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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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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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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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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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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의 한국살이가 오래되자, 미국에서 파파라치들이 원정을 왔다.

이제 류지호와 레오나의 파파라치 컷은 크게 돈이 되지 않는다.

워낙에 많은 사진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온통 류지호 부부의 첫 딸인 류시아에게 집중되었다.

류시아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만 있다면.

한몫 크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파라치 업계에서 스타 자녀들의 몸값은 상상초월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가격이 높다.

할리우드의 톱스타 톰 메이포더를 ‘수리아빠‘로 만들어버린 딸 ’수리‘의 경우, 사진 한 장이 최소 200만 달러에 팔릴 정도였다.

물론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을 당시에 금액이다.

사진이 많이 풀릴수록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한다.

브래들리 피츠의 딸 파파라치 사진은 무려 410만 달러에 팔렸다.

이 시기 환율로 계산하면 50억 원에 달한다.

사진 패키지도 아니다.

장당 가격이 그 정도에 팔렸다.

참고로 브래들리 피츠의 딸 파파라치 사진은 10년 간 ‘가장 비싸게 팔린 유명인 사진 톱10’에서 1위를 기록했다.

파파라치 업계에서는 류지호의 딸 사진이 그 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트 폭스 소유의 타블로이드가 파파라치들에게 프리미엄 현상금까지 걸었을 정도다.

류지호를 무려 10년 이상 쫒아 다니면서 백만장자가 된 파파라치가 있다.

루크 프레이저란 이름의 남자다.

업계를 떠났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몇 년 만에 해외출장을 왔다.

은퇴를 하고 백만장자의 삶을 살던 그가 현역으로 복귀한 것은 이혼 때문이다.

막대한 위자료 문제로 인해서 다시 파파라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현업 복귀에 앞서 그는 류지호의 비서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멋지게 연출해서 찍어줄 테니 류지호의 딸 사진을 자신이 선점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수많은 할리우드 파파라치들이 류지호의 딸이 태어나기 몇 달 전부터 벨에어, UCLA 메디컬센터, 뉴욕의 파커 저택 등지에서 말 그대로 살다시피 했다.

심지어 류지호의 전용기가 주로 이착륙하는 반 누이스 공항에 진을 친 파파라치도 있었다.

어느 누구도 시아의 파파라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류지호 부부는 딸의 매스컴 노출을 극도로 조심했다.

그러던 차에 류지호의 가족이 한국으로 넘어가 몇 달을 칩거했다.

애가 탄 할리우드 파파라치들이 한국까지 원정을 올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딸 사진은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테니까.”


가온타운의 모든 출입구에는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들처럼 파파라치와 한국의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차량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일부 파파라치들은 한국의 배달문화에 금방 적응해서 한국의 사진기자들처럼 차안에서 식사까지 해결했다.


“빌어먹을 파파라치 자식들!”


가온타운 출입구를 관리하는 나래안전 시스템 직원이 몇 달 째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뻗치기(doorstepping)를 하고 있는 파파라치를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다.

아무 데나 대소변을 싸질러 놔서 큰 골칫덩어리인데다가 류지호 가족 외에도 주민들까지 감시를 받는 것 같아 주민민원이 말도 아니었다.

나래안전 자체적으로 또 경찰까지 동원해 쫓아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마나 많은 파파라치들이 가온타운 일대에서 암약하고 있는지 파악도 되지 않았다.

결국 나래안전 시스템은 파파라치에게 백기를 들었다.

곳곳에 간이 화장실을 마련해 주고, 가온타운 출입구에서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마침내 8월 말의 어느 날.

한국의 모 스포츠 일간지 사진기자가 5개월 만에 류지호의 딸 사진을 찍어서 전 세계 최초 특종을 터트렸다.

미국이나 영국 타블로이드에 팔았다면 수 십 억 원을 벌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월급쟁이 사진기자였다.

약간의 보너스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해당 신문사는 파파라치 컷을 여러 언론사에 팔아서 꽤 짭짤한 수익을 거두었다.

신문사가 얼마는 받았는지 알려지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장당 500만 달러는 가볍게 넘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류지호의 딸 사진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마치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된다는 듯이 가온타운에서 칩거 아닌 칩거를 하던 레오나가 마침내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현역으로 복귀한 루크 프레이저와 8명의 원정 파파라치들은 첫 사진을 나간 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 제대로 한 건 건지면 진짜 은퇴한다..!”


