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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사마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1.16 18:07
최근연재일 :
2023.05.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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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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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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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3화

DUMMY

살살 다뤄달라는 요구는 당연하게도 무시되었다. 대신 사마현은 자객을 구덩이에 파묻는 대신 밧줄로 팔다리를 묶었다. 상대도 실력자인 만큼 정신을 차리자마자 벗어날 수 있겠지만, 잠시 억류해뒀다가 떠나는 날 풀어줄 생각이었기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여러모로 정성이 가득한지라 자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고, 사마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어디의 누구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일홍루의 자객이오.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모르시겠구려. 성은 없고, 이름은 사진(四進)이오.”


실력이 뛰어난 자객이건만 문파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위험한 신호였다. 그렇기에 사마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감사합니다.”


“이왕 죽일 셈이라면 단박에 죽여주시구려.”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를 벗어나는 날, 풀어드리겠습니다.”


“대협이시구려.”


목숨을 살려준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사진은 쓰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고, 사마현은 불안한 예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피하시구려. 여기는 함정이오.”


“그게 무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살 튕기는 소리가 쏟아졌기에 사마현은 눈살을 와락 찌푸리면서도 손날로 밧줄을 잘랐다. 사진이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전에 밖으로 몸을 날렸고, 새빨간 불화살이 연달아 날아오는 광경을 목격하고서는 곧장 호영이 잠든 방으로 달려갔다.


피곤했는지 푹 잠든 채였기에 사마현은 바랑과 함께 이불 채로 호영을 안았다.


그런 와중에도 불화살이 계속 날아오며 안가를 불태웠고, 사마현은 이불을 밧줄로 묶은 다음에야 비로소 나갔다.


“무운을 빌겠소.”


“무운을 빕니다.”


사진은 부서진 문짝으로 화살을 쳐내며 사마현을 기다렸고, 사마현이 나오자 허리를 꾸벅 숙였다. 급박한 와중에도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인지라 호감이 생겼지만, 자신이 머뭇거리면 호영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만큼 사마현은 간단한 포권으로 인사를 마치고 몸을 날렸다.


오늘 도착했기에 주변 지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진주로 향할 생각인지라 무작정 북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는 동안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고, 안가를 모조리 불태우고 나서야 멈췄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잿더미가 된 안가를 확인하자마자 두 갈래로 나뉘어 사마현과 호영을 쫓기 시작했다.


“사마 소협. 무슨 일 있어?”


경공을 조심스럽게 펼쳤다지만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불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자 호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벌어져서 이런 식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사마 소협이 지켜줄 거지?”


“물론입니다.”


열심히 경공을 펼치는 와중에도 호영의 질문에는 시선을 맞췄다. 게다가 대답에 한 치의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호영도 안심하고서는 다시 사마현에게 기댔다.


“그러면 됐어.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


“하북의 진주로 갑니다.”


“진주라면 진주언가? 거기 우락부락한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진주언가 사람들이라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하북무림의 중진들이었다.


‘쪼잔한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다면 분명히 방해할 텐데.’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지도 못한 채 곧장 남경으로 향했던 만큼 불안했다. 게다가 습격을 주도한 세력은 하오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호영이 문주의 아들이라면 자신과 호영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니 더욱더 조심해야만 했다.


‘어쩌다 이런 일에 얽히게 된 건지 모르겠네.’


안가에 도착하자마자 습격받았으니 알기 싫어도 여러모로 알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제 행적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으니 설혜도 걱정되었지만 지금 당장은 제 코가 석 자인지라 한숨을 삼켜야만 했다.


“사마 소협? 왜 그래? 괜찮아?”


생각이 삼천포로 빠졌기에 호영은 사마현을 걱정했다. 그런 와중에도 발을 멈추지 않았지만, 호영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항상 대련하고 싶어 하기는 했지만, 어린아이에게 달려들 만큼 분별력 없지는 않겠지.’


