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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응애 나 천재 아역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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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작품등록일 :
2024.08.27 14:44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521
추천수 :
267
글자수 :
88,755

작성
24.09.06 23:58
조회
224
추천
13
글자
10쪽

요즘 애들

DUMMY

‘요즘 애들’은 인류가 한곳에 모여 살기 시작한 이래로 늘 기성세대의 골칫덩어리였다고 한다.


‘요즘 애들은 철딱서니가 없음’

-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판 中


‘요즘 노가다 뛰는 애들 뺑끼만 존나 침’

- 고대 이집트 벽화 中


‘요즘 선비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돈 벌 궁리나 함.’

- 숙종실록 17년 8월 10일


이쯤 되면 알겠지만, 사실 요즘 애들이 과거보다 특별히 별난 건 아니다.

어느덧 기성세대가 된 개구리들이 올챙이 적 시절을 홀라당 까먹은 것에 가깝지.


“하아···”


그리고 난 이래 봬도 어엿한 개구리다.

그것도 올챙이들과 하루 일과의 절반을 보내야 하는 개구리.


“너어··· 사람 죽여본 적 없구나?”

“크억, 크어억···!”


“도망쳐! 저 녀석은 안 죽는다고!”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흑흑, 아빠! 으흐흑, 아빠아아아아!”

“에잇, 이게 아부지도 없는 게 까불어!”


난 근래 한솔 초등학교의 쉬는 시간마다 벌어지는 작태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였던 모양이다. 이래서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가려마셔야 하는 건데.


부모님의 관리 감독 하에 (나름) 깨끗한 정수기 물만 마시던 학우들이 단체 물갈이를 앓고 있었다.


그 흙탕물이 대관절 어디서 흘러왔는고 하니···


쿵! 쿵쿵!


“어, 봤다 봤다!”

“윤재야! 그거 해봐, 그거!”


범인은 나였다.

내가 평화롭던 한솔 초등학교에 독을 풀었다··· 이 말이다.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고학년들은 우리 반 창문을 쿵쿵 두드리며 내 관심을 끌려고 했다.

그러다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엔 부모님에게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다.


“엄마 그거 알아? 나 오늘 윤재랑 인사했다!”

“이노무 자식이, 엄마가 그거 보지 말랬지! 애들은 보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우에에에엥!”


학부모들은 아이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길 원했지만, 원래 검열이라는 게 그렇다.

어른들이 쉬쉬하면 할수록 더 궁금한 게 인지상정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아이들 사이에서 이른 바 ‘오죽남’ 놀이(를 빙자한 패륜적 드립)라는 것이 유행하자 관이 칼을 빼 들었다.


“이제부터 다른 학년 층은 출입 금지! 자랑 막대기 들고 다니다가 선생님한테 들키면 호온난다!”


이를 기점으로 강호의 정세가 바뀌었다.

더 이상 철없는 아이들이 뭣 모르고 하는 장난이 아니었다.

바야흐로 강호인들이 자신의 담력을 뽐내는 천하제일 비무대회의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락원아,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고개만 절레절레 젓자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벌써 엄마한테 비밀이 생기다니···’ 같은 얼굴을 하셨다.

그래도 절대 곧이곧대로 말 못 한다.


오늘만 세 명의 천둥벌거숭이들이 눈앞에서 잡혀갔다고 말하기엔··· 이미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버렸다.


‘사실 어릴 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진 못했어요··· 하하. 이제는 다 지난 일이지만 그땐 많이 힘들었죠.’


왜 수많은 아역 배우들이 학창 시절을 회고하며 씁쓸하게 웃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랑은 좀 결이 다르긴 하지만.


여기에 잘나가는 또래 친구를 향한 시기, 질투까지 합쳐진다? 이거 웬만한 멘탈로는 못 버틸 일이다.


난 냉장고에서 가져온 요구르트를 마신 뒤 침대에 드러누웠다.


사실, 기가 쪽 빨리는 것과 별개로 나도 반쯤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봤자 얼마 안 갈게 뻔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드라마는 곧 끝날 테고, 싫증 잘 내는 초딩들은 ‘느그 아부지’ 운운하는 대신 새로운 놀이를 찾을 것이다.


그래.

그럴 터였다.



*



이즈음, ‘오죽남’의 팬들은 한 가지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오늘도 힘차게 외쳐본다]


그윤어?


└ㄱㅇㅇ?

└ㄱㅇㅇ?

└그윤어가 뭐야

└그래서 윤재는 어디 간거임?


‘그래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갈 곳 없는 하윤재는 어디로 갔는가?’


이에 대해 제작진은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린다. 추후 방영 회차를 지켜봐 달라’는 말로 일축했다.


이쯤 되니 오랜 드라마 덕후로서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등장씬을 그렇게 쌈뽕하게 찍어놓고 후일담이 없다?]


그럴리가.. 백퍼 복선임

내가 드덬질하면서 한두번 속나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윤재 천막씬은 한국 드라마 3대 등장씬에 들어가도 됨 ㄹㅇ

└상처받은 미소년? 이게 어떻게 일회성 캐냐고요;

└작진이 윤재 오디션 보고 뽑았다고 했음. 걍 일개 단역을 오디션까지 보고 뽑는다? 시간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그럴리가ㅋㅋ


이들의 예상대로, 하윤재는 이윤희 작가가 시즌 2를 위해 남몰래 심어 둔 인물이었다.

