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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티스몬 님의 서재입니다.

생존왕(生存王)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묘티스몬
작품등록일 :
2020.03.28 23:30
최근연재일 :
2020.07.03 16:26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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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2
추천수 :
27
글자수 :
283,877

작성
20.05.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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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부 12화

DUMMY

“이건 대체 뭐야?”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군가가 나의 침상 위에 서신을 놓아두고 갔다.

타인이 잠을 자는 곳에 무엇인가를 놓아두고 가다니, 정말이지 무례한 자가 아닌가.

서신의 내용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읽을 생각은 없다.

이런 것은 읽는 순간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것을 읽을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


나는 서신을 잘게잘게 찢어버렸고, 찢어진 조각들은 구석으로 날려버렸다.

저렇게나 찢어버렸으니 내용을 복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거다.

창 밖을 바라보니 하늘은 여전히 컴컴했고 밤은 깊었다.

몸을 움직였던 탓인지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자볼까.”


나는 침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고, 빠르게 잠이 들었다.

코까지 골아가며 잠에 빠져들었던 나는 이상한 감각이 온몸을 엄습함을 느꼈다.

무엇인가가 내 얼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피해야 하나?

아니지, 귀찮으니 가만히 있자.'


무엇인가가 다가오는 것만은 분명했으나, 설마 자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으나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가오는 물체는 속도가 줄어들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위험할 것 같았다.


“젠장.”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급하게 옆으로 고개를 젖혔고, 간발의 차이로 무엇인가를 피해냈다.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바닥에 틀어박혔다.


쾅.


바닥이 깊게 파였고, 순간적으로 놀란 나의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피하지 않았으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들어서 정체불명의 물체를 확인했다.


“대체 어떤 녀석이 나를 공격한 거야?”


나를 공격했던 정체불명의 물체는 주먹이었고, 그것을 날린 것은 진혜화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겠지?”


당연히 알고 있다.

아까 내가 쳤던 장난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반응이었다.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그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단순한 사과만으로는 아마 그녀의 화를 풀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 말로 하는 게 어때?”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으나, 내가 뒤로 물러서는 만큼 진혜화가 다가왔다.

오히려 그녀와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단단히 벼르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말로 하자면서 왜 도망가는 거야?

이리 가까이 와.”


진혜화는 방긋 웃으며, 내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웃고 있는 상태였지만 나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저 웃음은 진실이 아니다.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나오는 웃음임이 틀림없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잖아.

꾹 참다 보면 심각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아니야.

참을 인이 세 번이면 호구야.”


진혜화는 나에게 맞춰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기어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었다.


“살다 보면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사소한 것까지 다 따지다 보면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없어.

대화로 풀자고."


나는 그녀에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화는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그렇다면 어디 변명이라도 해 보시지.”


오해를 푸는 것을 해명이라고 한다.

진혜화는 나에게 해명이 아닌 변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로 보면 내가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해명이 아니라 변명으로만 받아들일 게 분명했다.

진혜화의 압박에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조금씩 뒤로 물러서던 내 발걸음이 벽에 닿았다.

더는 뒤로 갈 수가 없다.


“진정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폭력을 저질러도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야.”


폭력이 모든 것의 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양손을 내저으며 진혜화를 진정시키려 하였으나 허사였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그녀는 침을 튀겨가며 소리를 질렀다.


“닥치고 그냥 몇 대 맞아.”


그녀는 내가 뭐라 해명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달려들어 마구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주먹이 내게로 쏟아졌다.


쾅 쾅 쾅.


기물들이 박살나며 주변이 순식간이 초토화가 되었다.

나는 진혜화의 맹렬한 공격을 피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필사적으로 달아났고, 그녀는 나는 끈질기게 쫓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해라고.”


“뭐가 오해인지 말해봐.”


말해 보라면서 아무런 여유도 주지 않는다.

그녀는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의 표본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소란이냐?”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온몸을 검은색으로 치장하고, 복면으로 얼굴까지 가린 자는 누가 봐도 신투였다.

빈손인 그의 모습으로 보아 큰 수확은 없는 것 같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문파였으니 털만한 것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신투이게 도움을 청했다.


“이 녀석 좀 말려......”


퍽.


잠깐동안 신투에게 고개를 돌린 사이에 진혜화의 주먹이 내 얼굴에 틀어박혔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나는 바닥을 굴렀고, 기억은 거기서 끊어졌다.



"일어나."


귀를 따갑게 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나의 잠을 방해했다.


“언제까지 잘 거야?”


창문을 통해 들어온 따스로운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추며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잠에 빠져 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잠만 잘 거야?”


나를 깨운 사람은 진혜화였다.

그녀의 옆에서 신투와 진무백의 모습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왜 이렇게 볼이 아프지?"


