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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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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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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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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이게 가능한 거냐 케인?"



"이전에 루크한테 들은 적 있어. 잭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이 상황들이 전부 잭이 했다는 거야? 방금 난 그놈을 쫓은 거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현실 잭인지, 악몽 잭인지를 모르겠네. 어느 쪽이든 문제지만 악몽 잭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거라면..."



"빨리 움직여야겠군."



"하아,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큰일이군."



춥고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그리웠다.



하지만 악몽 잭이 움직였을 거라고 판단한 케인과 하스는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다.



"가장 가까운 마을이 어디지?"



하스가 케인에게 물었다.



"우리가 출발했던 하리인 마을이랑 소로 마을일 거야. 서로 정반대지만 포냐 숲을 기준으로 하면 얼추 비슷한 거리야."



"그럼 다시 하리인으로 돌아가진 않을 테고, 소로 쪽으로 가보는 게 좋겠네."



"그래야지. 하리인은 마키르도 있고, 최근 사건 때문에 경계가 삼엄해서 함부로 가진 못 할 거야. 우린 소로로 간다."



케인은 근처에 있는 소로 마을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잭의 은신처가 어디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을로 가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잭은 계속해서 타깃을 노릴 테니 숲보다는 여자가 있는 마을 쪽에 있을 것이란 추측이었다.



다소 일찍 잠에서 깨어났지만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발걸음을 서두르는 케인과 하스였다.



···



새벽이슬 때문인지 축축한 숲을 지나 한참을 걷던 케인과 하스는 저 멀리 있는 푸른빛을 발견했다.



모험가들이 길을 잃지 않게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마을 입구의 푸른 등불.



모험가는 아니었지만 그 덕에 소로 마을을 찾은 둘이었다.



너무 늦은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대부분이 잠든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여관은 언제든지 열려 있었고, 둘은 잠시 밤을 지내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덜컹!



붉은 참나무로 지어진 낡은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텅 빈 테이블과 가운데에 놓여 있는 작은 모닥불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손님이라, 망령인가?"



새벽의 손님을 참 특이하게 반기는 소로 마을의 여관 주인장이다.



여관 주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인상인 걸까, 마키르처럼 듬직하고 정 가득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



"아, 좀 일이 있어서요. 곧 해가 뜰 것 같은데 잠깐 자리해도 될까요?"



어쨌든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해 정중히 묻는 케인이다.



"자리 요금과는 별도로 인당 최소 음료 하나씩은 주문해야 해."



'뭐...? 인당 하나씩? 자리 요금은 또 뭐야? 설마 그동안 마키르가 난 친구라고 따로 받지 않았던 건가...?'



충격적인 주인장의 요구.



애초에 하리인 마을로도 잘 내려가지 않았던 케인은 난생처음으로 여관에 이런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케인은 이방인이고, 그것이 규칙이라면 따라야 하는 법.



케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금화 주머니에 넣는다.



'하스에게 줄 금화도 필요한데 이런 데서 쓰다니. 숲에서 잘 걸 그랬어.'



"얼맙니까...?"



케인이 묻자 주인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푸하하하하하!! 농담이야! 가끔씩 자리만 차지하고 몇 시간 동안 눌러앉아 있는 진상들을 위해 만든 규칙인데, 이런 떠돌이 모험가들에게까지 각박하게 굴 수는 없지."



농담이었던 걸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케인.



'그보다 떠돌이 모험가라니. 우리가 그렇게 꼬질꼬질 한가.'



주인장의 말에 케인과 하스는 서로의 외모를 살펴본다.



꾀죄죄해진 머리, 거뭇거뭇한 얼굴, 이미 한참 전에 더럽혀진 옷에는 중간중간 떡진 핏자국도 있다.



게다가 하스의 머리에 난 땜빵이 그를 더 하찮은 모험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한바탕 구르고 온 듯한 떠돌이 모험가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주인장은 이 둘에게 호의를 베풀려는 것 같았다.



