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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쥐 님의 서재입니다.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책먹는쥐
작품등록일 :
2022.11.13 18:50
최근연재일 :
2022.12.18 23:3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3
추천수 :
33
글자수 :
190,307

작성
22.11.29 21:56
조회
20
추천
1
글자
12쪽

폭주자

DUMMY

검붉은 연기를 뿜어대는 거대한 호랑이가 베타의 몸을 덮쳤다.


“윽!”


거구의 몸으로 덤비는 5미터가 넘는 거대한 호랑이의 돌진을 힘겹게 막아내는 베타.

그를 보조하던 군인들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지규혁을 향해 조준하였다.


“다 큰 어른들이! 창피하지 않아?!”


괴성과 함께 지규혁은 땅에다 손을 짚었다.

그가 다시 바닥에서 무언가를 소환하는 것을 예상한 군인들은 서둘러 총을 난사하였다.


“늦었어!”


지규혁의 외침과 함께 바닥에서 거대한 쥐 한 마리가 나왔다.

3미터 정도의 방금 나온 호랑이보다는 작은 쥐.

하지만 온몸으로 총알을 방어해내는 데 충분하였다.


“도, 도망가.”

“우리 전부 죽을 거야.”


군인들이 혼미 백산에 빠져 등을 보일 때, 그들의 몸이 정지되었다.

그들의 뒤에 느껴지는 살기. 거대한 에너지.

돌연변이가 아닌 일반인인 그들에게조차 느껴졌다.


“오, 왔냐?!”


염씨는 방긋 웃었다. 그러자 지규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염씨가 가리킨 방향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구현진?!”


***



“아직 살아있네, 저 아재.”

“염씨를 너무 미워하지 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염씨와 지규혁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검붉은 안개의 사용법은 너무나 다양했다. 몸을 하늘로 띄우는 것도 가능하고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규혁아!”


손을 들고 인사하자 지규혁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너희는···, 어째서 여기에?”

“응? 나 구하려 온 거 아니었어?”

“난! 강제로 끌려온 거라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하, 그건 나중에.”


울먹거리는 지규혁을 진정시키고 뒤를 돌아 군인들과 현재 상황을 보았다.


“이건 네가?”


눈앞에 있는 거대한 호랑이와 쥐.

나와는 다른 신기한 능력을 사용하는 지규혁이었다.


“응.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목소리가 들려서···.”


아···, 너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거구나.


지규혁의 말을 들으며 처음 내가 검붉은 능력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렸다.


“죽은 친구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걸 거야.”


내 말에 지규혁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난···, 뭘 하면 돼?”


지규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간단해.”


난 내 뒤에 있는 한 소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에 맞춰 시선이 올라간 지규혁. 그는 말문이 턱 막혔는지 입을 틀어막았다.


“오랜만이다, 지규혁. 너 살 좀 빼야겠다. 성인병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내 뒤에는 진은희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지규혁을 바라봤다.


“미안! 그···, 그때, 다 같이 약속했었는데···.”

“아니, 오히려 잘 됐어.”


응? 약속?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두 사람. 난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진은희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나중에 꼭 말해줄게.”

“또 나중이야?”

“먼저 이예은을 만나면 전부 얘기해 줄게.”

“이예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내 반응에 진은희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들을 수 있는 모양이네.”


잡담도 여기까지. 베타는 호랑이를 상대하는데 고전이었고 우리가 상대할 건 평범한 인간인 군인들이다.


“집에 가자.”


이 정도는 별거 없다고 생각했을 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의 남성이 걸어왔다.


“김대현.”


내 말에 진은희가 귀를 기울였다.


“아는 사람이야?”

“돌연변이 관리 부대? 란 거의 팀장인가 봐.”

“그건 또 뭐야?”

“우리 같은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


진은희는 콧방귀를 키며 눈앞의 남성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사람. 진은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멈춰!”


김대현은 구현진의 앞까지 걸어오며 말하였다.


멈추라니, 지들이 억지로 끌고 오고 본인들의 말을 따르거라 생각했나?


“목뒤에 있는 전기충격 장치는 제거했습니다. 제가 당신들의 말을 들은 필요는 없어졌단 소립니다.”

“그걸 없애다니, 대단하군.”

“놀립니까?”


내 물음에 김대현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를 따르는 게 너희한테 좋을 거다.”

“그게 무슨···.”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라.”


