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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495_lee103702 1 님의 서재입니다.

로봇천사 허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시우단1
작품등록일 :
2020.04.17 14:03
최근연재일 :
2020.04.17 14:28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84
추천수 :
4
글자수 :
20,946

작성
20.04.17 14:25
조회
56
추천
1
글자
11쪽

오타

단편소설입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단편소설로 간단하게 썼습니다.




DUMMY

다음날 이른 아침 화장터로 향했다. 버스 빈자리에 앉아 마누라를 힐끗 쳐다보았다.

마누라는 무척이나 피곤해보였다. 얼굴에 생기가 없이 시들은 꽃잎 같았다. 그나마 날 위해 울어 준 사람은 마누라하고 아들밖에 없었나보다. 눈이 벌개서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있었다.


내 육신을 담은 관이 화장로에 들어갈 때는 마누라와 아들이 무척이나 서럽게 울었다. 내 가슴도 빠개지듯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난 정말로 이승을 떠나야 한다. 너무 일찍 죽어서 억울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장로가 붉은 입을 벌리고 내 관을 삼킬 때에 흰 사내가 날 잡아끌었다. 이제 육신이 타버렸으니 이승에서의 일은 다 끝났고 저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누라와 아들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흰 사내를 따라가고 있었다.


몸이 새털처럼 가볍게 두둥실 떠올랐다. 마치 어디선가 날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지상의 건물들이 점점 깨알만해지기 시작하더니 지구를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한없이 올라가더니 어둠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시간도 공간도 없는 무의 공간.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다 보니 저 앞에 하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긴 터널의 출구같았다.

눈이 무척이나 부셨다. 눈을 깜박이다 살펴보니 몸은 이미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저승입니다. 내가 저승사자니까 데려오는 곳이 저승이지요. ”


그렇지, 흰사내가 저승사자지. 그런데 저승의 풍경은 내가 살던 이승과 다를 게 없었다. 산도 있고, 나무와 풀, 바위..어디 시골마을에 온 것 같았다.


저 멀리 커다란 성문이 보였다.

난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한 생각으로 저승사자를 따라갔다. 문 앞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저승사자(使者)가 책상위에 명부를 펼쳐놓고 망자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몇 명의 망자(亡者)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저승사자에 이끌려 줄서 있었다.

저승사자들은 자신이 데려온 망자들의 사력(死歷)을 말해주고, 성문 앞의 사자는 명부와 확인하고 통과를 시켜주고 있었다.


“이 문은 뭐예요?”

“사자문(死者門), 저 문이 돌아올 수 없는 문입니다. 명부를 확인하는 사자가 수문사자(守門使者)라고 하는데 저승으로 들어가는 영혼들 명단을 확인합니다. 제대로 왔는지 아니면 도망갔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도망도 가나요?”“왜? 도망가고 싶습니까?”

“아니..그게 아니라 너무 억울해서 그래요.”

“억울해 하지 마세요.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그냥 잠깐 꿈 꿨다 생각하고 이젠 다 잊으세요. 선생이 열심히 살았다면 다음 생에 더 좋은 곳에 태어날지 또 압니까? 좋게 생각하세요.”

“저 안에 들어가면 심판 받나요 ?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 건가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심판이 아니라 영혼의 심사를 받죠. 선생의 영혼이 좋은 등급을 받으면 다시 좋은 세상으로 가는 것이고, 좋지 않은 등급을 받으면 좋지 않은 세상으로 환생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선생이 지금까지 살았던 세상이 천국일수도 있고 지옥일 수도 있습니다.”‘내가 살았던 세상이 천국일수도 지옥일 수도 있다고?’무슨 말이 그래. 혼자 머리를 갸우뚱하는데 수문사자의 호령이 떨어졌다.

“다음!”


내 생각은 거기에서 멈추고 흰사내의 안내로 수문사자 앞에 섰다. 흰 사내가 나의 사력을 말해줬다.


“12월5일 8시30분 사망. 한국병원. 이름 허무한.”