"방은 꽉 찼지만 저기 테이블에 가서 좀 쉬게."



"감사합니다. 아, 혹시 버섯 스튜를 하나..."



케인은 주인장에게 꾸벅 인사하며 출출한 배를 채울만한 스튜를 부탁한다.



그러자 갑자기 싸늘하게 바뀌는 주인장의 표정.



"마지막 주문은 새벽 한 시 까지다."



이 또한 소로 마을 여관만의 규칙인 걸까, 아니면 모든 여관에 통용되는 규칙인 걸까.



이것저것 까다로운 규칙들 뿐이다.



"앗, 그렇군요... 그럼 혹시 첫 주문은 언제부터?"



"다섯 시부터다."



그렇게나 손님에게 요리를 해주기 귀찮았던 걸까.



친절해 보이던 주인장은 금방 차갑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케인! 내 생각엔 우리가 잠을 깨운 것 같아! 괜히 건드렸다가 여기서 쫓겨나겠어!"



자리로 돌아간 주인장이 들을까 속삭이는 목소리로 케인을 말려 세우는 하스다.



"그래, 어차피 다섯 시 까지는 얼마 안 남았으니까."



결국 주인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출출한 배는 땅콩으로 채우는 케인이다.



덜컹!



그때 어떤 남자가 여관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왔다.



이 시간에 온 손님으로는 케인과 하스로도 충분히 많은 것 같은데, 또 누구인 걸까.



비가 오지도 않는데 축축하게 옷이 젖은 이 남자는 무언가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덥수룩하고 지저분하게 자란 긴 머리가 그를 더 수상하게 만드는 듯했다.



"잭! 또 물레방아가 말썽이었나 보군. 이리 와 앉게."



그러나 그의 수상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주인장은 그를 알아보는 듯했고, 무척이나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주인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의 이름이 케인과 하스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케인... 방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지?"



"분명 잭이라고..."



케인과 하스가 속닥거리는 소리에 잭이라 불리는 남자가 그들을 흘깃 쳐다본다.



날카로운 눈매, 케인 보다도 약할 것 같은 비쩍 마른 체형, 희멀건 피부와 잔뜩 늘어진 다크 서클.



최대한 편견을 버려보려는 케인이었지만 누가 봐도 음침한 살인자의 상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아, 모험가 친구들! 혹시라도 오해는 하지 말라고. 이 친구는 그저 물레방아를 고치는 사람일 뿐이야. 잭이란 이름은 흔하잖아."



케인과 하스가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주인장이 대신하여 그를 변호해 주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쉽게 순응할만한 외모는 아닌 남자였지만 주인장의 말대로 잭은 정말 흔한 이름이었기 때문에



이 이상 의심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라 생각한 케인이었다.



그리고 어떤 살인마가 굳이 자신의 본명을 밝혀가며 활동을 하겠는가.



단순히 겉모습이 수상하다고 해서 그가 살인마 잭이라 판단하는 건 잘못된 일이었다.



그래도 케인과 하스는 경계를 풀지 않고 보랏빛 악몽의 흔적이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잭, 이번엔 또 뭐가 문제야?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두리번거려? 자네 무슨 일 있었나?"



"그게... 숲에서 어떤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어..."



그런데 그때 사그라든 이들의 의심을 다시 불 지피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의 남자.



아직 의심이 완전히 가신 게 아닌 케인과 하스는 수상한 이야기의 시작에 땅콩을 주섬거린다.



숲에서 들린 여자의 비명소리.



그것은 케인과 하스가 마주 했던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자였다.



"뭐? 사실이라면 큰일인 거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모르겠어... 그 소리를 듣고 곧장 이곳으로 도망쳤거든..."



"이런... 그 여자가 이미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르겠군... 아, 자네들도 조금 전에 들어오지 않았나. 혹시 뭐 듣거나 본 거라도?"



수상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케인과 하스를 향한 질문으로 날아왔다.



이 둘은 순간 깊은 생각에 빠진다.