게다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언주양과 언선규 그리고 단리연진 세 사람은 믿기에 확답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진주언가 사람들은 겉보기에 조금 무섭지만 좋은 사람들입니다.”


“좋아. 그러면 조금 더 잘게. 사마 소협도 무리하지 마.”


자다 일어난 데다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와중에 잘 수 있을 리가 없건만 호영은 사마현을 배려하기 위해 자는 척했다. 사마현 역시 그 배려를 느꼈기에 팔로 이불을 감싸며 열심히 발을 놀렸다. 그 덕에 금세 서호를 지나 본격적으로 북상하는 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사마 소협, 정말 이래도 괜찮아?”


“괜찮습니다. 불편하진 않으십니까.”


“평범한 옷을 입으니까 어색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아. 그런데 갈아입어도 괜찮은 거야?”


“예. 어차피 제가 함께 있다는 점을 들켰으니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편한 옷이 나을 겁니다.”


딱히 옷에 집착은 없는지 어색하다는 점만 빼면 잘 받아들였기에 사마현은 한시름 놓았다. 여자아이처럼 생긴 얼굴은 변하지 않았기에 조금 미묘했으나 호영은 조금 우물쭈물했다.


“사마 소협. 실망하지 않았어?”


“무슨 실망 말씀이십니까?”


“내가 지금까지 사마 소협을 속였잖아. 거짓말은 나쁜 일인걸.”


“괜찮습니다.”


사마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호영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사마현에게 손짓했고, 사마현이 다가가자 주위를 살펴보더니 작게 귓속말했다.


“내 이름은 진짜야. 아직 아버지한테 성을 물려받지는 못했지만 이름은 진짜니까.”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양새가 퍽 귀여웠지만 자기 딴에는 진지하게 말했던 만큼 사마현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소소한 여유를 즐길 수 있었기에 식당에 들러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사마현은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날카로운 시선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져. 한동안 조용했으니 슬슬 올 때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마을 안에서?’


아무리 호영이 중요하다지만 무림인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을 안에서는 일을 벌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건만 날카로운 시선이 점점 늘어나자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 있어?”


“아무래도 일을 벌일 작정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엉망진창이 되겠네.”


예상외의 반응인지라 살짝 당황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지라 잠시 고민하던 사마현은 호영을 보호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깨닫고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싸우려면 호영에게 부담이 가는지라 좋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도망치려고 했으나 하오문의 결단이 한발 빨랐다.


“죽여라!”


식당인 만큼 식사하기 위해 들어온 양민들도 많았지만, 습격자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호영만 죽일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도 좋다고 명령받았기에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검과 도를 들고 달려와서 무작정 휘두르는 족속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동료가 맞아도 개의치 않으며 암기를 던지는 이들도 있었고, 멀리서 호영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게다가 식당에서 빠져나가려는 양민들의 혼란이 더해지자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건만 사마현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차분하게 대응했다.


가장 먼저 벽 근처로 움직이며 호영을 제 등 뒤에 숨겼고, 의자를 들어서 무기를 들고 덤벼드는 이들의 다리를 가볍게 후려쳤다. 날아오는 암기를 막기 위해 식탁을 걷어차 방패 삼았고, 다시 암기를 던지려는 이들을 방해하기 위해 접시를 던지기도 했다.


“명심해라! 우리 상대는 방약무뢰가 아니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마라.”


커다란 외침 덕에 다가오는 사람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전열을 정비하는 만큼 자신도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호영을 보호하면서 밖으로 빠져나갈 방법을 궁구했다.


‘의자와 식탁을 잘 활용해야겠어.’


의자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무기였고, 커다란 식탁은 방패로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그 반대도 가능했지만, 맞서 싸우기보다 퇴로를 확보하는 게 우선인 만큼 상대가 덤벼들 때 막아설 수 있다면 충분했다. 하지만 주변은 물론이거니와 계단에도 하오문의 무인들이 즐비한지라 골치가 아팠다.


