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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좋아함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검마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글좋아함
작품등록일 :
2022.08.23 16:11
최근연재일 :
2022.09.27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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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9
추천수 :
206
글자수 :
192,008

작성
22.09.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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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화병에 빠져서

DUMMY

34화. 화병에 빠져서


붉다, 붉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붉은 시야가 내 시야를 잠식한다.

내 피부색마저도 붉게 물들어져 있었는데.

피를 흘리는 건지 남의 피가 묻은 건지, 아니면 시야 때문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 속에서 내 시야만이 붉다.

시야는 붉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까.

나는 계속 검무를 추다가 더 이상 멈출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머릿속이 화마(火魔)로 가득 차 주위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들 때까지는 멈출 수 없을 거 같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적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피아의 구분은 수월하다.

아군은 나고, 나머지는 적.

베면 베어갈수록, 피가 얼굴에 튈 때도 있었는데 그럴수록 화병은 짙어져 갔다.

아닌가. 얼굴에 튀어서 붉게 물든 시야가 해소되지 않은 경우일 수도 있다.

솔직히 원인도 해결법도 모른다.

그걸 알았다면 어떻게든 이 화마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하나둘 베어나가자, 한 사내와 대적하고 있는 여러 사내가 보였다.

내가 태워야 할 땔감들이었다.


본능적으로 혈도와 기도를 타고서 양기가 흐르더니.

나는 반사적으로 혁원일섬진(焱元燚殲陳)임을 깨달았다.

허나, 이번에는 진(陣) 형태보다는 갑(鉀)의 형태를 띠었다.

반구 형태로 펼쳐진 혁원일섬진이 차차 내 몸을 덧씌울 크기로 작아지더니 마치 외피를 입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시야가 더 붉게 물드는 기분이다.


문득, 물컹거리는 느낌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자, 한 사내가 내 등에 장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내력 싸움을 하자는 건지, 내공을 밀어 넣고 있었는데.

의미 없어 보였다. 사내의 손이 곧바로 불에 붙은 듯 타기 시작하더니 작열통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사내가 내공을 쏘아 부었는데도 화병이 끝을 보이지 않자.

나는 어떻게든 화병을 쏟아내 보고자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는 웃음을 그쳤다.

젠장.

화병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무래도 모조리 태워야만 정신을 차릴 모양이다.


*


리철환과 대적하던 복면인은 거대한 양기(陽氣)에 뒤를 돌아보았다.

태양의 일부처럼 생긴 반구의 기 덩어리가 갑자기 작아지더니 효천동장의 몸 위를 덮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복면인 한 명이 기습해 뒤를 쳤다.


‘성공일까?’

내력을 쏟아붓던 복면인이 비명을 지르더니 뒤로 물러났다.

자세히 보니, 손바닥을 발화점으로 시작해 양팔이 타고 있었다.


처음에 열에 달하던 복면인들도 이제는 셋밖에 남지 않은 상태.

그중 다섯이 효천동장의 검무에 휘말려 죽었다.

이제 보니, 다른 동장들도 검무에 휘말리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죽지는 않았는데 동장들의 경우는 복면인들보다 수준이 높아 검무에 휘말리지 않을 속도로 도망치거나, 죽진 않고 중상에 그칠 뿐이었다.


‘이대로는 다 죽겠다.’

복면인들이 동시에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건 리철환도 마찬가지였다.

악수를 둔 건가.

효천동장과 손을 잡은 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장백파에 있을 때도, 북한에 있을 때도.

심지어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그 여정에도.

어디에서도 화마에 뒤덮여 걸어오는 사내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심지어 두 눈의 동공은 붉게 물들어있지 않나.

리철환은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리철환과 대적하던 또 다른 동장, 북구의 간자인 쌍둥이 중 하나가 말했다.


“이봐, 리철환이.”

“말하게.”

“자네가 우릴 죽이더라도 저걸 감당할 수 있나?”

반사적으로 리철환과 북구 무리도 싸움을 멈추고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효천동장을 바라봤다.

리철환이 침을 삼켰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물론, 리철환의 경우 사회에서 통용하는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들이밀었지만.


‘저건 규격 외인데···.’

계산해도 살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동장들처럼 도망을 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자신은 북구의 표적이 된 상황이니.

줄행랑을 치다가 눈먼 검에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무사히 도망치더라도 폭주하는 효천동장이 가만히 넘겨줄까.


꿀꺽-

리철환은 침을 삼키며 생각해봤다.


‘아니.’

효천동장의 상황은 완전히 미지수다.

눈 먼 검무에 괜히 자신도 휩쓸릴지 모른다.


복면인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리철환에게 제안했다.


“일단 살아서 돌아가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나. 같이 효천동장을 잡지. 혹시 그거 말고 살아갈 방법이 있나?”

리철환이 차차 다가오는 효천동장을 보며 고민했다.


“아닐세.”

“그럼 일단 임시동맹을 하자고.”

복면인과 리철환과의 대치가 무너졌다.

서로 공공의 적을 본 순간.

어느새 공공의 적이 눈앞으로 도래했다.