김대현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맛봤다.

나뿐만이 아닌 지규혁 또한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의 여유가 사라졌다.


“협박하시는 건가요?”

“난 너희한테서 시민들을 지켜야 될 의무가 있어.”

“당신들은! 시민들을 지키지 못합니다.”

“아니, 지킬 수 있어. 이대로 계속 폭주를 한다면 네 가족들은 전부 주검으로 발견되겠지.”


나와 김대현의 대화 도중, 지규혁이 말을 가로챘다.


“가족은 안 돼!”


그가 흥분할수록 소환한 거대한 호랑이와 쥐의 크기가 점점 더 커졌다. 검붉은 안개가 동물들을 감싸며 말 그대로 괴수가 되어갔다.

거친 숨을 몰아치는 지규혁. 그러자 김대현은 외쳤다.


“당장! 저들을 없애. 그러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너희 가족들을 이 세상에서 없앨 수 있어.”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


“풉!”


난 미소를 지었다. 내 행동에 모두들 당황한 듯,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였다.


“아, 죄송합니다. 가족을 전부 죽인다고요. 하세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검붉은 안개를 그저 방출하는 것뿐이다. 제대로 된 컨트롤을 도와주는 건 진은희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 검붉은 안개를 굳이 컨트롤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이런 세상에 살아가면 가족들도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재앙···.”


날 바라보는 군인 한 명이 말했다. 그 말에 더욱 흥분한 마음으로 외쳤다.


“재앙이라고요?! 그거 좋군요. 제가 세상에 보여드릴게요! 진정한 재앙이 뭔지. 저희들이 겪었던 재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재앙을 보여드릴게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섬을 덮을 정도의 거대한 검붉은 에너지를 방출하였다.

나의 돌발적인 행동을 본 진은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당장이라도 이 눈앞에 있는 자들을 전부 죽일 수 있어, 현진. 말만 해.”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 협박을 받으며 참고 싶지 않다. 이런 인생은 질렸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익숙하였다. 학생 때의 난 협박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내부에 폭주자 발생.


그때, 김대현이 들고 있던 무전기에 소리가 들렸다.


“하필 이럴 때.”


김대현은 혀를 차며 외쳤다.


“알겠어! 구현진, 거래하지.”


거래?


“자네들한테 절대 나쁜 조건이 아닐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이 섬에 사는 돌연변이 중, 한 명이 폭주를 시작했어. 막지 않으면 섬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다칠 거야.”

“저와 무슨 상관이죠?”

“네가 혐오하는 어른들처럼 방관할 생각인가?”

“당신들은 절 죽이려는 집단입니다.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같지. 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면서 그저 방관하려 하고 있어.”

“본인 입맛에 좋은 소리만 하지 마세요.”


금방이라도 폭발할 거 같이 핏줄이 올라온 구현진의 어깨를 두드리는 지규혁.


“일단 얘기를 들어보자.”

“들을 가치도 없어.”

“하지만, 진짜 우리 부모님을 죽이면 어떡해?”

“하~”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앞의 남성을 노려봤다.

김대현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섬에서는 자유롭게 나갈 수 있게 해주지. 금전적인 지원도 해주고. 단, 그밖에는 우리의 명령을 따라줘야겠어.”

“제가 왜 따라야죠?”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야.”

“갑자기 절 납치한 것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래.”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묘한 신경전.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다.


“홍연기는 제 손으로 직접 죽이겠습니다.”


김대현은 홍연기가 누군지 아는 듯, 딱히 알아보지 않고 바로 알아차렸다.


“그건 안 돼.”

“그렇다면 거래 따위 없습니다.”

“하~ 알겠네. 단, 홍연기를 제외한 살인은 인정하지 않아.”

“상관없습니다.”


혼자였다면 아마 거절했을 것이다. 가족을 붙잡고 협박하는 집단을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뒤에 있는 지규혁의 얼굴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 당장 따라와.”


김대현은 자신이 타고 온 차로 날 불렀다.


“이게 맞는 거냐?”


고개를 들고 진은희에게 묻자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홍연기를 죽이는 데 방해만 하지 않으면 돼. 그리고 만약 우리의 일에 방해가 된다면 거래고 뭐가 그냥 전부 제거하면 되는 거고.”


진은희는 가볍게 생각하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 말도 맞네.”