말처럼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 ❉ ❉


<불한당(不汗黨)>!

떼를 지어 다니며 행패(行悖)를 부리는 무리를 이르는 말이다.

또한 류지호가 연출하게 될 케이블 드라마 타이틀이기도 하다.

1965년 결성된 신상사파부터 1990년 범죄와의 전쟁까지 시기를 다룬다.

장르적으로는 액션스릴러.

내용적으로는 역사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다.

조직폭력 역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일면을 들추어내기 때문에.

여주의 WaW종합촬영소에는 일제강점기, 60~70년대, 80년대, 현재의 서울 시내를 재현해 놓은 대규모 야외세트가 조성되어 있다.

한국의 각종 영화와 드라마 단골 촬영장소다.

언제든지 카메라와 배우만 데리고 와서 촬영해도 문제가 전혀 없다.

중국의 상해영시낙원(上海影视樂园)에 류지호가 자극을 받은 적이 있다.

그로 인해 WaW종합촬영소에 70년대 명동거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워져 있던 야외 세트장 5,000평에 총공사비 209억 원을 들여 드라마 <불한당>의 주요 무대가 되는 명동거리를 만들었다.


“....음.”


류지호가 세트 곳곳을 돌아보고 있다.

그 뒤를 김재욱이 졸졸 따르고 있고.

류지호가 건물 벽을 만져보고 통통 두드려 봤다.

내부는 텅 비어있는 H빔 철골구조 건물이다.


“실제 벽돌로 쌓은 건물은 없어?”

“이쪽 세트장은 전부 공구리 쳤을 걸? 벽돌 간지는 미술부에서 작업한 것으로 알아. 태풍이 와도 끄떡없다고 하더라.”

“실내에서 촬영도 가능해?”

“전부는 아니고. 다섯 갠가... 몇 개 건물에서만 가능하다고 들었어. 네 말대로 천장도 높이 올리고 평수도 넓게 만들었대. 오픈 세트처럼 쓸 수 있도록.”


류지호가 길 한복판으로 가서 전체를 한 눈에 담아봤다.


“간판 분위기 바꾸고 시대에 맞는 자동차 좀 깔면 다른 도시로 보일 수 있겠다.”

“종합촬영소 사장님이 현장 영화인들 의견을 많이 반영했대. 저기 교회건물 종탑에 18키로 HMI도 올릴 수 있게 하려고 몇 천 만원 더 들었다더라.”

“신경 많이 썼네.”


김재욱이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사보이호텔 세트가 있을 거야.”

“가보자.“


김재욱의 안내를 받아 류지호가 명동거리 메인 세트 뒤편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에는 70년대 명동 사보이호텔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다.


“사보이호텔은 전면부만 재현해 놓은 가벽이야.”

“잘 했어. 몇 씬 등장하지도 않을 거, 괜히 리얼로 만들 필요 없지.”


사보이호텔 세트 뒤편으로 가보니, 튼튼한 철제골조로 9층 높이의 대형 합판 가벽을 지탱해 놓았다.

두 사람은 다시 메인 거리 세트로 나왔다.

좀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라서 떨어지지 마!”


거리 세트 한편에서 무술팀이 비디오카메라 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방해하지 않기 위해 더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봤다.

무술팀은 드라마 <불한당>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최양동이 행동대장 시절 부하들과 함께 1975년 신년회 중이던 신상사파를 습격하는 장면을 영상 콘티로 제작하고 있었다.

사보이호텔 사건은 한국 조폭역사에서 호남 3대 패밀리가 부상하게 되는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따라서 드라마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뭐 느끼는 거 없어?”

“뭘?”

“다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노는 것 같이 보여서?”

“꼭 그렇다기보다... 왠지 여유롭다고 할까. 만만하게 본다고 할까.”


류지호 사단이라 불리는 스태프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불한당>에 합류했다.

다들 충무로 A급 스태프들이다.

회의 몇 번 하면 알아서 척척.

<민중의 적> 때만 해도 류지호가 일일이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했다면, 이제는 그들이 준비하는 것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기만 하면 됐다.

