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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응애 나 천재 아역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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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작품등록일 :
2024.08.27 14:44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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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55

작성
24.09.0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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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팅

DUMMY

“진짜? 우리 락원이도 이제 소속사 생기는 거야?”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그 이유를 사시사철 가다마이에 반 바지 입고 다니는 꼬마 탐정 빙의해 추측해 보자면···


1. 아들이 소속사 차원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다.

2. 그렇게 되면 어머니와의 데이트 시간이 생긴다.

3. 드디어 밥상에 콩나물 장조림이 사라졌다.


이상.

요약 끝.


“당신 생각은 어때?”

“난 당연히 좋지. 안 그래도 당신이 너무 고생하는 거 같아서 걱정됐는데···”


아버지가 어깨를 토닥이자 어머니가 그 손에 머리를 살포시 기댔다.


“고생은 무슨··· 당연히 해야지.”

“여보, 당연한 게 어딨어.”


난 착하게 기다렸다.


두 분은 아직도 한창이시네.

우리 집 주방도 멜로 영화 촬영장으로 썩 나쁘지 않다.

지금 방으로 들어가면 너무 티 나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머, 내 정신 좀 봐. 밥 식겠다. 손부터 씻고 와요.”

“크흠, 응.”


그러자 얼마 안 가 여배우가 전체 관람가 선에서 커트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남배우는 의자를 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근데 첫 소속사는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아? 신생 회사는 좀 걱정되는데···”


일단 내가 고른 회사가 그냥 ‘신생 회사’는 아니다.

머잖아 엄청나게 몸집을 불릴 테니.


그리고.


“아빠. 대형 기획사는 좀 뜬다 싶으면 10년 전속 계약으로 묶어버리기도 한대.”


계약 잘못했다가 방치 당한 배우 여럿 봤지.


“하기 싫은 작품 억지로 강요하고 작품 출연하고 싶으면 돈 내라는 곳도 있고.”


웬만하면 그럴 일 없도록 중간에서 쳐내겠지만, 일단 부모님도 업계의 암적인 부분은 미리 아는 게 좋다.

한탕 해먹고 튀려는 사기꾼이 좀 많아야지.


“이야, 우리 아들은 모르는 게 없네?“

”락원아. 그런 건 어디서 들었어?“


음.

으음.


“···라고 지훈이 형이 그랬어!”


이렇게 된 거 명탐정 XX 메타로 간다.

부모님은 내 입에서 전속 계약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자 좀 당황한 듯했지만, 내가 기세로 밀어붙이니 수긍하셨다.


“걱정 마. 수민이가 아는 사람 통해서 알아봤는데 괜찮은 곳이래.”

“그럼 다행이고. 미팅은 언제 하기로 했어?”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내일 연락해보려구.”


가만히 듣던 아버지가 미간을 살풋 찡그리셨다.


“둘이 가서 괜찮겠어? 나도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여보, 낮에 시간 뺄 수 있어?”


그러자 혼자서 무슨 상상을 하신 건지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아버지의 어깨가 축 처졌다.


“아니··· 난 회사 가야지···”


아버지는 송아지 같은 눈망울로 콩나물국을 들이켰다.

아무래도 우리 유 사장님 조기 은퇴시켜드리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



*



“여기서 또 보네요. 대체 뭐 하는 사람입니까?”

“흥신소 사장이라니까 계속 물어보네. 명함 한 장 드릴까요?”

“······”


지극히 상식적인 마 형사는 이태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흥신소면 흥신소답게 사람 뒤나 캐고 다닐 일이지, 왜 강력반 형사인 자신과 동선이 겹치냔 말이다.

그것도 늘 어디 하나는 터진 꼴로.


“이봐요, 하나 물어봅시다. 당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 소원이 땅에 묻히는 겁니까?”


뒷걸음질 치다 정답을 맞힌 마 형사의 말에 이태명이 코웃음 쳤다.


“그렇다고 하면 뭐, 도와줄 거예요?”

“···뭐?”

“아니잖아요. 그럼 그냥 지나가세요. 죽어도 당신 탓할 일 없으니까.”


이태명의 타의적 자살 시도는 오늘도 실패했다.

이제 시청자들은 이태명이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실패할지 주목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주인공이 하차하겠다는데 작가가 멱살 잡고 데려가는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으니.


소파에 길게 누운 남자, 루미너스 엔터테인먼트의 윤준호 대표도 오죽남의 시청자 중 한 명이었다.


“실장··· 아니, 대표님. 이렇게 드라마 보고 있어도 돼요? 배우 영입 안 해요?”


그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전 직장 후배만 눈을 꿈뻑거렸다.


“내가 뭐 하러?”


윤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계약기간 끝나면 여기로 옮긴다는 배우만 몇 명인데. 넌 내가 아무 믿는 구석도 없이 덜컥 회사 세운 줄 아냐?”


그때까지는 짧은 휴식기를 보낼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아이돌 로드 매니저부터 시작해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윤준호의 안식년이었다.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진짜 재수···”

“좀 그러면 하지 마.”

“옙.”


그래도 영 놀고만 있던 건 아니다.

남이 채 가기 전 회사로 데려오고 싶은 배우를 찾아냈다.

그로서는 오랜만에 욕심나는 원석이 생긴 것이다.


‘근데 연락이 없네.’


윤준호가 부재중 전화 없이 깔끔한 핸드폰을 덮어버렸다.


“저도 요새 이거 재밌게 보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시즌 2 청원 중이던데 진짜 할까요?”

“그거 엎어질 가능성이 커.”

“예? 왜요?”

“담당 PD가 파워 싸움에서 밀렸거든.”


윤준호의 담백한 설명에 후배가 혀를 찼다.


