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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쥐 님의 서재입니다.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책먹는쥐
작품등록일 :
2022.11.13 18:50
최근연재일 :
2022.12.18 23:3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2
추천수 :
33
글자수 :
190,307

작성
22.11.19 21:41
조회
30
추천
1
글자
12쪽

과거의 기억

DUMMY

“헉···, 헉···.”


숨을 고르며 달렸다. 악취가 강한 쪽을 향해.

그리고 이 위급한 상황 속,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역시 진은희는 유령이었던 것이다.


집에서는 걸어 다니더니···.


열심히 뛰어가는 내 옆에 여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는 진은희. 물어볼 건 산더미보다 더더욱 많이 쌓였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저기.”


그녀가 가리킨 쪽, 거대한 괴물이 이하연을 쫓아오고 있었다.

마른 몸에 3미터가 넘는 신장. 거대한 손.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니다.


“왜? 여기 있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하연이 날 보고 소리쳤다.

난 서둘러 경찰에 전화했다.


“112죠? 여기 이상한 괴물이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통화를 이어가며 괴물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하연은 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난 당당히 거부하였다.


“뭐 하는 거야?!”


화가 난 듯, 날 바라보는 하연. 그녀가 화내는 모습은 처음 본다. 막상 자신 있게 괴물의 앞에 오긴 했는데 이걸 어쩌지? 아무리 생각해도 맨손으로 눈앞의 기이한 괴물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꾸억!”


괴물의 괴성과 검붉은 하늘을 울렸다. 그 울림 덕분인지 온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지만 내 등을 강하게 딱! 하고 치는 진은희 덕분에 다시 돌아왔다.


“밑에.”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그곳에는 저번 꿈에서 봤던 식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을 집어 들자 온몸의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다.

괴물이 거대한 손을 휘둘렀다. 서둘러 자세를 낮춰 피한 다음 괴물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찔러!”


진은희의 말에 칼을 찌르려 뻗었다. 그 순간, 눈앞의 다른 장면이 비쳤다. 저번 꿈에서 봤던 장면이다.

식칼을 든 어린 나. 눈앞의 살이 찐, 안경을 쓴 남성. 지금은 그 남성이 누구인지 안다. 그 남성의 정체는 홍연기다. 몇 초 정도 지나간 장면. 그 장면을 본 순간, 칼을 떨어트렸다. 저것을 집는 게 불가능해진 기분이다.


“뭐 하는 거야?!”


진은희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번에는 소용없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괴물이 손을 휘둘렀다.


“현진아!”


거대한 괴물의 손에 맞고 벽까지 날아간 날 보며 소리치는 이하연. 그녀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현진아!”

“어서 가!”


그녀가 들을 수 있게, 최대한 소리를 질렀다. 경찰이 왔다면 안심이다. 갈팡질팡하며 망설이는 이하연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금방 가서 경찰 불러올게!”


혹시 그녀가 사이렌 소리를 못 들은 건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들은 모양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듯, 몸의 힘을 뺐다. 솔직히 이제 지쳤다. 나도 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부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날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하연이라는 소중한 친구를 기억하게 해준 세상에 감사한다.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할 수 있다.


푹!


어라? 이상하다?


이하연은 뒤늦게 이상함을 깨달았다. 너무나 잘 들리는 사이렌의 소리. 그녀는 경찰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 선명하게 들린 것이었다.


“하연아!”


구현진이 소리를 질렀다. 이하연은 시선을 내려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경찰복을 입은 괴물이 있었다.


구현진은 서둘러 칼을 들었다. 구현진 앞에 있는 괴물이 주먹을 쥐고 구현진의 머리를 으깨려 한 순간, 괴물의 다리 쪽으로 도약하여 아킬레스건 부위를 칼로 긁었다.


“꾸억!”


고통스러운 듯, 굉음을 지르는 괴물을 뒤로한 채, 하연에게로 달렸다. 괴물의 손이 이하연의 복부를 관통한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필사적으로 달려본 것 같다. 손에 든 식칼이 날 거부하는지 계속 과거를 보여주었다. 칼을 든 중학생의 내 모습. 안경을 쓴 홍연기의 모습.


그래서 어쩌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내 안에 남아있는 감정은 분노밖에 없다. 날 괴롭히는 걸로도 모자라 내 주위 사람까지 건드리는 이 더러운 세상에 대한 분노.


“죽어!”


