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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A.J.A)의 서재입니다.

빛과 어둠 속 뒤틀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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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aja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7
최근연재일 :
2022.12.21 20:12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19,163
추천수 :
970
글자수 :
1,384,956

작성
22.05.24 09:44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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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0쪽

- 제 24 화 – 알고 있었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 제 24 화 – 알고 있었다?


리아인은 탁자 위에 놓인 영상통신 장치를 바라보며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


“전하, 그 열 명 아직 살아있죠?”


-살아있지, 한 놈은 둘째 치더라도 나머지 놈들한테서도 정보를 쥐어 짜내야 하지 않겠어?


“네, 그렇죠. 쥐어 짜내십시오.”


-말하지 않아도 곧 그럴 예정이긴 한데, 뭐 주워들은 것이라 있나?


국왕 레이쉴은 왠지 기대감이 들었다.


“네, 검은 옷 사냥꾼들이 돌연변이 마수들을 사냥하고 다닌다고 하네요. 하얀 창 제물로 사냥한다고 하니 정확한 이유를 알아보세요.”


-그래? 알았네.


레이쉴은 놀라면서도 기대에 맞게 정보를 얻게 되어 얼굴에 흡족함이 감돌았다.


“아, 그 사냥꾼들 옷에 다섯 개의 하얀 창과 검은 날개가 새겨져 있다고 하니 그것도 알아보세요.”


쿵─!


갑작스러운 소리에 레이쉴의 눈을 깜박였다.

리아인이 말을 끝내자마자 피곤함을 이길 수 없다는 듯이 탁자 위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할 말은 다 했나?


“···네.”


리아인은 여전히 탁자 위에 머리를 박은 채 대답을 했다.


-음, 여행은 잘··· 아니네, 피곤한 것 같으니 이만 끊지, 쉬게.


“네. 감사합니다.”


팍! 지직─···.


영상통신이 꺼지고 집무실 소파에 앉아있는 레이쉴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하··· 사회경험이고 뭐고 여행에만 집중할 줄 알았더니.”


레이쉴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직접 알아냈을 녀석이 절대 아니지. 누군가 싫은데도 정보를 알아서 손안에 쥐어졌나 보군. 이러한데 평범하게 여행을 하겠다고?”


레이쉴은 리아인이 안쓰러워졌다.


마차 안.

영상통신이 끝나고 조용한 가운데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있던 리아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통신이 꺼진 것을 재차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루카테르는 옆에서 그 모습을 봤다.


'저 녀석 저거 일부러 그랬네.'


어이없었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리아인은 레이쉴이 필요 이상으로 질문을 하지 못하게 일부러 한 행동이긴 했지만,

진짜 피곤하기도 했다.


리아인은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서는


“난 잔다.”


2층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슬쩍 루카테르를 봤다.

알아서 얌전히 잘 있으라는 눈빛을 쏘고는 2층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루카테르는 리아인의 눈빛은 무시하고

지직거렸던 영상통신 장치를 고치려는 듯 앙증맞은 앞발로 몇 번 툭툭 쳐대고는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여전히 조용한 마차 안.

멀뚱히 소파에 앉아있는 류안.

그 옆에 똑같이 멀뚱히 앉아있는 루카테르.


류안이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허락되지 않은 힘을 강제로 쓰려면 뒤틀린 힘이 필요한가 보네.”


그 말에 루카테르는 해츨링 모습이라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지며 고개를 돌려 류안을 봤다.


“지금 ㅁ···.”


말을 하려던 루카테르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리아인이 자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 검지를 입술에 대고 있는 류안이 루카테르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아직은 나도 몰라. 때가 아니기도 하고, 준비가 되지 않았어.


루카테르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류안의 목소리가 왠지 낯설었고,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것에 놀라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다 알고 있는 듯 말하고는 잘 모르겠다니,

때가 아니라니,

준비는 또 뭐야?


루카테르는 류안을 봤다.


짙은 회색의 눈동자가 순간 옅은 청회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런 눈동자에서는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오싹함이 루카테르의 말초신경을 스치고 지나갔다.


