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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쥐 님의 서재입니다.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책먹는쥐
작품등록일 :
2022.11.13 18:50
최근연재일 :
2022.12.18 23:3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4
추천수 :
33
글자수 :
190,307

작성
22.11.22 22:57
조회
27
추천
1
글자
12쪽

종교(1)

DUMMY

검은색의 기운을 내뿜으며 신도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목사가 걸어왔다.


“이런···.”


그는 구현진을 보고 온몸이 얼어붙은 듯, 정지하였다.

대충 40~50명 정도 되는 신도들이다.

여유를 갖고 머릿수를 세웠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이 검은 기운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는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하, 잘 오셨습니다.”


목사의 입은 웃지만 웃는 게 아니다. 저번에 봤던 구현진의 에너지는 분명 자신보다는 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사람들을 세뇌시킨 겁니까?”

“세뇌라뇨? 모두 자신해서 예수님을 믿는 겁니다.”

“당신이 아니고요?”


목사는 땀을 삐질 흘리며 친근한 척, 구현진에게 어깨동무하였다.


“일단은 여기 앉으시고”


일단 순순히 목사의 말을 따랐다. 그의 말대로 의자에 앉아 행동을 감시하였다.

목사는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가 달린 연설대로 올라갔다.


“자, 다들 모두 앉아주세요.”


구현진의 말에 모두 소곤거리고 임경훈도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구현진의 어깨를 잡았다.


“너, 목사님께 무슨 무례한 짓을?! 지옥 가고 싶어?!”

“하~ 지옥을 끝내기 위해 온 거야. 너도 정신 차려.”


내 말을 들은 임경훈이 이를 갈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연설하는 목사를 감시하였다.


“모두들! 불행하시죠! 여기 있는 모두는 더 이상 불행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여러분 앞에 있으니까요?!”

“풉! 으하하!”


진심으로 빵 터진 진은희가 배를 잡고 웃어댔다. 너무 웃어서 걱정될 정도다.


“그렇게 웃겨?”

“아니, 하하, 무슨 저런 말만 듣고 사람이 행복해져.”


평범하게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저딴 연설로 행복해진다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다. 황홀하다는 이럴 때, 쓰는 단어라는 것을 단번에 떠올렸다.


“이건 모두 거짓된 관계야.”


일어나 손을 들었다. 잠시 망설였다. 이렇게나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목사를 죽이면 어떻게 될까? 노인과 동일하게 그저 구경만 할 뿐일까?

답은 아니다. 이들은 지금 세뇌되었다. 죽을 각오로 나한테 덤비면 곤란하다.

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하~”


목사의 끝나지 않는 연설. 눈을 붙이고 있자 임경훈은 귀찮게 계속 어깨를 흔들었다.


“좀 자자.”

“목사님 말씀 중인데, 불경하다.”

“불경?”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옆에서 쫑알대는 임경훈을 노려보자 그는 몹시 당황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너···, 눈이···.”

“내 눈?”


휴대폰을 켜 카메라에 들어와 셀카 모드로 바꾸었다. 머지않아 임경훈이 놀란 이유를 알았다.


“내 눈 왜 이래?”


위를 올려보자 진은희가 미소를 짓고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검붉은색의 눈. 마치 그녀의 눈과 동일하다.


“괜찮아, 우리의 눈에만 보이는 거야.”

“이건···, 뭐야?”

“우리의 의지야.”


눈을 감았다. 그러자 조그마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이건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가까워졌다.


“화가 난 거구나.”


목사를 전적으로 믿는 임경훈에 대한 분노다. 내 안에 있는 얼굴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분노. 그들은 임경훈까지 해치려 하였다.


“기다려.”


그들의 의지에 내 몸이 멋대로 움직이자 진은희가 멈추었다.

처음이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기분.


“내 안에···, 누가 있는 거야?”


가슴을 부여잡고 마음을 다잡았다. 점점 체감된다.

감정 기복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이대로라면 제대로 판단도 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일단 저놈부터 죽이고 생각할까?”


머릿속이 복잡하니 단순하게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연설을 끝낸 목사가 내려왔다. 그는 수많은 신자들 사이를 걸어오며 내 앞으로 왔다.


“상당히 불행해 보이군요.”

“네. 불행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당신도 같이 예수님을 믿도록 합시다. 그것이 곧 행복으로의 길입니다.”

“둘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잡담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까와는 다른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목사. 그는 따라오라며 어딘가로 걸어갔다.

목수는 차분히 눈을 감고 말하였다.


“전 말이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게 행복인가요?”


