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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 87_SSD_*****

전설을 찍는 영화감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선유87
작품등록일 :
2021.02.02 15:28
최근연재일 :
2021.05.05 18:25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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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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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6,296

작성
21.04.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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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8화

DUMMY

시사회 이후 예상보다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영화에 대한 기사는 아니었다. 기사의 포커스는 시사회장을 잘못 찾은 우현이에게 초점이 가 있었다.


기사들의 제목은 대부분 이랬다.


‘길 잃은 김우현’

‘김우현 아 여기가 아닌가?’

‘길치 본능도 매력적인 김우현.’


신문사 입장에서 클릭수를 유도하려면 당연한 행동이다. 유명배우 하나 안 나오고 유명 감독 연출작도 아닌 우리 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잡긴 힘드니까.


그래도 다행인 점은 대부분 기사의 맨 마지막에 한 줄씩 우리 영화에 대한 소개가 언급 됐다.


‘....김우현은 원래 가기로 한 <케이지>의 시사회로 향했다.


<케이지>는 한 고등학생 아이들이 이상한 집에 들어가면서 죽음의 위기를 겪는 호러 영화다.’


비록 짧은 한 문장이지만 그래도 우리 영화에 대한 소개가 담긴 소중한 한 문장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로는 회사에서는 우현이가 <밤의 기억>쪽에 가기를 바랬다고 한다. 차대표 쪽에서 실제로 와 달라고도 했고, 회사입장에선 차대표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현이가 고집을 부려 우리 쪽으로 왔다.


또 이동직 평론가 블로그를 통해 <케이지>가 소개 되었다.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동직 평론가가 <밤의 기억>이 아닌 <케이지>시사회를 갔다는 점을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동직 평론가의 우리영화에 대한 평가는 괜찮았다. 별 4개로 이정도면 그가 평가한 영화중에서도 상위권의 영화다.


그 덕에 영화를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댓글도 많았다. 또 이 글이 영화관련 커뮤니티에도 퍼지면서 우리 영화의 이름을 알렸다.


어쨌든 우리는 이번 시사회는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우리 스스로도 이정도면 나름 크게 선방했다며 자축했다.


그러나 개봉 전 날,


진영이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 * *


“야 강일아 큰일 났다.”

“왜 무슨 일이야?”

“우리 영화 상영관이 완전 줄었어!”

“뭐?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 나랑 이대표님이랑 지금 비상 걸려서 연락해보고 있어.”


진영이와의 전화를 끊고 나는 바로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확인을 해보니 진영이 말대로 우리 영화의 상영관이 대폭 줄어 있었다.


원래도 우리영화는 비주류 영화라 관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상영관이 적은 영화관에서는 아예 우리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다.


그래도 상영되는 영화관에서는 하나의 관에서 계속 우리 영화가 상영되는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우리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상영하는 영화관에 가면 시간에 맞춰 언제든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평을 기반으로 점점 상영관이 확대되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 양아치들 퐁당퐁당으로 넣어 놨네!!’


퐁당퐁당은 일명 교차 상영으로 스크린 독과점을 하는 영화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이다.


보통은 한 상영관에 한 영화만 거는 게 일반 적이다. 그러나 한 상영관에 두 가지 영화를 거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평일 낮이나 오전, 심야 시간에 인기 없는 영화를 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몰리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피크타임에는 자신들이 미는 영화를 거는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관객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영화를 보게 한다. 그리고 비주류 영화들은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사람들이 없는 시간으로 몰아내는 것이다.


극장에서는 이런 교차상영을 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국가 기관에 ‘우리는 저예산 영화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생색내기 어필을 하는 것이다. 실상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별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설마 이것도 그놈들인가?’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 영화가 밀려나고 들어온 영화들이 죄다 <밤의 기억>이었다. 심지어 <밤의 기억>의 같은 계열사 극장에서는 아에 내 영화가 빠져 버린 곳도 있었다.


그렇게 정황상 강력한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다. 설령 증거를 잡는다 해도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소송을 걸 것도 아니고 싸움을 걸어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대표는 이건 아니라며 영화진흥위원회와 관련 기관에 조사를 해달라 신청하러 갔다. 하지만 다녀 온 이대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대표님 어떻게 되셨어요? 뭐래요?”

“하아... 원한다면 조사를 할 순 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하네. 밝히기도 쉽지 않고. 그 때 가서 스크린 독과점 판결이 나도 뭐 어쩌겠어? 이미 영화는 극장에서 다 내려간 다음일 텐데...”

“아니 그냥 상황을 보면 알잖아요. 누가 봐도 좋은 시간대는 <밤의 기억>이 다 독차지 하고 있는데!”


이대표는 체념 한 듯 고개를 저었다.


“교차 상영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쪽에서도 굳이 힘 빼지 말고 영화제를 노려 보라고하는 데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나.”


이대표의 말을 끝으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진영이가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개봉도 안 했는 데 벌써 다 끝난 것처럼 할 게 뭐 있습니까? 계속 우리 얘기 했잖아요. 영화는 까봐야 안다고!”

“그렇지 그 말이 맞긴 맞지.”


하지만 진영이의 말에 동조하는 내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그런 말이 있다.


‘될 놈은 되고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재밌으면 분명히 관객들의 사랑 받는다.


