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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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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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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미래의 성장 동력.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 3개월 간 가온그룹과 Kojak이 물밑에서 M&A 협상을 벌여왔다.

JHO Company Group이 아니라 가온그룹이 Kojak에 관심을 보인 것은 JHO디스플(구 하이디스) 인수와도 연관이 있었다.

가온그룹이 Kojak에서 얻고 싶은 것은 필름 사업이 아니다.

수 천 개의 특허와 OLED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이다.

중간에 한국의 금성전자와 다른 투자자그룹도 인수전에 끼어들었지만.

그들은 가온그룹이 제시한 조건 이상을 내놓지 못했다.

SANYO와 Kojak은 2006년까지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했었다.

회사 사정이 급격하게 어려워진 SANYO가 빠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기업이 바로 JHO디스플이었다.

2006년부터 JHO디스플(현 가온디스플)과 합작을 시작한 Kojak은 홈시어터용 프로젝션 Z-series를 출시했다.

또한 Kojak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화학기술을 활용해 PDP, LCD 패널용 필름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치며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2007년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하면서 급기야 중요 자산을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때마침 가온그룹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JHO디스플 인수를 징검다리로 해서 Kojak이 가진 수많은 특허 중에서도 특히 OLED 관련 원천기술은 매우 탐나는 매물이었다.

특허침해 건으로 Kojak과 소송 중인 금성전자도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같은 특허건으로 소중 중인 오성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디스플레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린 금성전자는 Kojak과의 M&A 협상보다 컨소시엄 기업들 간 의견조율에 진을 빼야 했다.

국제적 투자자그룹까지 끼어들며 점입가경에 빠졌다.

삼파전 양상을 띠었지만, 결국 가온그룹이 OLED 특허 일체와 사업권을 넘겨받는 것으로 정리 됐다.

OLED 재료 및 공정 기술 관련 주요한 원천 특허 기술과 사업부문을 확보했지만, 그 외의 알짜 디지털 관련 특허는 내놓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미스터 할리우드....”


Kojak CEO 페레즈가 류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필름을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생각입니까?”

“아니요. 남기고 싶습니다.”

“.....?”

“만약 Kojak이 필름 사업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

"그런 날이 온다면. 내게 파세요."

"......."

"내가 살아있는 한은 필름이 계속 생산되도록 할 겁니다.”

“....!”

“세상에서 필름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둘 사람은.... 나 외에는 없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류지호가 Kojak53빌딩을 떠났다.

오만한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의 말이 사실인 것을.

미국에서 필름 생산 공장은 공해산업으로 지정된 지 오래다.

환경관련해서 법률이 강화되면서 그로 인해 공해산업은 재정 부담이 사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폐기물 처리비용도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전형적인 화학공업인 필름 사업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차피 디지털이 아니어도 미국에서는 더 이상 필름을 생산할 수 없다.


‘디지털이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10년 안에 필름을 따라잡을 순 없지.’


2020년대로 넘어가게 되면 극장에서 Eye-MAX Lazer와 Doldy Cinema가 경쟁하게 된다.

Eye-MAX 오리지널 앞에서는 도토리 키 재기일 뿐.

게다가 필름 특유의 룩은 천하의 Sonic과 ARiCH조차 겨우 흉내 내는 수준이다.

세계적인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와이너리가 유행이다.

류지호의 지인 중에서는 슈퍼카를 수집하는 이도 있고, 중세의 고성을 몇 채 씩 사들이는 이도 있다.

누구도 기업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이는 없다.

류지호를 제외하고는.

만약 Kojak이 예정대로 파산한다면, 그래서 1,100개에 이르는 각종 특허와 필름 사업이 매물로 나오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을 사들일 의향이 류지호에게 있었다.

일찍이 Eye-MAX를 사들인 것도, 프랑스의 아날로그 카메라 제조업체 Aaton을 인수한 것도 모두 필름 영화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다.


“퇴장하더라도 아름답게 퇴장해야겠지. 훅 하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금성전자와 협상하게 됩니까?”


