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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b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인성을 가진 세계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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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1.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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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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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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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산 위에 지어인 웅장한 하얀 탑과 건물들

모든 면이 대리석으로 됐는지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겨왔다.


정문 보루 위에 선 두 명의 마법사는 산 아래를 지긋이 바라봤다.


"이번 선발식에선 또 어떤 애들이 두각을 나타낼까요?"

"흐음, 내 듣기로는 오 장로님의 손자와 백인대장의 자녀, 재경부관의 딸 그리고 마병여단장의 아들이 참여하는 거로 알고 있소."

"아! 벌써 시간이 그리되었나요?"

"그러게나 말이오. 껄껄"


중년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있다면 가장 빠른 것은 넷중 하나겠군요."

"뭐, 그렇지 않겠소? 물론 중소가문의 자제들이 마탑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오긴 하지만 그들만 못할 것이오."


사실 마탑 외에도 알게 모르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을 생계로 삼는 중소가문들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마법을 배우려면 마탑으로 가라는 말이 있듯.

마나에 대한 깊은 지식은 마탑만 못했다.


그러니 중소가문들도 비록 자신들의 지식이 있지만, 구태여 자제를 마탑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때


한 명의 마법사가 남녀가 있는 보루에 올라와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갈색머리에 동그란 안경 그리고 순진무구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알드레 사숙님, 마탑으로 올라오는 모든 길목에 환영결계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알드레라 불린 중년남성은 갈색머리 남성을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보다가 이내 말했다.


"그래. 알았다. 가보거라."

"네!"


남성이 내려간 뒤에야 여성이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중년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 아이가 테리안 선배가 죽기 전에 데려온 아이가 맞아요?"

"그렇소. 사형이 데려온지라 내가 맡아 기르고 있소."


이 말을 하는 남성의 표정은 심기가 불편한 듯 보였다.


"왜 뭔가 불만이 있나 보죠?"

"허, 사람 사는 세상 불만이 없는 이가 누가 있겠소. 다만, 유독 저놈은 융통성이 없어 힘드오. 나중에 부인도 한번 얘기해보면 알 것이오."

"그런가요? 생긴 건 순진무구해 보여서 말을 잘 들을 것처럼 보이던데..."

"겉으로만 그런 것이지 속은 완전히 다르오. 어찌나 원칙을 고집하던지. 마도사 세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놈이라오."

"원칙이라... 확실히 조금 그렇긴 하네요. 요즘 누가 그따위 고리타분한 걸 지키나요."

"내 말이 그 말이오. 그러니 저놈 얘기는 더 이상 나한테 묻지 마오. 될 수 있으면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게 좋고 말이오."

"홍홍, 그러죠."


허나, 여성의 얼굴에는 아직 장난기가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 내려간 청년에게 꽤 관심이 가는 듯했다.


그때 산기슭에서부터 안개가 스멀스멀 올라오는게 보였다.


"시작됐군요."


그새 관심사가 바뀌었는지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

실상 선발식은 마탑에 도착해서가 아닌 이곳에 찾아오는 여정에서부터 시작이었다.


"허허,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식을 쫓아 죽을지 모르겠소."

"다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우리 애들은 구할 준비가 다 되어있는 거죠?"

"그렇소. 중소가문 놈들이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마탑의 아이들은 소중하니 살려야 하지 않겠소."

"홍홍, 그러면 재밌게 보면 되겠네요."

"느긋이 즐기면 될 것이오. 하하"


중년남성과 여성은 웃으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망할.


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안개까지 낀 상태였다.


'원래 이 산이 이런 건가? 아니면...'


산에 안개가 많이 낀다는 건 알고 있었다.

허나, 이토록 급속도로 안개가 짙게 끼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인위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군대에서도 산에 많이 올라가 봤던 울은 이 안개가 자연적이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건 두려운 일인데...'


이것이 인위적이든 않든.

시야각이 좁아짐에 따라 머릿속에선 두려움이 생겨났다.


울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허나, 성숙한 울이라 할지라도 시야의 차단에서부터 오는 두려움을 모두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빠각.


'...'


나뭇가지를 밟은 건 울이 아니었다.