근데 문제는 관객들이 볼 수가 있어야 영화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알거 아닌가...


지금까지 어떻게든 해쳐 나갔지만 지금은 좀 심각했다.


이대표가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말했다.


“아무튼 이렇게 돼서 슬프긴 하지만 진영이 말대로 아직 포기 할 순 없네.”


진영이도 이대표의 말에 동조 했다.


“맞습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묻힐 영화가 아니에요.”

“일단 내가 어떻게든 상영관을 늘려 보겠네. 너무 걱정 말게나.”


두 사람은 제일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나도 최대한 힘을 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강일아! 힘내고 우리 이번 주부터 무대 인사랑 GV행사 있으니까. 잘 해보자.”


그렇게 우리 영화는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 * *


해가 이미 중천에 뜬 오후, 나는 울리는 벨소리에 힘겹게 잠에서 깼다.


“네 여보세요...”

“감독님 저 이동직입니다.”


나는 급히 몸을 일으키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잠겨 있는 목소리를 가다 듬고 말했다.


“아... 예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예 감독님 잘 지내셨죠?”

“아.. 하하 네 뭐...”

“어때요? 무대 인사 다니고 하시느라 바쁘시죠?”

“무대 인사요? 아... 그거 진작 끝났습니다.”

“아... 그런가요? 아직 개봉 한지 2주 밖에 안됐는데...”

“뭐 2주면 어느 정도 정리 되잖아요...”


보통 영화의 결판이 나는 건 개봉하고 1주에서 2주 사이다.


1주차 주말성적이 그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보여준다. 1주차에 박스 오피스 성적이 상위권에 들면 일단 반은 성공이다. 그리고 그 성적이 2주차 까지 이어진다 하면 그 영화는 흥행한다고 본다.


이동직 평론가는 뭐라 말해야 할지 조금 망설이다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지금 되게 소문이 좋아요. 제 블로그 들어오시는 분들만 해도 다들 올해의 영화중에 하나로 꼽아야 한다고 하고 계시고 있어요.”


우리 영화는 전략대로 입소문이 나는 데 성공했다.


이동직 평론가의 글을 본 호러 영화 팬들이 영화를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은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 호평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우리 영화는 신선한 웰메이드로 소문이 났다.


그렇게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올해 우리영화가 꼭 봐야할 영화로 소문이 났다. 특히 호러 영화매니아들은 드디어 <장화, 홍련> 이후 한국 호러 영화 계보를 이을 영화가 등장했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럼 뭐해요. 지금 영화관에서는 다 <밤의 기억>만 하고 있는데...”

“그래도... 솔직히 <밤의 기억>은 내용은 좋지만 아쉬운 점도 많잖아요. 연출도 올드하고 배우들 연기도 따로 놀고. 들리는 말로는 현장에서도 분위기가 별로였다는 데...”


이렇게만 보면 <밤의 기억>은 점점 내려가고 우리 영화가 점점 상영관을 늘어나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매니아들에서 일반 관객으로 이 소문이 이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상영관의 차이였다.


영화 매니아들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본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그렇지 않다. 그냥 영화를 보러 가서 그때 상영하는 영화를 보거나 유명한 영화를 본다.


그렇기에 보통 관객들은 우리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일반 관객들이 어느 정도 봐줘야 제대로 입소문이 나는 데 그 다리가 끊겨 있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영화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호평이 돌고 있을 뿐, 흥행에서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동직 평론가도 답답하다는 투로 말했다.


“하아... 솔직히 저도 그렇고 많은 영화 팬 분들도 이번 일에 대해 굉장히 화 많이 나셨어요. <밤의 기억>은 극장 가면 그것만 틀고 있으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요. <케이지>가 이렇게 묻힐 영화는 아닌데...”

“...”


하지만 이렇게 몇몇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화를 내고 문제를 제기해도 바뀌지 않았다. 이대표가 극장 본사에 찾아가 항의도 하고 부탁도 했지만 힘없는 대표의 말에 움직일 회사는 없었다.


이동직 평론가는 나를 격려하려는 듯 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 영화 잘 만드셨어요. 너무 기죽지 마시고 꼭 다음 영화에 유명 배우 한명만 잡으면 진짜 잘 되실 거 에요.”

“그냥 영화 잘 찍는 걸로는 안 되는 걸까요?


이동직 평론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감독님 말이 맞아요. 스타배우가 안 나와도 재밌는 영화는 잘 되야하죠. 감독님이 잘 못하신 게 아니라 지금 영화판의 이 시스템이 잘못된 거 에요.”

“감사합니다. 평론가님...”

“감독님 힘내시고 영화 포기 하지 마세요. 꼭 다음 영화 준비해서 찍으셔야 합니다.”


이동직 평론가의 말에 나는 그저 힘없이 웃었다.


“하하.. 네. 감사합니다. 평론가님 ”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뒤로 쓰러지듯 누웠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자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안이 머릿속을 좀 먹어 갔다.


‘영화 열심히 찍어도 아무 소용 없구나...’


지금 상황은 너무 절망적이었다.


결국 영화판에서 성공하는 건 잘찍는 사람 보다, 최감독처럼 사회생활에 능한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차피 세상사 다 그런가 아닌가? 제일 중요한 건 인맥...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 벽은 나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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