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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처럼...

죽지 않고 돌아왔다 (換魂歸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불멸화
작품등록일 :
2024.01.1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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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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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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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낚는 법 (1)

DUMMY

동정호.


대륙엔 방대한 크기 쪽이 더 유명했지만, 호남 내에선 여러 하천과 장강을 잇는 관문으로서의 의미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를 잘 알고 이곳에 터를 잡은 유명한 무림 세력이 하나 있었으니···.


장강수로맹.


동정호 내의 가장 큰 섬인 군산을 제 집처럼 쓰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 탓에 근처 악양루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떠돌았지만, 대놓고 그리 말하는 자는 없단 게 현실.

근본이 수적 집단답게 장강수로맹은 군산 본거지 외에도 산하에 여러 수채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마 머릿수만으론 웬만한 문파방회들은 따라오지도 못할 규모랄까?

아니, 신주팔존의 한 사람을 배출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집단이 바로 장강수로맹이었었다.

그래서 현 맹주를 맡고 있는 한 사람은 더욱더 골이 아팠다.


장강수룡(長江水龍) 막대추(莫大醜).


분명 신주팔존 동정용왕의 후임으로선 조금 손색이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만 아니라면, 무림십대고수는 아니라도 이십대고수안에는 충분히 들고도 남을 실력자였다.


“끙.”


다만 그런 그조차 이번 일 만큼은 참으로 난감했다.



-동정용왕은 평생 고자임을 감추고 살고 있다!



기가 차게도 이러한 소문이 호남 내에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믿을 자는 없을 것이다.

본래 수적들의 삶이란 술과 여자, 그리고 싸움이 전부인데, 그중 대표적 인물인 동정용왕이 고자라니···.

문제는 이를 떠벌리고 다니는 놈이, 도중에 스러지기는커녕 근래엔 형산파의 고수마저 꺾어버렸다.

그리고선 거침없이 쭉쭉 북상하는 중이었다.

여기에 그 싸움을 지켜본 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실로 두 번은 보지 못할 어마어마한 싸움이었다.

-형산파의 소식통에 따르면 둘 다 화경에 이른 고수라 했다.



‘화경이라고? 그분의 가르침을 받은 나도 아직 못 이룬걸. 고작 말코 도사 놈들이 정말 화경 고수를 배출했다고?’


막대추는 동정용왕 관련 소문도 소문이지만, 이것도 무척 신경이 쓰였다.

어찌 보면 호남에서 장강수로맹과 형산파는 첫 번째를 두고 다투는 처지였다.

그래서 비록 패하긴 했어도 이와 중에 형산파가 화경 고수를 배출했다?


‘아니, 끝내 반폐인 급이 되었다니, 당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나?’


결국 돌아 다시 원점이었다.

문제의 그 백발극악마라는 놈은 계속해서 이곳과의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결국 장강수로맹이 다음 표적이고, 떠벌린 대로라면 동정용왕이 최종 목표인데···.


‘이걸 알려? 말아?’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부터가 막대추는 골이 지끈거렸다.

아무리 이젠 나이 들어 과거보다 성질이 많이 죽었다지만, 그래도 그 거친 수적들의 정점에 군림하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대놓고,



“저기···. 어떤 미친놈이 태상(太上)님을 고자라고 떠벌리고 다니는데 어찌할까요? 죄송하지만, 저로선 아직 화경 고수를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



“끙. 아마 답도 듣기 전에 맞아 죽지 않을까?”


아니, 설혹 죽지 않았더라도 여태껏 화경에도 이르지 못했다며 오를 때까지 두들겨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디 맹주란 직책이 한가로이 무공수련에만 열중할 수 있는 자리던가?

이 점에 있어선 되레 동정용왕이 이상한 것이었다.

그 많은 수적을 다스리고, 또 본인은 화경을 넘어 지금쯤 어쩌면 현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성취를···.

그때였다.

더는 고민이나 하고 있을 수 없게 그가 머무는 대전으로 뛰어드는 수하가 하나 있었다.


“맹주님. 급보입니다. 놈이 마침내 악양(岳陽)에 발을 들였답니다.”


“뭐?”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정도로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상대가 코앞까지 치고 들어왔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고민할 시간에 수하들을 떼거리로 보내 힘이나 빼놓을 것을.

아무래도 형산에서 벌어졌던 대결의 여파인 듯했다.

더는 놈의 앞을 막는 자가 나오지 않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요? 소문대로라면 군산으로 쳐들어오는 것도 시간문제 같은데.”


“어떻게 하긴 뭘 어떡해. 절대 놈이 군산 땅은 밟지 못하게 해야지. 형산파 놈들도 털리지 않은 안방을 털게 놔둘 순 없지 않으냐?”


“하오면?”


“사룡단을 보내라.”


“사룡단이라면···. 맹의 무력 대대 전부를 말입니까?”


“그래. 땅에서 막을 건 땅에서 막고, 물에서 막을 건 물에서 막으라고 해.”


“...”


