벌써 그런 시간인가요···.”


초원은 숲보다 시야가 넓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밤이 된다면 초원 또한 상당히 위험해진다. 어둠을 틈타 공격하는 마수는 성가시기 짝이 없으므로 가능하다면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움직이는 게 안전하다.

시간을 촉박하게 하는 일이 없는 리온은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기 위해 오두막을 향해 걸어갔으나, 시간이 촉박한 타란티노는 갈림길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


“저녁은 위험해. 오늘은 쉬고 내일 출발한다.”

“네에? 그렇지만, 고기가···! 도, 돈이···!”


리온은 여행을 계속하려는 타란티노를 잡아채 시야 한구석에 보이는 오두막을 향해 걸어갔다. 오두막은 만들어진 지 오래된 듯 세월에 의한 노후화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반쯤 무너진 목제 울타리를 건너 경첩이 빠진 문을 열고 오두막에 들어서자 새하얀 모습의 내부가 나타났다.

리온이 한 발짝 들어서자 새하얀 눈이 나풀거리기 시작했다. 숲의 길은 사람의 왕래가 잦은 모습을 보였으나, 그 길의 끝에 있는 오두막에는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청소부터 해야겠네요.”

“잘 부탁해.”

“네?”


새하얀 거실에 발자국이 찍히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던 리온은 마침 청소를 해준다는 타란티노에게 편승하여 오두막 전체의 청소를 맡기고는 적당한 방을 찾기 시작했다.

오두막은 밖에서 보인 모습과는 달리, 내부의 먼지를 제외하고는 깔끔한 모습을 보였다. 입구를 지나면 나오는 거실에서는 복도와 큰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복도는 다시 작은 방, 중간 방, 큰 방과 연결되어 있으며. 작은방은 옆문으로 서재와 연결된 구조다.


조사한 지 10분 만에 전체 구조를 확인했기에 중간 방에 들어가 무사한 듯 보이는 침대를 손본 뒤에 몸을 뉘었다. 딱딱한 나무의 감촉을 확인하며 한때의 휴식을 즐기기를 잠깐, 벽 건너편이 소란스러워졌다.

벽 너머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음과 소란, 구조적으로 생각한다면 소리가 들리는 방은 서재와 연결된 작은 방이다. 작은 방은 그야말로 작은 방이어서 자그마한 책상과 의자 하나가 전부인 특별할 것 없는 방,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 고 생각을 마친 리온은 숙면을 위해 눈을 감았다.


-콰앙.


“리온 씨! 유, 유려---”


-퍼억.


리온이 눈을 감은 직후. 오래된 경첩이 부서지는 게 아닐까, 무심코 걱정할 정도의 힘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온 타란티노가 당황한 눈치로 말을 하던 중. 날아온 무언가에 얼굴을 맞았다.


“나가.”


날아온 물건은 놀랍게도, 부드러운 비단 실로 만들어진 베개였으며, 던진 사람은 당연하게도 잠을 자려던 리온이었다. 리온은 잠을 자려던 순간에 방해를 받아 기분이 언짢아졌는지 어딘가 날카로운 분위기로 간단한 단어만 말했다.

베일 듯 날카로운 안광을 직시한 타란티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한 번의 심호흡 후, 청소 중 발견한 사실을 설명했다.

리온은 다소 위압을 섞었음에도 꿋꿋하게 설명하려는 타란티노의 의지에 정말 무언가 있는지 흥미가 동했기에 조용히 들어보기로 했다.


“리온 씨! 서재에 유령이 있, 있어요.”


-퍼억.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온 배게. 이번에도 리온이 던진 물건이었다. 깔끔한 직선을 그리며 날아온 베개에 얼굴을 두 번이나 맞은 타란티노는 이 정도의 고품질 베개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아해하면서도 오해를 풀고자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정말이에요!”

“음.”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동행하면서 최소한의 됨됨이는 확인했다 판단한 리온이 생각하기에, 타란티노라는 인간은 거짓말을 할 성격은 못 된다. 게다가 그 정도로 요령 좋은 인물도 아니다.

짧은 고민 끝에 타란티노의 말이 사실이라 생각하기로 한 리온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듣자 하니 리온이 구조를 확인한 뒤 잠을 자려고 할 때까지 타란티노는 정말로 청소를 하려고 도구를 찾아다녔다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거실로 생각되는 장소를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썩어서 부서진 가구들이 대부분이고 유일하게 쓸만한 가구인 소파도 가죽 부분이 전부 떨어져 나가서 토대만 남았다고 한다.

벽난로는 청소하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한 후, 복도로 나오자 두 개의 문이 있었기에 우선 가장 커 보이는 방으로 향했다 한다.

사족이지만 작은 방은 복도에서 보기에 크게 보이기도 하고, 서재를 포함한다면 가장 큰 장소는 맞다.

그렇게 작은 방의 문을 열자 사건은 일어났다고 한다.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네. 처음에는 리온 씨가 계신 줄 알았는데···.”


서재와 연결된 문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타란티노는 먼저 오두막을 둘러보던 리온이라 생각하고 성과를 묻기 위해 말을 걸면서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도 없었다?”

“예···. 목소리는 들렸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덕, 덕분에 서둘러 리온 씨를 찾아 왔답니다···?”


