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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1.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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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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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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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2화

DUMMY

“정말 땅에서 솟아났나?”


사마현이라는 사람을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머리가 아파졌기에 설혜는 이마를 감싸고 한숨을 내쉬었다.


괴검광도 적동호를 꺾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기에 사마현에 대한 정보가 여기저기에서 거래되었다. 그녀도 그 덕분에 의심받지 않고 사마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자신이 얻은 정보보다 나은 정보는 없었다.


정보 자체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자신이 놓치고 있던 점이나 새로 밝혀진 정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여겼건만 모든 정보가 천편일률이었다.


충현문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부터 지금까지 똑같았다. 게다가 미심쩍은 구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충현문에 나타났을 때, 당유성과 함께 있었다고 했지. 그러면 두 사람은 언제 만난 거지?’


당유성의 행보는 비교적 명확했다. 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귀환했고, 가주의 명을 받아 충의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사마현과 처음 만났다면 함께 여행했을 리도 없다고 여겼지만, 아무리 찾아도 근거가 부족했다. 당가의 비밀병기라는 헛소리가 진지하게 퍼질 정도였다.


“당가의 비밀병기.”


당유성이 당가를 나오기 전에 무당파의 도사와 소림사의 승려가 방문했으니 칠대문파의 공동전인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런 뜬소문까지 포함하자면 당가의 비밀병기라는 말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어느 문파와 엮인 무인이라면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을 테고, 하북 무림의 중진들과 얼굴 붉힐 일도 만들지 않았을 테기에 설혜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러나저러나 답이 나오지 않기는 매한가지인지라 그녀는 계속 붙잡는 대신 사마현을 이용하려던 계획을 다시 점검했다.


사마현과 전 총관 그리고 사왕이 있다면 어마어마한 고수가 오지 않는 한 선향루를 지킬 수 있다. 그러니 내란이 끝날 때까지 선향루에서 버티고, 이기는 쪽에 머리를 숙인다.


물론 멀쩡한 선향루가 전리품처럼 취급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주가 승리한다면 아들을 보호했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전리품 취급 받지 않으며 대가를 받을 생각이었고, 반군이 승리한다면 반군 수장에게 문주의 아들을 넘겨주며 대가를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긋나버렸지.’


괴검광도라는 고수가 선향루를 주목했고, 사마현이 괴검광도를 물리치며 선향루는 강호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채 공자와 거래한 덕에 문주의 아들이 여기 숨어있다는 정보는 숨길 수 있었으나 양측이 선향루를 품으려 한다면 계획이 전부 어그러질 테고, 대가는커녕 목숨을 부지하는 일부터 걱정해야 하는지라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사마현이라는 사람은 내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고수지.’


계획한 대로 흘러가다가 충돌이 생기면 사마현의 목을 건네서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었건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일이 멋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자니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지라 그녀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손을 쓸 수 없다면 이용해야 해.’


그녀의 눈에 비친 사마현은 아직 웅지를 펼치지 못한 항우였다. 그리고 그녀는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을 굳게 믿는지라 아둔한 사마현을 이용해서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했다.


열심히 계략을 짰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오문에 괴검광도만큼 강한 고수가 귀할 뿐만 아니라 그런 고수가 있다면 계륵이나 다름없는 선향루를 치는 일보다 제대로 된 싸움터에 보내야 하는지라 자연스레 선향루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오자 선향루에도 찬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문주가 패배하고, 세력은 지리멸렬하게 흩어졌군요. 상황이 이토록 갑작스레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만 저희도 각오를 다져야겠지요.”


전쟁이 끝나면 논공행상이 뒤따르는 법이었다. 선향루는 휩쓸리지 않았지만 내란 와중에도 계륵 취급이었던 만큼 공을 많이 세운 이가 아니라 미묘한 이에게 하사될 가능성이 높았다.


