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743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02.19 18:00
조회
289
추천
2
글자
9쪽

[Ego] 0장 3화

DUMMY

얼굴의 절반이나 가리는 안경을 쓰고 있음에도 명백하게 동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금을 얻을 기쁨과 신속하게 마을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매입 창구의 위치조차 까먹은 눈치이다.

〈시덴〉이라는 마을이 상당히 작다고 했고 외부인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마을이라면 마수의 가공과 유통은 꿈도 못 꾸리라.

마수 소재의 유통이 마을의 발전에 기여가 된다면 선택지에 넣겠지만, 처리할 능력도 없는 마을에 팔 수 있을지도 없는 상황이라면 멀다고 한들 처음의 선택지인 〈라그렛〉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말은, 결국 살점과 같은 부분은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 고로 하이든 울프의 고기는 여기서 처리하고 가지. 내장은 적당히 묻으면 되겠지?”

“앗···. 알, 알고는 있지만요···.”


힘들게 싸매었던 보자기를 펼쳐 하이든 울프의 살점 부분을 받아 들었다. 언제 끝낸 것인지 살점은 핏물이 빠져있었고 세심하게도 뼈에 붙었던 살점들도 완전히 제거한 모양이다.

깔끔하게 손질된 살점 부분을 바라보며, 처리 방식을 고민한다. 단순하게 적당한 땅에 묻어도 숲속인 만큼 문제는 안 되겠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듯 쳐다보는 타란티노의 시선으로 미루어보아 유용하게 사용해라 하리라.

내장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숲을 향해 내던졌다. 상당히 멀리 날아갔으므로 마수가 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저기, 리온 씨. 그 고기는 어떻게 처리 하시려구요?”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시선을 여전히 살점에 향한 채 묻는 타란티노. 아무래도 울프 2마리 분량의 고기와 내장의 양은 상당하기에 가능한 방법이라면···.


“고기 부분은 요리에 사용하도록 할까.”

“리온 씨, 요리를 하실 수 있는 건가요?!”


당장 사용 가능할 만큼 양을 줄이면서 동시에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는 훈제를, 일부는 육포를, 일부는 염장을 준비한다.

시간순으로 따지자면 염장이 가장 오래 걸리겠지만, 간단한 준비를 끝마치면 특별히 손을 대야 하는 것이 없기에 요리를 우선한다.


“실제로, 저녁을 먹을 시간이기도 하니.”

“그런가요?”


숲속에서는 어림짐작으로 시간을 예상해야 하므로 본래의 예상보다 일찍이 준비를 끝마치려는 생각이다.

할 일이 없는 타란티노에게는 적당히 사용할만한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주워오는 역할을 맡긴 뒤 가지고 있는 조미료와 도구를 확인한다.

이번 요리 겸 보존 준비에는 조미료를 다량으로 사용하므로, 때에 따라서는 ‘예비’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면 좋겠지만.”


드물게도 한숨을 내쉬며 허리춤의 가죽 가방에서 조미료를 꺼낸다. 다행히 많은 양을 가지고 나온 까닭에 아슬아슬하게 가능하다고 예상된다.

땔감을 줍기 위해 숲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붉은 옷의 타란티노가 시야 한구석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며 다음 작업에 들어간다.

요리와 훈연을 위해 주변의 널찍한 돌을 주워 넓은 부분으로 눕힌다. 다만, 이대로 사용하면 여러모로 불편하므로 한가지 대비책을 마련한다.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검집에서 검을 꺼내 한번 휘두른다. 가만히 멈춰 있는 대상이라면 빗나갈 일은 없다.

예상대로 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한 단면을 내보이며 반으로 갈라졌다. 가로로 갈라진 돌은 불판으로 사용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식탁으로 사용하게 되리라.


“『근원의 물방울이여 나의 부름에 따라 이 자리에 현현하라 – 창조 : 맑은 물』.”


불판을 향해 손을 올리고, 현상을 뒤바꾸는 주문을 읊는다.


“리, 리온 씨! 그거! 그거 마법인가요?!”


어느새 땔감을 다 모았는지 발치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한가득한 타란티노가 불판을 향해 손을 내뻗고 있었다.

현상을 뒤바꾸는 주문. 즉, 영창이 성공적으로 발동해 불판에는 티 없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타란티노의 경악을 무시한 채 맑은 물로 불판을 닦고 다른 돌로 지지대를 만들어 불판의 준비를 끝마친다.


“리온 씨!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무시하는 리온의 모습에 당황과 경악을 집어삼키며 화났다는 것처럼 째려보지만, 수상쩍은 안경이 눈매를 가리고 있어서 리온은 알 수 없었다.

화났다는 신호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무시할 생각도 없었는지 타란티노에게서 땔감을 받고 불의 준비가 끝나자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현상을 뒤바꾸는 또 하나의 현상이다.

자연에 널리 있다는 마나를 이용하거나 술사 본인의 마력을 이용해 주문을 읊으면 주문에 따른 현상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마수는 마나를 흡수해 진화한 존재이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사람 또한 선천적인 재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마법은 현상의 종류에 따라서 마법의 계통이 나뉘며. 밝혀진 바로는 속성 마법과 결계 마법, 그리고 회복 마법이 있다.

