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신더의 서재입니다.

사마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1.16 18:07
최근연재일 :
2023.05.11 19:25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156,011
추천수 :
2,233
글자수 :
493,535

작성
23.04.04 19:25
조회
1,110
추천
15
글자
12쪽

57화

DUMMY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으나 산책 아닌 산책을 잘 마무리한 사마현은 제 숙소로 돌아와 잠들었다. 가벼운 운동 덕에 푹 잘 수 있었던 만큼 사마현은 아침 일찍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고, 어제 못다 한 수련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흘린 땀을 씻고, 정갈한 무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설혜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던 사마현 곁으로 어린아이 한 명이 다가왔다.


“아저씨가 그렇게 강하다면서?”


겉보기에는 아홉 살에서 열 살 정도였고, 어린아이지만, 다른 기녀들처럼 제법 화려한 옷차림이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흥미진진한 표정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라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부담스럽다고 무시할 수 없는지라 간단하게 대답했으나 아이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어젯밤에 양아치들이 몰려왔는데 아저씨가 전부 물리쳤다면서. 그럼 강한 거잖아.”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다짜고짜 검을 들고 공격하는 이를 제압한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만큼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을 양아치라고 칭할 생각은 없었기에 사마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양아치라니 표현이 너무 과하십니다.”


“우르르 몰려와서 사람을 괴롭히려다가 아저씨한테 맞고 도망갔으니까 양아치 아니야?”


어리면서도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모양새가 퍽 영특했지만,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는 늦을 수도 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흥미로운 의견입니다.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일할 시간이라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설혜 언니에게 가는 거야? 그렇다면 나도 갈래. 할 말이 있거든.”


어린 기녀가 누주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자못 당당하게 요구하는 태도가 제법 자연스러웠기에 사마현은 약간의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까우니 함께 가도록 하죠.”


“좋아. 그러면 호위 부탁할게.”


숫제 아랫사람 부리는 태도인지라 사마현은 멍하니 아이를 바라봤고, 아이는 멍한 사마현을 올려다보더니 코웃음 쳤다.


“기녀는 원래 바깥에 나갈 때 호위랑 같이 다녀야 하는 법이야. 그것도 모르고 호위 노릇을 하는 거야?”


“호위로 들어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잘 몰랐습니다.”


“아저씨는 강한데 의외로 솔직하네. 얼굴만 조금 잘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나쁘지 않은 얼굴이야.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유형인지라 사마현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와 함께 설혜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늘도 일찍 오셨군요. 그리고 어서 오십시오. 무슨 용무가 있으신지요.”


사마현에게 인사한 설혜는 따라온 아이에게도 인사했다. 그 인사가 정중하기에 사마현은 살짝 놀랐지만, 뒤따른 말을 듣고서는 시선을 옮겨 아이를 바라봤다.


“이 아저씨를 내 호위로 둘 수 있어?”


“조금 곤란합니다만 일단 용무를 들어본 연후에 결정하도록 하죠. 차로 괜찮으십니까?”


아이는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의자에 앉아 얌전히 기다렸다. 설혜가 차를 내오자 제법 격식 있는 태도로 한 모금 마셨지만, 차의 쓴맛과 향기보다는 당과의 달콤함을 좋아할 나이였기에 표정을 구겼다.


“우선 이유를 들어볼까요?”


“저 아저씨가 강하니까. 그리고 나를 처음 봤는데 존댓말을 했어. 언니처럼.”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여겼기에 아이 몰래 사마현을 쏘아봤지만, 그녀는 금세 표정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군요. 하지만 사마 소협은 제게도 필요한 인재랍니다.”


“언니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가끔 빌려줄 수 있어? 다들 밖으로 나갈 때 호위 무사가 붙어있지만 나는 없잖아.”


“전 총관이나 사왕(四王)이 아가씨의 호위하지 않았나요? 그분들이라면 아직 수습에 불과한 이들보다 훨씬 강할 텐데요.”


“강한 게 문제가 아니야. 다들 바쁘니까 매번 돌아가면서 호위하잖아. 그게 싫어. 나는 내 호위가 필요해. 나만 매번 바뀌잖아.”


어린아이다운 이유였지만 사마현이 아이의 호위까지 겸한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다섯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다가 정보 수집에 있어서 손해인 만큼 그녀는 한참이나 저울질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가씨 밑으로 배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마 소협은 제게도 필요한 인재니까요.”


“그래도 좋아.”