칼로 경찰복을 입은 괴물의 목을 그었다. 다리를 절며 행동이 느린 경찰복의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죽어! 죽어! 죽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주위 환경이 내 행동에 환호하는 거 같다. 마치 어서 이 괴물 놈들을 죽이라고.


“죽여버려!”


저번에 들었던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다. 식칼이 계속해서 보여주는 홍연기의 이미지. 그럴수록 그것들은 더욱 나를 자극했다.


푹! 푹!


괴성을 지르며 꿈틀대는 경찰복의 괴물이 점점 움직임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난도질은 멈추지 않았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내가 뭘 잘못했냐고?! 제발 벌을 줄 거면 알려주고 벌주라고!”


들어줄 것도 같지 않은 세상에 외쳤다. 이 감정을 어떻게 제어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화가 나 미치겠다.


“현진···, 쿠억.”


하연의 목소리?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뒤에는 복부에 구멍이 뚫린 하연이 차디찬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 제발···, 죽으면 안 돼···.”

“현진아···, 나···, 괜찮아···. 웃어···.”


마지막 말을 끝낸 하연이 정신을 잃었다. 그런 하연을 눈물을 뚝. 뚝. 흘리며 껴안고 흐느끼는 구현진. 그런 그의 뒤에서 진은희는 미소를 지었다.



3미터의 괴물은 사라졌다. 경찰복을 입은, 내가 방금 죽인 괴물 또한 사라지고 다시 푸른 하늘이 서서히 세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물범벅이 된 내게 처음으로 온 것은 경찰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깜짝 놀라며 이하연을 안고 그를 노려보았다.


“저, 괜찮으십니까?”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진짜 경찰이란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 이상하다?”


몸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과 함께 내 정신도 사라졌다.



***



꿈을 꾸었다.


이건 악몽일까? 저번이랑 비슷하게 제 3자의 입장이다. 내 몸에서 유체 이탈을 한 느낌이다.


드르륵.


교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소리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이곳이 학교라는 것을.

점점 뚜렷해지는 시야.


“현진!”

“깜짝아!”


옆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덕분에 진심으로 놀랬다.


“뭐 죄지었어?”


옆에 있던 사람은 진은희였다.


“네가 왜 여기에?!”


진심으로 당황해서 말도 잘 안 나온다.

“조용히 하고 봐.”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지않아 언제나 붙어 다니는 나와 이하연이 왔다.

다른 학생들의 면상이 모두 그늘져서 보이지 않는다.


“어? 지규혁이다.”


그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저 구석에 임경훈도 보인다. 머지않아 둘 다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드륵!


그때였다. 교탁 쪽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남성. 홍연기였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몸이 기억하는 느낌이다.


“자, 모두들 앉아. 오늘도 시작해야지. 데스 게임.”


데스 게임? 그게 뭐야? 죽음의 게임을 학교에서 한다고?


옆을 돌아 진은희의 표정을 보았다. 뭐라 해야 될까? 지금 그녀의 표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증오’다. 그녀가 깨문 아랫입술에서 붉은 피가 나오며 검붉은색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빛을 내는 것 같았다.

“저, 괜찮아?”


떨리는 손. 그녀는 홍연기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홍연기는 작게 잘라진 네모난 모양의 종이를 가져왔다. 그것을 한 명, 한 명에게 나누어주었다.


“자, 이젠 모두들 반에서 가장 열 받는 친구를 적어.”


콧노래를 부르던 홍연기는 교실 TV 뒤에 있는 각목 하나를 꺼냈다.

각목을 잡고 골프를 치는 시늉을 하는 동안 교실의 학생들은 손을 떨기 시작했다.


“왜 그래? 그냥 편하게 적어. 익명은 보장해 줄게. 수업 시간에 제일 방해되는 친구.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친구. 그런 애 있잖아. 참고로 백지로 내면 전부 맞는 거다.”


중학교 1학년들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 얘기다. 그렇게 3분 정도가 지나자 홍연기는 기지개를 피며 입을 열었다.


“맨 뒤에 있는 놈들, 앞으로 나오며 걷어라.”


익명 보장은 무슨, 저러면 다 볼 수 있잖아. 적어도 적은 종이는 접으라고 해야지.


홍연기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XXX 나와.”


누군가 지목되었다. 이름이 흐릿하게 들려 정확히 누구라고 판단하기는 힘들었지만 확실히 지명 당했다.

