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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응애 나 천재 아역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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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작품등록일 :
2024.08.27 14:44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487
추천수 :
267
글자수 :
88,755

작성
24.09.04 21:45
조회
242
추천
15
글자
11쪽

이상한 흥신소

DUMMY

세상엔 다양한 분야의 마니아들이 있다.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전자 기기의 스펙을 줄줄 외는 이들은 테크 덕후.

응원 팀의 해체를 부르짖다가도 다음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TV 앞에 앉는 이들은 야구 덕후. 


그리고, 편성조차 안 된 드라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일컬어 드라마 덕후라고 한다.


[OGM 올해부터 드라마 만든다며 왤케 조용함?]


벌써 상반기 다 끝나가는데 도대체 언제 주냐


└호감배 나온대서 기다리고 있는데 ㄹㅇ 뭐가 안 뜸

└벌써 미래가 보인다.. 없는 떡밥 긁어 모아서 먹을 내가..

└촬영 전에 흙오이 된거 아님?

└ㄴㄴ 관계잔데 곧 캐스팅 뜬다 대기타셈

└ㅅㅂ 뭔 개나 소나 다 관계자여 


‘오죽남’의 캐스팅 기사는 이들의 인내심이 다 닳아 없어질 때쯤 공개됐다.


[단독] OGM 첫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도 죽는 남자’ 4人4色 케미스트리 대공개!


└이게 왜 진짜?

└오 떴다

└피준호 기대된다 장르물 찰떡같이 받아먹을듯ㅋㅋㅋ

└엥 오종우가 형사라고? 그럼 형사가 흑막 아님?

└팔뚝으로 범인 질식시키는 롤인가

└얘들아 종우 은근 맘 여리다.. 댓글 보고 혼자 울 수도 있음..

└문희원은 소속사 잘 들어가더니 데뷔작부터 4롤이네

└ㄹㅇ 차인묵쌤이 3롤인데

└백퍼 페이크임 차인묵이 걍 조연1 일리가ㅋㅋㅋㅋ 누가봐도 최종 보스세요ㅋㅋㅋㅋㅋ

└캐스팅이 스포ㅋㅋㅋㅋ


굶주렸던 이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동안 숨겨졌던 ‘오죽남’에 대한 정보가 차근차근 공개됐다.


주요 배우들의 캐릭터 포스터와 짧은 티저, 촬영 현장 스틸 컷.

그리고 첫 방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쯤, 대본 리딩 현장을 담은 메이킹 영상이 공개됐다. 


[현장 스케치] 美쳐버린 연기력··· ‘오늘도 죽는 남자’ 첫 대본 리딩부터 열기 후끈!


4분이 간신히 넘는 짧은 영상은 배우들의 인사로 시작됐다.

주연배우들의 인사가 끝난 뒤, 유락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렁차게 인사하자 배우들이 흐뭇한 미소를 띠며 박수 쳤다. 


└졸귀탱

└귀여운데 저 사이에 있으니까 왜케 위험해 보이냐..

└ㄹㅇ 뭔일 나기 전에 구해줘야 할 것 같음 

└말넘심ㅋㅋㅋㅋ


영상을 틀어놓고 한 마디씩 하던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 몰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짧은 영상이 끝났다.


└ㅅㅂ 더줘요

└이 집 잘 끊네

└와 오열하던 애기 뭐임?

└몰입력 ㅁㅊㄷ 코 앞에서 4~50명이 보고 있는데 ㄷㄷ..

└캐스팅 기사엔 없던데 단역인가?

└그런듯ㅇㅇ 일단 느낌은 나쁘지 않네 난 1화 보고 더볼지 말지 결정할듯

└ㄴㄷㄴㄷ

└드가자~~



*



방송국 관계자들은 자주 가는 식당이 정해져 있다.

주로 직장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 단골손님에게 된장찌개 서비스가 나오는 곳이다.


그리고 조촐한 술자리에서까지 직장 상사와 마주치기 싫은 말단 직원들은 몇 블록 떨어진 한갓진 식당에 모이곤 했다. 


“야, 나 어제도 돼지 먹었다···”

“누군 아니래? 잔이나 받아.”


‘오죽남’ 의 조연출이 잔을 내밀자 남자가 투덜대며 자리에 앉았다.


“너네 지금 한창 바쁠 때 아냐? 여기서 술 마셔도 돼?”