“사양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거래는 성공적으로 타결되었으나 사마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 놀란 눈으로 바라봤지만, 사마현은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눈빛으로 되물었다.


“어째서 사양하십니까?”


“저는 누주의 호위로 고용되었습니다. 그러니 다른 일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굴었다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며 쫓아냈겠지만, 선향루를 지키기 위해 사마현이 필요한 만큼 그럴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이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눈살을 찌푸리다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렇다면 계약서를 다시 쓰면 되나요?”


“예.”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인지라 맥이 풀렸지만 설혜는 그럴 겨를도 없이 곧장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사마현이 서명을 끝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밖에 나갈 때는 사마 소협이 내 호위가 되는 거야?”


“예.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는 뛸 듯 기뻐하며 손뼉을 치다가도 당장 나가고 싶은지 설혜를 빤히 바라봤다.


큰 언니에게 허락받으려고 애교 부리는 모양새인지라 사마현은 엷게 미소를 지었지만, 설혜는 정말로 골치가 아픈지 눈을 감고 한참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마 소협의 말을 반드시 들으셔야 합니다. 만약 떼쓰셨다는 소리가 들린다면 이 계약서를 곧장 파기해버리겠습니다.”


“내가 맨날 떼쓰는 줄 알아?”


“예. 지금까지 나갈 때마다 떼쓰셨지요.”


묵직한 공격에 아이는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입술까지 삐죽 내밀려다가 이번에 허락받지 못하면 언제 나갈지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좋습니다. 오늘 수업은 다음으로 미뤄두겠습니다. 재밌게 놀다 오십시오. 그리고 돈은 충분하십니까?”


“응. 지난번에 쓰다 남은 거 있어서 괜찮아. 해가 지기 전에 올게! 사마 소협! 빨리 가자.”


허락받은 사실이 기쁜지 아이는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문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러자 사마현도 천천히 일어나서 뒤따르려 했지만, 설혜의 목소리가 사마현을 붙잡았다.


“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설혜를 호위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기에 충고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한 귀로 흘려듣지 않으면서도 밖에서 들려오는 재촉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 먹고 싶었어. 엄청 달콤하거든. 아저씨도 하나 줄까?”


당과(糖菓) 하나를 입에 물고 환하게 웃는 모양새가 퍽 귀여웠다. 하지만 사마현은 고개를 저었다.


“왜? 아저씨는 단 거 싫어해?”


탁주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달콤한 술도 좋아하는 만큼 단맛을 싫어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자그마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빼앗아 먹는 기분이었기에 사마현은 사양했다.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단맛이 땡기지 않는 날도 있는 법이지. 나도 알고 있어.”


제법 어른스러운 척하며 사마현을 이해한다는 듯 가볍게 두드리더니 - 키가 작아서 사마현의 허벅지를 건드리는 게 고작이었지만 - 주변을 둘러보다가 새로운 과자를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갔다.


볼이 터질 때까지 밀어 넣고 마음껏 맛봐야 제맛이라고 배웠는지 새로운 간식을 살 때마다 한가득 넣고 오물거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누가 뺏어먹지 않습니다. 천천히 드십시오.”


“그래도 이렇게 먹어야 맛있는걸. 그런데 좀 배불러. 어디 쉴만한 곳 없어?”


사마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까운 다루로 향했다.


“그거 맛있어? 나는 아무리 마셔도 쓰기만 하고 맛을 모르겠던데.”


집무실에서는 어른 흉내를 내며 차를 마셨지만 사마현 앞에서는 그럴 생각이 없는지 차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저도 어렸을 때는 차를 즐기지 못했습니다만 그때도 향은 좋아했습니다.”


대답을 들은 그녀는 궁금했는지 사마현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서는 차의 향을 맡았고, 제법 괜찮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맛을 보아도 여전히 쓴맛만 가득했기에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아가씨도 언젠가 차의 맛을 아실 날이 올 겁니다. 어른스러운 분이시니 몇 년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아가씨가 아니야. 내 이름은···, 호영이야.”


잠시 머뭇거리긴 했으나 사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호영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볼을 부풀렸다.


“내 이름이 뭐라고?”


“호영 아가씨입니다.”


“좋아. 앞으로는 꼬박꼬박 그렇게 불러. 한 번만 더 아가씨라고만 부르면 사마 소협 몰래 도망칠 테니까.”


호영이 도망친다고 해도 손쉽게 잡을 수 있었으나 그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기에 사마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영은 제 엄포가 먹혀들었기에 뿌듯한 얼굴로 사마현을 바라보다가도 이내 지루해졌는지 투덜거렸다.


