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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 87_SSD_*****

전설을 찍는 영화감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선유87
작품등록일 :
2021.02.02 15:28
최근연재일 :
2021.05.05 18:25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7,387
추천수 :
2,229
글자수 :
366,296

작성
21.04.13 18:30
조회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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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52화

DUMMY

액션 콜과 함께 다시 두 사람이 머리채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원래는 무술팀이 알려준 대로 머리가 뽑히거나 최대한 덜 아프게 머리채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들의 표정에선 그런 거 없이 마구 잡이로 잡았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년이... 너 죽을래? 이거 안 놔?”

“아!! 야 이씨~~!!”


그러자 옆에 있는 스크립터가 혼잣말 하듯 말했다. 아마 나를 방해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말을 해야 할거 같다 생각해 일부로 들리게 한 모양이다.


“저 대사 지금 캐릭터랑 안 맞는데...”

“괜찮아요. 후시(촬영이 다 끝나고 입모양에 맞춰 다시 하는 녹음)로 한다고 써놔주세요.”


두 사람은 이번에도 뒤엉키며 쓰러져 바닥을 뒹굴었다. 다만 방금 전 컷에서는 백혜나가 아래에 깔리며 당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치열하게 싸웠다.


나는 촬영 감독에게 만일 둘이 쓰러져도 당황하지 말고 계속 따라가며 찍으라고 말해 놨다. 그래서 촬영감독은 핸드헬드(카메라를 어께에 올려놓고 찍는 것)로 쓰러진 두 여배우를 따라가며 계속 찍었다.


적당히 하고 컷을 하겠다는 나의 말은 어느 덧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그 모습에 진영이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새끼도 독한 놈이네.’


진영이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면은 아주 잘 나오고 있었다.


원래 핸드 헬드나 움직임이 많은 장면을 찍을 때 합을 맞춰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커스가 맞지 않거나 하는 촬영 실수가 나온다.


그러나 촬영 감독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매끄럽게, 한 번의 실수 없이 촬영하고 있었다. 촬영감독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장면이 아주 잘 나오고 있다는 걸.


그렇게 두 배우는 격렬한 싸움을 이어갔다. 콘티 상에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번 컷은 롱테이크가 되 버렸다.


싸움을 이어가는 두 사람은 지쳐서 숨을 헐떡거리며 서로 노려보았다. 이 그림 역시 아주 좋았다.


나는 기분 좋게 외쳤다.


“컷 아주 좋아요 오케이~!!!”


내 오케이 소리에 스탭들의 박수가 나왔다.


두 배우는 숨을 헐떡이며 서로 엉켜 있다가 떨어졌다. 그리고는 일어나 바로 등을 돌렸다. 컷이 되고 나니 방금 전까지 죽일 듯 싸운 게 조금 민망한 듯 했다.


나는 조감독과 촬영 감독을 불렀다.


“이번 컷이 잘 나와서 뒤에 싸움 장면을 수정해야 할 거 같아요.”

“이번 컷에 다른 것도 맞춘다는 말씀이시죠.”

“네. 감정선이 지금 이렇게 가면 좀 바꿔야 할 거 같아요. 이번에 찍은 걸 메인으로 가고 모자라다 싶은 컷 있으면 타이트한 샷으로 추가로 찍어요. 그리고 아까 마지막 둘이 엉켜 있다가 마주보는 장면으로 바로 이어지게 가죠.”


그러자 조감독이 말했다.


“그럼 지금 콘티, 시나리오랑 바꿔서 간다는 말씀이세요?”

“네.”

“음...”


조감독은 우려스럽다는 듯 심각해 졌다.


지금 같은 경우 너무 좋은 연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도 수정하려는 상황이다. 물론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만.


어쨌든 실제는 둘 사이의 갈등 때문이지만, 화면에는 서로 살기 위해 치열하기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촬영 중에 영화 내용을 바꾸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그것도 신인 감독이 말이다.