* * *


루카테르의 표정이

해츨링 모습이라 귀여워야 할 표정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왕궁 지하 감옥.

그곳에 있는 열 개의 금빛 수정체.

그 안에 각각 있는 검은 옷의 녀석들을 꺼내기 위해 여행 중이던 마차 안에서 이곳으로 급히 텔레포트를 해서 왔다.


수도 전체와 왕궁 자체에 있는 보호막 때문에 이곳으로 오는 텔레포트는 일반 텔레포트보다 더 섬세하게 해야만 해서 많이 피곤하지만,

국왕 레이쉴의 명이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루카테르는 손가락을 전부 이용해 튕겼다.


따다닥! 따닥─!

쩌적─! 쩌저적───! 쩍!


투박한 소리와 함께 금빛 수정체 열 개가 순식간에 깨졌다.


쿠당탕! 쿠당!! 쿵!!! 철퍼덕─!


“크윽─!”

“크으윽──!!”

“으억!”


금빛 수정체에 갇혀있던 검은 옷의 열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감옥 바닥에 충돌하면서 신음했다.


원래는 이미 할 말을 다 한 한 명을 빼고 아홉 개만 깨야 했으나,

루카테르는 그냥 귀찮아서 한꺼번에 열 개 다 깨버렸다.


레이쉴은 루카테르를 봤지만,

뭐? 왜?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닥에 부딪히고 겨우 상체만 일으키고 있는 열 명 중 한 명은 이미 경험했기에 무덤덤했고,

나머지 아홉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위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그들 눈앞에 고풍 의자가 보였고,

레이쉴이 그 의자에 앉으며 그들.

검은 옷의 창술사 열 명을 조용히 응시했다.


이번 심문은 누님의 도움 없이 레이쉴이 혼자 하기로 했기에 세이지는 이 자리에 없었다.


무덤덤하게 있던 한 명,

파란 눈동자의 남자가 힐끗 주변을 봤다.


“네놈이 찾는 그자는 이곳에 없다.”


레이쉴의 말에

수정체에서 나오게 되면서 혹시 하는 기대감을 잠깐 가졌던 파란 눈동자 남자의 얼굴에 체념이 자리 잡았다.

다른 아홉 명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레이쉴이 입을 천천히 열었다.


“사냥꾼.”


아홉 명은 흠칫했지만 드러나지 않게 감췄다.


“왜 검은 옷의 사냥꾼들이 돌연변이를 사냥하지?”


아홉 명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레이쉴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차분한 목소리 말했다.


“허락되지 않은 힘.”


루카테르는 마차에 있을 때

류안이 했던 혼잣말을 레이쉴한테 고대로 전부 전해 준 상태였다.


레이쉴이 한 말에 아홉 명 중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가 미약하지만 유일하게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호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저놈은 아는군.’


레이쉴의 미소가 짙어졌다.


“뒤틀린 힘은 구하기가 참 힘들어. 안 그래?”


흉터가 있는 남자는 크게 움찔거렸다.


“허락되지 않은 힘을 쓰려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소용이 없었겠지, 그래서 그것을 뒤틀어 버릴 힘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데 그런 뒤틀린 힘을 찾자니 찾기 힘들기도 했겠지만, 위험요소가 많았을 거야.”


레이쉴은 흉터의 남자를 바라봤다.


“자연적으로 뒤틀린 존재. 돌연변이.”


흉터의 남자는 잘게 떨며 레이쉴을 쳐다봤다.


엎어진 모습에서 상체만 겨우 일으킨 다른 아홉 명은 자신들은 모르는, 뒤틀림에 관한 말에 의문만 가득한 가운데,

지금은 비록 한순간의 실수로 얼굴의 흉터와 좌천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한 때, 수뇌부까지 올라갔었던 그는 알고 있었다.


“진짜는 쓰기 힘들고, 모조품이라도 만들어서 쓰려니 제물이 필요하고, 그렇게 쓰기 힘든 창으로 누굴 처형하겠다고 설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흐······.”


