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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닉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성좌에게 전생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무닉
작품등록일 :
2019.05.14 23:33
최근연재일 :
2019.07.12 23:5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372
추천수 :
111
글자수 :
211,877

작성
19.05.15 22:00
조회
271
추천
5
글자
13쪽

판타지가 있는데, 없어요

DUMMY

"자 자. 우선 진정하시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잖아요?"


철민이 불신의 눈초리로 쳐다보자 에란셀은 시선을 피했다.


그녀에게 죄가 없다는 것 정도는 철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혹독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일단 제가 마을 안내라도 해 드릴게요. 아까 말했다시피 여기가 중앙 광장이고, 먼저 남쪽에 있는 길드 사무소로 갈까요?"


"길드요?"


"네. 최근엔 전쟁도 조금 소강상태로 들어간 상태라, 몬스터 토벌이나 기타 등등 잡다한 의뢰를 한 곳에 모아 처리하려고 만들었답니다.

보통 거기에서 전생자 관련 처리도 담당하니 자주 찾아가시게 될 거예요."


"설마 그곳도 전생자들이 만들었나요?"


"맞아요. 똑똑하시네요?"


"계약 사기당했지만요..."


"아...하하."


'성가셔..!!'



*

그녀와 함께 길드로 찾아가던 도중 보인 풍경은 한적하고 평화롭기만 하였다.


전쟁으로 인해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곳은 평화 그 자체였다.


"히이익!"


"여기까지 왔어!!"


다만, 자신이 그 평화를 실시간으로 파괴하고 있었지만 철민은 애써 그 사실을 모면했다.


'난 못 봤어. 못 본 거야. 내 잘못 아닌걸.'


이미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우선 오늘은 철민씨의 용자 등록을 최우선으로 하죠."


"용자 등록이요?"


"주민등록 같은 거라 보시면 돼요. 다만 전생자들은 다 용자로서 따로 관리될 뿐이죠. 아무래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신께서 직접 소환한 자들이라 함부로 대할 수 없으니 따로 관리하는 거죠.

신분은 대강 자유민 이상이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귀족과 비슷한 정도에요."


"오오... 꽤 높네요?"


"그래도 막상 귀족과 일이 터지면 권리를 제대로 받긴 힘들어요. 그러니 되도록 귀족들과는 얽히지 마세요."


"그렇군요. 아 참, 그러고 보니 에란셀씨는 어느 신의 가호를 받은 건가요?"


"그냥 편하게 에란셀이라 불러주세요. 저는.. 아!"


그녀가 갑자기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철민씨가 보기엔 제 직업이 뭐일 거 같아요?"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자 그녀가 웃으며 한번 맞춰보라며 재촉했다.


일단 철민은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무기는.... 안보이는군. 일단 나를 쉽게 둘러업은걸 보면 힘이 세다는 건데. 그러면 근접싸움 계열이려나?'


"격투가?"


"땡!"


"땡?"


"뭐죠 그 불신의 되물음은?!"


"아, 아니에요."


에란셀이 장난식으로 주먹을 쥐고 들이댔다.


하지만 주먹이 내뿜는 흉흉한 기운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하였다.


언젠가 보았던 격투 선수의 주먹이랑 맞먹었다.


'한 대 맞으면 골로 가겠네. 입조심 해야지.'


절대 그녀에게 깝치지 않기로 결심한 철민이였다.


철민이 대답을 못 하고 한참을 고민하자 그녀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래 봬도 저 꽤나 유명한 궁수라구요~?"


에란셀이 활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였는데 그 모습이 꽤나 각이 잡혀있었다.


보아하니 전생 전에도 활을 배운 거 같았다.


"아아~ 궁수셨구나."


'화살보다 주먹으로 패는 게 더 아플 거 같은데.'


에란셀에게 들키면 최소 명존쎄 당할 발언이었다.


"그런데 무기는 어디에 있으세요?"


"무기요? 평소엔 넣어 다녀요."


"어디에요??"


아무리 봐도 몸 어디에도 활 비스무리한 것을 넣을만한 곳은 안보였다.


"이공간박스에 넣어놨어요. 일명 인벤토리!"


"아~! 게임에 그거요?"


"그거랑은 쪼끔 달라요. 특정 공간이나 물체에 공간 마법을 걸어놔서 멀리서도 꺼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대신 수납 가능한 공간에 따라서 금액이 천차만별이고요."


"그럼 넣고 꺼낼 때도 마법으로?"


"이 팔찌 보이시죠? 여기 가운데 보석에 새겨진 술식이 그 공간이랑 이어진 거예요. 보통 마석을 사용해서 새기죠. 망가지면 새로 새겨야 하는데 이것도 가격이 꽤나 나가요. 저는 화살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냥 통째로 넣고 다니는 거구요."