'무언가 있다!'


미지에서 오는 공포.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공포가 울을 옥죄였다.


공포에 잠식된 본능이 소리쳤다. 도망치라고.


빠각, 빠각.


소리가 더 커졌다.

이대로라면 금방 잡힐지도 몰랐다.

본능이 외쳤다. 도망치라고. 도망치라고.

이윽고 수풀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크고 사나운 마수였다.

검고 싷쭉한 머리통과 큰 입 그리고 입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침. 얄팍한 몸과 긴 꼬리.

모든 것이 마수라고 하기에 딱 맞는 조건이었다.

이에 본능이 다시 외쳤...


'너 뭐냐?'


울의 한마디에 머릿속에 울리던 도망치라는 말이 멈췄다.

울은 호흡을 깊게 들이마신 뒤 내뱉었다.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마수는 계속해서 위협하고 있었지만, 울은 더 이상 저 마수의 존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마수는 자신이 어렸을 때 멋모르고 봤던 에일리언과 꼭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낚을 줄이야.'


이 안개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환각을 보여주는 안개인 듯했다.


'상상하기 때문에 무서운 건가.'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안개.

실전 경험이 없는 어린 마도사들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시련일지도 몰랐다.


'이럴 때 전생이 좀 도움이 되는군.'


우주를 떠돌아야 하는 에일리언이 이런 숲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그렇기에 울은 환상을 파훼할 수 있었다.

안개가 옅어졌고 바람이 불었다.


휘이이잉!


울은 뒤를 돌아봤다.

울의 뒤쪽에는 경사가 가파른 언덕이 있었다.


꿀꺽


만약 본능에 따라 도망쳤다면 저 가파른 언덕을 굴러 돌에 머리를 찧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친놈들. 선발식이라면서 아주 개지랄을 떠는구나.'


사람 목숨을 아주 파리목숨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숲 저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에 울은 황급히 움직여 언덕 아래에 몸을 숨겼다.


또 환상인 거 아니냐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람 목소리였다.


그렇게 울이 숨고 난 뒤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 무리는 이전에 보았던 제온 일당이었고 선두에 선 제온은 나침반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역시 제온님이십니다."

"형님이 아니었다면 이번 선발식에서 반은 떨어졌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랬겠지."


제온이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니 이 도움을 잊지 말아라. 응?"

"예, 걱정하지 마십쇼.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무리들은 충성을 다짐하며 말했고 제온은 그런 무리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로 녀석을 이길 수 있다.'


제온의 최대 관심사는 이번 선발식에 참여한 오 장로의 손자였다.


일전에 아버지를 따라 마탑에 견학 왔었던 다섯 살의 제온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 녀석의 재능이 자신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프 레기온. 분명 네 녀석도 이번 기수에서 최고를 노리고 있겠지.'


뿌득.

분노로 이빨이 갈렸다.

최고라는 자리는 본인을 위한 자리였다.

그런 자리를 넘본다는 것에서 용서할 수 없었다.


물론 이 대목에서 사람을 쓴다는 것부터가 자신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평범한 범인들의 생각.


'진정한 제왕은 자신의 힘뿐만 아니라 통솔력도 가지는 법.'


자기합리화를 밥 먹듯이 하는 마도사들에겐 이긴 놈이 승자고 최고였다.


그렇게 가프를 이길 생각으로 제온은 무리를 모았다.

하지만, 그렇게 몸집을 불리다가도 문뜩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선발식에서 떨거지들이 너무 많아져도 명성에 흠이 갈텐데...'


괜히 합격자가 많아지면 이번 선발식이 쉬웠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었다.


'일단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놈들은 데리고 간다. 그리고 나머지 잡놈들은 떨궈야겠군.'


제온은 어떻게 다른 잡놈들을 떨굴까 생각했다


'공격해서 떨구는 게 가장 좋겠지만...'


대놓고 선발식에서 남을 공격하는 일은 자칫 잘못하면 감독관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어쨌든 마탑은 공동체 집단이었고 아주 미세하게나마 협동성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뜩 제온은 손에 들린 나침반을 보았다.