그의 말에 살짝 짜증이 났다.


“당신도 행복했으면 합니다.”

“자신 있으세요?”


내 말에 목사는 뒤를 홱! 돌고 눈을 부릅뜨며 말하였다.


“물론이죠.”

“그럼 해보세요.”


내 말을 들은 순간, 목사의 주위, 교회 내부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아무 반항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맡겼다.


“훌륭한 판단입니다. 이제 당신도 행복의 길로 가실 수 있습니다. 하하!”


검은 안개 덕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풍경. 감각이 점점 사라졌다.



***



시끄러운 아이들의 웃음소리.

눈을 뜬 곳은 학교였다. 내 몸을 살펴보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환각을 보여주고 행복하라고?


“현진아.”


날 부르는 이름. 뒤를 돌아보자 교복을 입은 진은희가 서 있었다. 난 잠시 의문이 들었다. 검은색의 눈. 평범해 보이는 소녀.


“뭐 하고 있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진은희를 가볍게 무시하고 반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학생들 다수가 있었다. 모두 웃고 떠들며 조회 시간을 기다렸다.


“이게 학교 분위기야?”


나의 물음에 어디선가 나타난 검붉은 눈의 진은희가 말하였다.


“역하네.”

“뭐가?”

“남의 기억을 날조해서 행복을 주겠다는 게.”


상당히 불쾌한 듯, 진은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난 하늘을 보고 소리쳤다.


“목사! 이게 행복입니까?”


그러자 진은희와 정반대 쪽에서 나타나는 목사.


“좀 더 즐겨보시죠.”

“학교생활이라···, 확실히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하연과의 추억, 홍연기의 학대. 그 두 가지 빼고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경험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앉아 있는 아이들을 제치고 교실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때, 교실에 있던 한 학생이 내게 말하였다.


“구현진, 뭐해?! 곧 선생님 오셔.”

“선생님?”


앞문의 문을 열고 한 남성이 들어왔다. 그를 본 순간 검붉은 눈의 진은희가 목사의 목을 붙잡았다. 성인의 목사가 중학생 외견의 여학생에게 한 손으로 잡히는 건 상당히 진귀한 장면이었다.


“쿠억!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더러워서. 뭐 하자는 건데?!”


진은희의 폭주에도 환각은 계속 진행되었다.


“구현진 씨는 상당히 즐기시는 모양입니다.”


구현진은 빤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친숙하게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서로 장난도 친고 행복해 보였다.


“너 뭐 하고 있냐?! 구현진. 어서 자리에 앉아!”


멍하니 서 있는 구현진을 보고 홍연기는 말하였다.


난 무엇을 원한 걸까? 이런 걸 원했던 거야?


감정이 이상하다. 마음속, 느껴지는 슬픔. 머지않아 이 감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내가 아닌 자들의 슬픔. 그리고 곧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다.

진은희가 팔을 휘젓자 목사가 만든 세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직! 찍! 쨍그랑!


거짓된 세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자 목사의 외견이 변하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30대의 아저씨였던 그의 모습이 한순간에 3미터가 넘는 거인이 되었다.

몸은 푸른색의 불을 내뿜었고 아까보다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후~”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숨을 내쉬었다.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가 차분히 목사의 앞으로 걸어가자 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잠만 타임.”

“뭡니까?”

“말 그대로 타임. 내가졌어.”


양팔을 들고 항복하는 목사. 그는 자신의 사무실의 문을 열며 말하였다.


“일단 들어와.”


갑작스럽게 예의 바른 정중한 존댓말에서 싸가지 없는 반말로 바뀐 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거 마셔. 독은 없어.”


차를 한잔 내주며 그는 말하였다.


“구현진. 우리 손을 잡지 않을래?”

“네?”

“말 그대로야, 나 같은 악귀가 세상에 없을 거 같아? 너보다 더 강하고 나보다 더 사악한 악귀는 널렸어. 하지만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어떤 악귀보다 강해질 수 있어.”


나의 뚱한 표정에 목사의 표정이 다급해 보였다.


“좀만 더 이야기해보자. 난 윤씨. 윤씨라고 불러.”

“윤씨? 이름인가요?”

“뭐, 그런 거야. 내가 살아생전에 불렸던 이름이야.”

친숙하게 대하는 윤씨의 행동은 나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어때? 꽤 구미가 당기지 않아?”


자신만만한 윤씨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그렇게 손을 들고 검붉은 안개를 움직였다. 그러자 더더욱 다급해진 윤씨가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래! 너나 임경훈을 학대한 홍연기? 라는 사람. 내가 복수 해 줄게.”