수하는 막상 명을 들었지만, 그래도 무력 대대 한두 개도 아닌 전부를 보내라는 건 과한 건 아닌가란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막대추의 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


“맹의 전 수뇌부는 빠짐없이 저녁때까지 군맹전(群盟殿)에 집결하라고 해. 어디 기루에서 처자다 빠지거나 늦는 놈이 있다면 내 직접 목을 칠 거란 명을 전하고.”


“예···.”


“서둘러라.”


“존명.”


이후 명을 받은 수하가 혹여 괜한 불똥이 튈까 전달받은 사항을 빠르게 해당 부서에 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대추의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참에 맞아 죽든, 죽을 때까지 맞든, 서둘러 동정용왕을 만나기 위해 자신도 움직였다.

현재 호남을 휩쓰는 광풍이 생각 이상으로 심상찮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


“주인, 이대로 곧바로 군산으로 향하실 생각 아니십니까?”


“됐어.”


한태성은 악양에 도착할 때까지는 실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했다.

그래서 갈한상은 그가 서둘러 호남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절강으로 떠나려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적의 본거지가 코앞인 악양에 도착하고선 오히려 느긋하게 행동했다.


“훗, 궁금한 얼굴이군.”


“아닙니다. 어찌 제가 감히.”


“좋은 자세야. 하나 아무리 노예라도 강시나 실혼인보단 나아야지. 그러라고 네게 기회를 준 것인데. 앞으론 어느 정도의 질문은 허락하지. 괜히 몰라 엉뚱한 짓 벌이지 않게.”


“감사합니다, 주인.”


“좋아. 일단 객잔부터 잡지. 수적 놈들이니만큼 물 밖에선 크게 덤비진 않을 테니. 도시 내에선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이후 갈한상이 앞장서 늘 하던 대로 가장 좋은 객잔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다만 소문은 어찌 서두른 한태성보다도 더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외모를 알아본 몇몇 자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전처럼 한번 어찌 해보겠단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혹 괜히 엮일까 두려워 피하는 식이었다.

또 그 속에 장강수로맹의 졸개도 섞여 있으리라.

그런 만큼 한태성의 등장은 확실하게 적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여하간 한태성과 갈한상은 객잔을 잡고 난 뒤로는 다과와 차로 시간을 보냈다.

동정호의 명물 중의 하나가 은침차(銀鍼茶)인 만큼 술 대신 느긋하게 차향을 즐겼다.


“한상.”


“예, 주인.”


“내가 전에 강화에서 침입자들에게 뭐라 소문내라 했는지 기억나지?”


“물론입니다.”


“후후, 특히 동정용왕을 딱 집어 평생 고자임을 감춘 채 살아간다고 한 이유가 뭔 줄 아느냐?”


“음···. 혹 그를 자극해 꾀어내려고 한 것 아니십니까?”


“고작 자극? 아니, 그게 반쯤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오면 정말 그가 사내구실도 못 하는 고자라는 겁니까?”


“정확하게는 그가 익힌 무공과 관계가 있다. 그래 놓고도 수하들 앞에선 세상 누구보다 사내답다고 거들먹거리던 인간이지. 후후후.”


비밀은 치명적일수록 더더욱 거짓으로 꾸미고 감추기 마련이었다.

특히 자신이 익힌 무공 관련해서는 그것이 큰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굳이 내가 찾아 나서지 않아도, 말이 귀에 들어갔으면 당장 뛰쳐나왔을 거다. 혹 제 비밀이 드러난 것은 아닐지 하여. 하나 아직도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설마 장강수로맹 측에서 소문을 감추고 있다는 겁니까? 그래서 목전까지 쳐들어가서는 오히려 기다리며 말이 흘러들어 가도록?”


“훗, 노예가 된 뒤론 멍청이가 다 된 거 아닌가 했는데. 쓸만해.”


“아···!”


칭찬으로 받아들여서인지, 아니면 제 생각이 맞아 그런 건지, 갈한상의 눈에 순간 기쁨의 빛이 감돌았다.

여하간 한태성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러니 기다리자고. 존재감을 알리려 장강수로맹을 뒤집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상대는 신주팔존의 일인이야. 과거 광마가 하던 대로 똑같이 굴 순 없지. 어차피 동정용왕은 결국 내 뜻대로 움직일 테니. 굳이 적이 바라는 대로 해줄 필욘 없어.”


낚시는 동정용왕이 자랑하는 세 가지, 자맥질, 무공과 더불어 손꼽는 재주였다.

하지만 한태성은 지금 그가 자랑하는 낚시질로 외려 동정용왕을 낚으려 했다.

그리고 다행하게도 미끼(?)가 마침 또 움직여 주고 있었다.


@@@


팔백여 리에 달하는 너비만큼 동정호는 곳곳에 여러 섬을 품고 있었다.

물론 군산처럼 한 단체가 들어설 정도의 크기는 더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이 편히 노후를 보내기에 적당한 장소는 몇 곳이 있었다.


은룡도(隱龍島).


동정용왕이 은거지로 택한 후엔 이렇듯 용이 숨은 곳이란 의미로 새롭게 불리는 장소.

