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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A.J.A)의 서재입니다.

빛과 어둠 속 뒤틀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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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aja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7
최근연재일 :
2022.12.21 20:12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19,159
추천수 :
970
글자수 :
1,384,956

작성
22.05.17 08:55
조회
146
추천
8
글자
21쪽

- 제 10 화 – 주워버렸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 제 10 화 – 주워버렸다.


한창 꽃 축제 중인 마을 ‘피스링’.


마을은 꽃 축제답게 화사한 꽃들로 건물들과 거리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으며

마을 중심에 있는 광장 가장자리를 원을 그리듯 빙 둘러 자리한 노점들은 관광객을 위한 음식과 마을 특산품들을 팔고 있었다.


노을이 아직 드리우지 않은 저녁 무렵

이 마을에 도착한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 네우.


평소처럼 멍하니 있는 류안을 제외한

네 명은 망할 놈의 신과 검은 옷 무리 덕분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로 축제고 뭐고 즐길 생각 없이 쉬고 싶었고

리아인, 쌍둥이 둘은 배도 고팠기에

식당과 여관을 겸하고 있는 4층짜리 건물로 들어갔다.


역시 축제 중이라 그런지

1층 식당에는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었지만,

마침, 한 일행이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그렇게 구석진 자리에 앉은 후,

쌍둥이는 다섯 명이 묵을 방을 대여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고

그사이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이 앉은 자리로 바쁜 점원들을 대신해 가게 주인이 주문서를 들고 다가왔다.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아, 기본정식으로 4인분 부탁드립니다.”


가게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본 벨드라엔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4인분인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벨드라엔이 ‘인형’의 몸이라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기에 자신의 몫을 제외한 것이었다.


주문이 끝나고 가게 주인이 주방으로 가자

리아인은 깍지 낀 손등 위에 턱을 대고는 벨드라엔을 지그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벨드라엔 씨.”


차분한 그의 목소리에 벨드라엔은 움찔했고,

‘인형’을 두른 몸이라 흘러내릴 리가 없는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리아인은 얼핏 보면 온화해 보였지만,

실상은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가림막’이 되어 주겠다고 제안하지 않았어?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닌가?”


“아, 그게······ 맞아.”


벨드라엔은 여전히 등에서 흘러내지도 않는 식은땀을 느끼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어딘가의 속담을 믿으며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근데, 왜일까? 저번 마을 ‘데무스’에서도 그렇고, 검은 옷 무리도 그렇고··· 그쪽 말과는 아주 다르게 인기가 좋으셔~.”


움찔.


“하. 하. 그러게 왜 그럴까···?”


벨드라엔은 실없이 웃으며 말하고는 슬그머니 리아인의 시선을 피했다.


벨드라엔도 정말 궁금했다.

신 ‘페디로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검은 옷 무리인지 뭔지는 왜 자신을 노린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도망자’인 자신을 노리면 뭔 이득이 있다고···.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벨드라엔을 보며 리아인은 곰곰이 생각했다.


벨드라엔이 말한 가림막.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없는 존재 취급받는 자신의 뒤에 있게 해줌으로

나와 류안의 존재를 가려주는

투명망토 역할을 해주려 했던 것이리라.

그런데 투명망토가 아닌

아주 눈에 잘 띄는 형광색, LED 조명 망토인 것 같았다.


눈치를 보며 시선을 피하던 벨드라엔이

뭔가 체념하든 다시 리아인을 보며 말했다.


“음··· 그럼, 이제 각자 갈 길 가는 ㄱ···.”


“동행해 줄게.”


“응?”


이미 한번 거절했었고 이곳까지 같이 오게 된 것도 억지에 의한 것이라 더 이상은 붙잡을 수 없겠다고 여겼던 벨드라엔은 순간 잘 못 들었나 했다.


“동행하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쪽을 ‘가림막’으로도 이용해 주겠어. 단, 내 방식대로 이용하겠어.”


벨드라엔의 얼굴은 어리벙벙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본 리아인은 말을 이었다.


“왜? 불만 있어?”


“아, 아니 없어. 난 좋아. 그렇게 해.”