“우리야 뭐 반 사전제작이니까. 다른 곳보다는 좀 여유로운 편이지.”


치익. 불판 위로 삼겹살이 올라갔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조연출이 입을 열었다. 


“들어봐, 우리 드라마 깔이 진짜 영화처럼 뽑혔거든.”

“또 그 소리다. 본다고. 보겠다고요.”

“그리고 1화에 나오는 아역이 있는데”

“아역?”

“응.”


남자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보통 이럴 때 나오는 말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탈이 좋아.’

‘손이 많이 안 가.’

‘스탭들 속을 안 썩여.’ 등등.


하지만 조연출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외였다.


“연기를 존나 잘해.”

“······뭐 얼마나 잘하길래?”


그러자 조연출이 한 손엔 상추를, 다른 한 손으로는 알맞게 구워진 삼겹살을 집었다.


“봐봐.”


상추 위에 삼겹살 두 점, 궁채 장아찌, 마늘, 그리고 쌈장이 차곡차곡 쌓였다.

몸에서 돼지 냄새가 안 빠진다며 투덜거리던 남자가 꿀꺽 침을 삼켰고.

조연출이 쌈을 와앙 한 입에 넣었다.


“뭘 보라는 거야?”

“갸가 거널—”

“에이씨 다 씹고 말해, 씹고.”


조연출이 낄낄 웃으며 쌈을 꿀떡 삼켰다.


“걔가 그날 현장 쌈 싸 먹었다고.”


이건 좀 흥미가 생기는 말이었다.

첫 방 온에어를 앞둔 제작진의 입에 주연 배우가 아닌 단역이 먼저 오르다니.


“그래?”


남자, 조연출의 중학교 친구인 표지훈 PD가 눈을 빛냈다.


“연락하려면 빨리해. 좀 있으면 여기저기서 데려가려고 할 거니까.”  

“웬일로 네가 쓸 만한 정보를 다 주냐?”


표지훈의 말에 조연출이 싱긋 웃었다.


“잘 되면 뽀찌 좀.”

“꺼져 임마.”



*



-락원아아아, 오늘 왜 안 와써? 형 안 보고 싶어어?


거실에서 첫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술 냄새 풀풀 풍기는 전화가 왔다.


얼큰한 피준호의 목소리 뒤로 ‘락원아!’, ‘보고싶어!’, ‘우리 윤재 돌려내!’ 같은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울려 퍼졌다. 


-락원아아, 종방연 때는 올 거지?


“네, 갈 수 있으면 꼭 갈게요.”


-형이랑 약속했다아아!


나는 휴대폰에 대고 몇 차례나 약속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흐뭇한 표정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이야, 아들 인기 폭발이네.”

“촬영할 때도 다들 엄청 잘 챙겨줬어.”

“진짜? 나중에 만나면 아빠도 감사하다고 해야겠다.”


맥주 캔을 손에 든 아버지의 볼이 살짝 상기돼 있었다.

어머니는 그 옆에서 TV 화면에 뜬 ‘NEXT! 오늘도 죽는 남자 첫 방송!’ 자막을 연신 핸드폰으로 찍고 계셨다. 


“근데 락원이도 형, 누나들이랑 같이 보고 싶었던 거 아냐?”

“아니? 난 엄마, 아빠랑 집에서 보는 게 더 좋은데?”

“얼씨구?”


진짠데. 아버지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셨다.


다른 배우나 제작진들의 반응은 나중에 전해 들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들이 TV에 데뷔하는 걸 지켜보는 부모님의 표정은··· 지금 놓치면 못 보니까.


“이제 시작하나 봐.”

“어떡해, 너무 떨린다.”


연령 고지 영상이 끝난 뒤 화면이 잠시 암전 됐다. 그리고 한 남자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아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요.”


8282 흥신소 사장 ‘이태명’이다.


“불륜 상대로 짐작 가는 분 있으십니까?” 

“아내 직장 동료요.”


이태명이 ‘쯧’ 혀를 찬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머리를 벅벅 긁기도 했다.


“아내분이 어느 직장 다니시는데요?” 

“그냥··· 직장이 그냥 직장이지 뭐어······”


우물쭈물하는 의뢰인의 목소리. 이태명의 얼굴 옆으로 큰 글자가 날아와서 박혔다.


[OUT!]