당연히 마치 금지처럼 장강수로맹 소속 맹도들도 감히 이곳엔 잘 다가가지 않았다.

그래서 동정용왕 형의립(形意立)은 말년을 제가 좋아하는 걸 맘껏 즐기며 지내는 중이었다.

역시나 오늘도 눈뜨자마자 하는 짓이 낚시질이었다.


“클클. 오늘로 벌써 반년째다. 네놈이 감히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세상없을 천방지축처럼 까부는데. 오늘이야말로 네 그 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아니, 내 눈에 띈 그 자체를 후회하게 해주마.”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그런지, 형의립은 마치 낚싯대와 사람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겐 그 끝머리에 달린 찌와 대화하는 중이었다.

이제껏 그는 동정호에서 마음먹어 낚지 못하는 물고기가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반년 전 모습을 드러낸 그놈.

어찌 놈만큼은 아직 낚지 못하고 있었다.


“클클. 그래도 화리(火鯉)란 이름값을 한다는 거냐? 아니면 나 이상으로 살아 꾀만 는 것이냐?”


화리는 붉은빛의 잉어를 특별히 따로 부르는 말이었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오래 살면 살수록 끝내 몸 안에 양기의 내단을 품어 영물로 거듭나는 놈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형의립이 낚으려는 놈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은 못 되었다.

그래도 자기 나이 이상은 족히 돼 보여 최소 백 년 이상은 살았을 법한 놈이었다.

이건 그야말로 보양을 위해선 최고 중의 최고란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

슬슬 나이 들어 떨어지는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형의립은 놈을 꼭 낚을 생각이었다.


톡톡.


‘옳거니.’


찌가 움직였다.

드디어 형의립과 놈의 오랜 싸움을 결정지을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파라락.


“응?”


“...”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척에 찌는 물속에 반도 가라앉아 보지도 못한 채 잠잠해졌다.


부글부글.


그래서 한껏 흥분에 달아올랐던 형의립의 얼굴이 또 다른 의미에서 붉으락푸르락 끓어올랐다.


“!”


흠칫.


이에 따라 나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 막대추는 시작부터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론 웬만해서 이토록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혹 못 본 사이 독심술이라도 터득했는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늘, 벌써 형의립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니, 결국 터지고 말았다.


찌지직.


우두두둑.


비유가 아닌 실제로 형의립의 몸이 옷을 찢어가며 폭발하듯 커지고 있었다.

본래는 막대추에 비해선 형의립의 체구는 상당히 작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아이가 세월 속에 어른이 되어가듯 형의립의 육체가 쑥쑥 자라나가고 있었다.

마지막엔 상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막대추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일 듯한 덩치를 자랑하는 형의립.

이 모습이 바로 천하가 아는 진짜 형의립이었고, 동정용왕 외에 따로 패력강신(覇力鋼身)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꿀꺽.


막대추는 실로 날을 잘못 잡았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강적이 코앞까지 밀고 들어온 상황.

결국 근래 호남은 물론, 장강수로맹에 불어닥친 광풍에 대해 순순히 털어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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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하나가 아닌 둘 (1) 24.03.06 763 15 12쪽
45 주사위는 던져졌다 (2) +1 24.03.05 818 14 13쪽
44 주사위는 던져졌다 (1) 24.03.04 853 14 12쪽
43 흑광풍과 백광풍 (2) +2 24.03.02 864 15 13쪽
42 흑광풍과 백광풍 (1) +2 24.02.29 897 15 14쪽
41 저주마검 (3) +1 24.02.28 905 16 12쪽
40 저주마검 (2) +1 24.02.27 919 16 12쪽
39 저주마검 (1) +1 24.02.26 979 17 12쪽
38 하류들의 성모 (2) +2 24.02.25 944 16 13쪽
37 하류들의 성모 (1) +1 24.02.24 981 17 12쪽
36 그가 돌아왔다 (3) +1 24.02.23 1,005 17 13쪽
35 그가 돌아왔다 (2) +1 24.02.22 1,009 18 13쪽
34 그가 돌아왔다 (1) +1 24.02.21 1,070 14 12쪽
33 못다 한 이야기 (3) +3 24.02.20 1,095 15 11쪽
32 못다 한 이야기 (2) +3 24.02.19 1,110 21 12쪽
31 못다 한 이야기 (1) +1 24.02.18 1,155 18 12쪽
30 용을 낚는 법 (3) +1 24.02.17 1,180 18 12쪽
29 용을 낚는 법 (2) +1 24.02.16 1,191 16 12쪽
» 용을 낚는 법 (1) +1 24.02.15 1,274 18 12쪽
27 패왕의 길 (2) +2 24.02.14 1,239 18 12쪽
26 패왕의 길 (1) +1 24.02.13 1,299 17 12쪽
25 내가 돌아왔다 (3) +3 24.02.12 1,381 19 13쪽
24 내가 돌아왔다 (2) +1 24.02.11 1,440 19 12쪽
23 내가 돌아왔다 (1) +1 24.02.09 1,565 21 11쪽
22 백발극악마 (2) +1 24.02.08 1,47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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