어리벙벙하던 벨드라엔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리아인이 말한 '내 방식대로의 가림막'이 자신한테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뭘 그렇게 해요?”


카운터에 갔던 쌍둥이 둘이 돌아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너희와 동행하기로 했어, 앞으로 잘 부탁해.”


리아인이 벨드라엔한테 보인 미소와는 다른 진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신 대답했다.


‘아, 고생하겠네···.’


쌍둥이 둘은 자신들이 아닌

손 많이 가는 벨드라엔을 상대하면서 맘고생을 할 리아인과 류안을 걱정했다.


“네, 저희도 잘 부탁드려요.”


쌍둥이 둘도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때,


“주문하신 식사 나왔습니다.”


가게 주인이 서빙 카트를 이용해 가져온 스튜, 빵, 채소를 곁들인 스테이크로 이루어진 기본정식 4인분이 식탁 위를 가득 채우던 중

류안이 자신의 앞쪽에 놓인 음식들을 다른 사람들 쪽으로 밀어 옮기고는

음식에 기본적으로 딸려 나오는 물컵 하나만 가져다 놓았다.


그것을 본 가게 주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빈 서빙 카트를 끌고 주방으로 서둘러 갔다.

가게 주인이 왜 저러나 싶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물만 마시는 류안.

괜찮은 건가 걱정이 들던 쌍둥이 둘은

리아인이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괜찮음을 인지하고 맘 편히 음식을 먹었다.

벨드라엔도 난감한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이내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을 입에 넣었다.


“음식 못 먹는 것 아니었어?”


“어? 아, 아냐. 먹을 필요가 없을 뿐이지 먹는 흉내는 낼 수 있어. 몸속으로 들어온 음식들은 자동으로 분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든.”


리아인의 물음에 벨드라엔은 답하고는 저도 모르게 류안을 봤다.


“소화기관이 없어서 못 먹어.”


류안 말에 벨드라엔은 의문과 함께 혼란이 오면서 머리가 아파 왔다.


호흡과 체온, 피부 감촉, 상처와 피, 치유.

이 모든 것들은 그가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없는 신체 장기.

검은 옷 무리와 대치할 당시,

류안의 기운에서 미미하게나마 느껴졌던 권능의 힘.


벨드라엔은 머리가 더 아파지기 전에

복잡한 생각이나 추측은 치워버리고는 결론을 내렸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인형’으로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아직 권능을 발휘하는 것에 미숙한 ‘어린 신’.


그러자,

벨드라엔은 두통이 사라지고 개운해지면서 홀가분해졌다.


그렇게 벨드라엔이 류안을 보는 자신을 노려보는 리아인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스로 만족하고 흐뭇해할 때.


달그락.


류안 앞에 웬 낯선 그릇이 하나 놓였다.

그 그릇에는 정식으로 나온 큼지막한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스튜와는 다르게 미음처럼 건더기가 하나도 없는 묽은 수프가 있었다.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과 쌍둥이는 그 수프 그릇을 올려놓은 자를 봤다.

가게 주인이었다.


“그 수프는 내가 특별히 주는 거라 계산할 필요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번 먹어봐~.”


쓸데없는 오지랖에 류안은 미간을 구겼고

이를 오해한 가게 주인은 측은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진짜 많이 아픈 거 같은데···. 그렇다고 물만 마시면 오히려 몸에 안 좋을 수 있어. 조금이라도 영양가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기운 차리지. 자, 자. 어서 먹어봐. 내가 진짜 신경을 써서 만든 것이라 소화하는 것에 별 무리 없어 먹을 수 있을 거야.”


류안은 소화기관이 없다고 말할까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 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


류안이 묽은 수프를 먹기 전에는 안 움직일 것 같은 가게 주인의 모습에

리아인과 벨드라엔이 나서서 말을 하려던 중.

옅은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수프 그릇을 양손으로 들어 마시는 류안을 볼 수 있었다.


꿀꺽꿀꺽··· 꿀꺽······

탁─!


수프 그릇이 식탁에 놓였고

그 안에는 묽은 수프가 절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류안은 다 마셔보려고 노력했지만,

무리였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래그래, 천천히 먹어. 먹는 모습 보니까, 보기가 좋네.”


