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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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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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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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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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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 번 살아본 기억 가지고 아등바등 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네.’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이전 삶에서 경험했거나 기억하고 있는 정보가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도 마찬가지고.

몇 억 원에도 류지호가 감격하던 시절도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인맥이 없어 쩔쩔매던 시절의 기억도 희미해졌다.

류지호 주변에는 온통 거물들뿐이다.

허구헌 날 연락을 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시장이다.

매번 하는 말이.


“설마 JHO가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것이냐?”


라는 물음이었다.

혹은.


“Playa Vista 개발도 마무리 단계인데, 다른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나?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같은 말을 늘어놓곤 했다.

할리우드 뉴스를 주로 전하는 언론매체에서도 류지호에게 캘리포니아주의 세금 혜택이 감소했는데, 영화 사업을 동부로 옮기지 않는지 자주 묻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락이 오면 열 일 마다하고 달려갔어야 할 상대들이 이제는 수석참모나 비서실장 선에서 걸러지고 있다.

최근에는 에드워드 버펫과 헨리 게이츠가 툭하면 전화를 걸어온다.

두 사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뉴욕 시장과 윈프리 여사까지 전화해서 참여를 묻고 있고.

에드윈 터너는 직접 벨에어까지 날아와 류지호를 설득했다.


“나이든 사람들만 사인했어.”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는 건데, 당연히 노인들이 많이 참여하겠죠.“

“네 서명이 서약서 맨 위, 버펫과 게이츠 옆에 나란히 새겨졌으면 좋겠다.”

“.....”

“왜 자꾸 미적대는데?”

“......”

“평소에 기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구세군 냄비에 지폐를 집어넣는 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요.”

“남들에게 휘둘리기 싫다?”

“......”

“네가 주도권을 쥐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강요당하는 것 같아 별로에요.”

“그러게 세 번의 모임 중에 한 번은 참석했었어야지. 노인들도 네 연설을 기대했구만.”

“영화도 연출하고 프로듀싱도 합니다. 바빠요.”

“혹시... 재산 정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어?”

“죽을 때까지 재산 정리가 안 될 것 같아요.”

“뭐라? 푸하하하.”


에드윈 터너가 너무 웃어서 ‘꺽꺽’ 숨까지 넘어갔다.

겨우 웃음을 멈춘 에드윈 터너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말 참여 안 할 거야?”

“하더라도 나중에.... 젊은 억만장자들과 함께 하는 걸로 할게요. 다른 분들께는 말씀 좀 잘 해주세요.”

“오! 그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어.”

“......”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의 숨겨진 왕이 IT업계의 슈퍼스타를 설득하는 것이 늙다리들이 나서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겠어.”


오해다.

류지호는 젊은 억만장자들을 설득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

본래도 ‘The Giving Pledge‘가 썩 달갑지 않았던 류지호다.

한국에서 거액을 기부하려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일도 있었고.


“제 자선활동은 제가 알아서 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서약 참여자들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태도?”

“실리콘밸리의 젊은 억만장자들은 기부와 자선활동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지 못해요. 세금혜택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준비가 안 된 이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내놓으라고 한다면.... 좋고 싫고를 떠나서... 강요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음.”

“젊은 억만장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가지고 나중에 뭘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죠. 미리부터 자신의 부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결론 내릴 이유가 없고 타인이 그것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류지호가 기부서약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 중에 하나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스스로의 의지로 또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명인사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무지성으로 우르르 따라가는 것은 류지호를 비롯해 젊은 억만장자들의 정체성에도 위배되는 것이고.


‘본인들은 강요가 아니라고 하지만, 동참하지 않는 것만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니까....’


락커펠러, 에드워드 버펫, 헨리 게이츠, 에드윈 터너, 블룸버그 같은 이들이 기부서약을 설득하면 그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부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리 기부 서약서가 법적 계약서는 아니라고 해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라도 하면 사회적인 비난에 시달릴 터.

The Giving Pledge 홈페이지에 각각의 서약서를 포스팅까지 할 예정이란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도덕적인 계약서로 만드는 것이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부자들은 이미 노후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

자녀에 대한 상속도 끝마쳤고.