수문사자가 저승사자가 말해 주는 데로 명부를 뒤적였다.


“음..여기있군. 허모한..통..과가 아니고 잠깐 !”


수문사자가 다급히 말을 끊었다. 깜짝 놀래서 우뚝 멈춰섰다.

저승사자가 무슨 일이냐는 듯 수문사자를 돌아봤다.


“왜? 뭐 잘못됐어?”

“이름이 뭐라고?”


저승사자가 내 이름을 또박또박 한자씩 힘주어 말해주었다.


“허.무.한. 왜?”

“허.무.한? 허모한이 아니고?”

“허모한?”


저승사자가 나를 돌아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선생 혹시 허무한이라는 이름 말고 허모한이라는 이름도 썼습니까?”


나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허모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난 허무한이라는 이름만 썼는데요.”

“거봐. 허무한이라잖아. 뭐 잘못 적힌 거 아냐?”

“그럴 리가. 이건 사자명부야. 잘못 적힐 리가 없다구.”


저승사자가 자신의 사자수첩을 펼쳐서 수문사자에게 내밀며 말했다.


“봐 내 사자수첩에 허무한이라고 써 있잖아. 난 수첩에 적힌 데로 허무한을 데려왔어.”

“아..이 미친놈들이..잠깐만 기다려봐.”


수문사자가 화가 잔뜩 나서 명부를 들고 쏜살같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난 뭐가 어찌됐는지 궁금해서 혼자 머리를 굴리다가 저승사자에게 물어보려는데, 저승사자는 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날 회피했다.


“뭐가 잘못됐나요? 저승사자님, 뭔 일인데요?”


저승사자를 따라가며 물어봤지만 저승사자는 내 말을 못들은 것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오랜만에 오니 경치가 더 좋아졌네..산새도 울고..캬..좋다.”

“저승사자님.”

“햐..좋다 좋아.”


아주 대놓고 내 말을 못들 것처럼 팔자걸음으로 빙빙 돌며 회피하는게 보였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꼬집어서 뭐가 잘못됐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괜히 저승사자에게 잘 못 보이면 심사 볼 때 영혼등급이 안좋게 나올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이빨만 갈아야했다.


잠시 후, 수문사자가 아무렇지 않은 듯 헛기침을 하며 걸어 나왔다.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저승사자의 팔을 끼고 한쪽으로 데려가는게 왠지 수상했다.


“왜 그래?”

“쉬이~ 조용히 하고 들어”


수문사자는 뭔가 중요한 얘기를 내가 못 듣게 하려고 속삭이듯 말했다. 난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다가가서 뭐라고 하는지 머리를 빼고 토끼귀처럼 최대한 늘어뜨려 쫑긋해서 엿들었다.


“큰일났어. 통보관이 네 수첩에 허모한을 허무한으로 잘못 전달했데.”

“뭐?”


순간,

‘이게 뭔 개소리야’라고 생각하는데 수문사자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각 그 병원에 허무한말고 허모한이라는 자가 또 있었데.”

“뭐야 ! 야 ~!”


저승사자가 버럭 소리를 치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래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수문사자가 저승사자의 입을 손으로 덥석 덮어버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조용히 하라니까. 이거 상부에서 알게 되면 통보관은 지옥 불감옥에 갇히게 될거야. 지금 나한테 싹싹 빌면서 사정했어. 자기 살려달라고.”


나는 뒤로 물러나고 나서 수문사자가 속삭이는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 병원에 나 말고 내 이름과 비슷한 허모한이라는 자가 있었다는 말에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내 옆 침대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모습.

‘이런 개같은 경우가..’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결국 난 죽을게 아닌데 잘못 온 것이다. 너무도 황당해서 할 말을 못하고 넋을 놓고 있으니까 수문사자와 저승사자가 날 보고는 자기들의 말을 다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체념하듯 나한테 다가왔다.


“허무한 선생. 죄송합니다. 저희 통보관이 사자수첩에 전달할 때.. 오타를 냈습니다.”

“오타 ? 허.허.허.흐흐흐..”