만족한 가게 주인은 그제야 발을 움직여 자기 할 일 하러 갔다.


가게 주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류안은 어두운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에 맞혀 리아인도 의자에서 일어나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류안이 나가기 쉽게 비켜주었고는

바로 류안의 뒤를 따라갔다.


밖으로 나온 류안은 잠시 주변을 살펴보더니

가게 건물 뒤쪽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


쿨럭!


류안은 나무를 한 손으로 짚고는 허리를 숙여 몸속의 이물질을 게워내기 시작했고

몇 번 몸을 들썩이며 이물질을 다 게워내고 나서 숙였던 허리를 펴자,

눈앞에 투명한 물병이 보였다.


류안은 리아인이 건네준 물병 속의 물로 입안을 헹구고 뱉었다.

그의 얼굴에는 힘들었는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쓸데없는 오지랖은 이렇게 사람···

신까지도 힘들게 했다.


리아인은 류안을 빨리 여관방으로 데리고 가서 쉬게 하려고 했는데,

이런······.


류안이 또 한곳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역시나 그쪽으로 발을 움직이는 그를 보고는 리아인도 얕은 한숨과 함께 뒤를 따라갔다.


몇 걸음을 걸어가자.


냐아아옹~. 야옹, 냐옹~♪.


고양이 세 마리가 나무 밑동 쪽에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노는 것이 보였다.


한참 동안 그 무언가를 앞발로 툭툭 치면서 가지고 놀던 고양이들은 뒤에 다가온 류안과 리아인의 기척에 놀라 황급히 달아났다.


고양이들이 달아나고 남겨진 무언가를 류안은 쪼그려 앉아 가만히 바라봤다.

웅크린 채 파르르 떨던 검은 색의 그 무언가는 조심히 몸을 펴더니 붉은색의 눈동자로 류안을 올려다봤다.


푸석한 검은 털을 가진 그 무언가는

얼핏 햄스터를 닮은 듯 덩치가 작았고

덩치에 비해 큰 붉은색 눈동자의 두 눈.

머리 양쪽에 각각 자리한 작은 뿔과

등에는 한 쌍의 조그만 날개가 있었으며.

이마 가운데에는 세 개의 작고 동그란 붉은 돌이 박혀 있었다.


첨보는 생명체였다.


“어, ‘기생 마수’다.”


음식값을 계산하고 뒤늦게 따라온 벨드라엔이 류안이 보고 있는 생명체를 보더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딱히 불리는 종명(種名)은 없이 기생하는 마수라고 그냥 ‘기생 마수’라 불렀지만, 안타깝게도 어린 고양이한테도 질 정도로 약해서 그런지 기생할 대상을 제대로 찾지 못해 꽤 오래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용케 살아남아 있었나 보네.”


벨드라엔이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물기를 잔뜩 머금은 커다란 붉은 눈망울로 쭈그려 앉아있는 류안을 올려다보던 기생 마수는 조용히 슬그머니 류안의 손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그 손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상황은 미처 제지할 틈도 없이 은밀하게 일어났다.


완전히 스며들어 기생하게 되면

숙주와 완벽하게 하나로 융합되어 삶과 죽음을 같이 하게 되면서 절대 분리되지 않는,

분리할 수 없는 기생 마수.


너무 약한 존재라서 경계하지 않은 탓인지

리아인, 벨드라엔은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는 당황하고 있으나

류안은 아무렇지 않은 듯,

기생 마수가 스며들면서 손목과 손등에 걸쳐 생겨난 세 개의 작은 붉은 돌과 그 주위에 있는 독특한 문양을 잠시 보더니

다른 손으로 그 문양과 붉은 돌을 꼬집듯 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기생 마수가 그대로 딸려 나왔다.


기생 마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류안의 손에 대롱 매달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큰 눈을 깜빡이며 최대한 귀엽고 해맑게 웃음 지어 보였다.


너무나 어이없게 분리되어 나온 기생 마수.

그 모습에 리아인은 안도하는 반면

벨드라엔은 혼란스러웠다.


문양이 생겼다는 것은 완벽하게 기생, 융합했다는 증표였는데,

기생 마수의 기생력이 형편없었던 것인지

류안의 알 수 없는 힘 작용한 것인지···.