하지만 시즌 2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무산됐고 하윤재는 작품 속 옥에 티로 남았다.


몇 년 후, 이윤희 작가는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을 회고했다.


‘후반부 대본을 수정해서 주인공 이태명의 이야기는 마무리 지었지만··· 윤재는 아직도 제가 만든 세계 안을 떠돌고 있겠죠?’


‘그게 제일 아쉬워요. 제 손으로 만든 캐릭터를 지켜주지 못한 거요.’


그리고 유락원이 기억하는 ‘오죽남’은, 하윤재는 여기까지였다.


“위에서 뭐래?”


편집실 문을 연 구치승 PD는 놀러 온 동료의 질문에 어두운 낯으로 고개를 저었다.


“뭘 뭐래. 시즌 2는 힘들 것 같다더라.”

“뭐? 왜?”

“이미 편성이 꽉 찼대.”

“어어···?”


편성이 꽉 찼다.

구치승 PD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비겁한 변명이요, 당장을 무마하고 넘어가기 위한 입발림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참 나. 기가 막혀서···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잔다.”

“···그럼 나가리 아냐?”

“그러니까.”


드라마 시즌제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방영 중반부에 다음 시즌에 대한 논의가 없으면 무산되는 게 일반적이고, 설사 뒤늦게 허가가 떨어진다 한들 그때는 이미 늦다.

시즌제 드라마 특성상 직전 시즌의 화제성과 팬층을 끌고 시작해야 하니까.


이것이 구치승 PD가 편집실에 널브러져 머리를 벅벅 긁는 이유기도 했다.


이 즈음의 OGM은 자사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미 자리 잡은 컨텐츠는 시청자들을 희망고문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뒤에서는 다른 활로를 여는 것에 집중하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기획 단계의 작품은 이미 차고 넘쳤다.

‘오죽남’이 사명을 따라 오지에 들어갈 때는 지켜만 보던 사람들이, 가능성이 보이자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으려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에이씨, 드라마가 못난 피디 만나서 그렇지 뭐.”


구치승 PD는 그렇게 자조하며 털어버리려고 했다.


“임마. 그러니까 내가 누누이 말했지. 위에 밉보이지 말고 알랑방귀 좀 뀌라고.”  

“아 몰라! 왜 남의 편집실 와서 난리야? 안 나가??”

“어이구? 참 나. 뺨은 딴 데서 맞고 나한테 난리야.”


생각이 복잡했다.

일단 당장 방영 중인 드라마를 잘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윤희 작가는 상심이 클 테지만 잘 다독이면 될 테고. 무엇보다 여기서 자신이 열 낸다고 바뀔 일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편집을 마치고 촬영팀에 합류한 구치승 PD의 눈에 전화를 받는 한 스탭이 들어왔다.


“응, 여보세요? 응응. 락원이? 한 번 알아보고 연락 줄게.”


조연출이 전화를 끊길 기다리고 있던 구치승 PD가 스윽 몸을 들이밀었다.


“뭔데?”

“아! 피디님 깜짝 놀랐잖아요!”

“누가 락원이 소개해달래?"

“네. MBS에 있는 친군데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요.”


조연출이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드문 일이지만 공식적인 컨택 포인트가 없는 배우는 제작사, 혹은 방송국에 있는 지인 쪽으로 직접 연락이 오기도 했다.

사실 이는 굳이 따지면 에이전시의 일이지, 스탭들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 사이의 일을 무 자르듯 자를 수 있을까.


같이 면접 스터디를 했던 친구가, 업계에 있는 지인이, 현장에 차출 나갔다가 알게 된 PD가 넌지시 물어오는데 딱 잘라 모른다고 거절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제작진으로서도 그들과 함께했던 배우가 잘 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는 동지애가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은가.

때문에 흔쾌히 당사자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연락처를 넘겨주곤 했다.


“혹시 이 전에 그런 전화 또 온 적 있어?”

“네. 락원이 화제성이 워낙 좋았잖아요. 피디님이 혼을 갈아 넣으셔서 화면에도 예쁘게··· 뽑혔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조연출이 흠칫 몸을 떨었다.


“흐흐흐···”


구치승 PD의 눈이 살짝··· 아니, 많이 돌아있었다.


“왜, 왜요? 저 뭐 잘못했어요? 전화받지 말까요···?”  

“아냐아냐. 하던 대로만 해.”


그는 영문 모르는 조연출의 어깨를 토닥여준 뒤 등을 돌렸다.


“이거 일이 묘하게 돌아가네···?”


입가에 걸린 웃음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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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늘도 죽는 남자 24.09.02 261 13 11쪽
5 월척이다 +1 24.09.01 288 14 13쪽
4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24.08.31 308 16 11쪽
3 참으면 복이 와요 24.08.30 345 16 12쪽
2 낙원에는 글자가 굴러다닌다 +2 24.08.30 408 19 13쪽
1 엔딩 크레딧 +2 24.08.30 496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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