출연진 대부분은 연극배우 위주로 뽑았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보석 같은 실력파 신인배우들이다.

이전 삶에서는 다들 한창 프로필을 들고 이 영화사 저 영화사 오디션 투어를 돌고 있을 때였다.

그런 연극배우들을 대거 드라마로 끌어 모았다.

그들의 부족한 경험과 인지도는 원로배우들로 채우기로 했다.

1989년 방연한 TV드라마 <무풍지대>에 출연했던 배우들 중에서 엄선했다.

지난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원로들도 섭외했다.

심지어 류지호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매 회 카메오로 출연하기로 했다.

송라원 같은 톱스타가 달동네 야학 선생으로 잠깐 출연한다던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연수경찰서 ‘영구’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박중환도 등장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줄 예정이다.

그 외에도 많은 톱스타들이 감초역할로 잠깐씩 등장할 예정이다.

무술감독 최영웅이 다가와 핀잔하는 투로 말했다.


“이번에는 날로 먹으려고?”


류지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응.”

“진짜 스토리보드 안 하고 찍을 거야?”

“몇 번을 말해. 이번에는 스토리보드 안하고 찍는다고.”

“TV드라마라고 만만하게 보다가 큰 코 다쳐.”

“안 다쳐.”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불한당>에서 류지호는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

<불한당>은 스토리보드 없이 충무로식의 콘티 스타일로 현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액션 시퀀스와 보조출연자가 많이 등장하는 몹씬만 스토리보드를 했다.

한국 TV드라마의 나쁜 관행인 쪽대본 때문이 아니다.

TV드라마는 다이얼로그가 많다.

회당 대사씬 분량이 많기에 굳이 스토리보드를 공들여 그릴 필요가 없다.

한국의 경우 60분 미니시리즈를 기준으로 드라마 작가가 한 회에 쓰는 대본 분량이 대략 원고지 250매다.

그 분량의 80%가 다이얼로그로 구성된 장면이다.

보통 다이얼로그 씬은 스토리보드를 그리지 않는다.

촬영할 쇼트나 편집이 뻔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카메라 앵글이나 워킹이 있어봐야, 거기서 거기다.

정교한 블로킹(blocking)이랄 것도 별로 없고.

TV드라마는 미장센과 디테일보다는 캐릭터와 내러티브가 더욱 중요하기도 하고.

게다가 <불한당>에서 올 봄에 출시된 RED ONE MYSTERIUM-X 4K 카메라를 사용하기로 했다.

즉 영화처럼 찍을 예정이지만, 극장 스크린이 아닌 TV브라운관 대상이기에 영화만큼의 미장센(특히 미술에서)에 힘을 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류지호가 대충 찍을 리는 없다.

류지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롱 테이크와 롱 쇼트 미장센이 이번 드라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예정이다.


“웬일이래? 완벽주의자가....?”

“매 씬 촬영 때마다 기본적으로 A.B.C 세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잖아.”


충무로에서 작업할 때도 류지호는 멀티 카메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지호 너라면 눈 감고도 찍겠지 뭐.”

“눈 감고 어떻게 찍어?”

“넌 발로 찍어도 남들 손으로 찍은 만큼 나오잖아.”

“돈 빨, 장비 빨, 스탶 빨이야.”

“킥킥. 네 입으로 그런 말을 하니까 듣기가 좀 거시기 하다.”


카메라 장비는 김영복 촬영감독이 먼저 제안했다.

그에 따라서 종합촬영소 장비렌탈팀은 RED ONE M-X 4K 카메라 5대를 새로 들여왔다.

기존 장비 렌탈샵에는 2007년에 출시된 RED ONE 2K 카메라만 준비되어 있었기에.

이전 삶과 달리 RED ONE이 촬영기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폭발적이진 않았다.

적어도 한국의 상업영화 분야에서는 DALLSA Evolution 4K 카메라가 대세다.

류지호는 RED D Cinema의 최대 주주다.

따라서 DALLSA 제품만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작품마다 그에 맞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될 뿐.


“<국가대표>에서 RED ONE을 썼다고 하던데... 이번에 들여온 건 다른 카메라야?”

“RED에서 만든 최신 카메라야.”