목소리는 들렸는데, 아무도 없는 서재. 서재는 세월의 풍화를 이기지 못했는지, 단순히 주인이 짐을 가지고 떠났는지 책장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창문마저 없기에 어두운 방에서 들려온 환청 아닌 목소리. 그 덕분에 황급히 리온을 찾아 왔다고 작게 웃으며 보고하는 타란티노.

······양 무릎이 떨리는 것은 못 본 척했다.


“같이 가줘?”

“네! 부디!”


점차 어두워질 시각이라 오두막 또한 빛이 적어서 타란티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리온에게는 뚜렷하게 보였다. 창백함을 넘어서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는 타란티노의 얼굴이.

동행하기로 한 인물이 다음날 긴장으로 죽었습니다. 같은 사건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민폐인 사건이라 가능하면 원인을 없애두고자 도움의 손길을 뻗었더니, 타란티노는 엄청난 기세로 받아들였다.


“뭐어, 가자.”

“네!”


리온은 오랜만에 걸은 숲길에 생각외로 지쳤기에 자려고 했었지만···. 새끼 양이 부모 양을 따르듯 자신의 뒤에 붙어서 떨리는 손으로 망토를 잡은 모습을 보니, 사건을 해결하지 전까지는 한숨도 못 잘 거라 예상하고는 문제의 장소로 향했다.


-+-


날이 상당히 어두워져 앞을 보기 힘들어졌으므로 오두막 한쪽에 쌓여있던 양초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른 물품 하나 없는 오두막에 유일하게 쌓여있는 게 양초라는 상황에 의문을 품기도 했었으나, 편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양초와 촛대를 가져오기 위해서 복도와 입구, 거실을 돌아다녔다.


결과, 아무 일도 없다.


리온이 반쯤 뜬 눈으로 타란티노를 쳐다보자 놀란 얼굴로 서재를 반복해 외쳤다.

피곤함과 귀찮음이 뒤섞여 적당한 구실로 자려고 했던 리온의 계획은 간단하게 물거품이 되었다. 애초에 리온은 진심으로 돌아가려 한 것은 아니건만···. 덕분에 리온은 울기 직전의 광대 얼굴 따위는 볼만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간다?”

“네, 네에.”


문제의 작은 방. 그 앞으로 왔다.

혹시나 다른 장소의 소리를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 리온은 일부러 오두막의 곳곳을 움직였다. 결코, 잠을 방해받아 분풀이로 겁먹은 누군가를 놀리려는 속셈이 아닐··· 것이다.

리온은 작은 방의 문이 처음 확인했을 때의 문과 차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 번에 열어젖혔다.


“···놀리는 것도, 지겨워졌으니까.”

“네?”


······아무래도 리온은 타란티노를 놀리기 위해 돌아다닌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데···?”

“서, 서재를 확인해주세요.”


예상대로 작은 방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여전히 작은 방이며 작은 가구가 있을 뿐이었다.

타란티노의 재촉에 리온은 서재와 연결된 문을 열기 위해 다가갔다. 역시나 별다른 일은 없겠거니 생각하고 손잡이에 손을 올린 순간.


“이번에도, 적, --인가.”

“···!”

“흐아···!”


타란티노도, 리온도 아닌 제삼자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직후, 리온은 손을 검으로 향했고 타란티노는 리온의 망토로 손을 향했다.


이 경우, 타란티노는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온은 평소에도 주변의 기척 파악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타란티노 이상으로 놀란 상황이다.

자신의 실력이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리온은 상대를 상당한 실력의 암살자로 생각했고, 타란티노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유령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긴장감이 주위를 지배한 순간. 리온은 서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두--···. 적--. --여야 하려나?”


작으면서 희미한 기척.

명백하게 상대방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없는 듯한 기척에 리온은 다시 한번 놀랐다. 들려온 내용으로 추측하건대 분명.


‘두 명. 적. 죽여야 하려나?’


리온은 상대방 또한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판단한 직후, 문을 부술 기세로 박차고 들어갔다.

상대가 상당한 실력의 암살자라면 행동에 여유를 주는 순간, 리온은 몰라도 타란티노는 확실하게 죽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위해서 향한 것이다.

다만, 서재로 향한 리온을 반겨주는 것은 엄청난 실력의 암살자가 아니었다.


“유, 유령!”

“···유령?”


문 너머에서 얼굴만으로 서재를 살피던 타란티노 또한 발견했는지, 그것의 명칭을 말했다.

그렇다. 놀랍게도 타란티노의 말대로 그것은 유령이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반투명한 몸체에 허공에 뜬 몸. 생기가 없는 외견에 극히 미약한 기척, 지금도 한눈을 판다면 그 존재를 눈앞에서 놓친다. 그렇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허공을 자유로이 날던 존재, 유령은 시선을 반투명한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에서 리온과 타란티노로 향했다.

상대가 유령이 되었든 적이라고 한다면 쓰러뜨릴 뿐. 그렇게 생각한 리온은 검을 반쯤 뽑아 들었고, 유령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입을 열었다.


“어라? 이런 오두막의 손님인감?”

“······?”

“히엑! 말, 말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Ego] 0장 6화 21.02.20 195 2 14쪽
6 [Ego] 0장 5화 21.02.20 208 2 12쪽
» [Ego] 0장 4화 21.02.20 232 2 13쪽
4 [Ego] 0장 3화 21.02.19 290 2 9쪽
3 [Ego] 0장 2화 21.02.19 443 3 11쪽
2 [Ego] 0장 1화 21.02.19 986 3 12쪽
1 [Ego] 0화 +1 21.02.19 2,057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