'그래, 이걸 이용하면 충분하겠군.'


자신의 가문에서 몰래 가져온 나침반.

마도구 중에서도 유니크 등급에 해당하는 이 마도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리키는 신기한 마도구였다.

가프 놈을 이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제온이었다.


제온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침반이 가리키는 돌 하나를 집었다.


제온이 돌에 마나를 주입하자 돌에서 글자형태의 푸른 빛이 나왔다.

그리곤 하나의 형상을 갖추어 나갔다.


"거미다!"

"히익! 귀신!"

"쿤이야!"


형상은 아이들이 각자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제온이 마나를 다시 한번 주입하자 그 형상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이게 이 안개와 환상의 실체다.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떨어졌을 수도 있다."

"오!"


아이들은 제온의 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나침반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리키는 힘이 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가 가리킨 돌들을 모아 우리가 왔던 길에 놓아라."


아이들은 제온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는지 되물었다.


"그런데 제온님, 그걸 왜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제온은 일일이 설명해줘야 한다는 것에 살짝 인내심의 한계가 올 뻔했지만, 그래도 참고 말을 이었다.


"이것들을 모아 결계를 강화시키면 우리의 경쟁자들을 쉽게 견제할 수 있지 않겠나?"

"아!"


아이들이 그제야 이해한 듯 감탄했다.

제온은 살짝 답답해졌지만, 그래도 뒤이어 나오는 아부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희는 그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제온님의 머리는 레나 가문보다 뛰어난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연하지. 레나 놈들은 재물 셈만 빠른 놈들이니까! 그러니 빨리 일이나 시작해라."


제온은 쑥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들이 돌을 모으자 금방 돌들이 모였다.


"한 번에 하나씩의 돌만 던져라. 영향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니."


제온은 멀리서 돌들을 던져 한 곳에 겹쳐 놓았다. 그렇게 돌들이 모이자 환상의 영향은 커져 안개가 더욱더 짙어졌다.


"됐다. 남은 돌들은 또 다른 곳에 깐다. 가자"


제온과 그 무리들이 사라졌다.


어느정도 무리가 사라진 것 같자 울은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려 했다.


허나, 그 잠깐 사이 또 다른 아이 한 명이 밑에서 올라왔다. 그 아이는 길을 헤매다 잘못하여 돌이 겹치는 부분을 밟았다.


"악!"


단말마와 함께 아이는 그대로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고 지렸는지 바지가 물로 흥건해졌다.


'...'


결계의 영향이 과해짐에 따라 단순히 위협만 하던 환상이 이제는 완전히 사람을 미치게끔 바뀌어 있었다.


울은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울의 눈앞에 에일리언들이 바퀴벌레처럼 생겨나 사방을 가득 메웠다.


'허상이다.'


울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그 모습들은 전부 사라졌다.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이질감이 느껴지는 개체였기에 환상은 금방 제힘을 잃고 사라져 버렸다.


'다행이군.'


환상을 풀어낸 울은 돌 앞에 서서 생각했다.


'내가 이 시련을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환상의 유혹에서 벗어난 울이었지만, 아직 마탑으로 가는 길은 몰랐다.

만약 이대로 길을 헤맨다면 사흘 안에는커녕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울에게 이 시련을 넘기기 위해선 딱 한가지가 필요했다.


'나침반.'


제온이 들고 다니던 그 마도구.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리킨다 했었지.'


그렇다면 마탑으로 향하는 길도 가리킬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제온이 바보도 아니고 나침반을 그냥 줄 리 없었다.


'그렇다고 날 무리에 받아줄 것 같지도 않고...'


이야만에서 그 개자식이 벌인 일들을 생각해봤을 때 녀석은 지독한 순혈주의자였다.


'이럴 때 의적질이 필요한 거지.'


세상만사 악인에게는 죗값을 치르게 해줄 암행어사가 필요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 나?'


아니, 사실은 조금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게 악인 잡는 마패렸다.'


울은 돌을 주웠다. 그놈들이 남들을 방해하기 위해서 열심히 찾은 돌들이었다.

울은 제온이 남들을 떨어뜨릴 생각으로 한 짓을 역이용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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