“그러고 보니 사마 소협은 취미가 없어? 매일 언니 호위하는 건 재미 없잖아.”


“재미없다고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나도 알아. 맨날 언니랑 선생들이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걸. 그래도 재미가 없잖아. 공부도 무공처럼 재밌었으면 나도 열심히 했겠지.”


얼핏 들으면 어린아이의 투정에 불과했지만 나름대로 진지한 말이었기에 사마현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자신이 저 나이 때에는 흑살문에서 살아남기 바빴던지라 저런 고민할 겨를조차 없었다는 점을 깨닫고서는 쓰게 웃었다.


“웃음이 수상쩍네. 무슨 생각 했어?”


“저는 어렸을 적에 그런 고민을 한 적 없다는 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웃을 수 있다니 사마현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은 어른스럽기에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며 자못 뿌듯해했다.


그런 모습이 사마현의 눈에도 퍽 귀여워 보였기에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다가도 슬슬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시간이었기에 자리를 정리했다.


“벌써 들어가려고?”


“벌써가 아닙니다. 누주께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겠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걸. 아슬아슬할 때까지 열심히 놀 거야. 그러니까 빨리 나가자.”


자그마한 손으로 옷깃을 잡아당겨도 끌려갈 리가 없건만 사마현은 작게 웃으며 호영을 따라갔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따라가는 건 위험한지라 제대로 호위하듯 호영의 뒤에 자리 잡았고, 호영은 사마현을 바라보더니 제대로 호위받는 기분인지라 씩 웃고서는 열심히 움직였다.


이번에는 포도로 만든 당과부터 시작해서 시장 곳곳을 돌아다녔고, 마지막에는 포목점으로 가서 한참이나 비단을 바라보다가 사마현과 함께 선향루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단에도 조예가 깊으신 모양이로군요.”


“응? 조예가 깊기는 한데 엄청 깊지 않아.”


조예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기에 말을 얼버무린 호영은 앞으로 폴짝폴짝 뛰어가더니 갑자기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멋진 옷을 입고 있는데 사마 소협은 너무 수수하잖아. 나만 화려하면 너무 눈에 띄니까 좋지 않아. 그러니까 사마 소협도 멋진 옷을 입으면 나를 더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자신을 배려하면서도 주장이 확고한 말이었지만, 사마현은 비단으로 지은 옷이 쓸모없다고 여겼기에 고개를 저었다.


“제 옷차림이 화려하다고 호영 아가씨를 잘 지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기 수습 무인들은 다들 화려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걸. 내가 어리다고 대충 얼버무리려는 거야?”


배려를 거절했다고 여겼기에 호영은 뾰족하게 사마현을 쏘아붙였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마강호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86화 完 +2 23.05.11 997 18 13쪽
85 85화 +1 23.05.10 816 15 13쪽
84 84화 +2 23.05.09 820 14 13쪽
83 83화 +2 23.05.08 868 14 13쪽
82 82화 +2 23.05.07 858 15 12쪽
81 81화 +2 23.05.06 887 13 12쪽
80 80화 +2 23.05.05 898 15 13쪽
79 79화 +2 23.05.04 882 16 13쪽
78 78화 +2 23.05.03 920 15 12쪽
77 77화 +3 23.05.02 878 16 13쪽
76 76화 +2 23.05.01 892 15 13쪽
75 75화 +4 23.04.28 942 17 13쪽
74 74화 +4 23.04.27 925 15 13쪽
73 73화 +4 23.04.26 927 16 12쪽
72 72화 +4 23.04.25 940 16 13쪽
71 71화 +4 23.04.24 969 15 12쪽
70 70화 +4 23.04.21 1,004 16 13쪽
69 69화 +4 23.04.20 992 15 13쪽
68 68화 +4 23.04.19 1,008 14 13쪽
67 67화 +4 23.04.18 999 16 13쪽
66 66화 +4 23.04.17 990 16 13쪽
65 65화 +4 23.04.14 1,037 15 13쪽
64 64화 +4 23.04.13 1,007 15 13쪽
63 63화 +4 23.04.12 993 14 13쪽
62 62화 +4 23.04.11 1,031 16 13쪽
61 61화 +4 23.04.10 1,032 16 13쪽
60 60화 +4 23.04.07 1,104 15 13쪽
59 59화 +4 23.04.06 1,058 15 13쪽
58 58화 +4 23.04.05 1,075 14 13쪽
» 57화 +4 23.04.04 1,111 1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