레이쉴 말에 흉터의 남자는 웃음을 흘렸다.

정확하게는 비웃음이었다.


“네 놈 따위가 그분의 숭고한 뜻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분’이야말로 이 세계의 진정한 평등과 안전을 주실 분이다.”


흉터의 남자는 눈앞의 레이쉴을 노려봤다.


“‘그분’의 하얀 창을 위해 제물이 되어 가치를 증명하는 것 역시 숭고한 일. 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이 비루한 몸뚱이에 남아있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하, 이놈 아는 것은 많아 보이는 입은 열지 않을 것 같군.’


레이쉴은 결의와 분노를 드러내는 흉터의 남자를 보며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른 한 명을 봤다.

류안한테 알아서 모든 것을 털어났던 놈.

파란 눈동자의 남자.


뭔 이유로 인해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이용해야 할 듯했다.


“루카테르 님, 저 흉터 있는 놈 빼고 나머지는 다시 가두시고···,”


레이쉴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가서 류안 군과 영상통신을 연결해 주십시오.”


그 말에 유독 반응하는 한 명이 있었다.


‘류안··· 군?’


'~군' 친구나 손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이르는 말.


‘이 상황에 필요한 손아랫사람이라면··· 혹시··· 그 소년···?’


남자의 파란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다시 볼 수 있는 것인가?’


그의 얼굴에 기대감이 다시 서리더니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레이쉴은 온몸에 돋는 소름을 참아가며 루카테르한테 아홉 명을 어서 가두라며 손짓했다.

여전히 해츨링 모습인 루카테르의 손에 금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자, 잠깐, 기다려줘! 내··· 내가 이럴 처지가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부탁한다. 그··· 볼 수 있게만 해 다오. 제발!!!”


너무나 간절한 그의 외침에 다른 아홉 명은 지금의 상황, 처지를 잊을 정도로 벙쪄있었다.

루카테르도 그 간절함에 순간 얼이 빠져 저도 모르게 흉터의 남자와 저 파란 눈동자의 남자를 뺀 여덟 명만 다시 금빛 수정체에 가두었다.


“어······ 일단 난 그 녀석한테 간다.”


“···네, 가십시오.”


잠깐 얼이 빠진 것은 레이쉴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있는 레이쉴의 옆 탁자에 영상통신 장치가 놓여 있었다.


위─잉────.


영상통신 장치가 켜졌다.


“음─!”


레이쉴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영상통신인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영상 속에 보이는 류안의 옆에서 리아인이 날카로운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음···, 좀 진정시켜 줄 수 있겠나?”


레이쉴의 부탁에 류안은 리아인의 머리를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고는 영상통신 장치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냥 보고 있으면 돼?


“그래, 아무것도 할 것 없이 편안한 자세로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돼.”


류안은 탁자 위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 가만히 영상통신 장치를 바라봤다.


흉터의 남자는 기가 찼다.


“하, 난 뭐 대단한 자라도 부르는지 알았더니···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지?”


그런 와중에

옆에서 생기 넘치는 눈으로 영상 속 소년을 보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더 기가 찼다.


‘저 어린 것이 정신 고문이라도 했나? 그래서 미친 것인가? 그래, 이런 해괴한 짓을 국왕이란 자가 아무 이유 없이 할 리가 없어.’


흉터의 남자는 힐끗 영상 속 소년.

류안을 봤다.


‘저것의 정신 고문에 당할 만큼 난 나약하지 않다! 온몸이 뒤틀리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면서 수뇌부까지 올라갔던 나다!!’


흉터의 남자는 비웃음을 보이려다 흠칫하며 몸이 굳어져 갔고 눈이 커졌다.


“왜··· 왜 너한테서··· 크윽─!!!”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만일을 대비한 수뇌부들한테 걸려있는

기밀누설 방지 잠금 제약.


그 제약이 흉터의 남자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크으윽───!!”


몸을 옥죄는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말해야 한다는 듯이 입술이 들썩이고 있었다.