돈 케이스 블레이크 CEO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


JHO디스플은 가온그룹으로 모회사가 바뀌었지만, 기존 임원들은 유임됐다.

유능한 사람들이라 교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한편으로 중국 업체로 스카우트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함도 있고.


“아쉬워하지 마세요. 당장 세계 최고가 될 순 없어요. 때론 2등끼리 힘을 합치면서 활로를 찾는 지혜도 필요한 법입니다.”

“예. 보스.”


Kojak의 OLED 사업을 인수한 가온디스플은 금성디스플레이와 OLED 및 관련 TFT 기술에 관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OLED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등 업체 간 윈-윈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적 판단이다.

오성디스플레이에 한발 뒤진 OLED 사업을 만회하기 위한 금성과 가온그룹의 전략적 제휴라고 할 수 있다.


“금성과는 모두 몇 개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거죠?”

“2,000개입니다.”

“LCD 특허는요?”

“3,000여 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에 금성디스플레이와 맺는 계약은 오로지 Kojak으로부터 인수한 OLED 원천기술과 관련한 크로스 라이선스만 해당된다.


“두 회사 사이의 분쟁의 여지를 제거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Don이 전문가이니 알아서 잘 해나갈 거라 믿어요.”

“맡겨 주십시오.”


LCD는 2007년부터 연평균 성장률 0.3%로 시장이 정체 상태다.

그럼에도 2020년대 시장 규모는 780억 달러까지 커진다.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이 1,228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포기하거나 안주해선 안 되는 시장이다.

반면에 OLED는 TV와 스마트폰 이외에 IT, 차량용 등으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2007년부터 연평균 26.5%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대 400억 달러 규모를 돌파하게 된다.

10여 년 후가 되면 OLED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TV가 주력인 대형 OLED 시장은 한국이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그 시장에 가온그룹이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2020년대가 찾아왔을 때 류지호가 기대하는 것은 영사기 없는 극장이고, 안경 없는 3D 영화다.

그 과정에 시네마 LED가 있다.

그를 위해 LED회사와 디스플레이 회사까지 사들이고 특허까지 확보했다.

류지호니까 할 수 있는 스웨그(swag)이며 플렉스(Flex)다.


‘Kojak까지 먹으면.....’


성공한 덕후의 삶... 그 삶의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 ❉ ❉


- Kojak moment!

-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코닥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필름 시장의 90%를 Kojak이 장악하던 시절.

세계에 울려 퍼진 광고카피였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도 세계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한 필름사업에 안주하면서 급속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Kojak.

OLED 사업을 가온에 매각하기 전 그들은 특허침해 소송에 열을 올렸다.

주가는 1997년에 비해 무려 25분의 1로 떨어졌다.

디지털 시대의 열등생으로 전락한 Kojak은 여기 저기 특허관련 시비를 걸었다.

2005년 Kojak CEO가 된 안토니 페레즈는 혁신보다는 법정 다툼을 선택했다.

OLED 분야 선도기업인 한국의 오성전자와 금성전자를 콕 짚어서 총액 1조 원 대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그들이 트집을 잡은 특허는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되는 '미리보기(preview)'였다.

'미리보기(preview)'는 촬영한 사진을 작은 크기로 나열해 한 번에 보여주는 기술이다.

Kojak은 이 기능에서 전원과 메모리 용량을 적게 소요되는 기술을 특허로 가지고 있다.

결국 법원 판결이 아닌 법정 밖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오성전자와 금성전자는 각각 5억 5천만 달러, 4억 1,400만 달러를 Kojak에 지불하기로 했다.

한국 대기업이 백기를 든 것에 고무되었을까.

안토니 페레즈는 전방위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에게도 똑같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시비를 걸었다.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 특허 침해 사안을 심리할 예정이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다.

조사는 할 수 있지만, 특허침해의 금전적 배상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

다만 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한 외국기업에게 미국 시장 퇴출을 명령할 수는 있다.

만약 특허 침해가 인정이 된다면 캐나다 기업인 Research In Motion의 블랙베리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 될 수도 있다.

MacIntosh가 미국기업이라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

국제무역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 페레즈 딴에는 두 기업에게서도 오성과 금성에서 뜯어낸 만큼 현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 의기의양해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다.