“선생님, 그건 요 앞에 다른 흥신소 가서 물어보세요. 미나야, 손님 가신다. 문 열어드려라~”


이후로도 몇 명의 의뢰인들이 8282 흥신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의뢰 건은 다양했다.

불륜 현장 채증, 뒷조사, 사적 보복 등등.


“멀리 안 나갑니다~”


하지만 모두 이렇다 할 소득 없이 흥신소 문을 열고 나갔다.


“에라이 씨. 손님 가려 받는 거야 뭐야? 빨리빨리는 개뿔, 씨···”  


투덜대는 남자의 뒤로 흥신소 간판이 깜빡 깜빡거렸다. 그러다 한 쪽 귀퉁이가 펑! 하고 터지며 글씨가 바뀌었다. 


[오늘도 죽는 남자]


타이틀 CG와 함께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오며 1화 오프닝이 끝났다.

그야말로 구치승 PD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인트로.


적재적소에 들어간 CG가 다크한 제목을 중화시켰으며, 시간을 갈아 넣었을 게 뻔한 영상미는 주인공 단일 바스트 샷의 단조로움을 덜어줬다. 


그리고 이윤희 작가 특유의 일상적이지만 찰진 대사를 피준호가 찰떡같이 잘 받아먹었다. 


“크흐흐.”


아버지는 의외로 전 국민이 다 본 드라마, 영화 같은 김치찌개를 선호하는 분이다. 

그런 아버지가 웃으시는 거면 일단 대중의 입맛에도 먹을 만하다는 뜻이다. 


“근데 저 흥신소는 저래서 어떻게 먹고살아?” 


그리고 이 질문이 핵심이다.

이게 바로 이윤희 작가가 귀하디 귀한 드라마 첫 인트로로 말하고 싶은 부분이니까.



*



“미나야, 문 앞에 소금 좀 뿌려라. 오늘 손님들이 영···”


이태명의 말에 흥신소 직원 미나가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소금ㅋㅋㅋㅋㅋㅋ그걸로 되겠냐고요ㅋㅋㅋㅋㅋ

└이윤희가 은근 이런거 잘씀

└ㅇㅇ 소소한데 웃포야ㅋㅋ


그리고 잠시 뒤.

뽀득뽀득 소금을 밟으며 한 남자가 흥신소 안으로 들어왔다.


└화면 좀 어두워진거 같은데 맞나?

└ㅇㅇ 아까부터 천천히 어두워졌음


의뢰인은 누가 봐도 불안에 떨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왔음에도 의자에 반쯤 드러누워있던 이태명이 드디어 관심을 보였다.


“우리 아들이··· 아들이 사채업자들한테 끌려갔어요.” 

“계속하세요.”

“그리고 아마··· 죽은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의뢰인이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이태명에게 건넸다. 


“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음성이 몇 개 있는데 결국은 다 똑같아요. 미리 녹음해둔 걸 틀어주는 겁니다.”


이태명이 녹음파일을 재생하자 아이의 음성이 작은 흥신소에 울려 퍼졌다. 


└이거 대본 리딩때 그 장면이지?

└ㅇㅇ

└다시 들어도 개슬픔 ㅅㅂ

└착하게 있겠대ㅠㅠㅜㅠㅠ 기다린대ㅜㅠㅠㅠㅠ

└애기야 조금만 기다려ㅠ


“예. 매우 안타깝게 됐네요.”


└ㅠ형이 구하러 간

└?

└??

└뭐여

└우리드 주인공 싸패임?


이태명은 따분한 표정으로 의뢰인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런 건 서에 신고하시면 될 것 같습—”

“제 아들이 확실하게 죽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예상을 빗나간 의뢰인의 말에 다시 반쯤 드러누웠던 이태명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뭐라고요?”

“제 아들이··· ‘정말’ 죽었는지 확인해주세요.”


그러자 이태명이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위, 오늘 한 장도 줄어들지 않은 명함을 의뢰인에게 건넸다. 


“착수금은 계좌로 입금해 주시면 됩니다. 입금 확인되면 바로 시작하죠.” 


작가의말

거물 제작자가 연기력을 안 숨김 -> 거물 제작자의 2회차는 천재배우

제목 변경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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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파크 +3 24.09.03 250 13 13쪽
6 오늘도 죽는 남자 24.09.02 260 13 11쪽
5 월척이다 +1 24.09.01 287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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