아니,

그 이전에 기생 마수가 신이란 존재한테 기생할 수 있었나···?


벨드라엔은 급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기껏 결론을 내렸는데,

또다시 의문으로 혼란해지는 것이 싫어

류안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고, 그냥 속 편하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러다,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류안을 신경 쓰는 것인지 의문이 들려는 찰나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 의문도 떨쳐냈다.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

덤으로 기생 마수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묵을 여관방으로 돌아갔다.


하늘은 노을이 드리워지고 어두워지면서

마을은 축제용 등불로 화려함이 더해져 있었다.


* * *


꽃 축제를 구경 온 관광객들이 많아 방을 구하기 힘들 줄 알았으나,

다락방이면서도 비싼 가격 때문인지

욕실과 화장실이 딸린 6인용 다락방이 운 좋게 남아 있어서 그 방을 대여한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은

이런저런 일로 피곤함에 죽은 듯 숙면한 후

아침을 맞이했다.


꼬르르륵─···.


일어나자마자

세 명의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렸고

어제는 가게 주인의 오지랖 덕분에 식사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으니 당연한 거였다.


리아인,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가게 주인이 류안한테 또 쓰잘머리 없는 오지랖을 부릴까 싶어 셋이서만 1층 식당으로 식사하러 갈까 하다가

류안과 벨드라엔 단둘만 방에 있게 하는 것이 왠지 더 불안해져

추가 요금을 내고 룸서비스를 부탁했다.


잠시 후,

문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식사 왔다는 말에

쌍둥이 제우가 문을 열었다가 후회했다.


“간밤에 잘 주무셨나요?”


점원이 아닌 가게 주인이 인사말을 건네며 서빙 카트를 밀고 방으로 들어와서는

식탁 위에 음식들을 올려놓았다.


빵과 샐러드, 고기 스튜로 구성된 3인분.

거기에 더하여

특별 서비스인 고기와 채소를 곱게 갈아 만든 수프.


류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 해.”


가게 주인은 수프를 류안 앞에 놓고는 미소진 얼굴로 말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번에도 류안이 먹기 전에는 안 나갈 기세였다.


‘대체 왜 저러냐고···.’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류안의 눈에 뭔가 보였다.

자신의 오른손에 기생 중인 기생 마수가 손등 위로 빼꼼히 작은 얼굴을 내밀고는

조그마한 앞발로 크게 벌린 제 입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을 리아인도 보고는 곧 행동을 취했다.


“아─앗, 창밖에 저건 뭐지?”


리아인은 큰 소리로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다락방 창문을 가리켰다.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시선 돌리기.


가게 주인은 물론이고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도 고개를 돌려 창문을 봤다.

그 틈에

류안은 수프 그릇을 들어 기생 마수의 입에 수프를 들이부었다.

꿀꺽꿀꺽 아주 잘 받아먹었다.


탁─!


식탁에 그릇 놓이는 소리가 나자

가게 주인과 쌍둥이 둘은 소리가 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와중에

벨드라엔 혼자만 계속 창문 너머를 살펴보고 있었다.


벨드라엔을 뺀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류안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기생 마수가 있는 오른손을 자신의 입 근처에 갖다 댔다.


“끄윽─!”


기생 마수의 입에서 트림이 나왔다.


이것을 알 리가 없는 가게 주인은 당연히 류안이 한 트림으로 알았고

식탁 위 빈 그릇을 보며 아주 흡족한 얼굴로 하고는 빈 서빙 카트를 밀며 유유히 방 밖으로 나갔다.


리아인은 포만감에 배인듯한 곳을 두드리는 기생 마수를 봤다.

류안한테 기생하고 있어 맘에 안 들었는데,

그나마 맘에 드는 한 가지가 있어 다행이었다.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마친 그들은 다락방을 나와서는 1층 식당을 지나 건물 밖으로 나갔다.


어제는 다들 피곤하기도 했고,

특히 류안이 가게 주인의 오지랖 덕분에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하는 바람에 축제를 즐길 여유 자체가 없었지만,

오늘은 그 오지랖도 무사히 넘겼고

잠도 충분히 자서 몸 상태도 좋아졌으며 배도 부르니.