***



김대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섬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봤던 학교가 보이고 총을 든 군인들이 그들과 대치하는 게 보였다.


“뭐야? 저건?”


검은 에너지의 덩어리인 사람. 너무나 짙은 검은색은 그의 얼굴을 가리고 괴물이란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비주얼로 만들었다.

군인들에게 총을 여러 방 맞은 건지 바닥은 피바다가 되어 있었고 위태로워 보이는 괴물은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을 공격하려 하였다.


“비키세요.”


난 재빨리 그들에게 뛰어 가, 검붉은 안개를 이용해 이성을 잃은 사람의 몸을 제압했다.

그러자 그에 맞춰 군인들이 총알을 난사하였다.


“흐···억···.”


괴로운 듯, 검은 에너지 덩어리의 사람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었다.


“잠깐···.”


총알이 그의 몸에 박힐수록 알 수 있었다. 검은색의 에너지가 점점 약해지자 그 안에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아직 어린애야! 멈춰!”


내 외침에도 군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뭐 하는 짓이야?”


군인들의 총격이 멈추자 아이는 맥없이 자리에 쓰러졌다.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가 코에 손가락을 가까이했다.


“숨을 안 쉬어···.”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폭주자란 건 이 아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죽이는 거지?


시선을 올려 군인들의 얼굴을 보았다. 마스크를 벗은 그들의 얼굴.

몹시 괴로워 보였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얼굴.


“그렇게 괴로우면서···, 어째서···, 이런 어린아이를?”


내 물음에 김대현이 걸어와 말하였다.


“뒤를 돌아봐라.”


그의 말에 뒤를 돌았다. 그러자 배낭을 맨 아이들의 찌그러진 표정이 보였다.


“저들은 너와 같은 돌연변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김대현의 시선이 쓰러져 있는 아이에게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에 따라 나 또한 쓰러진 아이를 바라봤다.


“폭주자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자들입니까?”

“그래.”

“그렇다면···, 저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겁니까?”

“어.”


아이들을 쏜 군인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저 다들 자신의 방식으로 짧게 기도할 뿐.


“도대체···, 돌연변이란 뭡니까? 저희는 어째서?”

“그건 나도 몰라. 그것이 신의 힘인지···, 인간의 진화인지···. 전부 알 방법이 없어.”


자아를 잃는다.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사람은 사람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원망스럽다.”


눈을 감고 떠올렸다.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 홍연기의 얼굴.

이성을 잃는다면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떨림.


“인생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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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22.12.18 11 0 12쪽
36 트라우마 22.12.17 10 0 11쪽
35 또 다른 재앙 22.12.16 12 0 12쪽
34 마음 아픈 아이 22.12.15 11 0 12쪽
33 불운의 아이들 +1 22.12.14 16 1 11쪽
32 나 자신과의 토론 22.12.13 11 1 12쪽
31 돌아온 일상 22.12.12 14 1 12쪽
30 홍연기 22.12.11 14 1 12쪽
29 내전 22.12.10 16 1 12쪽
28 멸망한 세상2 22.12.09 14 1 12쪽
27 멸망한 세상 22.12.08 17 1 12쪽
26 과거의 기억 22.12.07 17 1 11쪽
25 이예은 22.12.06 15 1 12쪽
24 불행한 일상 22.12.05 14 1 12쪽
23 일상 22.12.04 17 1 12쪽
22 해방 22.12.03 20 1 12쪽
21 아동학대 22.12.02 19 1 12쪽
20 고문 22.12.01 19 1 12쪽
19 돌연변이 학교 22.11.30 21 1 11쪽
» 폭주자 22.11.29 21 1 12쪽
17 두 번째 무기 22.11.28 22 1 11쪽
16 알파 22.11.27 24 1 12쪽
15 돌연변이 관리 부대 22.11.26 24 1 11쪽
14 능력자 단체 22.11.25 21 1 11쪽
13 종교(3) 22.11.24 20 1 11쪽
12 종교(2) 22.11.23 20 1 12쪽
11 종교(1) 22.11.22 27 1 12쪽
10 사람의 이기심 22.11.21 29 1 11쪽
9 분노 22.11.20 26 1 12쪽
8 과거의 기억 22.11.19 31 1 12쪽
7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8 32 1 12쪽
6 임경훈 22.11.17 32 1 13쪽
5 지규혁 22.11.16 31 1 10쪽
4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5 3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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