그녀가 보여준 팔찌는 가늘고 긴 은이 여러 갈래로 꼬여서 중앙의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에 얽혀있는 모양새였다.


보석에는 자그만 세공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비싸 보였다.


"뭐든 돈이네요."


"저도 첨에 돈 아까워서 안 쓰다가 한번 쓰고 나니까 이거 없이는 이제 못살 거 같아요. 게다가 그거 아세요? 이 기술도 전생자가 만들었어요."


"진짜요?"


원래 원주민들도 만들지 못하고 있던 것을 뒤늦게, 그것도 잠깐 배운 전생자들이 만들었다니. 이건 꽤나 대단한 업적이다.


같은 지구 사람이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고 하니, 얼굴도 모르는 개발자에 대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네. 판타지의 로망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만들었다는데. 어딜가나 덕후의 힘은 대단해요. 그쵸?"


"네?"


"소설에서 유행하던 거 있잖아요. 그거 말이에요. 그거 따라 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개발에 성공했대요."


개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더니 갑자기 존경심이 증발했다.


'돌려줘 내 존경심.'


"이제 슬슬 길드가 보이네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저 멀리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이때까지 걸어온 거리까지 감안하면 마을이랑 꽤나 먼 곳이다.


"마을이랑 꽤 멀리 있네요."


"아무래도 험악한 곳이다 보니 주민들이 좀 불편해해서요."


그녀도 멋쩍은지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님비(NIMBY) 현상인가..."


'이기심은 언제 어느 시대서건 존재하네.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곳조차 찬밥 신세라니.'


자신들을 지켜주는 존재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지은 건물을 외면한다는 것 자체가 철민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구에서 군사 시설이 외진 곳에 있는 것과는 꽤나 다른 이유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현재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철민은 그것이 몹내 씁쓸했다.



*

에란셀을 따라 들어간 길드 내부 모습은 예상과 달리 매우 정갈했다.


건물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거의 현대식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입구 정면은 여타 대기업같이 데스크가 있고, 그 옆으로 대기실로 보이는 공간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옆으로 넓기보다는 위로 길쭉한 형태의 건물을 보아하니 현대의 건축 기술이 많이 첨가된 거로 보였다.


"1층은 주로 민원 창구에요. 주민들이 의뢰를 넣거나 기본적인 안내를 맡아서 하고 있어요. 철민씨는 아직 1층을 주로 이용하시게 될 거예요. 2층부터는 출입증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2층엔 뭐가 있길래요?"


"비유하자면 1층은 일반등급, 2층부터는 VIP, VVIP 이런 식이라 생각하면 돼요."


그녀를 따라 창구로 향하자 직원이 에란셀을 알아보며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세요. 이분은 새로운 용자신가요?"


"네. 등록 부탁드릴게요."


"네. 여기 서류 작성 부탁드립니다."


마을 주민들과 다른 침착한 반응에 의아해 하고 있자 그녀가 귀띔으로 알려줬다.


"여기 직원들도 다 전생자에요."


"아아."


서류를 받아들자 괜스레 유희의 신에게 사기당한 게 생각나 인상이 찌푸려졌다.


서류는 영어로 적혀있어서 모르는 부분은 에란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다.


"등록까지 시간이 소요됩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대기실로 향하는 도중 2층에서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몇몇 사람이 내려왔다.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빠르게 걸어오며 말을 걸어왔다.


"아, 반갑습니다. 제가 이곳 마스터를 맡고 있는 레쉬폰이라 합니다."


자신을 레시폰이라 소개한 그는 손을 뻗으며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 철민이라고 합니다."


그는 겉모습으론 30대 중반으로 보였다.


외형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지 대충 쓸어넘긴 회색빛의 머리에 수염이 자잘하게 붙어있다.


흰 셔츠에 단추를 몇 개 푸르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보인 몸이 꽤나 탄탄해 보였다.


"소문이 자자하길래 궁금해서 인사도 할 겸 한번 만나 뵈러 왔습니다. 진짜로 마족이시군요."


"벌써 그렇게 유명한가요."


"저희 사이로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유희의 신이 한 건 크게 했다고 말이죠. 하하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철민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더니 돌연 양쪽 어깨를 잡더니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피기에 철민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덜컥 걱정이 들었다.


"저...."


"음.... 역시...."


"네?"


"자네!"


"ㄴ, 네."


"잘생겼구만! 물론 나만큼은 아니지만! 아하하하."


"...네?"


당황한 철민과 달리 주변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 보였다.


철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다 레쉬폰 뒤쪽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많은 말은 필요치 않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다.


서로 좋은 이해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사실을. 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마님. 시간이 됐습니다."


"아 그래. 철민씨. 저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란셀도 수고하게. 그럼 이만."


그는 폭풍처럼 와서 한차례 휩쓸고는 다시 폭풍같이 떠났다.


레쉬폰 일행이 빠져나가자 정적이 찾아온 것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존재감 하나는 확실했다.