“거기도 영 이상하네. 시청률 잘 나오면 그만이지 파워는 뭔 파워. 뭐, 오죽남 밀어내고 만든 작품은 성공한단 보장 있대요?”

“밑져도 본전, 성공하면 로또잖아. 오죽남으로 기세 탔을 때 다른 로또도 긁어보겠다는 거지.”


으차. 소파에 누워 있던 윤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아직 몰라. 제작진은 아직 포기 안 한 것 같더라고.”

“오. 근데 그걸 대표님이 어떻게 아세요?”

“이거 봐, 오늘 뜬 기사야.”



[TV 리뷰] ‘오죽남’이 보여준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


스릴러란 무엇인가.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장르다.


그런데 주인공 이태명(피준호 분)은 불로불사(不老不死)다. 매 회차마다 죽으려 용을 쓰는데도 쉽게 죽지 않는다.


러브라인도 없다. 극 중 ‘8282 흥신소’의 유일한 직원인 미나(문희원 분)는 그야말로 일만 한다.


그런데 이 도전적인 시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다.

OGM 토요 드라마 ‘오늘도 죽는 남자’(극본 이윤희/연출 구치승)의 이야기다.


······


또한 매회 등장하는 단역들의 연기력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1화의 중심에 섰던 하윤재(유락원 분)가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됐다.

1화에서는 주인공 이태명을 제치고 하윤재의 등장씬이 최고 시청률 2.5%를 기록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섞연치 않은 하윤재의 퇴장을 두고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오죽남’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30분 OGM에서 볼 수 있다.



“이게 왜요?”


기사를 읽은 후배가 묻자 윤준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봤다.


“이거 보고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어?”

“있죠. 저도 하윤재 캐릭터가 좀 석연찮긴 해요.”

“······”


윤준호가 미간을 꾹꾹 눌렀다.


“마지막 단락 근처만 다시 읽어 봐. 드라마 홍보팀이 하윤재로 야마 짜서 보도자료 돌린 거잖아.”


기획기사가 아닌 경우, 기자가 0부터 창작해서 기사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대게 대중이 접하는 기사는 홍보팀이 뿌린 보도자료에 기자의 사견 몇 줄을 버무린 것이다.


“홍보팀이 1화에 등장한 단역을 아직도 푸시 해주는 이유가 뭐겠어?”

“뭔데요?”

“여기서 나올 단물이 있으니까 그렇지.”


오죽남의 제작진은 유락원의 성공에 배팅했다.

만약 그들의 배팅이 성공해서 유락원이 그의 데뷔작으로 금의환향한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는 물론이고 PPL이 몰려들 테고, 제작진은 순풍에 돛 단 듯 시즌 2 제작에 착수할 수 있다.


“···하여튼 판 돌아가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읽는다니까.”


후배가 혀를 내둘렀지만, 윤준호로서는 당연히 꿰뚫고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읽고 있어야지.”

“왜요?”

“나도 그 사람들이랑 똑같은 데 걸었으니까.”


후배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잠시만.”


윤준호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라···

자신의 촉이 이번에도 맞길 바랐다.



*



‘그 사이에 키가 좀 컸나?’


윤준호는 그의 어머니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유락원을 보며 생각했다.

저 맘 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그래서 역변 하는 아역배우도 많지만, 그의 눈에 유락원은 해당사항이 없어 보였다.


“저희가 신생회사라 당분간은 소속 배우들한테 집중할 계획이어서요. 계약하시게 되면 유락원 배우 전담 직원이 바로 붙을 겁니다.”


윤준호는 신생 회사 특유의 높은 자유도와 집중도를 약속했다.

자신을 위시로 한 전폭적인 지원까지도.


“혹시 아이가 원하는 작품만 찍을 수 있을까요?”


박정혜의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적인 요구 조건이었다.

자신도 하기 싫다는 배우한테 억지로 배역 들이밀 만큼 능력 없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그럼요. 원하시면 계약서에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계약 기간은 3년.

그 외 나머지는 업계 기준을 준수해 계약서를 만들었다.


“그럼 유락원 배우는 지금 잠깐 쉬고 있는 거죠?”

“네. 연락 오는 곳은 좀 있었는데 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잘 생각하셨어요. 아직 급할 건 없으니까요.”


박정혜가 계약서를 훑어보는 사이 윤준호의 머리가 굴러갔다.


가만히 있어도 시놉시스나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배우는 많지 않다.

대게는 여기저기 프로필을 돌리며 영업을 뛰어야 한다.

그 영업 실력이 곧 회사의 능력을 나타낼 테고, 윤준호는 머지않아 유락원에게 맞는 배역을 물어올 자신이 있었다.


‘일단은 MBS부터 접촉해 봐야겠네.’


요사이 소문이 심상치 않았다.

홍세라 작가가 빡 돌아서 판을 엎으려고 난리라느니, 캐스팅 디렉터가 프로필을 싹싹 긁어모으고 있다느니.


이렇게 시국이 혼란할 때는 어부지리로 이득 보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죠. 뒤에서 열심히 서포트하겠습니다.”


계약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그리고 박정혜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얌전히 자리를 지키던 락원이 입을 열었다.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삼촌이나 형?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돼.”


윤준호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형.”


+500점.


“응응.”


이런 게 신인 배우 키우는 맛이지.

말 그대로 회사와 함께 크는 배우. 꽤 멋있지 않은가.

그가 창립 멤버로 아역 배우를 영입한 건 이런 이유도 조금 있었다.


“이번에 MBS에서 하는 사극 있잖아요.”


그런데 오밀조밀한 입에서 영 생뚱맞은 말이 나왔다.


‘···그걸 어떻게 알지?’


아직은 내부에서만 도는 소식이었다.

아이가 이것을 안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설마.”

“캐스팅 디렉터님한테 연락받았어요.”

“······”


윤준호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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