‘언제 여기까지···?’

모두 의문을 품는 순간.

갑주 형태로 효천동장을 둘러싼 열기가 다시 반구 형태로 번져갔다.


“젠장!”

복면인의 수장이 태양 모양의 진을 베어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검격을 마무리한 순간, 시야에 잡힌 건 열양(熱陽)에 녹아버린 쇳덩어리였다.


‘이런 씨발···.’

욕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반구 형태의 진에서 대뜸 손이 뻗어 나오더니.

그대로 효천동장의 손이 복면인 수장의 턱을 붙잡았다.

곧바로 복면인이 공중에 띄워지더니, 턱이 강한 열양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른 복면인들이 막아내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효천동장의 혁원일섬진의 크기가 더 커지더니, 곧바로 팔에 붙잡힌 복면인의 수장을 진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타닥- 타다닥-

복면인은 피부가 타는 소리를 들었다.

다음으론 신음이 뭉개지는 소리. 작열통에 목구멍에서부터 본능적인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효천동장이 턱을 붙잡는 탓에 신음이 뭉개져 살 타는 소리에 묻히기 시작했다.

복면인의 머리마저 녹아내리는 순간, 복면인이 마주한 건 붉게 물든 머리카락과 동공을 가진 괴인이었다.숨을 멎는 순간, 저 괴인이 효천동장임을 깨달았다.


*


혼란스럽다.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 건가.

내가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에는 반쯤 녹은 초주검이 있었다.

멀쩡한 절반의 얼굴에서 복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북구 쪽 행동대원인 모양이다.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손에는 녹은 시체의 살가죽이.

살이 타는 냄새는 코에.

나는 사람의 살가죽이 타는 냄새가 이렇게 독한 냄새인 줄 이제야 알았다.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주화입마에 빠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생을 통틀어도 미치광이에 가까운 이러한 주화입마는 처음이었다.

아마도 혁원일섬진 탓인 모양이었다.

몸에 갑자기 양기가 돌자, 화병과 반응해 주화입마를 폭발적으로 이끈 모양이었다.


주화입마를 어떻게 빠져나온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결론은 운밖에 없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혹은 화병이라는 심마(心魔)가 복면인을 죽이자, 더 이상 태울 땔감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일 수도 있었다.


아무쪼록, 운이 좋은 경우였다.

붉었던 시야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주위를 살피니, 동장으로 보였던 놈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주검이 된 건, 배신자거나 혹은 북구쪽 세력이었는데.

천운인 것인지, 이것도 심마의 의지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쪼록, 깨달은 건 있었다.

혁원일섬진이 화병의 일종이라는 것.

빙제와 싸울 때도, 이런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걸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멀쩡해진 시야를 들고, 앞을 노려보자 도망치는 복면인들이 하나둘 있었다.

복면인의 수준은 동장들보다 한 수 아래였는데.

단지 쪽수만 믿고 급습을 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동장들도 도망을 치자, 안 되겠다 싶어서 도망을 치는가 싶었는데.


아무쪼록, 내가 도망자들을 잡기 위해 달려들자.

갑자기 리철환이 내 앞길을 막아서더니 일권(一拳)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게 뭔 상황이지.


“지금이다!”

그러더니, 대뜸 신호를 보내자 남구의 배신자들이 나타나 검을 동시에 휘두르기 시작했다.

쌍둥이처럼 생긴 동장 둘과 숨을 헐떡이는 정미동장의 검.

나는 세 명의 검을 동시에 받아쳤다.


쨍-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세 명이 검의 반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더니 바닥을 굴렀다.

정미동장만 봐도 반죽음 상태라서 바닥에 구르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그 틈을 타 리철환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지?”

리철환이 내 눈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내게 조용히 물었다.


“이제 좀 멀쩡한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리철환이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말했다.


“갑자기 눈깔이 시뻘게지더니, 나까지 죽이려길래 일단 동맹을 좀 맺었다. 이해 좀 해줄 수 있나?”

나는 너무 솔직한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이지. 오히려 내가 미안하네.”

그러고는 리철환이 내게 속삭였다.


“누굴 남기지?”

“정미동장을 제외하고 다 죽이도록 하지.”

리철환이 조심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배신자들에게 물러났다.

나와 리철환의 대화를 듣지 못한 배신자들이 곧장 리철환을 반겼다.


“일단, 리철환 동장이 효천동장의 시야를 장악하면 우리가 곧바로 빈틈을 노···.”

쌍둥이 동장 중 하나가 말하면서 틈을 보이자.

곧바로 리철환이 손날로 쌍둥이 동장 중 하나의 목을 부러뜨렸다.

쌍둥이 중 남은 하나가 이에 반응하지 못하자, 연이어 리철환이 남은 쌍둥이의 목까지 부러뜨렸다.


“끝났소.”

리철환이 순식간에 주검이 된 두 동장의 시체를 가리키더니 내게 말했다.


“고생했다.”

정미동장에게 다가가자, 바닥을 긴 채 호흡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정미동장을 내려보고 말했다.


“넌 이제 고생해야하고.”

정미동장이 겁에 질린 채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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