‘왜··· 왜 이런······.’


흉터의 남자는 끔찍한 고통과 그럼에도 말하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주륵───.


그의 메마른 입술에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수뇌부에 올라가 멀리서만 볼 수 있었던 ‘그분’과 그의 하얀 창을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그 하얀 창으로부터 흘러들어온 기운.

명령을 내리는 듯했던 기운.


그분은 ‘-- --’하는 자.

그분의 뜻을 따라 죄인들을 처형하라.


하얀 창이 말하는 그분은

검은 옷 조직의 최종 우두머리.

절대자의 뜻을 이어받은 ‘그분’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금 그 믿음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흐아···암.


영상 속에서 하품 소리가 들려왔다.

류안의 하품 소리였다.


흉터의 남자는 알 수 없는 위기감이 들었고

옆에서 생기 넘치는 눈으로 영상 속 소년만을 응시하던 미친놈이 안쓰럽게 자신을 보는 것이 보였다.


‘저 미친놈이······.’


-언제까지 보고 있어?


영상 속에서 들린 소년의 말과 동시에

흉터의 남자는 바닥이 갈라지며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것 같은 강한 공포심이 들었다.


-영상 꺼도 돼?


“자, 잠깐, 마··· 크윽! 말하겠어!!”


의자에 조용히 앉아있던 레이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뭘?


“내가 아는··· 크으윽!”


흉터의 남자는 제약으로 인해 온몸이 옥죄는 것을 넘어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말해야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흐음.


류안이 침음하는 사이

흉터의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힘들게 움직이려 하던 그때,


-하얀 창이 뭐라고 하지 않았어?


류안이 먼저 말을 했다.

그 말에 흉터의 남자는 입을 움직일 수도 닫을 수도 없었다.


-다섯 개 중 하나는 너희가 ‘그분’이라고 칭하는 자가 갖고 있고, 나머지는 잘 찾고 있어? 검은 천사는 왜 찾아?


흉터의 남자뿐 아니라

레이쉴과 루카테르도 적잖게 놀랐다.


다섯 개의 하얀 창과 검은 날개.

검은 옷 사냥꾼의 문양.


그 문양만으로 저렇게 추론했을 리가 없다.

알고 있다.

저 소년은 알고 있다.


흉터의 남자는 말한 것이 없었기에 온몸을 옥죄었던··· 심장을 쥐어뜯던 고통은 사라졌지만.


잃었다.

기회를······

지켜봐 주는 자에게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자신은 잃었다.


그렇게 느낀 흉터의 남자는 끝없는 절망감에 휩싸였고

그런 그의 눈에 한숨 섞인 웃음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는 미친놈이 보였다.


“하······.”


그 모습에 화를 낼 수 없었던 흉터의 남자는 그저 절망감에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떨굴 뿐이었다.

차라리 고통에 괴로워하던 좀 전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레이쉴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고는 루카테르한테 손짓했다.


“저 두 놈 가두십시오.”


금빛 섬광이 비치고 두 명은 각각 수정체 안에 갇혔다.

그 안에 흐릿하게 보이는 두 명의 표정을 본 레이쉴은 머리가 더 아파 왔다.


한 놈은 절망감에 빠져있고,

또 한 놈은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


레이쉴과 루카테르는 몰랐겠지만

파란 눈동자의 남자는 영상장치로나마 소년을 다시 보고 이름도 알게 되어 행복감이 넘쳤다.


레이쉴은 영상 속 류안을 봤다.


“류안 군, 아는 것이 있었으면 진작 말해 주지 그랬나.”


-응?


“진작 말해 주었으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해괴한 저것들 볼 일도 없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아아, 나도 좀 전에 알았어.


“좀 전?”


-응, 좀 전에 하얀 창을 통해 알게 됐어.


“네가 가지고 있는 하얀 창? 그 창이 알려줘?”


-알려준다는 표현이 맞나? 하얀 창이 제 안에 있는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줬다 해야 하나?


그게 그거지 않나 생각하던 레이쉴은 혹시 하면서 물었다.