술사의 개성에 따라서 단일 목표에 강한 화력 계열, 다른 사람을 돕는 지원 계열, 많은 수를 상대하는 섬멸 계열로 나뉘기도 한다.


“헤에···. 그런가요? 저는 그런 쪽으로는 지식이 없어서. 아니! 그게 아니라! 리온 씨가 마법을 쓸 수 있는지 물었는걸요?!”

“예리하네.”

“됐거든요! 그보다, 설명을 해주세요.”


리온의 장황한 설명을 들으며 감탄을 하던 타란티노가 대답이 어긋남을 깨달았는지 정확한 대답을 요구했다.

어쩐지 남 일처럼 중얼거리며 불을 크게 부풀린 리온은 어디선가 꺼낸 지팡이와 천막으로 불판 위를 네모나게 두르더니,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거절, 거부, 부정. 인과율을 나누어라. - 분계(分界)』.”

“그거! 그것도 마법인 거죠?!”


지팡이와 천에 연한 빛이 떠오르더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고정되었다.

리온이 사용한 마법은 분계(分界). 결계 마법의 하나이며 본래는 대상을 지정하고, 그 대상을 공간 축에 고정한 뒤 외부에서의 어떤 충격도 막아주는 농성용 마법이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타란티노는 여전히 리온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생각이 없는 리온은 묵묵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한참을 떠들던 타란티노도 전혀 반응 없는 리온의 태도에 포기했는지 주변에 앉아 리온이 하는 작업을 조용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기, 그건?”

“요리.”

“네에···.”


열기가 올라오는 돌판에 적절하게 향신료를 묻힌 하이든 울프의 고기를 올린다.

내장과 가까이에 있었던 부위인 만큼 썩기 쉬울 것으로 생각해 제일 먼저 먹기로 한 모양인지 다른 부위인 다리 살과 같은 부위는 네모난 막대기 모양으로 손질되어 있었다.

충분한 열기를 머금은 돌판에 새빨간 고기가 올라가자 치이익 하고서 고기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조리를 위해 넣은 것 중 허브와 같은 향신료도 있었는지 주위에는 달콤한 향기가 가득해졌다.


“어쩐지, 맛있을 것 같은 냄새네요.”

“보장은 못 해.”


붉은 고기가 먹음직한 갈색의 고기로 변할 때쯤, 허리춤의 가죽 가방에서 자그마한 병을 꺼냈다. 그 자그마한 병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고 안에는 연갈색으로 보이는 액체가 담겨있었다.

리온은 병의 마개를 열고 조금의 주저도 없이 고기를 향해 병의 내용물을 부었다.


“앗! 그건 뭔가요?”


배가 고파진 건지 처음과 전혀 달라진 매서운 눈초리로 조리 과정을 살피던 타란티노가 놓치지 않고 물었다.

이번에는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리온은 설명했다.


“나의 특제 양념.”

“특제? 직접 만들었다고요?”

“음,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한 마디, 사족이 달리긴 했으나 별다른 문제 없겠다며 넘긴 리온은 다음 조리를 준비했다. 훈제를 위해 달구어진 돌판을 치우고 네모나게 둘러친 천막의 천장에 고리를 건다.

결계 마법의 지속 시간은 마력이 다 떨어지거나 술사가 해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유지되기에 튼튼하다.

연기가 올라오게끔 나뭇잎을 추가하고 고리에 다른 고기들을 걸며, 육포의 준비도 한편으로 끝마친다.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육포와 염장은 여행 도중에도 충분하리라, 생각을 끝마친 리온은 시선을 돌려 완성된 고기로 향한다.


“리온 씨는 요리를 잘하시네요!”

“···아직 안 먹었잖아.”

“냄새! 냄새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걸요.”


고기를 담은 나무 접시에 시선을 향한 체 침을 흘릴 듯한 기세로 말하는 타란티노의 모습. 광대의 외견까지 합치니, 기묘하게도 먹이를 앞두고 기다림을 명령받은 강아지를 떠올리게 한다.

정작 자신은 개를 무서워하면서 개와 같은 행동을 하는 타란티노를 보며, 식사를 권한다.


“먹자.”

“감, 감사합니다!”


접시마저 먹을 기세로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먹는 타란티노. 어쩐지 더럽다는 생각을 하며 리온도 접시를 향해 수저를 가까이했다.

리온은 식사라 하기엔 너무나도 단조로운 식단이라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먹는 음식을 먹는 사람에겐 상관없는 듯 기뻐 보이는 모습을 시야 한구석으로 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Ego] 0장 6화 21.02.20 195 2 14쪽
6 [Ego] 0장 5화 21.02.20 207 2 12쪽
5 [Ego] 0장 4화 21.02.20 231 2 13쪽
» [Ego] 0장 3화 21.02.19 290 2 9쪽
3 [Ego] 0장 2화 21.02.19 443 3 11쪽
2 [Ego] 0장 1화 21.02.19 986 3 12쪽
1 [Ego] 0화 +1 21.02.19 2,057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