에드워드 버펫은 자신의 재산 99%를 5개 재단에 나눠서 기부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그 5개 재단에는 헨리 게이츠 재단과 본인의 자녀 둘이 운영하는 재단도 포함되어 있다.

그 세 개의 재단은 반대로 PS, Berk-Hath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 방식을 주커벅이나 일론 리브스 같은 젊은 억만장자들이 배워서 똑같이 따라한다.

자신이 설립했거나 가족이 세운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재산을 대물림하는 것이다.

조금만 살펴보면 기부 서약이란 것이 선의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아버지가 억만장자인데 평생 번 재산의 절반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면 ’아이구! 아버지 정말 잘 결정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아버지!’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자식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마냥 순수하기만 한 기부 캠페인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삐딱하게 봐서도 안 된다.

억만장자라고 해서 자신의 재산 절반을 뚝 떼어내 사회에 환원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누군가가 빈둥거리고, 게으름 피우고, 빈대 붙을 때, 온갖 더러운 꼴 당하고 밤잠 설쳐가며 열심히 일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부를 축적한 것일 테니까.

자신과 하등 인연도 없는 빈민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에이즈 걸린 아이와 그 가족을 도와야 하는 의무는 어디에도 없다.

세상의 부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초부자들은 일면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 모두가 메마르고 추악하며 탐욕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는 것은 결코 쉬운 행위가 아니기에.

류지호의 참여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대표 부자들이 기부서약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 ✻ ✻


올해가 소프트인프라의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창립기념식에서 손 회장은 ‘소프트인프라 新 30년 비전’을 발표했다.


“300년 동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끝없이 진화하는 기업 구조를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향후 30년이 앞으로 300년간 이어질 기업을 만드는 준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2040년까지 소프트인프라는 5,000개 기업에 투자 할 계획입니다.”


이 시기 소프트인프라가 투자한 회사는 무려 1,000여 개에 이른다.

이를 5,000개로 늘린 후 빠른 의사결정과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회사들의 연합체로 끌고 갈 계획이란다.

손 회장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Berk-Hath를 수십 배 뻥튀기 해 놓은 기업 연합체가 탄생하게 된다.

멀티 헤드쿼터를 가진 분산된 조직 체계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회사를 이끄는 구조.

경영은 각 기업에 맡기고, 지주회사를 통해 소유만 하는 체계.

Berk-Hath의 방식이다.

에드워드 버펫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을 그 동안 독립적인 형태로 놔두었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투자한 회사들을 계열사로 편입시키고 있다.

이 시기 Berk-Hath의 계열사는 무려 300개에 육박하고 있다.


- 스스로 진화하고 증식하는 기업!


류지호의 JHO Company Group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Berk-Hath 못지않게 자회사와 계열사가 많은 기업집단이 JHO Company다.

Playa Vista의 JHO 본사(지주회사)는 20여 개의 중간지주사들만 관리한다.

관리라고 해도 지배와 통제보다는 감사에만 관여한다.

300개가 넘는 자회사, 손자회사들을 그 중간지주사들이 관리하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20여 개의 중간지주사들을 따로 떼어서 상장을 했겠지만.

류지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하나만 뚝 떼어내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단숨에 시가총액 순위 100위권에 들 수 있음에도.

그렇듯이 JHO 산하의 중간지주사 주식을 장외시장에 내놓으면 절찬리에 거래가 된다.

풀리는 주식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기에 희소가치가 높아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다.

많은 경제전문신문과 잡지에서 때만 되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증권거래소 상장을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대체로 1950년대 LOG Company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예상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1949년 LOG Company 주식이 장외에서 3달러에 6%가 거래된 일이 있었다.

1956년 7월에는 57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로 LOG Company 주식은 2:1로 분할되었고, 마침내 1957년 11월에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가 13.72달러로 상장되었다.

그리고 2년 만에 59.50달러까지 상승했다.

1973년 초에는 무려 24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 이 시기에는 주당 20~30달러 박스권에 갇혀있다.

