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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티스몬 님의 서재입니다.

생존왕(生存王)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묘티스몬
작품등록일 :
2020.03.28 23:30
최근연재일 :
2020.07.03 16:26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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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877

작성
20.05.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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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16화

DUMMY

청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나의 얼굴에는 승자의 여유가 역력했다.

이제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면 그가 대답을 해줄 차례였다.

나는 쓰러져 있는 청년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해라.”


청년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상체를 일으킨 그는 입가에 맺힌 핏방울을 손등으로 털어내며 말했다.


“나의 이름은 단리형이다.”


청년이 갑작스럽게 퉁성명을 했으나 나는 예를 취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그는 나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너의 이름이 궁금한게 아니야.

왜 내게 접근한 거야?”


다른 일행도 있었으나, 단리형은 집요하게 오로지 나 하나만을 노렸다.

어떠한 목적이 있을 터였다.

거기다 묵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도 수상했다.


“얼마 전 신녀가 예언을 했지.

조만간 악마가 강림하여 세상이 파멸할지도 모른다고.”


맥락없는 이야기에 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신녀와 악마?

현실과 동떨어진 단어들이다.

대체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녀라니.

너 사이비냐?"


단리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그의 모습은 비웃음에 가까워 보였다.


“종교라고도 할 수가 있지.”


그의 얼굴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논리적으로 따져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무림에는 수 없이 많기는 하다.

술법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것들도 있었으니까.

단리형의 말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아까 네가 쓰던 무공에도 이상한 종교적 색채가 들어가 있었군.”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 제일식(第一式) 만세구민(萬世求民).

백성들을 구한다?

터무니 없이 광오한 초식명이었으나, 종교라는 것이 현세 구복적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으니 이해는 간다.


“나는 천마신교도다.”


천마신교라면 마교다.

단리형의 말에 주변에서는 놀람과 경악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뭐라고?”


“말도 안돼.”


“이럴수가.”


신투, 진혜화, 진무백.

그들의 얼굴색이 변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는 것을 보니 마교라는 단어에 그만큼 커다란 파급 효과가 있었나 보다.

무림인이 아니었던 나는 딱히 감흥이 없었다.


“아까 불쾌한 기운의 정체가 이해가 되는구나.”


신투가 찌를 듯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리형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단리형은 신투의 압박에도 전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쓴웃음을 지었다.


“나의 마기에 반응했나 보군.

마기가 정파인들과 상극이기는 하지.”


단리형이 마교도라는 것이 밝혀지자, 다른 일행들은 뒤로 물러서며 그와 거리를 두었다.

멀리서 나와 단리형의 대화를 듣기만 할 뿐이었다.

마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


“조만간 악마가 강림한다.

그래서 악마를 막기 위한 사람을 찾고 있지.”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게 나라고?”


단리형이 그러한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예언의 인물이 네가 맞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너 이외에 다른 후보들도 있지."


“그렇다는 것은 나 말고도 다른 자들에게 접근을 했다는 거겠군.”


"무림맹의 청룡단주에게 먼저 접근하기는 했었다."


불타는 정의감과 엄청난 무공실력을 가진 그라면, 예언에 나오는 영웅이라 해도 이해가 간다.

오히려 나보다는 청정면이 적합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너다."


"왜?"


"무림맹은 혈교의 잔존 세력과 전투 중이다.

그는 맹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 중이라 바쁘다며 거절했지."


청정면은 언제나 바쁜 녀석이었다.

역시나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 불철주야 활동을 하고 있었다.


"너 또한 신월교주를 쓰러뜨렸던 자들 중 한명이라고 들었다.”


후보자들을 택하는 과정에는 몇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단리형측에서 나를 선택한 이유는 신월교와의 싸움 때문이었다.


“신월교주를 알고 있나 보군.”


“그가 오십 년 전 천마신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아서 지금까지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치욕스러운 역사지.”


마교가 단일 세력으로는 무림에서 손이 꼽힐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이리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다.


“마교도 소문난 만큼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는 거군.”


“천만에.

그 때의 마교는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의 강대함을 가지고 있었다.

혼란기였기에 그만큼 엄청난 고수들이 많이 등장했지.

하지만 20대 천마께서 압도적인 무력으로 그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평화로왔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인재가 혼란기에는 두각을 드러낸다.

그것은 무림에도 적용이 될 것이다.


“교내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방법으로 중원 정벌을 계획 중이었지.”


혼란기를 겪어왔던 고수들은 평화에 익숙하지가 않았고, 그 힘을 어딘가로 분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교는 중원을 밟아보기도 전에 신월교에 패배했다.

역대 최강의 전력이었으나,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끝나버린 것이다.


“단체와 단체가 싸우면 변수가 크니까 어쩔 수 없는거지.”


“아니. 마교에 온 것은 신월교주 한명 뿐이었다.”


유난히 작아진 목소리에 나는 단리형의 얼굴을 살폈다.

여태까지 자신감 넘치던 태도와는 달리, 지금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뭐라고?”


신월교주 한지우.