축제를 즐기자~♬.


“으랏챠──!”

쿠웅─!!!


깜짝이야.


기합 소리와 함께 커다란 흙자루가 공중으로 던져졌다가 땅에 떨어졌다.


분명 꽃 축제인데,

뭔 힘자랑하는 행사가 이렇게 많은지···

꽃꽂이, 벌레 잡기?, 꽃 향수 만들기 같은 힘과 상관없는 행사도 있긴 했으나,

팔씨름, 흙자루 들고 빨리 달리고, 멀리 던지기, 장작 패기, 땅 빨리 파기 기타 등등.

아침부터 힘자랑, 근육 자랑하고 있는 자들로 정신이 없었다.


“운동하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나?”


“응?”


이건 뭔 소리인가 싶은 뜬금없는 물음에

리아인,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 네우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류안이 한 말이었다.


왜 이런 말을 했나 싶어

류안이 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으로 돌리자

그곳에선 ‘장애물 피하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말이 ‘장애물 피하기’이지···

장애물들이 아주 살벌한 것이 웬만한 격투 훈련소 수준을 넘어있었다.


“왜? 하고 싶어?”


리아인은 혹시 류안이 검은 옷 무리로 인해 다친 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 싶었고

그 예상이 얼추 맞기는 했다.

그때,

류안은 자신을 공격하는 그림자를 봤지만

운동신경이 나빠서인지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다친 후에야 그 그림자를 잡을 수 있었다.


류안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그림자를 봤다.


움찔.


그 시선에 그림자가 미세가 꿈틀거렸으나,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네 명은

고개 숙인 류안이 자책으로 시무룩한 것처럼 보여 표정이 안 좋아졌다.


다들 류안의 몸을 조심히 살펴봤다.


심하게? 호리호리한 몸.


그래서인지···

운동한다고 한들 반사신경이 좋아질까 싶은 편견과도 같은 의문이 들었고

저 얼굴에 근육질 몸이라···

왠지 상상되지도 않았고 싫었다.


리아인은 둘째치고

벨드라엔까지 측은하게 류안을 보는 모습에

쌍둥이 둘이 질겁하면서 벨드라엔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리아인과 벨드라엔의 시선과

쌍둥이 둘의 행동에 류안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던 중.


툭. 툭.


뭔가가 자신의 오른손등을 치는 것을 느끼고는 그쪽을 봤다.


오른손에서 몸을 반쯤 내밀은 기생 마수가 류안과 시선이 마주치자

주먹 쥔 쪼그마한 손으로 목인지 가슴인지 구분되지 않는 곳을 두 번 두들겼다.

마치,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류안은 별생각 없이 미소지었고,

그것을 본 리아인은 기가 차서 못 본 척했다.


류안의 운동 얘긴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고

시간은 흘러서 오후가 되었다.


점심은 노점에서 파는 음식들로 간단히 때우기로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꼬치,

채소와 소시지가 들어있는 핫도그,

고구마와 감자로 만든 막대형 튀김 과자.

추억의 불량식품을 떠오르게 하는 달달한 과자들을 한가득 품에 안고는

하나씩 꺼내먹으며 축제 구경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야옹~♬.


고양이 한 마리가 그들 앞에 나타나 지나가던 발목을 잡더니,


냐아옹~ 야옹.


뒤이어 고양이 두 마리가 다가와 합세했다.

어디서 본 듯한 고양이 세 마리.


류안이 그 고양이들 앞에 쭈그려 앉았다.


고양이 세 마리는 뜯어먹을 호구를 발견한 듯 살갑게 다가오다가 멈칫했다.

류안의 오른손등 위로 귀엽던 외모와는 다른 흉상을 드러낸 기생 마수가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세 마리는 기생 마수를 보고는 기겁을 하며 도망치더니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길목에 방치된 폐자재들 틈으로 숨어 들어가 몸을 서로 기대고 잔뜩 움츠린 채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쌍둥이 네우가 가지고 있는 음식 중,

소스가 묻지 않고 소금간이 약한 고기 몇 점을 골라내어 잘게 찢은 후,

고양이들이 숨은 근처로 다가가서

사람들 눈에는 잘 안 띄는 구석에 흙먼지가 묻지 않게 포장지를 깔고 그 위에 고기 조각들을 올려놓았다.