몇 번의 액면분할이 있었고, 전임 CEO의 실책 때문이다.


- 트라이-스텔라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 제2의 LOG가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LOG Company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를 비슷한 성격의 기업이라고 여기고 있다.

먼저 창업자가 곧 브랜드인 것이 같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에게만 어필했지만, 나중에는 광범위한 대중들에게까지 매력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이란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했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저작권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구는 것이나, 대형 인수합병으로 단숨에 덩치를 키운 것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영화부문에서 ‘빅 원‘이 되었다.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위성방송 사업부문에서 연매출 2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매출의 거대 미디어 플랫폼이 되었다.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 TST는 TBO와 같은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독보적인 명품 드라마 채널로 자리 잡았다.


‘제2의 LOG가 아니라.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트라이-스텔라가 되어야 하겠지.’


많은 기업들이 창업 후 30년을 존속하지 못한다.

일본의 소프트인프라가 그 마의 구간을 이제 막 돌파했다.

JHO Company는 아직 20주년도 맞이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정체된 적이 없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외형 확장은 물론이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세계 최고 복합미디어 그룹.

류지호가 영화제국의 황관을 쓰기까지!


✻ ✻ ✻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은 1927년부터 매해 그 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을 선정해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을 발표해 오고 있다.

대체로 특정한 한 명의 개인이 선정된다.

다만 1975년에 선정된 ‘미국의 여성’, 1988년에 선정된 ‘위기에 처한 지구’, 2006년에 선정된 ‘당신‘ 같이 불특정한 인물들이거나 사람이 아닌 경우도 종종 있긴 했다.

류지호가 한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던 작년 12월이었다.

‘TIME'은 ’2009년 올해의 인물’에 류지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금융당국도 손쓰기를 포기했던 Rehman Bros의 구원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시름에 잠겨 있을 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 규모를 몇 배로 키운 미다스의 손.

억만장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까지.


[사람들은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고 생각한다. 류지호는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한 인물이다. 최연소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은 식상한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류지호가 적어도 전 세계 5억 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중문화 아이콘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이제야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것이 이상할 정도다.]


‘TIME'의 설명이었다.

'2009년 올해의 인물'은 어떤 해와 비교해 봐도 치열했다.

류지호를 포함해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아프가니스탄 미 주둔군 사령관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는 연준 의장이 영예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의 모기지 사태를 예견했고, 수차례 경고를 했으며, 파산한 세계 4위 투자은행을 정상화시킨 것이 류지호다.

매해 개인 소득의 50% 이상을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2009년에도 1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다양한 분야에 기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외에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에서도 꾸준히 사회공헌에 애쓰고 있었고.

JHO Company는 산하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통해서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영화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TIME' 커버를 장식하고도 남을 정도로 자격이 넘쳤다.

‘올해의 인물 선정’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인터넷 투표에서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류지호가 다른 후보들을 따돌렸다.

사실 류지호는 매해 ‘올해의 인물‘ 물망에 오르는 단골 후보였다.

지난 2008년에도 유력했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탄생이라는 대사건에 밀려 영예를 넘겨주어야 했다.

사실 ‘TIME'의 ’올해의 인물‘은 긍정적인 인물만 선정되지 않는다.

때론 최악의 인물이 선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희대의 독재자‘ 같은 이들이 종종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던 90년대 중반에 표지를 장식했던 적이 있었고, JHO Company가 글로벌 복합미디어 빅 4에 올랐을 때도 표지를 장식했던 것이 있었다.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한 번도 타임지 커버를 장식하지 않았단 말이야?”

“그의 얼굴이 자주 커버에 실리긴 했지. 다만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적이 없었을 뿐.”

“놀랍네. 90년대 이미 차지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종차별일까?”

“누가 감히 미스터 할리우드에게 인종차별을 할 수 있겠어.”

“10년 전이라면 또 모르지.”

“하긴 당시의 그와 현재의 그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니까.”


‘올해의 인물’은 처음이었지만, ‘TIME'에서 매년 5월 초에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명단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역시 4월 29일 100인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TIME'이 미국에서 발간되고 미국 위주의 잡지인 만큼,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 대부분은 미국인이거나 미국 정치·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의 유력인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차별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이 명단에 포함되면 아시아 언론에서는 난리가 난다.