영화란 정교한 건축물 같은 것이다. 하나를 바꾼다는 건 그 것과 연결된 것들 역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중간에 하나를 잘못 건드렸다간 전체가 무너 질수 있다.


그렇기에 조감독의 입장으로써는 불안한 것이다. 그저 이제 처음 영화 찍은 20대 신인감독이 만용을 부린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감독님 근데 이번 거 이렇게 가시면 이어지는 컷 대사도 바꾸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요. 지금 바꿀 게요. 음... 한 15분만 주세요.”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 잠깐 15분만 시간 주세요. 아니다 배우들이랑 얘기도 해야 하니까 20분. 잠깐 다들 담배 한 대 피우시고 믹스커피라도 한잔 하시라고 하세요.”


조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가 엄청 유명한 감독과 작업한 적은 없지만, 그들 도 이렇게 촬영 중간에 내용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어린 감독은 단지 20분 안에 그걸 하겠다고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가 지금까지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이 장면이 잘 나온 건 알겠는데 꼭 바꾸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부분 부분 짤라서 필요한 장면 쓰시고 원래대로 가시죠. 뭐 시간이 되면 추가로 더 찍으시고요.”

“아뇨. 괜찮아요. 이번 장면에 확신이 왔어요. 다시 찍으라 해도 못 찍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 무조건 살려야 해요.”

“촬영 감독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조감독이 촬영 감독에게 지원을 바라듯 말했다.


“뭐 감독님 생각에 따르긴 해야겠지만, 좀 위험성은 있죠. 갑자기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근데 방금 장면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고.”


촬영감독이 중립적인 태도로 나왔다. 그럼 결과는 뻔하다. 감독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조감독님. 걱정 마세요. 엄청 바꾸는 것도 아니잖아요.”


조감독은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뭐 감독님 영화니까 따라야죠.”

“고마워요. 잠시 쉬고 계세요.”


그리고 나는 시나리오와 콘티를 들고 수정에 들어갔다.


지금은 오래 고민할 시간도 없다. 어쩌면 감에 의지해야 한다. 살릴 건 살리고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지금 이런 긴박한 상황이니 집중이 더 잘 됐다. 이번에 잘 수정하면 진짜 좋은 장면이 나올거란 예감이 들었다.


잠시 후 수정을 마치고 배우들을 불러 바뀐 장면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니 아까의 흥분이 조금은 가라앉은 듯 했다. 그러나 조금이지 다시 건드리면 방금처럼 뭔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일단 바뀐 대사는 싸움 동작 몇 개 더 찍고 그 다음에 찍을 거야. 지금은 타이트 한 장면으로 짧게 짧게 갈거니까 아까처럼 격하게 할 필요는 없어. 바뀐 부분은 바로 프린트해서 줄게.”


두 여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실 조금 급하게 바꾼 거라 입에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틈틈이 연습해보면서 어색하다 싶은 부분은 맞게 고쳐도 좋아. 그렇게 고치면 나한테 알려 주고.”

“알겠어.”

“네 감독님.”


배우들에게 설명을 마치고 조감독과 촬영 감독에게 바뀐 장면을 설명 했다.


콘티는 사실 촬영 감독과 같이 짜야 하기에 자세하게 완전히 바꿨다기 보다는 내 의도 위주로 설명을 했다.


“일단은 싸운 후 대화 씬은 바닥에 엉킨 채 노려보는 장면에서 이어 가려고요. 그럼 정면만 따지 말고 사이드 쪽에서 투 샷(두 명을 같이 찍는 것)하나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OS샷(대화 하는 상대의 어께를 걸고 찍는 것)에서는 달리(카메라를 트랙에 올려 부드럼게 움직이는 것) 느낌으로 무빙을 주고 싶은 데 가능 할까요?”

“음... 서 있을 때는 무리 없지만 바닥에 엉켜 있는 데서 달리는 못하죠.”

“음... 핸드 헬드는 너무 흔들리는 데...”