고양이 세 마리가 힐끔힐끔 눈치를 보다가

쌍둥이 네우가 자리를 피해 주자 그제야 슬금슬금 나와서는 고기 조각들을 먹었다.

고양이들은 그런대로 마을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털 결이나 몸 상태가 좋아 보였다.


쌍둥이 네우는 그런 고양이들을 잠시 보고는 뒤돌아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제우가 네우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런 쌍둥이 둘의 모습을 보며

리아인과 류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방면,

벨드라엔의 얼굴에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그러지 못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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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제 33 화 – 말이 씨가 되었나···. 22.05.30 88 5 16쪽
33 - 제 32 화 – 둘만의 여행을 떠나고···. 22.05.29 88 6 16쪽
32 - 제 31 화 – 새로 시작하는 자. 22.05.28 90 8 16쪽
31 - 제 30 화 – 귀찮은 부탁··· 에휴. 22.05.27 90 8 20쪽
30 - 제 29 화 – 한밤중의 외출. 22.05.26 92 6 17쪽
29 - 제 28 화 – 뒤틀린 자···. 22.05.26 94 7 20쪽
28 - 제 27 화 – 예상하지 못한 사실. +2 22.05.25 94 9 17쪽
27 - 제 26 화 – 원치 않게 받아들였다. 22.05.25 91 5 17쪽
26 - 제 25 화 – 신전을 찾은 후…. 22.05.24 96 7 20쪽
25 - 제 24 화 – 알고 있었다? +2 22.05.24 94 6 20쪽
24 - 제 23 화 – 원치 않게 알게 되었다. 22.05.23 96 7 18쪽
23 - 제 22 화 – 다시 여행을 떠나는데···. 22.05.23 97 6 16쪽
22 - 제 21 화 – 수호자로 내세웠다. 22.05.22 109 6 20쪽
21 - 제 20 화 – 기이한 사태. 22.05.22 102 6 18쪽
20 - 제 19 화 – 건국기념 축제. +1 22.05.21 106 5 18쪽
19 - 제 18 화 – 엮일 것 같아 불길하다···. 22.05.21 113 6 17쪽
18 - 제 17 화 – 수도에 도착했는데···. 22.05.20 113 5 15쪽
17 - 제 16 화 – 찜찜한 뜻밖의 수확. 22.05.20 119 5 16쪽
16 - 제 15 화 – 원치 않은 곳에 왔다···. +2 22.05.19 121 6 16쪽
15 - 제 14 화 - 어딜 가라고···? 22.05.19 122 6 12쪽
14 - 제 13 화 - 드러나기 시작한…. 22.05.18 132 6 21쪽
13 - 제 12 화 – 일이 생겨버렸다. +2 22.05.18 144 6 17쪽
12 - 제 11 화 – 쓸데없는 말을 들어버렸다. 22.05.17 140 6 13쪽
» - 제 10 화 – 주워버렸다. +2 22.05.17 147 8 21쪽
10 - 제 9 화 – 의도하지 않은 의문의 징조. 22.05.16 149 7 14쪽
9 - 제 8 화 – 짜증 나는 만남…. 22.05.16 164 8 17쪽
8 - 제 7 화 – 달갑지 않은 만남. 22.05.15 173 7 13쪽
7 - 제 6 화 – 이동 중 생긴 일들··. 22.05.14 189 7 16쪽
6 - 제 5 화 – 이런 젠장. 22.05.14 230 8 11쪽
5 - 제 4 화 – 평범한 일상. +1 22.05.13 295 11 12쪽
4 - 제 3 화 – 함께 다니게 되었다. +2 22.05.12 363 21 13쪽
3 - 제 2 화 - 차원 이동해 따라왔다. 22.05.12 445 26 16쪽
2 - 제 1 화 - 차원 이동 당했다. 젠장. +6 22.05.11 609 36 18쪽
1 프롤로그 +4 22.05.11 1,018 4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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