"존재감이 엄청나네요..."


"여기에선 여러 의미로 유명하답니다."


"여러의미로...."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꽤나 바빠 보이던데 무슨 일 있나요?"


"좀 많은 일을 맡고 있어서 바쁘실 거예요. 평소에도 마주치기 어려운 분이시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길드는 레쉬폰님이 만드신 건가요?"


"아뇨. 발제자는 따로 있고 레쉬폰님은 주변의 추천으로 길마가 되신 거에요."


"하하. 설마 주위에서 너무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바쁜 자리에 앉힌 건가요? 좀 잠잠해지라고?"


농담으로 꺼낸 말에 대답이 없어 에란셀을 쳐다보자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그녀의 침묵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그래도 평소엔 좋으신 분이세요...."


'이미 늦었어.'


철민 안에서의 레쉬폰은 이미 동네 수백 번은 들쑤시고 다닌 후였다.


에란셀과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창구에서 직원의 호출이 왔다.



*


"지금부터 신체검사를 하겠습니다. 우선 체혈실로 먼저 가주세요."


"피도 뽑아요?"


그러자 옆에서 에란셀이 설명해줬다.


"전생자중에 의사가 한 분 계셔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오. 여기 민속촌이 아니라 판타지세계 맞죠?"


그녀를 따라 체혈실로 가니 간호사로 보이는 여자가 이것저것 준비하는 게 보였다.


"우선 팔 걷어주시구요. 조금 따끔할 수 있어요."


철민은 간호사의 손에 들린 주사기를 보자니 더더욱 여기가 판타지 세계가 맞나 헷갈렸다.


주사기 안쪽으로 뽑히는 피의 색이 붉은색이 아니라 검푸른 색이다.


철민은 그것을 보며 자신이 더는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마저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치고 대기실로 나오자 에란셀이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철민씨도 마실래요?"


"무슨 차에요?"


"카모차에요. 카모라는 잎을 갈아서 탄 건데 맛있어요."


"그럼 저도 부탁드릴게요."


"네."


특이하게 카모차는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로 탔다.


차에서는 아이스티 비슷한 맛이 났다.


"차 라기보단 아이스티에 가깝네요."


"아이스티도 tea니까요."


'개그인가...?'


"이제 뭘 할 건가요?"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마을을 마저 돌아볼까요? 피곤하진 않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그럼 철민씨가 당분간 머문 곳을 먼저 안내해드릴게요. 그담에 서쪽에 상업지구 쪽으로 가봐요. 우선 일어날까요?"


"네. 그런데 저는 어디서 머물게 되나요?"


"전생자 기숙사가 있긴 한데, 보통은 초보 때 머물고 그담에는 다른 곳으로 거처를 잡는 편이에요."


"기숙사도 있어요?"


"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있어요. 광장 기준으로 남동쪽에 있어요."


"아. 거기가 거주 지역인가 보네요."


"네 맞아요. 북쪽이 왕성. 서쪽이 상업, 공업 지구. 동쪽이 거주 지역. 남쪽이 모험가 지역. 이렇게 크게 4개로 나뉘어요."


"왕성이라.... 여기가 수도인가 보네요."


"아르바나 전체로 보면 서쪽이에요. 나라 이름은 아르칸 왕국 이구요."


"왕국은 많나요?"


"지금은 다 멸망하고 두 곳 밖에 안남았어요."


"아...."


"자세한건 다음에 이야기하고,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생필품 먼저 살까요?"


"제가 돈이 없어서...."


"괜찮아요. 철민 씨 이름으로 정착지원금이 나오거든요."


"길드에서 나오나요?"


"왕국이랑 길드 두 곳에서 나오니 넉넉할 거예요."


"아, 그럼 시장 먼저 가봐요."


"네. 갑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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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 호샤s
    작성일
    19.05.28 12:07
    No. 1

    설마 길드애서 사기는 안치겠지.. 주인공이 믿었다가 배신당했는데 의심도 없구 흐으으음 그보다 레쉬폰ㅋㅋㅋ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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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성좌에게 전생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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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투 +1 19.05.22 143 5 11쪽
10 첫 실전? +1 19.05.21 178 5 13쪽
9 진실 +1 19.05.20 163 4 15쪽
8 뜻밖의 소득 +2 19.05.19 186 3 13쪽
7 기싸움 +1 19.05.18 180 5 12쪽
6 마법을 배워봅시다 +1 19.05.17 202 4 11쪽
5 첫 의뢰 +1 19.05.16 217 4 13쪽
» 판타지가 있는데, 없어요 +1 19.05.15 272 5 13쪽
3 너, 어디까지 망해봤어? +1 19.05.14 344 6 11쪽
2 계약할때는 신중히 (수정) +1 19.05.14 419 6 14쪽
1 프롤로그 (수정) +2 19.05.14 70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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