그때 조감독이 말했다.


“그럼 치팅(장소를 속여서 찍는 것)해서 바닥이 아니라 벽에 기대면 되지 않을 까요?”

“그럼 가능해요.”


그렇게 셋이서 머리를 모아가며 콘티를 수정했다.


내가 바꾼 부분을 다시 한 번 체크 하고는 말했다.


“그럼 됐죠?”


조감독과 촬영 감독도 수정 된 부분을 체크하고 대답했다.


“음...네 된 거 같습니다. 어떠세요 촬영 감독님?”

“네 저도 괜찮아요. 이렇게 찍으면 될 거 같아요.”


그 다음으로 촬영 순서를 정리 하고는 다시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조감독은 시계를 봤다.


‘진짜 20분 걸렸네... 뭐지 미친 놈인가?’


감독은 진짜로 20분 만에 수정을 해 왔다. 그것도 원래 이렇게 썼다해도 믿을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조감독은 감독을 빤히 바라봤다.


그가 모든 영화감독을 다 겪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감독은 없었다. 지금 난다 긴다 하는 탑급 감독들도 이 나이에는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감독은 한편으로는 속이 쓰라렸다. 자신은 지금도 이렇게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유망주 시절의 메시나 르브론 제임스를 보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에휴... 부럽다.’


* * *


그날 촬영은 무난하게 잘 마무리 되었다. 찍은 장면들은 최고였지만, 대신 촬영 시간이 좀 늦어졌다.


이제까지는 시간 오버를 해도 1시간 이내였다. 그러나 그날은 2시간 정도 오버를 해버렸다. 갑작스럽게 바뀌다 보니 배우도 스탭들도 버벅거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나는 바로 연출부 제작부 주요 스탭들을 모았다. 오늘 촬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논의 할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감독과 인물 담당 연출부, 그리고 진영이가 모였다.


“사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두 여배우가 좀 사이가 그렇잖아요. 근데 이어질 장면이 두 사람이 쌓였던 응어리를 풀고 주희(혜나)가 민경(유진)을 위해 희생하고 해야 하는 데...”

“과연 그게 되겠냐는 거야?”

“그렇지. 이전 같으면 둘 다 연기니까 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거든. 근데 오늘 사건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자 조감독이 말했다.


“그래도 감독님 둘 다 배우인데 설마 그렇게 까지 할까요?”

“그게 유진이 같은 경우는 될 수도 있는데 백혜나는 힘들 거야. 걔는 어떻게 보면 연기가 안 되거든.”


사실 지금 백혜나는 메소드 아닌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메소드 연기는 작품의 캐릭터에 자신을 집어넣어 연기를 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배우는 연기를 하는 동안 자신이 실제로 그 캐릭터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하는 방법이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나 배트맨의 조커를 연기한 잭 니콜슨이 이렇게 연기를 하며 대중들에게도 유명해 졌다.


이렇게 연기를 하면 실제 그 캐릭터 자체가 되기에 엄청난 연기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할 수도 없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극심한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이런 저런 사고를 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촬영 후에도 캐릭터가 지워지지 않아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백혜나의 경우는 메소드 연기를 할 정도의 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방법이 캐릭터를 백혜나에 맞췄다. 메소드 연기를 반대로 한 것이다.


그 덕에 백혜나는 평소 자신을 배역에 녹이며 마음 껏 연기를 했다. 그리고 재능이 있던 백혜나의 그 연기는 훌륭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과 다른 모습을 연기하려면 그 감정이 나오지 않는다. 정리하면 백혜나가 유진이와 화해하는 장면을 찍으려면 실제로도 유진이와 감정적으로 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영이가 걱정 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어떡하냐? 솔직히 그 두 사람 첫 만남부터 조금 그랬잖아.”


다른 스탭도 그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트러블이 없던 게 용했죠.”


사람들 가운데 불안과 걱정의 기운이 맴돌았다. 그 때 내가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영화 찍으려면 해결 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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