“신···물[神物] 같은 것인가?”


-어··· 맞아.


류안의 대답에

레이쉴은 영상 속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얀 창이 신물[神物]이란 것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말에 술술 대답해주는 류안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껏 류안이 아무 말 없이 있었던 것은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뭔가 의문이 생길 때면 먼저 류안한테 물어봐야겠군.’


“그럼, 검은 천사도 하얀 창을 통해 알게 된 것인가?”


검은 천사.


레이쉴한테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가 이상한 오지랖을 부리며 넌지시 알려 준 것 중에도 검은 천사에 관한 것이 있었다.


-아니, 엿보는 자가 있어서 우연히 알게 됐어.


“엿보는 자?”


-응, 말 그대로 ‘보는 힘’을 가진 자들이 보는 것을 엿보는 자야.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자가 보는 것을 억지로 엿본 탓인지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흘러나온 것을 나도 보게 되었어.


“이런 누님한테 조심하라고···.”


레이쉴은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세이지? 왜?


“왜라니?”


보는 것을 엿보는 힘이라며

그럼 당연히 꿰뚫어 보는 힘을 가진 누님 세이지한테 알려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꿰뚫어 보는 힘을 엿봤다가는 오히려 탈탈 털릴 텐데?


“아───!”


맞다.

꿰뚫어 봄이 괜히 꿰뚫어 보는 것이겠는가

절대 엿볼 수 없다.

시도하는 순간 바로 그자가 누님 세이지한테 꿰뚫릴 것이다.


“하, 하하하.”


류안의 보는 힘.

무엇을 어디까지 보는지 알 수 없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쉴이 감탄한 듯 웃는 것을 본 류안은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고로 류안의 지켜보는 힘은

시력[視力]을 지닌 생물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거리 제한이 없이 보이는 것을 보면서 듣고 느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딱히 힘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허상이나 교란 같은 경우는

진짜와 가짜 두 가지가 동시에 보여 그 둘을 구분하기 위해 조금 더 집중할 뿐이었으며

부가적으로 자신이 본 것을 다른 자와 공유할 때, 또는 특정 대상을 더욱 집중해서 봐야 할 때 미미하게나마 힘이 필요할 뿐이었다.


흠이 있다면

류안은 본 것들을 잘 기억하지는 못했고 관심 없는 것은 바로 잊어버렸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왕궁 지하 감옥 안에 울리던 레이쉴의 웃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더 궁금한 것 있어?


“아니 없어. 영상 꺼도 돼.”


류안 덕에 예상외로 많은 것을 알게 된 레이쉴은 홀가분하고 기분 좋았다.


위잉── 팍!


영상통신이 꺼지고

류안은 평소와 달리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뻐근한 것 같은 양 볼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 모습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묘한 표정의 리아인이 보고 있었다.


“왜?”


그 시선에 류안이 갸웃거리며 물었고,

리아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아아악────!


마차 안에 작은 텔레포트 마법진이 생기더니 거기에서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가 모습을 보였다.


묘한 표정의 리아인을 본 루카테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놈 저거 지금 질투하고 있네.’


루카테르는 분위기를 바꿀 겸 입을 열었다.


“이제, 어디 갈 거냐?”


루카테르는 탁자 위에 있는 영상통신 장치를 챙겨 아공간에 넣었고,

리아인은 탁자 위에 지도를 꺼내 펼쳤다.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던 리아인의 눈에 지도의 한 곳을 꼭 짚는 하얀 손가락이 보였다.

류안의 손가락이었다.

딴 길로 빠진 적은 있어도 먼저 갈 곳을 정한 적이 없어서 의아했다.


“여기 뭐가 있어?”


리아인은 별 의미 없이 물은 이 말을 곧 후회하게 되었다.


“신전.”


류안의 대답에

리아인의 뇌리를 강타하는 말이 있었다.


마을 ‘피스링’에서 망할 점술가가 했던 말.


‘버려진 신전을 찾으세요.’


리아인의 표정이 구겨졌다.


“싫어?”