설혜는 이제부터가 자신의 무대라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착실히 준비해온 것들을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마 소협은 아가씨를 데리고 떠나주세요. 이번 일과는 무관하지만 아무래도 여기 머물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지도록 노력해야죠.”


첫수는 사마현이었다.


괴검광도가 개인적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만 한 번 패배를 겪은 만큼 새로운 하오문 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적동호도 정치적인 수작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라 사마현을 품고 있는 일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사마현을 품고 있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겠지만 그녀의 목적은 단순한 연명이 아니라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는 일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지에 많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 유리했기에 사마현을 내보내고자 했다.


“알겠습니다.”


“사마 소협께서는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더 추워지기 전에 북쪽으로 가려 합니다.”


자신이 계속 맡을 수 없으니 사마현은 호영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소림사였지만, 금녀(禁女)의 구역인 만큼 호영을 데려갈 수 없었다. 다음으로 떠오른 곳은 당가였지만, 장강을 타고 사천까지 가는 길이 퍽 험난한지라 호영을 데려가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가까우면서도 호영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곳은 언가라고 여겼기에 북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설혜는 고개를 저었다.


“소호 인근에 안가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우선 그쪽에 계시는 게 어떠신지요.”


썩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굳이 가까운 안휘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고 여겼기에 사마현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가깝지 않습니까.”


“적당한 거리지요. 게다가 여기 일이 잘 해결된다면 빠르게 소식을 전할 수 있을 테니 아가씨도 금방 돌아오실 수 있지 않습니까. 일이 풀리지 않으면 그때 북상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하오문의 일은 자신보다 설혜가 잘 알 테고, 설령 일이 잘못된다고 한들 연락받자마자 언가로 움직인다면 호영을 지킬 수 있었다. 합리적인 이유였기에 잠시 고민하던 사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주소는 여기에 적어뒀습니다. 지금은 겨울인지라 주변이 황량할 테니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와중에 끝까지 책임지려는 각오가 전해지는지라 사마현은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설혜는 인사받을 시간조차 부족하다고 말하듯 주의사항을 알려줬고, 다문을 부려 사마현과 호영의 짐을 꾸렸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오리라고 예상한 덕분에 준비는 금방 끝났다. 호영이 입을 두툼한 솜옷 몇 벌과 당장 쓸 은자 그리고 전표까지 챙겨줬기에 사마현은 그녀의 씀씀이에 고마워했다.


“그럼 갈게. 언니 안녕.”


담백하게 이별했지만 그래도 쌓인 정이 있는지 호영은 선향루를 나서자마자 사마현에게 안겨서 울었다.


실컷 우는 도중에도 사마현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기에 금세 남경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고, 조금 서두른 덕에 며칠 지나지 않아 안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마 소협! 이것 좀 봐. 더러운데 깨끗해.”


먼지가 앉긴 했지만 떠나기 전에 관리를 제법 해둔 덕택에 호영의 말마따나 더러우면서도 깨끗했다. 그래도 더럽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기에 사마현은 곧장 청소를 시작했고, 호영은 사마현을 따라 청소하다가 이내 싫증 났는지 마루에 드러누웠다.


“사마 소협. 나는 언제 돌아갈 수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만, 조만간 선향루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선향루도 좋지만, 집으로 가고 싶어.”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노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고, 때로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나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렇기에 집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어찌 보면 당연했지만, 사마현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일이 해결되는 대로 선향루가 아니라 집으로 가죠.”


“좋아. 약속이야! 그리고 집에 가면 새로운 옷도 보여줄게.”


옷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주제를 바꿔서 조잘거리는 모습은 어린아이다웠다. 선향루에 머물 때 자주 입었던 빨간색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라고 말하거나, 나풀나풀하고 부드러운 옷보다는 조금 뻣뻣한 옷감이 좋다고 말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마현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청소를 이어갔고,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조금 바쁘게 움직였던 만큼 피곤했는지 호영은 식사하자마자 잠들었고, 사마현은 그릇을 치우고 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한겨울인 데다가 강바람이 더해지자 퍽 쌀쌀한지라 자기 전에 땔감을 조금 더 집어넣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인기척이 느껴지자 상념을 거둬들였다.