암튼 기술 하나로 최대 2조 원대 현금을 쓸어 담을 수 있다.

얼핏 대단한 수완 같아 보인다.

그러나 독이 든 성배다.

특허 소송에 승리한 것으로 Kojak이 예전의 성세를 회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합의금의 단맛에 빠져 신사업 진출이나 디지털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리게 된다.

내부적으로도 그 같은 우려가 상당했다.

그럼에도 최고경영자 페레즈는 뻔뻔했다.


“몇 년 째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1,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챙겨 가고 있죠.”

“이사회에서는 보고만 있고요?”

“보장된 금액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 Kojak이 파산보호 신청하던 그 해 페레즈는 6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연봉을 챙겼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600만 달러의 사나이’였다.

비난과 조롱이 담긴 별칭이었다.


“Kojak의 마케팅은 유명하죠. 카메라를 싸게 팔고 필름을 비싸게 팔아먹었으니까.”

“그래서 더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에 미온적인 면도 없지 않습니다.”


디지털이 기존의 방식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은 당연한 거다.

비싼 소모품인 필름을 안 쓰니까.


“라이벌 푸지필름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찾았다고요?”

“그들은 일찍부터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받아들였습니다. 기존 카메라용 필름 사업에서 최대한 현금을 짜내서 그것을 고스란히 사업다각화 쪽으로 돌렸습니다. 카메라 필름 부문의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했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기술을 활용해서 화장품 사업과 LCD 패널용 필름 사업에 진출하거나 역량 강화에 나섰지요.”


망하는 회사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Kojak의 행보가 정확히 그 모습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를 늦추겠다면서 기존 아날로그 카메라와 필름 마케팅을 대폭 확대하고 강화했다.

그러는 한편 갈지자(之) 행보를 보였다.

안팎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자 마지못해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본격화하는 행보를 보기기도 했다.

잠시 미국 내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점유율이 제법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자 필름 부문과 디지털 카메라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경영진은 그들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황에 끌려 다녔다.

적극적으로 밀어붙여도 모자랄 판에 상황에 끌려 다니다가 결국 디지털 카메라 부문의 시장점율이 추락하고 말았다.


“이제 와서 Kojak과 Fuji 경영진의 판단과 대응에서 운명이 갈렸습니다. 푸지필름은 사업내용이 완전히 달라진 다른 회사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나름 사세를 무난하게 이어가고 있지요.”


반면에 Kojak은 예정된 몰락 즉 파산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안타깝냐고?

천만에.

류지호가 전개하는 비즈니스에서 Kojak의 몰락은 앞길에 놓인 돌멩이조차 못 된다.


“Kojak 캠퍼스 한 번 둘러보고 갑시다.”


류지호 일행이 Kojak의 도시로 불리는 로체스터시를 둘러봤다.

로체스터시는 ‘Kojak Campus’로 불리는 수십 개의 건물과 5만 명이 넘는 직원들을 거느린 대기업의 본산이었다.

창업주는 Kojak이 거두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로체스터 대학에 기부했다.

그뿐만 아니다.

음악학교, 극장, 비즈니스 파크 등 창업자는 고향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로체스터 시민들이 Kojak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창업자의 기부 때문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지역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Kojak 전성기 시절에 무려 14만 명의 직원을 고용했을 정도로 번창했었다.

로체스터시는 그 자체로 필름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인 셈이고.


‘여주와 아리울이 망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겠구나.’


류지호는 한국 도시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새만금간척지는 가온그룹 주도의 기업개발도시다.

로체스터시가 Kojak에 의해서 흥했다가 망조로 들어서고 있고.

대구가 섬유산업의 쇄락으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처럼.

가온그룹 본사와 주요 사업장들이 모여들게 될 새만금지역도 흥망성쇠가 가온그룹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100년은 가야겠지....? 더도 덜도 말고 3代만 가자.’


그 이상 도시가 번성하는 것은 개발한 기업의 몫이 아니다.

국가와 지방자치정부의 역할이다.


