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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처럼...

죽지 않고 돌아왔다 (換魂歸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불멸화
작품등록일 :
2024.01.10 05:16
최근연재일 :
2024.03.12 18:05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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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6,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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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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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못다 한 이야기 (3)

DUMMY

동틀 무렵.


형의립과의 일을 마친 한태성이 다시금 객잔을 찾았을 때였다.


“일은 잘 마치셨습니까?”


기다렸다는 듯 그를 갈한상이 맞아들였다.

보아하니 그도 밤새 한숨도 자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여하간 한태성은 그에게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줄 필요성을 느꼈다.

밤사이 정말 형의립과 많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일단 어제 일로 크게 전달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다.”


“말씀하십시오.”


“첫째, 곧 장강수로맹에서 사람을 보내올 것이다. 너는 그와 함께 광은상단으로 떠나라.”


“...”


첫 번째부터 뭔가 갈한상이 예상한 것과 매우 달랐다.

계속해서 한태성과 함께 할 거라 여겼는데,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째, 복귀하는 대로 내 서신을 아내에게 전하고, 향후 나를 대하듯 그녀의 지시를 따라라. 더불어 광동, 복건 쪽의 사정을 살피거라. 상단을 통해 언제 어느 때고 집어삼킬 수 있게 네가 그 선봉에 서라. 일전에 내가 전수한 무공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다.”


“!”


선봉장.

그야말로 노예 처지에선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임무.

왠지 갈한상은 조금 전 떠나라고 했던 서운함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왜, 할 수 없느냐?”


“아, 아닙니다. 기필코 그 두 곳을 이른 시일 내에 주인께 바치겠습니다.”


“좋아. 대신 사천과 인접한 귀주는 놔두거라. 강남삼중인 강서도 마찬가지고. 절강은 내가 직접 처리할 생각이다.”


여기에 강남삼중의 또 다른 한 곳인 운남.

비록 지리적으로 광서와 인접했다지만, 그 사이에 다름 아닌 십만대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단 방패막이가 있는 이상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이곳엔 사왕의 한 명인 검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처럼 사왕이 있는 사천이나, 또 그곳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귀주는 당분간은 그냥 둘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서는 형의립 쪽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쪽도 장강과 접해 있어 그편이 더 수월할 것이다.

이외에 절강은 애초 한태성 자신의 다음 목적지니 알아서 하면 되었고.

여하간 그의 이야기는 남은 사약 중 둘을 손아귀에 넣으란 의미였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강남 삼분의 이를 먹고 나면 그다음은···.


“명심할 건 최종 목표는 사 왕이 자리한 사천과 운남이란 것이다. 단순히 사람이 혼자 분탕 치는 것과 다르니, 철저히 준비해 놓아야 할 거다.”


한태성의 말은 곧 비무가 아닌 전쟁을 뜻했다.

이를 잘 알아들었기에 갈한상의 고개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끄덕여졌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슬슬 불망회 문제도 마무리 되어갈 테니. 앞으론 복귀하는 사노와 함께 일을 추진토록 해라.”


“예, 주인!”


이로써 한태성은 지난밤 형의립과 나눴던 이야기를 대충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남은 건 본의 아니게 자신을 대신해 이 모든 걸 이끌게 될 묘인아.

바로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여기엔 그녀가 놀랄 한 가지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놈아, 이는 너보다 몇 배의 세월을 더 산 노형님의 충고니 잘 새겨듣는 게 좋을 거다. 너무 모가 나면 시작부터 정을 맞는 법이다. 그러니 강남을 네 손에 움켜쥘 때까지는 너무 강북의 시선을 끄는 짓은 삼가도록 해라. 네 말대로 그 세 잡놈이 철저히 본성을 숨기고 있다면, 또 어떤 짓을 해 올지도 모르니 말이야.”



형의립이 걱정하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삼성과 형의립을 제외한 나머지 삼왕과의 관계.

이를 확실히 할 수 없는 이상, 일단 그 부분부터 해결한 뒤에 삼성을 상대하라는 뜻이었다.


‘훗. 역시 인생의 상당 부분을 천락애에서 처박혀 있던 나보단 나은 면이 있어.’


광마와 천마.


이 둘은 누구보다 크게 무림을 뒤집어 놓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천마에겐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따르는 추종자가 있었다.

반면 광마는 철저히 남들에게 꺼리는 존재로 취급받았다.

그래서 막상 큰일이 닥쳤을 때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없단 절대 진리를 넘지 못했다.

물론 투신으로 통하는 천마라면 이조차 가뿐히 넘어섰을 것이다.

여하간 누구 말처럼 짊어진 게 많은 처지에서 한태성은 일단 형의립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니 묘인아가 놀라지 않게 편지에 자세히 적을 생각이었다.

