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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응애 나 천재 아역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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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작품등록일 :
2024.08.27 14:44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492
추천수 :
267
글자수 :
88,755

작성
24.09.08 23:27
조회
222
추천
17
글자
10쪽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들

DUMMY

출세 길을 하이패스로 타 보려는 사람들로 후끈후끈한 OGM 드라마국. 

반면 MBS 드라마국에는 늦여름에 때아닌 칼 바람이 불어닥쳤다. 


드라마 팬들은 지상파 3사를 편의상 K사, S사, M사라고 부른다.

이 천하삼분지계는 시기마다 툭 튀어 오르는 세력이 있을지언정 거시적으로는 나름의 균형을 유지했다.


물론 거저 얻어지는 균형은 아니었다.

그 아래에는 옆집 철수, 앞집 영희와 사사 건건 비교당하며 쪼인트 까이는 직장인들의 눈물이 서려 있었다. 


연초.

K가 내부 기대작이었던 로맨스 코미디로 홈런을 쳤다.

그러자 S와 M이 서로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S, 너희만 믿는다!’

‘물론이지, M!’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들의 동맹(?)은 꽤나 길게 이어졌다.

둘 다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던 두 친구의 우정은 S가 스타 작가 박기호의 복귀작을 들고 나타나며 산산조각 나버렸다.


“지금 나 하나 잘 되자고 이래? 연말 시상식 때 우리만 빈 깡통 소리 들을 거냐고! 다들 꿍쳐놓은 보따리 하나씩은 있잖아. 그치? 있지···?” 


그 즉시 MBS 드라마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지상파 3사 드라마국의 명예를 걸고 적어도 비슷한 급은 맞춰 오라는 명령.


“그렇게 됐다! 하하!”

“······”

“···이거 홍작가님도 알고 계세요?”

“아닝.”

“······”

“······”


그렇게 낙점된 것이 내년 방영 예정이던 20부작짜리 사극이었다.

담당 PD는 난색을 표했지만 내부 여론이 워낙 드셌다.


“사극하면 MBS! MBS하면 또 사극 아니겠습니까!” 

“옳소!”

“구원투수면 그 정도는 돼야지···!”


‘올해라고 해봤자 몇 개월 안 남았는데 지금 촬영해서 연말까지 내보내라고···?’

‘급있는 배우들은 이미 스케줄 다 잡혀 있을 텐데? 캐스팅부터 오바야.’ 

‘이거 잘못하면 독박 쓴다.’


자신의 보따리를 지키려는 승냥이떼들이 갖은 호들갑을 떨며 적극 동조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방송국의 사정이고.


“이, 이게 지금······”

“작가님! 작가님!”


여유롭게 작품을 준비 중이던 홍세라 작가는 열이 받아 돌아가시려고 했다. 

화병으로 몸져누웠던 그녀는 얼마 안 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빠듯한 제작 기간을 생각하면 누워 있을 시간도 없었다. 


이를 갈고 나타난 홍세라 작가의 요구 사항은 이러했다.


“배우는 A급이면 당연히 좋겠지만 조금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MBS 사극에 내 이름만 해도 홍보는 될 테니까. 대신 제 마음에 들어야 해요.” 


방송국과 작가 사이에 낀 캐스팅 디렉터는 눈 감았다 뜨면 올해가 끝나있길 빌었다.


“매니저님? 제 말 듣고 계세요?”

“···아, 네네. 듣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눈앞에는 여전히 홍세라 작가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초반부는 아역들이 끌고 가는 거 아시죠? 이쪽도 성인 배우들 못지않게 공들여서 골라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혹시 찾는 이미지는···”

“딱 보자마자 시청자들이 사랑에 빠질만한 비주얼이요. 연기는 기본이고, 신선한 마스크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해석 : 박기호 때문에 일정 앞당겨진 것도 열받는데 내 체면 안 세워주면 알지? 여차하면 차기작은 딴 데서 한다? 


“아유. 조금만 기다리세요. 작가님 마음에 차는 배우들로 쫙 뽑아오겠습니다!”


캐스팅 디렉터는 호탕하게 말하며 주머니 안에서 중지를 세웠다.


홍세라와 박기호.

이들이 알아주는 앙숙관계라는 건 업계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홍세라가 점 찍은 배우를 박기호가 홀랑 낚아챘다느니, 박기호가 편성 맡아둔 시간대에 홍세라가 들어가 어깃장을 놨다느니.

그건 다 뜬 소문이고 두 사람이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가 안 좋게 헤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작 두 사람은 라이벌로 묶이는 것을 몸서리치며 싫어했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나쁘진 않은데 혹시 다른 배우는···”

“비주얼에 개연성이 좀···”

“흠···”


그 후로 며칠간 홍세라의 투정을 받아내던 캐스팅 디렉터는 방금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멍하게 쳐다봤다. 


“···개연성?”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애초에 로맨스에 개연성이······! 있지, 그것도 완전 있지. 에휴.”


열받는 건 받는 거고, 홍세라의 말에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대게 드라마에 나오는 남녀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


나한테 이렇게 군 사람은 네가 처음이어서.