물론 류지호는 예외다.

류지호가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은 더는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명단에서 빠져야 뉴스가 될 지경이다.

'TIME'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은 4개 부문으로 나눠 발표한다.

류지호는 지도자 부문에 이름을 올릴 때가 있고, 1억 달러 이상 기부하거나 아프리카 자선활동 등으로 영웅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영화감독으로써 예술 부문에 이름을 올릴 때가 있다.

류지호 본인조차 납득하지 힘든 사상가 부문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2009년 사상가 부분에는 스테픈 잡스, 일론 리브스 등 IT 분야 혁신가들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류지호는 ‘실리콘밸리의 숨겨진 왕’이란 이명으로 불릴 정도로 큰 손이면서,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혁명가로서 사상가 부문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류지호와 함께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영웅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피겨여왕 김예나가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그리고 예술 부문에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가 명단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사상 최초로 세 명의 한국계(인)가 3개 분야에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국 잡지에서 선정한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게 다 사대주의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은 다소 편향적이다.

전 세계 9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TIME‘이라고 할지라도 그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명단 발표는 꽤나 의미가 있다.

선정된 인물 면면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경제전문지 ‘Forbes‘는 한 달 후인 6월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 67인’을 선정 발표한다.

작년에 첫 명단이 발표되었는데, 4가지(영향력, 자산 규모, 다방면, 적극성) 기준에 따라 67인을 선정한다.

2011년에는 70인으로 인원을 늘린다.

‘Forbes‘에서는 주로 정치인과 세계 경제계를 주름 잡는 이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2010년 순위에서 중국, 미국, 러시아의 최고 통치자, 사우디 왕 같은 이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정치인으로 유일하게 류지호가 10위를 차지했다.

작년 첫 순위 발표에서 10위는 헨리 게이츠였다.

이 순위 역시 단순히 ‘Forbes‘ 편집부의 인기투표가 아니다.

나름 객관적인 자료를 모두 동원해서 순위를 매긴다.

세계적인 파워엘리트를 총망라해서 그 사이에서도 어떤 위상인지를 보여준다.

얼추 영향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류지호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과도 같은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그를 보며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도 많다.


[당신은 미래를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였다.

류지호처럼 미래를 알고 있다면 모두가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은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성공한 사람이 훨씬 많다.

아니다.

사실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모든 이들은 미래를 알지 못했음에도 성공했다.

흔히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이 정말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누군가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공하기 위해 남이 안 하는 것만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성공한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아무 위인전이나 펼쳐서 읽어보면, 그들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만 따라 해도 성공한다.

대다수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은 함부로 성공을 입에 담지 않는다.

피나는 노력, 행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그것이 성공이기 때문에.


✻ ✻ ✻


으아아아앙!


벨에어가 떠나가라 류시아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와 며칠 동안 재밌게 놀았다.

그런데 이별이라니.

류시아 입장에서는 함께 놀아주는 것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훨씬 좋았다.

왜?

엄마는 하지 말라는 것이 많지만, 아빠는 해달라는 걸 다 해주니까.

그래서 류시아는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는 류지호에게 매달려 펑펑 울었다.

너무 애절하게 울어서 벨에어 주택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


함께 있을 때는 엄마만 찾는 서운한 딸이다.

놀고 싶을 때만 아빠를 찾은 딸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진다는 낌새를 귀신 같이 눈치 채는 모양이다.

생후 20개월이 넘자, 활동량도 많아지고 감정표현도 풍부해져서 모두 류시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자칫 사고라도 날까봐서.

아빠가 출근하거나 외출하려고만 하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 애타게 울었다.

류지호가 출근하고 난 뒤에는 언제 울었냐는 듯 엄마와 잘만 논다.

섭섭하지만 어쩌랴.

이제 두 돌이 되어가는 딸은 아빠보다 엄마를 더 따랐다.