난 어이도 없고, 할 말도 없고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이미 내 육신은 화장을 해서 재가 되어버렸는데 이제와서 잘못 죽었다니. 그것도 오타나서.. 나는 실성한 듯 웃음을 토해내다가 터져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야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 뭐하는 새끼들이야. 멀쩡한 사람 죽여 놓고 뭐 오타나서 그랬다고 ?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 이제 어쩔거야 어쩔거냐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고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난 그대로 바닥에 누워 네발을 휘저으며 발버둥치고 악다구니를 해댔다.


“야이 개새끼들아. 당장 날 살려내. 살려내라고..으아아~”

“진정하시죠 선생님.”

“진정? 이게 지금 진정할 상황이야? 너 같으면 진정이 되겠어? 통보관 어딨어? 통보관 당장 텨 나오라고 해! 아니, 아니 통보관 필요없고, 여기 책임자 누구야? 염라대왕 나오라구 그래. 어서! 야, 염라대왕 어서 나와. 염라대왕 개새끼야~ 나 살려내라구! 염라대왕 개씨발놈아 ! 어서 나와 !”


내가 얼마나 소란을 폈는지 다른 사자가 급히 뛰어왔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넌 뭐야? 네가 염라대왕이야?”

“아닙니다. 제가 통보관입니다.”

“오, 그래? 너 이 새끼. 이제 어쩔 거야. 말짱했던 날 죽게 만들어서 내 육신을 화장시켜버리게 하고, 이제 날 어쩔 건데?”

“다시 소생시켜드리겠습니다.”

“뭐!”


나만 놀란 게 아니었다.

날 데려왔던 저승사자도 수문사자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며 바라보았다.


“다시 말해봐. 지금 날 소생시키겠다고 말했어?”

“예.”

“어떻게? 내 육신은 이미 불에 타서 사라졌는데.”

“선생님이 허모한의 육신으로 들어가고, 허모한을 데려오는 겁니다.”

“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저승사자가 불쑥 껴들었다. 하지만 통보관이 이젠 이판사판이라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어쩔 건데. 이 분을 이대로 저승으로 들어가게 하면? 그래서 잘못 데려왔다고 그러면, 난 지옥 불 감옥에 들어가서 죽지도 못하는 고통을 몇 십년간 받아야 해. 게다가 더 억울한 건 내 영혼등급이 뚝 떨어져서 좋은 인간으로 환생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꿔. 저번에 다른 통보관처럼 고양이나 개, 돼지로 환생하면 어쩌라고. 그리고 너희들도 이 사실을 알고도 저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갔으니 너희들 영혼등급도 아마 조금씩 떨어질 걸? 개나 고양이로 환생하고 싶어?”

“맞아, 통보사자 말이, 그리고 시간도 없어. 어서 이분을 소생시키고 허모한을 데려와.”


수문사자가 통보사자 말에 공감을 표하며 거들자 저승사자가 결심했다는 듯 차분히 내게 말했다.


“허무한선생,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안으로 한사람은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 빨리 돌아갑시다. 허모한을 데려올테니 당신이 허모한의 육신으로 들어가세요.”

“허모한 육신으로 들어가라고? 그놈이 어떤 놈 인줄 알고 들어가라는 거야? 그 나이에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정도면 몸이 별 볼일 없다는 건데 얼마나 더 살라고. 며칠 있다 다시 죽어서 여기 또 오라고?”

“걱정마십시오. 원래 허무한 선생은 앞으로 30년은 더 살 수 있었던 운명이었기 때문에 허모한의 육신으로 들어가도 30년은 거뜬히 살게 될 겁니다.”


통보사자가 날 안심시키듯 말했다.


“30년?”


그렇다면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괜히 그 육신에 들어가서 찢어지게 쌩고생 할까 망설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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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2의 인생(완결) 20.04.17 65 0 13쪽
» 오타 20.04.17 57 1 11쪽
2 조문객 20.04.17 71 1 11쪽
1 죽음 20.04.17 1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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