“보스, 일본의 한 경제지가 1896년 이후 100년간 일본 100대 기업의 변천사를 연구를 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기업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임이 드러났지요.”


데이빗 브레텐바크의 말에 류지호도 본인이 아는 내용을 보탰다.


“어떤 연구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다국적 기업의 수명이 40∼50년이라고 하죠. 1970년에 선정된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3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아요.”

“보통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 1288년 스웨덴 광산 운영에서 시작된 Stora AB입니다. 구리채광에서 출발해서 1894년에는 화학산업, 그리고 1898년에는 핀란드 Enso와 합병했지요. 현재 Stora-Enso는 세계 10대 제지기업입니다.”


참고로 아시아에서는 578년에 창설된 일본의 ‘공고구미(金剛組)’라는 건축장인집단으로부터 유래된 건설사가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힌다.

이견이 있긴 하지만.

백제의 목수 유중광이 일본에 정착하며 시텐노우지라는 절을 지으면서 설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1995년 1월 27일 진도 7.2의 강진이 고베시를 강타했다.

그때 이 회사가 지은 사찰 대웅전만은 무사했다.

그 정도로 일본의 사찰과 성을 건축하고 유지보수 하는 것에 특화된 건설업체로 일본 내에서 우수한 기술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보스는 장수기업의 요건을 뭐라고 보십니까?”

“인간존중과 신뢰라고 해야 하겠죠.”


교과서적인 말이다.

그만큼 논란도 없는 표현이다.


“대체로 유럽 기업의 경우에는 시장과 소비자 존중과 존경, 미국의 경우에는 사회적 친화성을 기업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최대자산으로 꼽는다고 합니다.”


끄덕.


류지호 역시 그의 말에 동의했다.


“무능한 경영자일수록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 한 채, 외부환경이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로 징징 댑니다. 제가 만나 본 많은 한국의 전문경영인들은 한국이 참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들에게서 고객인 한국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어떤 행동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류지호가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의 재벌들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뭐만 하면 기업 좀 그만 괴롭히라고 하죠. 맞습니다. 한국의 권력은 지나치게 기업과 시장에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윤리경영을 떠나서 사회적 공헌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재벌들이 고객가치 창출을 떠들어대는 것이 우습습니다. 재벌이 감옥에 가면 왜 기업이 망한다는 것인지. 그걸 또 소비자들이 왜 걱정을 해주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류지호는 계속해서 웃음을 흘렸고.

반면에 수행하고 있는 가온그룹 고위직들은 얼굴을 붉혔다.

류지호가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멋대로 떠들도록 내버려 두는 이유다.

부끄러워하라고.


“한국의 재벌 회장들은 기본적으로 별을 한 두 개씩 달고 있어요. 건달도 아니고 말이야.”


전과자란 소리다.


“데이빗...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제사범임에도 경제발전에 기여하라며 얼마 안 가 특별사면으로 금방 풀려나오는 나라가 한국이에요. 미국의 몇몇 경제학자가 한국 주요 재벌들의 3代 승계가 그 기업들의 종착역일지 모른다고 경고하더군요.”


물론 미국 유명 대학 교수라고 해서 점쟁이도 아니고, 미래를 다 알겠는가마는.

무리한 경영승계로 인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와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것은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해서이다.”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 세기의 눈, 사진의 톨스토이, 사진미학의 교과서.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는 사진작가.

살아 있을 때는 신화였고 죽어서는 사진역사의 전설로 회자되는 앙리 까르띠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 한 말이었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또 경영에 대해서도 쥐뿔도 모릅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조직 관리와 관련해서 어떤 소신 같은 것이 있었어요. 기회주의자는 포섭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내 리더로서 절대 인정할 수 없다...에요.”


류지호의 말이 Kojak의 페레즈 CEO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인지.

가온그룹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이들을 향한 메시지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렸다.


“......”


류지호 일행이 로체스터를 떠나며 Kojak Campus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 비하면 로체스터는 여전히 천국에 가깝겠지만.

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보며 모두가 각자의 복잡한 상념이 스쳐지나갔다.