그를 떠올리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로 혼자서 단체 하나를 박살내 버릴지도 모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그의 말도 안되는 무위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는 광오하게도 혼자서 교를 찾아와서는 천마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다음 이야기는 예상이 간다.

손에 꼽힐 정도로 강했던 천마라 했으니 자신감이 상당했을 것이고, 당연히 싸움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신월 교주는 검강을 사용할 정도의 고수였다고 한다.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어.”


검강은 검기가 발전한 형태다.

검기가 기를 검에 맺히게 하는 것이라면, 검강은 검기를 더 날카롭고 견고한 형태로 만든 것이다.

내공이 말도 안되게 많아야 되는 것은 기본이고 고도의 깨달음을 얻어야 그나마 시도해 볼 수나 있다는 경지다.

검기로는 검강을 막을 수가 없다.


“천마신교는 순식간에 분열되어 버렸다.”


우두머리를 잃은 단체의 분열은 예정된 수순이다.

그 전에 있던 자가 손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 자였다면, 그 후유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 이후로는 재위 기간을 오 년 이상 가져간 천마조차 없었지.”


마교는 강자존의 세계였고, 무력이 강하다면 누구나가 천마가 될 수 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없다면 혼란기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너도 천마가 되려는 거냐?”


단리형은 젊고 실력도 출중하기에, 충분히 다음 천마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실력으로 가능할리가 없지 않느냐?

마교에 나 정도의 실력은 흔하다고.”


난장판이라 하여도 마교는 마교인 모양이었다.

엄청난 실력자들이 판을 치는 무서운 곳임이 틀림없었다.


“마교가 세상을 구하려고 하다니 재미있군.”


“우리가 모시는 신은 천마뿐이다.

다시금 신월 교주의 영혼이 부활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지.”


“그렇다는 것은 부활한다는 악마가 한지우라는 거잖아.”


단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우의 무서움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신월교에서의 전투에서 그의 강함을 너무나도 뼈져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죽은 자를 어떻게 불러낸다는 거냐?

육체도 없을 텐데.”


말을 하던 나는 어쩌면 그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종남파에서 만났던 장문인.

그는 자신이 15대 장문인 진백도이며, 현 장문인의 몸에 빙의했다고 주장했다.

미쳐서 그런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게 정말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쉽게 넘길 사항은 아니다.


“어떤 형태로 되살아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단리형의 말에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강시다.

강시에는 죽은 시체를 되살려내는 생강시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의 의지를 빼앗아 조종하는 활강시가 있다.

한지우는 이미 죽었으니 활강시는 제외다.

생강시를 만드려면 죽은 시신이 필요한데, 한지우의 몸을 손에 넣는 것이 쉬울리가 없다.

그가 죽은 이후에 무림맹이 들이닥쳤으니, 악인이 그것을 손이 넣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일단 강시라는 것을 만드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도 미지수다.


두 번째는 빙의.

다른 누군가의 몸 안에 한지우의 영혼을 넣는 것이다.

영혼을 불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아무에게나 불러낸 영혼을 넣을 수 있을리가 없다.

빙의를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아생전의 무위를 발휘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가 아닌가.


"그 의식에 필요한 신물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단리형이 턱으로 나의 허리춤에 있는 묵야를 가리켰다.

신물 중의 하나라는 것은 그의 부활에 필요한 것이 묵야 하나만은 아니라는 거였다.


“서신에 다 적어놓은 내용인데 아무것도 모르는군.”


읽지도 않고 찢어버렸으니 내용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다 잊어버렸어.”


“보상금도 크게 잡았으니, 나는 네가 당연히 응할 줄 알았다.”


나에 대해 많이 조사한 흔적이 역력했다.

보상금이라는 소리에 혹하기는 했지만, 돈 때문에 이런 위험한 일에 휘말릴 수는 없다.


“얼마를 주......”


단리형이 거절하려던 나의 말을 끊었냈다.


“십만냥이다.”


나는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믿기지 않는 금액에 그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얼마라고?”


단리형이 또박 또박 한마디씩 토해냈다.


“십. 만. 냥.”


“좋아. 맡겠어.”


평생을 뼈빠지게 일하더라도 벌기가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어차피 이리된것 의뢰를 맡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네가 모신다는 사람은 왜 안 나서는 거야?

너보다 강하잖아.”


“지금 천마신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신녀의 말을 믿지 않는 세력은 전혀 바깥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

우리측에서는 내가 빠진 것도 큰 타격이야.”


이해는 간다.

예언이라는 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실이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사실에 뭔가 투자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은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나는 일행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이봐! 앞으로 이 녀석도 우리와 동행할 거야."


신투, 진혜화, 진무백.

그들은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

내가 그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단 한가지.

답답함이었다.

마교가 중원에서 활동을 하지 않은지도 최소 오십년 이상일 것이다.

신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경험해보지도 않은 상대에게 저리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싫으면 지금 말해."


그들은 아무말도 없이 침묵속에서 나와 단리형을 바라볼 뿐이었다.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으나, 대놓고 거절의 뜻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단리형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좋든 싫든 그와는 동행을 해야 한다.


"너희 모두가 동의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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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4부 28화 20.06.24 3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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