“빈집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살고 있구려.”


“오늘부터 살게 되었습니다.”


사마현이 시선을 돌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법 먼 길을 떠나는지 짐이 많았고, 지팡이까지 짚었다.


“그렇구려. 그렇다면 하룻밤 묵을 수 있겠소이까. 갈 길이 먼데 해가 져서 움직일 수 없구려.”


“죄송합니다만 안 됩니다.”


“허허허. 이렇게 추운 날, 늙은이를 매몰차게 내쫓으실 셈이오?”


“늙은이라니 농담도 잘하십니다.”


사마현이 고개를 젓자 노인은 쓰게 웃더니 봇짐을 냅다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사마현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던 봇짐이 갑자기 터졌다. 그와 동시에 봇짐 안에 들어있던 암기가 사마현을 덮쳤다.


손쉽게 피할 수 있었지만, 뒤로 물러났다가 문이 뚫린다면 곤란한지라 사마현은 작게 눈살을 찌푸리더니 손을 크게 휘저었다.


거대한 와류가 휘몰아치며 모든 암기를 단숨에 모으거나 흩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손이 닿는 곳으로 날아오는 암기는 모두 쳐낼 수 있었고, 덕분에 마루가 망가졌을지언정 문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암기로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않았건만 역시 방약무뢰는 다르구려.”


“과찬이십니다.”


노인이 아니라는 점을 들켰으면서도 여전히 노인처럼 말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철면피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자객이 혼자 올 리가 없다고 여겼기에 사마현은 달려들지 않았다.


“황소처럼 달려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냉정하시구려. 그렇다면 늙은이가 준비할 때까지 기다려주시구려.”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웃은 노인은 등짐을 내려놓고서는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얼핏 보더라도 비수만 열 자루가 넘는 데다가 기병들이 가득한지라 사마현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게 좋겠구려.”


많고 많은 무기 중에서 삼절곤을 고른 노인은 느릿하게 자세를 잡았다. 느릿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사마현에게 다가갔고, 삼절곤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발을 멈추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마 소협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구려.”


노인은 천천히 움직이며 사마현의 빈틈을 찾았지만, 자그마한 빈틈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삼절곤을 휘두르는 순간, 사마현이 달려들어 큼직한 주먹으로 제 머리를 후려칠 모습이 뻔히 그려졌기에 이내 포기하고 삼절곤을 아래로 내렸다.


“이대로 물러나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구려.”


“조용히 지내실 수 있으십니까.”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구려. 내 목이 달아나지 않으려면 입을 열어야 하오.”


임무를 실패한 자객이 살아서 돌아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으면 배신자 취급을 받아 죽을 테니 살기 위해서는 여기서 있던 일을 낱낱이 고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불가합니다.”


사마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하북에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배후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도 없었던 만큼 고이 보내줄 생각이 없다.


사마현의 기세가 한층 더 고요해지자 자객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품 안에 숨겨둔 비수를 흩뿌리자마자 몸을 돌렸다.


사마현의 발을 잠깐이나마 붙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했건만 몸을 돌리고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사마현에게 붙잡혔다.


“잽싸시구려.”


“과찬이십니다. 이전에는 붙잡았던 분들을 곧장 보내드렸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죄송할 게 무에 있소이까. 자객이 실패했는데 목숨을 부지했으니 감사할 따름이오. 다만 부탁이 있으니 부디 살살 다뤄주시구려.”


“죄송합니다.”


그 말과 함께 사마현은 주먹을 뻗었고, 자객은 담담히 제 운명을 받아들이듯 눈을 감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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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4 23.04.10 1,032 16 13쪽
60 60화 +4 23.04.07 1,104 15 13쪽
59 59화 +4 23.04.06 1,058 15 13쪽
58 58화 +4 23.04.05 1,07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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