홍연기란 말을 꺼낸 순간, 검붉은색의 안개는 방금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구현진도 홍연기의 홍자만 들어도 열 받는데 진은희는 버티기 힘든 모양이다. 내 뒤에 붉은 눈을 빛내는 소녀가 윤씨를 향해 손을 뻗었다.


“힉! 이봐 구현진! 저 여자를 막아! 너희 지금 너희가 정의의 사도라도 된 줄 아는데, 너희는 그냥 살인마야! 범죄자라고!”


고삐 풀린 윤씨는 입을 쉬지 않고 망언을 내뱉었다.


“홍연기하고 너희가 뭐가 다를 거 같아?! 너희는 홍연기와 동급이야!”


하~ 내가 그놈과 동급?


뚝!


마음속 무언가가 끊기는 느낌.

그의 망언을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역시 용서하면 안 되겠지요. 이건 세상을 위한 일입니다. 옳은 겁니다.”


나도 모르게 주문같이 말을 내뱉었다. 어째서 이런 말을 했냐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하면 막말을 내뱉는 저 해충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뭐야?”


위험을 감지한 윤씨는 사무실 밖으로 뛰었다. 하지만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었다.


“인생!”


그가 눈을 뜬 곳. 그곳은 붉은 하늘의 세상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네가 만든 환각과 같은 곳이야.”


붉은빛이 햇살이 들어오듯, 세상을 천천히 세상을 비추어갔다.

그제야 윤씨는 이곳이 어딘지를 인식하였다.


“학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한 학교의 운동장, 정 가운데였다.


“날 내보내 줘! 당장!”


손을 휘저으며 검은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소용없다. 이미 내 에너지에 윤씨는 갇혀버린 것이다.


“살려줘.”


그때였다. 학교 건물 쪽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으어어어.”

“으아악”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윤씨는 눈을 찌푸리며 집중하였다. 그곳에 있는 것은 피부가 부패된 아이들이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중이었다.


“징그러워! 오지 마!”


아이들의 형체를 한 괴물들을 떨쳐내려 하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은 윤씨의 사지를 짐승처럼 물어뜯기 시작했다.


구현진은 그런 윤씨를 보며 차분히 말하였다.

“웃으세요.”

“뭐?”

“제 친구가 말했어요. 긍정적으로 웃으라고.”


활짝!


미소를 지은 구현진은 붉은 하늘의 세계를 유유히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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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22.12.18 11 0 12쪽
36 트라우마 22.12.17 10 0 11쪽
35 또 다른 재앙 22.12.16 12 0 12쪽
34 마음 아픈 아이 22.12.15 11 0 12쪽
33 불운의 아이들 +1 22.12.14 16 1 11쪽
32 나 자신과의 토론 22.12.13 11 1 12쪽
31 돌아온 일상 22.12.12 14 1 12쪽
30 홍연기 22.12.11 14 1 12쪽
29 내전 22.12.10 16 1 12쪽
28 멸망한 세상2 22.12.09 14 1 12쪽
27 멸망한 세상 22.12.08 17 1 12쪽
26 과거의 기억 22.12.07 17 1 11쪽
25 이예은 22.12.06 15 1 12쪽
24 불행한 일상 22.12.05 14 1 12쪽
23 일상 22.12.04 17 1 12쪽
22 해방 22.12.03 20 1 12쪽
21 아동학대 22.12.02 19 1 12쪽
20 고문 22.12.01 19 1 12쪽
19 돌연변이 학교 22.11.30 21 1 11쪽
18 폭주자 22.11.29 21 1 12쪽
17 두 번째 무기 22.11.28 22 1 11쪽
16 알파 22.11.27 24 1 12쪽
15 돌연변이 관리 부대 22.11.26 24 1 11쪽
14 능력자 단체 22.11.25 21 1 11쪽
13 종교(3) 22.11.24 20 1 11쪽
12 종교(2) 22.11.23 20 1 12쪽
» 종교(1) 22.11.22 28 1 12쪽
10 사람의 이기심 22.11.21 29 1 11쪽
9 분노 22.11.20 26 1 12쪽
8 과거의 기억 22.11.19 31 1 12쪽
7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8 32 1 12쪽
6 임경훈 22.11.17 32 1 13쪽
5 지규혁 22.11.16 31 1 10쪽
4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5 39 1 9쪽
3 이하연과의 만남(2) 22.11.14 43 1 9쪽
2 이하연과의 만남(1) 22.11.14 61 1 8쪽
1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 22.11.13 11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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