❉ ❉ ❉


류지호가 뉴욕으로 돌아오자 파커저택으로 애덤 베이커(Adam M Baker)가 찾아왔다.

고령의 알버트 마샬 후임으로 ParaMax CEO에 임명된 인물이다.

ParaMax Studios 초창기에 CMO, 이후로 COO, CFO를 차례로 거쳐서 3년 간 부사장으로 재직했다가 이번에 최고경영자로 승진했다.

초창기 멤버이기 때문에 류지호가 ParaMax & Pixar Entertainment를 통해 실현하고 싶어 하는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보스가 찾던 대본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애덤 베이커가 두툼한 스크립트 한 권을 내밀었다.


“로그 라인이 뭔데요?”

“펜데믹에 관한 스토리입니다.”

“혹시 감독이 사더버그?”

“예.”

“에이전시를 통해 들어온 겁니까?”

“디렉터 사더버그가 직접 제게 스크립트를 전달했습니다. 간단한 피칭도 했습니다.”

“프로듀서나 제작사는?”

“없는 걸로 압니다. ParaMax가 첫 접촉인 것으로 압니다.”


스티브 사더버그는 ParaMax와도 인연이 깊다.

바로 그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ParaMax가 제작·배급했다.

그 인연으로 몇 작품을 함께 했는데, 이후로 워너-타임과 <오션스>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주류 영화계에서 쭉 활동하며 ParaMax와 한동안 인연이 없었다.

가장 최근 작업한 영화가 체 게베라와 쿠바혁명을 다룬 <체>였다.


“혼자 마무리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은 아닐 테고. 작가는 누굴 생각하고 있대요?”

“스캇에게 맡길 생각이랍니다.”

“<본 얼터메이텀>의 그 스캇입니까?”

“예. 올해 촬영한 <인포먼트>를 함께 작업했던 모양입니다.”

“계약해야겠군요.”

“직접 프로듀싱사실 계획입니까?”

“실무는 게리 캠프에게 맡겨보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즉각 LA에 머물고 있는 프로듀서 게리 캠프를 뉴욕으로 호출했다.

<The Killing Road>로 인연을 맺은 게리 캠프는 꾸준히 류지호 소유 영화사에서 외주 프로듀서로 일을 해왔다.

이명수 감독의 <데어데블>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게리 캠프가 합류하면서 스티브 사더버그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바로 <Contagion>이다.

신종플루를 모티브로 해서 바이러스로 인한 페데믹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초안을 쓴 스캇 번지는 2003년에 사스 범유행 시기 <Contagion>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다.

올해 신종플루가 유행하는 것을 보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다.

그것을 <인포먼트>를 함께 작업하고 있던 스티브 사더버그 감독에게 이야기했고,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ParaMax에 문을 두드렸다가 류지호의 손에 들어오게 됐다.

이런저런 인연을 할리우드 곳곳에 뿌려 놓으니 원하던 프로젝트가 알아서 찾아오고 있다.

돈을 버는 영화 따로, 못 버는 영화 따로.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산하에 영화사가 많아지다 보니 언제나 프로젝트가 부족했기에.

참고로 <Contagion>은 2010년 9월에 홍콩에서 크랭크인 하게 된다.

총괄 프로듀서(미국에는 없는 개념)는 류지호, 실질적인 프로듀서 업무는 게리 캠프가 수행하게 된다.

2011년 2월까지 시카고, 애틀란타, 샌프란시코 등과 런던, 제네바 등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한다.

이전 삶과 달리 한국도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가 첫 공개되는 것은 2011년 제68회 베니스 영화제.

6,000만 달러짜리 예산의 영화치고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게 되는 <Contagion>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4억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


❉ ❉ ❉


[1년 전. 북미 4위 투자은행 Rehman Bros가 파산했다. 그로 인해 전 세계 금융계가 절망과 공포에 빠졌다. 세계 경제에 미친 파장이 파멸적이라서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지 쉽사리 예측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많은 이들에게 절망과 분노를 안겼던 Rehman Bros.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그런 Rehman Bros로 인해 축배를 들어 올린 이도 있다. 바로 JHO와 Parker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당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아느냐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게 그런 질문을 해도 소용이 없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LA TIMES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월가에서는 금융위기를 틈타 헐값에 Rehman Bros를 인수한 두 가문이 이번 게임의 가장 큰 위너라고 입을 모은다.]

