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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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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1.01 15:39
최근연재일 :
2023.05.12 20: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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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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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글자수 :
804,915

작성
23.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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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시즌5 외전 (최종 완결)

DUMMY

휘이이이이잉!




매섭게 불어오는 칼바람이 모두의 뺨을 날카롭게 스쳐간다.




세상에서 심판자들이 사라지고 보호 구역을 만들기 시작한 지 삼 개월이 흘렀다.




어느새 찾아온 겨울은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들을 배로 만들어주었다.




추위, 식량 부족, 자원 고갈.




그 외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지만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우리였다.




사람들이 꽤 많이 늘었다.




대략 백 명이 조금 넘어가는 정도.




나도 처음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긴, 누가 알았겠는가.




군대의 방송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고, 어디선가 살아있던 생존자들은 그 방송을 듣고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들이었던 만큼 우리는 나름대로의 엄격한 절차를 세워 사람들을 받았다.




그렇게 조금씩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며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가 되었다.




이들 모두를 이끌게 된 나는 아직 해야 할 것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공동체를 안전하게 이어나가기 위해 철저한 규칙들을 만들어야 했고, 내부적으로 다툼이 발생하면 중재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이렇게나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나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나아갈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갈지에 대해 설명하고 모두와 토의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최하석이나 심판자들처럼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생존자들 모두가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좀비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반년이 되었지만 정부로부터 들려오는 그 어떤 소식도 없었고, 우리 생존자들 스스로 힘을 합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니까 이 공동체가 새로운 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모두 내 의견을 따라주었고 옆동네 그림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뭐 해? 어!? 야!!! 김규태 이 새끼 일기 쓴다!!!"




"야!! 조용히 해!!"




아오 민소희.




저 녀석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 되어 있었다.




말 많고 장난기 가득해진 소희는 이렇게 항상 기습적으로 찾아와 내 일기를 훔쳐보곤 한다.




"왜? 일기 쓰는 게 어때서? 기록해 두면 좋은 거지 뭐."




"아휴, 이 곰탱아! 둘이 똑같다니까 하여튼."




그래도 창현이는 늘 내 편을 들어준다.




심판자들과의 마지막 싸움에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이 두 녀석들은 나를 도와 공동체를 이끄는 일을 맡고 있다.




소희는 식량과 물자 관련된 일을 관리하고 있으며 어깨가 회복된 창현이는 싸움에 익숙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주변을 수색하고,




심판자들이 전부 청소하지 못한 좀비들을 처리하는 일종의 수색 대장 역할을 맡아주었다.




"우리 대장도 일기를 종종 쓰곤 했다네. 하지만 우리는 본 적이 없지. 그게 예의라네 음!"




"아 진짜 다들 재미없게 왜 이래!"




마가리타와 콜 멤버들.




이제는 그들도 '우리'에 속하는 가족들이었다.




그들은 전투에 익숙하고 하수도를 포함한 주변 지리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창현이를 선두로 한 수색조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중요한 존재들이었다.




"에휴 됐다. 이러니까 다들 여자친구가 없지."




"소희야...? 그게 무슨..."




"소희 양!! 그런 말을 함부로 하다니!!"




"푸흡!"




가만 보면 소희는 사람을 팩트로 마구 패는 구석이 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언제쯤 사귀려는지.




둘이 마주치기만 하면 우물쭈물 거리며 설레하는 게 누가 봐도 티가 나는데, 아직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다.




한 명씩 매일 나를 몰래 찾아와 창현이 요즘 어떻니, 소희가 뭐 했니 이런 것들을 묻곤 했으니까.




지켜보는 입장으로는 그저 답답해 보일 뿐이었다.




"어쭈? 지는 있다고 웃어?"




"어? 아니 그냥 너 고릴라 같아서."




"진짜 뒤질래?"




끼이이익!




"야 소희야, 네가 좀 봐줘. 얘가 원래 좀 까불잖아."




"아 언니!! 쟤 좀 어떻게 해봐!!"




"야 김규태, 너 내가 말 조심하라고 했지!"




"엥? 아니 그냥..."




"시끄러워. 알겠다고 하면 끝날 거잖아."




"... 엉... 알겠어..."




젠장...




최하석과 그 똘마니들을 와해시키고 심판자들을 사라지게 한 내가...!




이렇게 휘둘리...




"너 또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지. 집중 안 해?"




"어...!? 아냐... 잘할게..."




"그래, 그래야지."




심판자과의 전쟁이 끝나고, 지희 누나와 나는 오래전 안타깝게 끝나버렸던 관계를 마저 이어나가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잡혀 사는 듯한 신세가 되었지만...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의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이 그녀로 인해 많이 줄어들었고, 더 이상 목숨을 거는 위험한 짓은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다들 여기서 뭐 하냐!? 빨리 나와!! 얼른!!"