또 무엇보다 혼례 후 수개월이 흐른 상태였다.


‘부디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일이 흘렀으면 좋겠군.’


이러한 생각으로 한태성은 이후 갈한상에게 지필묵을 준비시켰다.

그리고선 그가 지필묵을 내오자, 한태상은 붓을 들어 그사이 정리한 생각을 하나하나 서신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


다음 날.


형의립이 약속한 대로 사람을 보내왔다.

그는 앞으로 광은상단과 장강수로맹 사이의 관계를 증명해 줄 자로 갈한상과 함께 복귀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형의립에게 무슨 명을 받고 왔는지, 그는 생각 이상으로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태상님께서 이번 일에 대해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그러니 향후 두 곳의 관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끄덕.


한태성은 일단 짧게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선 갈한상에게도 비슷한 식의 명을 전했다.


“들었다시피, 이번 일 성사하는 데 있어 특별히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내 그녀에게 보내는 서신에도 잘 적어 두었으니, 일단 그 부분은 크게 신경 쓸 필욘 없고. 대신 앞서 언급한 것과 사노에게 전하는 이 밀명만 잘 수행토록 해라.”


이후 한태성이 언급했든 한 가지 밀명을 전음으로 따로 내렸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듣던 갈한상의 눈이 한순간 크게 뜨여졌다.

아니, 곧 제 역할에 충실해 알겠단 식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명하신 대로 잘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수는 그 무엇보다 현란하면서 치명적이다. 이 말 명심하고, 앞으로 세상에 다시 한번 그 전설을 꽃 피우거라.”


“예, 맡겨주십시오.”


마지막 명은 일종의 당부이기도 했다.

지난날 갈한상에게 전해준 소수신공.

그것이 그를 통해 제대로 꽃을 피우게 된다면, 아마 세상은 또다시 시리도록 새하얀 소수 전설에 치를 떨게 될 것이다.

여하간 이로써 한태성은 호남에서의 일을 대충 마무리 지었다.

이후 갈한상과 장강수로맹 측 사자를 떠나보내고, 그는···.


우두둑.


놀랍게도 언젠가 형의립처럼 신체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더욱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머리칼마저 백발에서 흑발로 바꿔버렸다.

그래서 더는 그가 백발극악마 한태성임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이도 지금보다는 더 든 삼십 대로 보였고, 특히 신비스러워 보이는 특유의 분위기 대신 거친 기질을 자랑했다.

어찌 보면 이쪽이 더 영혼에 잘 맞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한태성은 이 모든 걸 최종적으로 처소 내의 거울을 통해 확인했다.


“후후. 그야말로 내가 나로 변장한 꼴이군.”


이 말처럼 현재 한태성의 모습은 광마의 한창때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 세월 속에 흘려보낸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를 알아볼 자들은 아마 그와 깊은 연을 맺은 자 외엔 없을 것이다.


@@@


“!”


역시나 형의립은 잊지 않고 있었다.

한태성이 다시 그의 처소를 찾았을 때 반응이 예상 그대로였다.

엄청나게 놀랐고, 아니 그 이상으로 질색인 얼굴을 해 보였다.


“악취미로구나. 진짜.”


“왜 어울리지 않나? 후후.”


“어이구 뒤야. 이놈아, 그렇게 눈에 띄지 말라 했더니, 결국 돌고 돌아 광마더냐? 아무리 젊었을 적 모습이라도 분명 알아보는 자가 나올 텐데. 굳이 그 모습을 꼭 해야겠느냐?”


“둘 중 하나니까.”


“뭐?”


“일단 날 없애고 싶어 하는 적과, 또 내가 돌아오는 걸 반기지 않는 자. 이 둘 외엔 날 알아볼 인간은 없어.”


“설마 옥석을 가리는 용도로 쓰겠다는 거냐?”


“이왕이면 꾸밈없는 진실 쪽이 좋지.”


“...”


“그리고 이쪽이 더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고.”


“결국 날뛰는 건 멈추지 않겠단 소리구나.”


“어쨌든 백발극악마는 여기까지니,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용도로 이만한 인물도 없지. 설마 이 둘이 같은 인간이라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음···.”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형의립이 보기에도 백발극악마의 행보가 광마를 닮았다 했지, 그가 광마의 후예란 소문은 아직 돌지 않고 있었다.

애초 이런 관계를 아는 건 한태성과 가까운 몇 명뿐.

아무래도 쓰는 무공이 닮았다고 해도, 어차피 주목하는 건 외모 쪽이 더 클 테니 말이다.

예컨대 화기를 다루는 문파가 형산파만이 아니듯, 뇌기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태성도 더는 이걸로 실랑이를 벌이기보다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지난밤 자신했던 만큼 배편은 확실히 준비해 뒀겠지?”