하필이면 상대의 연약한 부분을 봐 버려서.

그냥 보다 보니 정 들어서. 등등.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빈약한 근거에 완벽히 설득된다.

화면에 나오는 남녀가 누가 봐도 잘 생기고 예쁘니까. 보자마자 첫 눈에 사랑에 빠질 비주얼이니까.


“캐스팅 기깔나게 뽑아놨는데 대본 별로기만 해 봐라··· 방송국에 투서 날리고 잠적한다.”


결국 캐스팅 디렉터는 자신이 갖고 있던 프로필을 재차 훑어봤다. 그마저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쟤 괜찮은데? 저런 배우가 있었나?”


천막을 걷자 그 안에서 천사가 나타났다.



*



몰랐는데, 아무래도 우리 어머니는 매니저가 체질인 것 같다.

이게 내 결론이다.


“아, 저번에 명함 주셨던 분이시죠? 리딩장에서 뵀던.”

“말씀은 감사하지만 소속사는 좀 천천히 생각하려구요. 아이 생각도 그렇고요.”

“독립 영화라면 어떤 장르 말씀하시는 걸까요? 너무 잔인하거나 외설적인 건 힘들 것 같아서요.”


어머니는 한 손으로 중구난방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나중에 알아보기 좋게 수첩에 정리하고 계셨다.


난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슬쩍 수학 익힘책을 옆으로 미뤄뒀다.

절대 숙제하기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다. 그렇고 말고.


어머니 앞에는 그동안 촬영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받은 명함이 쌓여있었다.

전부 배우 소속사에서 뿌린 명함이다.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셨는지 두께가 상당했다.


“락원이도 한 번 볼래? 락원이랑 같이 일할 삼촌, 이모들이니까.”

“응, 나중에 볼게.”


시선을 느낀 어머니가 명함을 내밀었지만 사양했다.


당장 소속사를 구할 만큼 급한 일은 없었다. 명함은 앞으로도 계속 모일 테고. 

무엇보다 이렇게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네, 네네.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랬는데···

올 게 왔다.  


“MBS 드라마 캐스팅 매니저님이래. 락원이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진짜? 드라마 제목은 뭔데?”

“제목은 아직 미정인데 사극이래.”


사극이래, 사극이래, 사극이래···

네 글자가 귀에서 웅웅 메아리쳤다.


“락원아 왜 그래? 하기 싫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냥 얼굴만 보자고 하시는 거니···”

“아니. 좋아, 엄청 좋아.”


내 표정을 보고 수첩에 줄을 직직 긋는 어머니에게 손사래를 쳤다. 


사극 좋지.

모름지기 아역배우라 함은 사극으로 검증받는 게 이 바닥 순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전에 짚고 넘어갈 일이 있었다. 


“···엄마, 나 명함 볼래. 같이 보자.”

“그럴까?”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어머니가 명함 꾸러미를 한장 한장 식탁에 펼쳤다.


“방금 전까지는 안 본다더니?”

“아하하···”


다른 것도 아니고 사극이라서요, 어머니···


촬영 현장이야 다 빡세다지만 사극은 차원이 다르다.

통솔해야 하는 인원은 압도적으로 많지, 촬영 시간은 다 돈이지, 스케줄은 유동적이지. 

거기에 상식적이지 않은 스탭까지 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고성이 오가는 판이다.


현장 경험 풍부한 매니저의 기름칠이 필요했다.


“근데 회사 이름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그치?”

“응응.”


어머니가 옆에서 회사 이름을 검색해 보는 사이, 난 명함에 쓰인 이름을 훑어봤다. 


소속사 네임밸류? 당연히 중요하다.

아예 기본도 안 돼있는 회사는 솎아내는 게 맞다. 괜히 엮여서 똥물 튀기면 곤란하니.


하지만 이름값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다.

소속사는 간판을 바꾸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는 락원이가 좋은 사람들이랑 일했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가 안심하고 락원이 맡길 수 있는 사람들.” 


좋은 사람이라···

이 업계에서 좋은 사람들이란 누구인가.


차기작 대본 잘 가져오고, 여기저기 인맥이 넓어서 내부에서만 도는 소식을 빠르게 물어오는 사람들이다.


서서히 기준이 세워진다.

사이즈는 작아도 가족적이고 알짜배기인 회사가 좋겠다.


엔터사 매니저, 제작자 실장이 담당 아티스트와 인맥을 등에 업고 ‘그동안 더럽게 신세 많이 졌습니다!’를 시전한 뒤 독립한 회사라던가.


히트작을 알아보는 눈? 필요 없다.

현시점에 나만큼 작품의 흥망성쇠를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 


나한테 필요한 건 어떤 배역에 날 꽂아줄 수 있는 소속사.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본을 잘 구해올 수 있는 소속사다.


그렇게 어머니와 검색해 보면서 빛 좋은 개살구와 양아치들을 솎아냈다.  


“엄마, 여기도 한 번 찾아봐 주라.” 

“그래. 어딘데?”


그리고 흙 속에 숨어 있던 진주를 찾아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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