“Evolution 보다 좋아?”

“아직은 Evolution이 넘버 윈. RED는 착한 가격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 받고 있지. 모듈 형식이라 이것저것 파츠를 갖다 붙이는 재미가 있고.”

“<불한당>이 영화용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TV드라마가 되는 거냐?”

“KBC에서 <추노> 촬영 안 들어갔어?”


드라마 <추노>는 8월 중순에 수원 특수촬영 스튜디오에서 크랭크인했다.

방영은 내년 1월로 편성되어 있다.


“그게 최초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불한당>이 내년 하반기 방송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TV드라마는 <추노>의 차지가 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D-Cinema 분야에서 어지간한 최초 타이틀은 대부분 류지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제 최초라는 타이틀이 식상할 정도다.


“<국가대표>는 스키점프대 어디 거 썼대?”


<국가대표>는 지난해 9월에 촬영을 시작해 올해 4월에 마무리했다.


“무주리조트에서 촬영했을걸.”


한국의 스키점프대는 무주리조트와 알펜시아 단 두 곳뿐이다.

사계절 스키점프대인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건설되었다.


“......”


류지호는 영화 <국가대표>가 제작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룹 산하에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스키점프 등 동계 스포츠팀을 여럿 운영하며 이전 삶과 선수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궁상맞지도, 배를 곪아가며 훈련하는 일 따위 없다.

프로 선수들처럼 풍족하진 않지만, 나름 연봉도 받으며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 단 4명만 존재하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스토리는 영화 제작자에게 흥미를 끌만했던 모양이다.

류지호의 개입으로 인해 대한민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비인기 스포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전 삶에서 영화 <국가대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스키점프 선수라는 설정만 가져오고, 스토리는 모두 허구였다.

또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실화 영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고.


“개봉했나?”

“지난달에. 입소문이 빵 터졌어.”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4주차 만에 500백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여름 최대 흥행작은 <해운대>가 차지하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영화들이 여름 시즌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영화팬들을 화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티켓값 기습 인상은 뭐야?”

“말도 마. 공정위에서 멀티플렉스 업체들 담합 조사 들어갔어.”

“인상 폭은?”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 천 원 인상했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개봉에 맞춰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어.”

“메가무비가 총대를 맺지?”

“응.”

“내가 그랬지? 호주계 Hill Samuel이 메가무비 인수하면 무조건 티켓값부터 올릴 거라고.”


메가무비가 천 원을 인상하자, 다른 업체들도 차례로 관람료를 인상했다.

유일하게 요금 인상에 나서지 않은 극장 체인은 G.O.M뿐이다.


“G.O.M도 올려야 하지 않나 싶은데....”


류지호가 시선을 김재욱에게서 최영웅에게로 돌렸다.


“우릴 믿어 주는 건 좋은데,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

“무심하긴. 다 확인하고 있다. 내가 잠자리 눈이야. 여주에 짱박혀 있어도 체크할 건 다 하고 있어.”


최영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고 있다는 말에 다소 안도감이 들었다.

감독이 게으른 주제에 큰소리만 뻥뻥치는 작품치고 지금까지 잘되는 꼴을 최영웅은 단 한 번도 못 봤다.

영화는 준비한 만큼 그것이 결과로 반영된다.

지인들은 류지호가 케이블TV 드라마라고 해서 얕본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허투루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Frank Castle>, <Christmas Cargo> 등 액션 규모가 큰 영화를 연달아 하면서 어지간한 사이즈의 영화는 머릿속으로 금방 계산이 선다는 것.

사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소위 ‘선수’ 또는 ‘기술자’가 되어간다는 신호니까.

류지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기술자든 작가든.

쉬지 않고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

선수로서 완숙의 경지에 다다르면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기술이 깊어지고 거기에 철학이 더해지면 장인이 되는 것이고.

천년만년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가가 되겠다는 야망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영화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를 즐길 뿐.

<불한당>은 <Christmas Cargo>의 길고 긴 포스트프로덕션 기간 중에 가볍게 찍으려고 선택한 프로젝트다.

일종의 일탈 같은 거다.

따라서 흥행에 대한 부담도 없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대극을 제작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로케이션이다.

그 부분에서 류지호는 전혀 고민과 걱정이 없었다.