주인장과 잭이라 불리는 남자의 이야기는 조금 전 케인과 하스가 포냐 숲에서 겪은 일이었다.



하리인 마을 사람들이었다면 진작 전부 털어놓았겠지만 이곳은 다른 지역의 마을.



게다가 수상한 점은 그 남자의 행동과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굳이 이 늦은 시간에 물레방아를 수리한 남자.



물레방아의 위치가 어딘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분명 마을 근처일 터.



비록 포냐 숲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케인과 하스가 꽤나 걸었던 만큼 비명 소리를 듣기에는 마을과 숲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그리고 정말 그 소리를 듣고 여관으로 도망쳤다면 왜 곧장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걸까.



만약 자신이었다면 문을 박차고 들어와 굉장히 다급하게 주인장에게 겪은 이야기를 말하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 남자는 쫓기는 느낌만 내며 들어왔을 뿐이었다.



케인은 어쩌면 그가 자신을 쫓는다고 생각하는 건 조금 전의 하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국 케인과 하스는 거짓을 말하기로 결정했다.



"아, 글쎄요. 딱히 들은 게 없는 것 같네요."



대충 둘러댄 뒤 다시 태연하게 땅콩을 주워 먹는 케인.



그런데 그런 케인을 응시하고 있는 잭.



'뭐야, 왜 이렇게 쳐다보지?'



"정말, 들은 게 없나?"



소름 끼치는 목소리.



이번엔 그가 주인장을 대신해 다시 한번 물었다.



'설마... 떠보는 건가.'



그의 수상하기 짝이 없는 질문에 케인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장을 통해 일부러 이 이야기를 케인과 하스 앞에서 꺼낸 뒤, 하스와 자신의 반응을 살피려는 것.



괜히 이상한 낌새를 보인다거나 무언가를 봤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가 본색을 드러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의심하고 싶진 않았는데, 계속해서 여지를 주는군.'



"들은 게 있었다면 진작 말했겠죠. 저흰 정말 아무것도 들은 게 없습니다."




케인의 대답을 들은 그의 시선은 옆의 하스에게로 향한다.



"뭐요. 저라고 더 밝은 귀를 가졌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수상함을 느낀 하스는 조금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



서로를 노려보는 잭과 하스.



하스는 당장에라도 일이 벌어진다면 검을 뽑아들 기세였다.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케인도 마찬가지다.



포냐 숲에서 추출한 하스의 꿈 포션을 만지작거리는 케인.



이미 이들은 의심을 넘어서 이 수상한 남자가 잭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다들 그만하게. 잭, 저들은 그저 밤을 지낼 곳이 필요한 모험가일 뿐이야. 자네들도 괜한 의심은 거둬. 잭은 말했다시피 그냥 물레방아를 수리하는 사람이라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주인장은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여전히 잭이 의심스러운 케인과 하스지만, 헛짚었을 때의 리스크는 상당히 클 것이었다.



다른 마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곧장 쫓겨날 테니까.



때문에 케인은 한 수 접기로 결정했다.



악몽 잭을 향한 추적은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할 수 있으니.



"아, 실례했습니다. 요즘 떠들썩한 이야기라 저희도 모르게 예민하게 굴었..."



"됐어. 난 돌아가보지. 여기보단 집이 더 안전할 것 같군."



그때 케인의 말을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잭이었다.



"크흠... 그러게나. 혹시 모르니 문단속 잘하시게."



주인장의 걱정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던 잭은,



문을 열기 전 뒤를 돌아 케인과 하스를 한 번 더 슬쩍 쳐다 보고는 다시 밖으로 향했다.



"저 자식 우리 들으라고 한 소리 맞지?"



하스는 그런 잭이 더욱 의심스러웠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케인의 표정이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뭔가 결심한듯한 그는 잭이 떠난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스, 내가 나가고 조금 있다가 따라 나와."



하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고선 여관을 빠져나가는 케인.



그의 손에는 꿈 포션이 들려 있었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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