10개월 간 자궁 속에서 맺은 엄마와 딸의 끈끈한 유대감이 현실세계에서 몇 달 쌓은 아빠와의 유대감보다 더욱 강렬할 테니까.

그렇게 이해하기로 류지호는 좋게 생각했다.


"시아가 아빠보다 엄마를 따른다고 서운해 하지 마.“

“제가 너무 오래 집을 비워서 친해질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호호. 3살이 되면 그때부터 아빠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엄마로부터 사랑을 빼앗아 올 수 있어.”


장모 캐서린의 말은 별로 위로나 격려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시아야~ 아빠 일하러 가지 말라고 할까?”

‘웅!“

“그럼 누가 돈 벌어? 엄마가 돈 벌어?”

“웅!”

“시아야, 미안해. 엄마는 아빠만큼 돈을 벌수가 없어.”

“웅....?”


암튼 레오나가 류지호에게 매달려 있는 시아를 떼어내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쪽!


그리고는 잘 다녀오라는 듯 류지호와 입맞춤했다.

딸 시아와도 뽀뽀를 하려고 했다.


획.


류시아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빠, 그냥 간다....”


으아아앙!


류시아가 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어쩌라는 건지.

류시아를 떼어내기 위해 1시간이나 걸렸다.

그냥 집을 나서도 되는데, 굳이....


“시아가 아빠 얼굴을 까먹을지도 모르는데....”


이번 출장은 몇 달 간 떨어져 있었던 <불한당> 촬영기간보다 매우 짧았다.

겨우 보름짜리다.

그럼에도 길게만 느껴진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류지호다.

그럼에도 하나는 알았다.

어릴 적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면, 그 시간은 영원히 가버린 것이고.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어쩔 수 없잖아요. 보스는 할 일이 많은 분이니까.”


류지호를 수행하는 제니퍼 허드슨이 위로했다.


“내가 요즘 반성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니퍼.”

“.....?”

“제니퍼와 다른 비서들이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할 시간을 내가 너무 많이 빼앗았던 것 같아요.”

“JHO처럼 오랜 기간 육아휴직을 주는 곳은 많지 않아요. 그리고 아직 시간은 많아요. 아이는 커가면서 힘들어하는 순간이나 중요한 순간들이 꼭 있어요. 그때 아빠로서 관심을 쏟으면 됩니다.”


생일, 유치원·학교 입학과 졸업, 중요한 학교 행사, 가족 여행, 중요 명절, 아이 혼자 스트레스 받는 일 등 다양한 중요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아빠·엄마가 관심이 덜한 것 같으면 아이에게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이 뭔 줄 아세요?”

“뭔데요?”

“부모도 아이와 같이 자란다는 거예요. 아이만 자랄 것 같고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아이는 부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아요. 따라서 부모도 자라야 해요. 아이를 낳기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요.”

“부모도 아이와 함께 자라야 한다는 말. 좋은 말입니다. 나중에 강연 가서 써먹어도 되지요?”

“공짜로요?”

“원하는 거 하나 말해 봐요. 아무리 비싸도 선물할 게요.”

“호호호. 보스 강연에 제 말이 인용된다면 영광이죠. 그걸로 만족해요.”


미국이고 한국이고 육아관련 책이 많이 출판된다.

마음에 와 닿는 조언들이 꽤나 많다.

그런데 책에서 말하는 것들을 모두 다 잘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세상 모든 아이를 똑같은 방식으로 키울 필요는 없다.

그럴 수도 없고.


“그나저나 주니어의 대부는 정해졌어요?”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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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4.26 10:45
    No. 1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4.04.26 21:52
    No. 2

    데이빗 챙이 그 때 김연아보다 지면을 훨씬 많이 받았죠. 고등학교 동기동창인데 학창시절을 아는 친구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4.04.27 00:36
    No. 3


    연아 아빠랑 절친입니다.
    1999년쯤인가 연아때문에 아빠 현석이가 고민이 많았는데....
    피겨에 재능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그 쪽으로 나가도 될지 고민하더라고요.
    피겨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제가 "평범함이 안전한 인생"이라고 하면서 말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다는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5.04 22:23
    No. 4

    김연아는 사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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