이 시기 70~80년대 배경을 주로 촬영할 만한 전국의 주요 로케이션이 머릿속에 대부분 들어있었으니까.

1970년대 서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인천과 군산, 부산 등지의 로케이션은 류지호의 지시에 따라 진작부터 섭외에 들어간 상태다.

류지호가 한창 <Christmas Cargo> 프로덕션을 하고 있을 때, 류지호의 충무로 사단이라 불리는 스태프들은 <불한당>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간 상태였고.


“액션 컨셉은 리얼 조폭 연장질로 가는 거다?”


멋지게 주먹을 뻗고, 그걸 기술적으로 막고, 예술적으로 흘리며, 화려하게 발차기를 날리는 액션 따위는 없다.

회칼, 쇠파이프, 야구방망이, 각목이 허공을 수놓을 뿐.

허벅지에 회칼을 수십 차례 쑤시는 장면도 찍고.

아킬레스건을 잘라 불구로 만드는 모습도 자주 등장할 예정이다.

류지호가 노파심에서 한 마디 했다.


“네 선에서 자체검열하지 마. 과감하게 가.”

“지금의 액션 디자인대로 찍어서 붙이면, 방송 못 나갈 텐데....”

“베드씬이나 수위 높은 폭력장면은 한국판에서는 일단 걷어 낼 거야. 영 아니다 싶으면 한국에서 방영 안하려고.”

“그럼 어디에서 틀려고.”

“한국에서 방송 안 되면, 영어로 더빙해서 미국에서 풀 거야.”

“미국 사람들이 한국 조폭드라마를 볼까?”

“조폭세계는 시시하게 여겨도 액션만큼을 좋아 할 걸?”

“걔들은 드라마에서도 때려 부수고 총 쏘고 온갖 난리 다 치지 않냐?”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 시퀀스가 오마주 되는 거 못 봤냐? 회칼 하나 쥐고 다구리치는 조폭들 쓸어버리는 멋진 액션 시퀀스 하나만 뽑아봐라. 또 아냐? 네가 짠 회칼 액션에 감명 받은 할리우드 제작자가 널 데려다가 영화 연출 맡길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암튼 액션 콘티는 언제 와서 볼 거야? 빨리 컨펌 해줬음 좋겠는데.”

“미국 다녀와서 한꺼번에 몰아서 볼 수 있게 해줘.”

“오케바리!”


류지호는 최영웅과 헤어지기 전에 체크카드 한 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人Best 회식 한 번 해라. 삼겹살만 굽지 말고 소고기 사 먹어.”

“땡큐. 보스!”


<불한당>에서 최영웅은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최영웅이 뜻하지 않던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

바로 연출로 진로변경이다.

마치 Vic&Jay 스턴트 디자인의 빅키 햄휴즈처럼.

한국영화 <조폭마누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My Wife Is Gangster>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빅키 햄휴즈처럼 최영웅이라고 해서 액션영화 특화 감독으로 변신하지 말란 법도 없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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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 불한당(不汗黨). (9) +2 24.04.18 1,054 60 26쪽
831 불한당(不汗黨). (8) +7 24.04.17 1,066 69 22쪽
830 불한당(不汗黨). (7) +5 24.04.16 1,069 65 24쪽
829 불한당(不汗黨). (6) +3 24.04.15 1,104 67 26쪽
828 불한당(不汗黨). (5) +6 24.04.13 1,177 65 27쪽
827 불한당(不汗黨). (4) +9 24.04.12 1,179 73 30쪽
826 불한당(不汗黨). (3) +5 24.04.11 1,144 70 24쪽
825 불한당(不汗黨). (2) +5 24.04.10 1,163 73 24쪽
824 불한당(不汗黨). (1) +8 24.04.09 1,216 72 26쪽
823 미래의 성장 동력. (3) +7 24.04.08 1,255 77 28쪽
822 미래의 성장 동력. (2) +6 24.04.06 1,268 71 23쪽
821 미래의 성장 동력. (1) +6 24.04.05 1,312 68 24쪽
820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게임기? +9 24.04.04 1,301 67 22쪽
819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4) +4 24.04.03 1,278 77 22쪽
»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3) +3 24.04.02 1,257 7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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