리아인의 표정을 본 류안이 싫으면 안 가도 된다는 의미로 물어본 것이지만,

그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루카테르는 리아인의 표정을 보고는 짐작했다.


‘저놈 저거 거절 못 하겠네, 쯧쯧.’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집약체가

고양이 눈을 하고 싫냐고 물어보는데

거절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생판 남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아냐, ······가자.”


리아인은 얼굴을 푹 숙인 채 힘없이 답했다.


루카테르는 ‘역시’라고 생각하며 그런 리아인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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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속 뒤틀린 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 제 34 화 – 안개비 속의 존재들. 22.05.31 87 5 13쪽
34 - 제 33 화 – 말이 씨가 되었나···. 22.05.30 88 5 16쪽
33 - 제 32 화 – 둘만의 여행을 떠나고···. 22.05.29 88 6 16쪽
32 - 제 31 화 – 새로 시작하는 자. 22.05.28 90 8 16쪽
31 - 제 30 화 – 귀찮은 부탁··· 에휴. 22.05.27 90 8 20쪽
30 - 제 29 화 – 한밤중의 외출. 22.05.26 92 6 17쪽
29 - 제 28 화 – 뒤틀린 자···. 22.05.26 95 7 20쪽
28 - 제 27 화 – 예상하지 못한 사실. +2 22.05.25 94 9 17쪽
27 - 제 26 화 – 원치 않게 받아들였다. 22.05.25 91 5 17쪽
26 - 제 25 화 – 신전을 찾은 후…. 22.05.24 96 7 20쪽
» - 제 24 화 – 알고 있었다? +2 22.05.24 95 6 20쪽
24 - 제 23 화 – 원치 않게 알게 되었다. 22.05.23 96 7 18쪽
23 - 제 22 화 – 다시 여행을 떠나는데···. 22.05.23 97 6 16쪽
22 - 제 21 화 – 수호자로 내세웠다. 22.05.22 109 6 20쪽
21 - 제 20 화 – 기이한 사태. 22.05.22 102 6 18쪽
20 - 제 19 화 – 건국기념 축제. +1 22.05.21 106 5 18쪽
19 - 제 18 화 – 엮일 것 같아 불길하다···. 22.05.21 113 6 17쪽
18 - 제 17 화 – 수도에 도착했는데···. 22.05.20 113 5 15쪽
17 - 제 16 화 – 찜찜한 뜻밖의 수확. 22.05.20 119 5 16쪽
16 - 제 15 화 – 원치 않은 곳에 왔다···. +2 22.05.19 121 6 16쪽
15 - 제 14 화 - 어딜 가라고···? 22.05.19 122 6 12쪽
14 - 제 13 화 - 드러나기 시작한…. 22.05.18 132 6 21쪽
13 - 제 12 화 – 일이 생겨버렸다. +2 22.05.18 144 6 17쪽
12 - 제 11 화 – 쓸데없는 말을 들어버렸다. 22.05.17 140 6 13쪽
11 - 제 10 화 – 주워버렸다. +2 22.05.17 147 8 21쪽
10 - 제 9 화 – 의도하지 않은 의문의 징조. 22.05.16 149 7 14쪽
9 - 제 8 화 – 짜증 나는 만남…. 22.05.16 164 8 17쪽
8 - 제 7 화 – 달갑지 않은 만남. 22.05.15 173 7 13쪽
7 - 제 6 화 – 이동 중 생긴 일들··. 22.05.14 189 7 16쪽
6 - 제 5 화 – 이런 젠장. 22.05.14 230 8 11쪽
5 - 제 4 화 – 평범한 일상. +1 22.05.13 295 11 12쪽
4 - 제 3 화 – 함께 다니게 되었다. +2 22.05.12 363 21 13쪽
3 - 제 2 화 - 차원 이동해 따라왔다. 22.05.12 445 26 16쪽
2 - 제 1 화 - 차원 이동 당했다. 젠장. +6 22.05.11 609 36 18쪽
1 프롤로그 +4 22.05.11 1,018 4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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