- The Wall Street Journal.


R & GP 투자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312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89억 달러를 기록해서 혼란을 모두 털어내고 글로벌 3~4위 권 투자은행의 본 모습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R & GP 투자금융그룹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일절 받지 않았다.

그 같은 꼬리표가 붙지 않은 덕분에 고객 이탈도 거의 없었다.

기대했던 G&P와 GARAM 그리고 Rehman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서 모든 사업 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거뒀다.

세부 사업 내역을 살펴보면 채권·외환·원자재 부문 매출이 Rehman 사태 직전에 비해 76%나 증가했고, 주식·부동산대출과 IB부문에서도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특히나 세 개의 금융사들이 각기 강점을 보이던 사업 부문에서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투자분야에서 눈부신 실적으로 돌아왔다.

정상화와 본궤도 진입에 2~3년을 예상하던 윌가의 전망이 무색하게 단 1년 만에 Rehman Bros 전성기 모습을 회복한 것을 넘어 2위 투자은행을 노려볼 만 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회장이 된 매튜 그레이엄에 대해 파커와 그레이엄 가문 내부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대형 투자은행의 회장 겸 CEO들은 대체로 60대 이상의 거물들이 맡아 왔으니까.

결과로 말하고, 또 증명했다.

매튜 그레이엄은 1년 만에 Rehman Bros의 북미 사업을 파산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을 넘어 성장까지 이뤄냈다.

자칫 삐걱거릴 수도 있었던 네 개의 사업체들이 별다른 혼란 없이 R & GP 투자금융그룹 안에 안착되도록 만들었다.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증권시장에 재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벌서부터 설레발을 치는 투자자들이 있을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 결과 류지호는 딱히 한 일도 없이 수 십 조의 재산을 불렸다.


‘참 다사다난하긴 했어...’


지난 해 최고의 복합미디어 그룹은 로버트 폭스의 The NEWS Corp이었다.

작년 The NEWS Corp이 기록한 매출액은 대략 684억 달러.

그 다음 순위를 매출 461억 달러의 타임-워너가 차지했다.

JHO Company는 간발의 차이(451억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류지호가 내심 최대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LOG Company는 360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JHO Company Group은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 톱10에서 3위 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쫒아 가면 달아나고.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하는 구나.’


복합미디어 업계에서는 대규모 M&A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 때문에 글로벌 순위가 자주 요동친다.

미디어 분야에서 JHO Company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최대 점유율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워너-타임 그룹의 차지였고, 소닉과 LOG가 다음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

JHO Company는 3~4위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미디어업계에서 지상파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JHO/DirecTV 매출이 250억 달러를 기록하곤 있음에도, 지상파를 가진 미디어그룹의 매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지상파를 가지고 있는 미디어들은 케이블 네트워크도 함께 가지고 있다.

The NEWS Corp의 매출 대부분은 지상파, 위성방송, 각종 신문·잡지가 차지하고 있다.

영화 사업 분야는 메이저 스튜디오 가운데 말석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LOG와 함께 20세기 PARKs를 사이좋게 나눠먹는 방법이 없을까?’


LOG Company는 ABC를 소유하고 있기에 PARKs 방송국과 스포츠를 인수할 순 없다.

그렇기에 이전 삶에서 영화 사업만 LOG에 넘겼다.

이번에는 JHO(류지호)가 끼어들어서 난장을 칠 수도 있다.

PARKs 방송국의 알짜들을 JHO가 빼올 수는 없겠지만.


‘BSkyB만 따로 떼어내서 인수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대략 250억 달러면 충분할 것 같았다.

로버트 폭스가 그 같은 류지호의 꿍꿍이를 알았다면 뒷목을 잡을 테지만.

태 안내고 조용히 준비하면 그만이다.

언제든 매물로 나오면 먹어치울 수 있도록.


작가의말

활기차게 한 주 맞이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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