"아저씨, 벌써 다 하셨어요?"




아저씨는 우리 공동체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계신다.




최하석의 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데에 성공한 아저씨였고, 우리는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슨 재주를 부린 건지 수도를 끌어와 우리가 다시 물을 사용할 수 있게도 만들어주었다.




어떻게 했는지 설명을 해주시긴 했는데...




사실 설명을 들어도 우리는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다.




뭐 어쨌거나 아저씨가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했으니까.




예전부터 아저씨의 지식과 손기술에 관심이 많던 시윤이는 그를 따라 이것저것 만지며 공부했다.




한 마디로 아저씨의 조수가 됐달까.




그렇게 둘은 자주 붙어 다니며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시윤이랑 하면 뚝딱이지 인마."




여전히 아저씨는 무뚝뚝하지만 시윤이에게만큼은 항상 아빠 미소를 짓는다.




녀석도 그런 아저씨가 싫지 않은지 잘 따르는 눈치고, 어떨 때는 예전엔 그렇게 날 따르던 녀석이 이젠 거들떠도 안 본다 싶으며 질투가 나기도 한다.




성학과 그의 가족들은 이곳에서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이것저것을 가르친다.




그의 아내가 교사였다나.




종종 말을 듣지 않는 녀석들이 생기면 도훈이가 나서는 모양이다.




원래 초중학교 때 애들은 어른보다 고등학생이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녀석과의 사이는 예전처럼 돌아갔다.




아저씨가 안타깝게 죽은 이후로 그렇게 원만하진 않았었는데, 역시 함께 힘든 일을 이겨내다 보니 그런 것들은 흘려보내는 법이지.




"아무튼, 가자고."




"그러죠."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좀비가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뜻이 아니다.




이전에 심판자의 지도자 영철에게 들었던 얘기처럼 곳곳에는 풀과 나무, 꽃이 자라고 있다.




동물들도 산에서 내려와 도시를 다니기도 한다.




누가 알았겠는가.




시끄러운 소음, 퀴퀴한 공기, 복잡한 거리.




이 도시에 녹색 빛이 가득해지고 야생에서만 볼 법한 동물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심판자들의 신념은 잘못됐지만, 어쩌면 그들이 바라던 세상은 옳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문명은 멈췄지만 신기하게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행복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전에는 없던 무시무시한 위험들이 도사리고는 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휴대폰 기종을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이상, 타인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어제의 나와 싸우고, 내일의 나를 향해 달릴 뿐이다.




"와, 이게 다 뭐야!"




아저씨를 따라 밖으로 나온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니지만 모두가 올려볼 정도의 키를 가진 전나무.




꼭대기에는 금색 별이 달려있고 가지에는 아저씨와 시윤이가 장식한 예쁜 빛을 내는 전구들이 있다.




근처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 상자들이 놓여 있다.




"뭐 늦긴 했지만 이렇게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그냥 우리끼리 다시 정하면 되지 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크리스마스냐고?




전혀 아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라고 하기엔 꽤 지난 올해의 마지막 날.




그저 놓쳐버린 크리스마스가 아쉬워 같이 기념하기로 한 우리였다.




"오, 켜진다 켜진다!!"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놓여 있던 작은 전자시계가 켜진다.




11시 59분.




"야! 한마디 해!"




주변에서 내게 뭐라도 말해보라며 부추긴다.




아, 이런 거 못해서 진짜 싫어하는데.




"아이... 뭘 해..."




"아 형! 한 번 해야죠!"




아으 오글거려라.




그래도...




한 번쯤은 나쁘지 않겠지.




"크흠... 흠!"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전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먼저...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을 애도합니다. 우리가 새로 맞는 해에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지만 항상 그들이 곁에 있음을 기억합시다."




"..."




뭐 내가 장난스럽게 말할 줄 알았던 걸까.




사람들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분위기를 감지하고 조용히 눈을 감아 그들을 애도한다.




"..."




너무 오래 조용한데...?




"이제 눈 떠도 되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소희가 한쪽 눈을 몰래 뜨며 슬며시 묻는다.




"... 떠..."




"아 김규태 뭐야~ 혼자 갑자기 엄청 진지해!"




그럼 그렇지.




결국 그런 걸 원한 거였나.




"에라이, 모르겠다. 내 식대로 간다!"




"푸흡! 그래, 이래야 김규태지. 갑자기 뭔 진지충이야~"




나는 어느새 손에 쥐어진 맥주캔을 따 하늘 위로 높이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이 개좆 같은 세상아!!!!! 덤벼라!!!!!!!"




이제야 모두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웃음기가 가득해진다.




그리고, 모두가 입을 모아 함께 외친다.




"덤벼라!!!!!!!!"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작가의말

내일 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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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시즌5 12화 23.04.28 8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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