오래간만에 푹 잔 것 같은데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볼을 만지작거리며 상체를 일으키다가 앞에 있던 진혜화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을 떠올랐다.


“너 진짜 죽을래?”


화를 내며 진혜화의 목덜미를 붙잡으려 했으나, 그녀가 나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밤의 일은 넘어가자고.

마음 넓은 내가 다 이해해줄 테니까.”


기절할 정도로 때린 주제에, 이제 와서 넓은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겠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정말이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여자였다.

몇 번 놀린 거로 폭행까지 당했으니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은 나였다.


진무백이 나와 진혜화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밤의 일이라는 것이 뭐냐?”


“흐흠. 너는 아직 몰라도 되는 것이다.”


진무백의 옆구리를 신투가 팔꿈치로 툭툭 찔렀다.

신투의 행동에 진무백의 궁금증이 더욱 커진 모양이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길...... 읍.”


신투는 더 이상은 묻지 말라는 듯 진무백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입을 봉인 당한 진무백이 아등바등했고, 나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 뭐하는 거야?”


진혜화 역시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신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슬쩍 진혜화를 바라보았으나, 그녀 역시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분명히 신투 혼자서 뭔가 이상한 착각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


진혜화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소리를 질렀고, 우리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너에게 서신이 하나 올거라고 들었는데, 못 받았어?"


진혜화의 물음에 나는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 시늉을 했다.


“무슨 서신?”


“시치미 떼지마.

너는 분명히 받았을 거야.”


“얼굴을 맞았더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네.”


“또 한 번 맞으면 기억이 날지도 몰라.”


그녀가 주먹을 쥐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기억을 잃어버렸을 때 머리에 강한 충격을 주면, 다시 기억이 돌아온다는 이상한 속설을 믿는 것 같다.


“오.......오지마. 기억났어.”


나는 손가락으로 방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내가 찢어서 던져버린 종이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찢어져 버린 조각을 본 그녀는 내게 소리 질렀다.


“서신을 찢어버렸다고?

내용은 봤겠지?”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파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 못 봤어.”


“중요한 내용일거라고.”


진혜화는 조각들이 떨어져 있는 곳으로 다가간 후에 그것들을 모았다.

조각들을 모아서 내용을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복원하지 못하도록 잘게잘게 찢어 놓았으니, 그것이 쉬울리가 없었다.

신투는 조각들을 보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전히 찢어 놓았구나.

이 정도라면 내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겠다.”


바닥에 앉아서 조각들을 모으던 진혜화가 벌떡 일어서자, 나는 긴장해서 살짝 뒤로 물러났다.


“포기야.

이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녀는 모았던 조각들을 모두 던져 버렸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서 씩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중요한 일이라면 다시 서신을 보내오겠지.”


“그래, 나도 복잡한 것 따위는 질색이야.

급하면 알아서 직접 찾아오겠지.”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누군가가 다시 연락을 넣으려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전에 여기를 떠나버릴 거다.


이제 종남파에서의 볼일을 끝냐야만 하기에 나는 진무백을 바라보았다.


“너 설마 아무것도 안 가져온것은 아니겠지?”


본인에게 직접 말하여 보상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나의 말에 진무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가져왔다.”


그가 품 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내가 그것을 낚아채려 하자 진무백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조건이 있다.”


진무백의 목소리는 사뭇 비장한 느낌마저 있었다.

감히 나에게 거래를 제안하려 하다니 건방지기 그지 없었다.


“네가 조건 걸 입장이냐?”


당연히 그의 조건에는 관심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들을 생각은 없었으나 그는 멋대로 자신의 말을 해나갔다.


“이제 화산으로 갈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동행하겠어.”


“싫어.”


혹을 달고 다니는 것은 귀찮으니 당연히 거절이다.

이런 녀석은 귀찮은 짐일 뿐이다.


나의 대답에 진무백의 미간이 일그러 졌다.


“그럼 이것은 줄 수가 없어.

받지 않아도 쫓아다닐 생각이니 잘 생각해보라고."


보상을 받던지 말던지 무조건 쫓아오겠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눈빛에서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졌다.


진혜화가 내게 말했다.


“저렇게 까지 말하는데 못 데리고 갈 이유도 없잖아."


신투는 내게 귓속말을 했다.


"움직이는 데 필요한 경비를 모두 지급하게 하면 되잖아.”


그의 말에 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녀석 같으니, 데리고 다니면서 뜯어먹는 것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좋아. 같이 가자.”


나의 말에 진무백의 얼굴이 펴졌다.


"이제 내놔."


진무백이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나는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것을 얼른 낚아채서 품속에 넣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문파에서 큰 돈을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조금이라도 받았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듯하다.


"금방 준비하고 오겠어."


진무백이 서둘러 밖으로 달려나갔고, 나는 달려나가는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길이 머니까 경비는 충분히 챙겨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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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4부 26화 20.06.23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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