“당연하지, 이놈아. 다른 것도 아닌 본 맹이 자랑하는 쾌속비룡선이다. 이보다 빠른 배는 아마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외려 더 눈에 띄는 거 아니야? 나보곤 언제 조심하라고 하더니.”


“어허. 그래도 이 노형님의 체면이 있지. 게다가 사고뭉치는 가능하면 빨리 떨구는 게 좋지. 오래 끼고 있다가 뭔 꼴을 당하라고?”


“그거 동생 걱정해 주는 노형님의 자세하곤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클클. 걱정은 개뿔. 신주팔존에게 반수 차이로 패한 놈 걱정을 세상 그 누가 할까?”


형의립의 마지막 말은 어딘가 의미심장한 면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에 관해선 어제 서로 합의를 본 사항이었다.

그래서 한태성도 대화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섬 한편에 대놓은 쾌속비룡선에 올라 바로 절강으로 떠나갔다.

이를 지켜보며 형의립은 뭔가 시원하면서도 섭섭함을 느꼈다.

하나하나가 정말 싹수하고는 담을 쌓은 한태성이었지만, 그래도 말년에 얻게 된 동생이었다.

더구나 그는 또 누가 뭐래도 자신이 인정한 광마의 후인이기도 했다.


“클클. 언젠가 좀 더 속내를 터놓을 날이 오겠지. 그런 만큼 그때까지는 부디 몸 건강히 원하는 걸 꼭 이루도록 하거라.”


형의립이 떠나가는 한태성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작별 인사였다.

아니, 앞으로도 이런 식의 인사말은 전할 일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게 용왕이었고, 또 광마였다.

여하간 이날 이후로 호남 무림 상에 그토록 기다리던 한 가지 소문이 떠돌게 되었다.



-백발극악마의 행보가 끝내 동정용왕에 의해 가로막혔다.

-놀랍게도 둘의 대결은 고작 반수 차이에서 갈라졌다.

-비록 패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더는 그가 몸담은 광서를 강남사약 중 한 곳이라 부르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비록 호남 무림인들의 체면은 어떻게든 지키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퇴색된 것은 아니었다.

신주팔존과의 대결에서 반수 차이로 패배했다.

호남, 아니 강남 무림인 누구도 이를 결코 흉이라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관한 소문은 호남을 넘어 강남 전역은 물론, 차츰 장강을 넘어 강북으로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백발극악마 한태성.


빠르게 무림 상에 깊이 각인되어 가는 새로운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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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대륙제일인 (1) 24.03.09 665 12 12쪽
47 하나가 아닌 둘 (2) +1 24.03.08 733 13 12쪽
46 하나가 아닌 둘 (1) 24.03.06 764 15 12쪽
45 주사위는 던져졌다 (2) +1 24.03.05 819 14 13쪽
44 주사위는 던져졌다 (1) 24.03.04 853 14 12쪽
43 흑광풍과 백광풍 (2) +2 24.03.02 864 15 13쪽
42 흑광풍과 백광풍 (1) +2 24.02.29 897 15 14쪽
41 저주마검 (3) +1 24.02.28 905 16 12쪽
40 저주마검 (2) +1 24.02.27 919 16 12쪽
39 저주마검 (1) +1 24.02.26 979 17 12쪽
38 하류들의 성모 (2) +2 24.02.25 944 16 13쪽
37 하류들의 성모 (1) +1 24.02.24 981 17 12쪽
36 그가 돌아왔다 (3) +1 24.02.23 1,005 17 13쪽
35 그가 돌아왔다 (2) +1 24.02.22 1,009 18 13쪽
34 그가 돌아왔다 (1) +1 24.02.21 1,070 14 12쪽
» 못다 한 이야기 (3) +3 24.02.20 1,096 15 11쪽
32 못다 한 이야기 (2) +3 24.02.19 1,110 21 12쪽
31 못다 한 이야기 (1) +1 24.02.18 1,155 18 12쪽
30 용을 낚는 법 (3) +1 24.02.17 1,180 18 12쪽
29 용을 낚는 법 (2) +1 24.02.16 1,191 16 12쪽
28 용을 낚는 법 (1) +1 24.02.15 1,274 18 12쪽
27 패왕의 길 (2) +2 24.02.14 1,239 18 12쪽
26 패왕의 길 (1) +1 24.02.13 1,299 17 12쪽
25 내가 돌아왔다 (3) +3 24.02.12 1,381 19 13쪽
24 내가 돌아왔다 (2) +1 24.02.11 1,440 19 12쪽
23 내가 돌아왔다 (1) +1 24.02.09 1,565 21 11쪽
22 백발극악마 (2) +1 24.02.08 1,47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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