“쳐라!”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정비를 마치자마자 습격을 재개했고, 사마현은 상념을 걷어내고 곧장 움직였다.


우선 귀찮은 암기부터 처리하기 위해 접시와 의자를 마구 던졌고, 양옆으로 다가와서 합공하려던 이들을 간단하게 때려잡았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때려잡은 이들도 방패이자 무기로 사용했다. 덕분에 식당이 한껏 소란스러워졌다.


사람과 의자, 접시 그리고 암기가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사마현은 침착하게 기회를 엿봤고, 적들의 기세가 한풀 꺾이자 호영을 꽉 끌어안더니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콰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창문이 부서졌고, 호영을 안은 사마현은 착지하는 대신 몸을 굴려 식당 벽을 힘껏 박차서 날아올랐다.


“사마 소협, 멋졌어!”


밑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하늘을 날게 되자 놀라긴 했지만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 담겼다. 그래도 조금 전까지 살기 가득한 곳에 있었던 만큼 떨리는 목소리까지 감출 수 없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꽉 잡으십시오.”


식당을 벗어났지만, 아직 날카로운 시선이 있기에 사마현은 호연의 허리를 힘껏 당겼고, 호연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사마현의 옷깃을 꽉 쥐었다.


자그마한 손이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깃든 만큼 무게가 어마어마한지라 사마현은 이를 악물었다.


“꺄악!”


“도망쳐!”


식당에서 사마현을 놓쳤지만 포기할 리가 만무한지라 하오문의 무인들은 길거리로 나와서 사마현을 공격했다. 비수부터 시작해서 온갖 암기가 사마현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사마현은 간단하게 피했고, 목표를 잃은 암기는 양민들에게 쏟아졌다.


게다가 무기를 든 이들이 거칠게 달리느라 양민들을 밀치고, 가게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지라 아수라장을 넘어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무고한 양민들마저 피해를 보다니.’


여기서 호영을 놓치면 훗날 복수하러 올 수도 있기에 불씨를 끄려고 노력하는 점까지는 사마현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영을 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양민들마저 다치게 하는 광경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불쾌함을 넘어서 분노로 변했지만 지금 화를 낸다면 호영이 다치기에 사마현은 이를 악물고 마을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리고야 말았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더냐.”


새하얀 무복과 허리에 찬 송문검만으로도 무당의 제자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얼굴로 노인처럼 말하는 사람이 둘이나 존재할 리가 없기에 사마현은 단숨에 알아차렸다.


“충허 진인 아니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구나.”


사마현이 갑자기 멈춘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기회는 기회였기에 하오문도들은 거칠게 공세를 퍼부었다. 반가운 나머지 발걸음을 멈췄지만, 아차 싶었기에 사마현은 호영과 충허를 보호하고자 식탁 다리를 끌어당겨서 방패 삼았다.


파바밧!


멀쩡하던 식탁이 고슴도치처럼 변했을 뿐만이 아니라 구멍이 뚫려서 사마현의 종아리에도 우모침을 비롯한 묵직한 암기가 꽂혔다. 하지만 사마현에게는 두 사람을 지켜냈다는 점이 중요했기에 묵묵히 다리에 꽂힌 암기를 뽑아낼 뿐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도망치는 중이었습니다. 식사하시는데 실례가 많았습니다.”


“나는 괜찮다. 네가 요즘 제대로 사고 친다는 소리를 듣고 기뻐서 너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느니라.”


오래간만에 만났지만 여전한 태도였기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충허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인지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거절하려고 했으나 암기가 다시금 날아왔고, 충허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검을 뽑지도 않은 채 손을 휘저어서 암기를 회수했다.


“어른을 공경할 줄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이구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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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4 23.04.11 1,031 16 13쪽
61 61화 +4 23.04.10 1,032 16 13쪽
60 60화 +4 23.04.07 1,10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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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4 23.04.05 1,07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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