그러자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남학생이 나왔다. 그 학생이 학생들을 대표하여 엎드려서 허벅지와 종아리에 수차례 각목으로 맞았다.


“이게? 내 기억?”

“정확히는 이하연의 기억이야.”


내 물음에 진은희가 답하였다. 난 그녀에게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왜냐면 지금, 이렇게나 분노하는 진은희를 처음 보기 때문이다.



풍경이 바뀌었다. 다음은 강당이다. 그곳에는 작은 창고가 존재하였다. 홍연기는 나와 이하연을 그곳으로 불러내었다.


“너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홍연기는 이하연을 보며 말하였다. 하지만 농인인 이하연에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짝!


작은 창고에 울려 퍼지는 소리.


“뭐 하는 짓이야?!”


나도 모르게 그 광경을 보고 소리쳤다. 그러자 진은희는 말하였다.


“이건 기억이야. 말해도 저들은 못 듣고, 우리는 저들에게 관여할 수 없어.”


교사 홍연기는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판단해서 이하연의 따귀를 강하게 내리친 것이다.

그러자 과거의 중학생이었던 내가 그에게 항의하였다.


“하연이는 소리를 잘 못 들어요. 절대 무시하려던 게 아니에요.”

“시끄러! 그럼 네가 통역을 잘했어야지!”


홍연기는 주먹을 쥐고 어린 구현진의 얼굴에 휘둘렀다.


퍽!


강렬한 소리와 중심을 잃고 쓰러진 구현진. 어린 현진이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져 있자 이하연은 눈물을 연신 흘리며 온몸으로 구현진을 껴안았다.


“아주 드라마를 찍어라!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이하연을 밀친 홍연기를 발로 몇 차례 구현진을 밟았다. 복부를 밟혀 강당 창고 바닥에 구토하였다. 그러자 홍연기는 더럽다는 듯, 코를 막으며 말하였다.


“냄새나게 뭐 하는 거야?! 먼저 갈 테니까 이거 치우고 올라와. 알았어?!”




이번 풍경도 끝났다. 너무나 경악스럽고 충격적인 풍경이 덕분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다. 이걸 어찌 반응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다음 풍경은 교무실의 풍경이다.


“그래, 요즘 힘든 거 없어?”


아무래도 이건 개별 상담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듣지 못하였다. 그런 그녀의 몸을 한번 훑어보는 홍연기.

그러더니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저 미친놈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와 버렸다. 그러자 진은희는 상당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게 홍연기라는 인간의 본질이야. 소심해 보이거나 약점이 잡힌 여학생들 데려다가 저렇게 성폭력을 즐겼지.”


어린 이하연의 모습과 현재의 이하연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떠올렸다. 그녀가 사람을, 특히 여성보다는 성인 남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취할 때가 많았다.

그 이유가 이거 때문이구나.


지금 진은희가 느끼고 있는 분노, 증오. 잘 알 거 같다. 지금 당장 내 손으로 저 돼지 새끼를 죽여 버리고 싶다. 아까 경비 괴물에게 느꼈던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분노.

식칼을 들었을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마지막 장면이야.”


어린 내가 식칼을 들고 홍연기에게 뛰어가고 있다. 분노와 증오를 닮은 행동. 하지만 그 행동은 실패하였다. 이하연의 날 껴안고 막아선 것이다.


“어째서?”


난 의문을 가졌다. 그러자 진은희가 검붉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번에야말로 성공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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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앙의 생존자는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22.12.18 11 0 12쪽
36 트라우마 22.12.17 10 0 11쪽
35 또 다른 재앙 22.12.16 12 0 12쪽
34 마음 아픈 아이 22.12.15 11 0 12쪽
33 불운의 아이들 +1 22.12.14 16 1 11쪽
32 나 자신과의 토론 22.12.13 11 1 12쪽
31 돌아온 일상 22.12.12 14 1 12쪽
30 홍연기 22.12.11 14 1 12쪽
29 내전 22.12.10 16 1 12쪽
28 멸망한 세상2 22.12.09 14 1 12쪽
27 멸망한 세상 22.12.08 17 1 12쪽
26 과거의 기억 22.12.07 17 1 11쪽
25 이예은 22.12.06 15 1 12쪽
24 불행한 일상 22.12.05 14 1 12쪽
23 일상 22.12.04 17 1 12쪽
22 해방 22.12.03 20 1 12쪽
21 아동학대 22.12.02 19 1 12쪽
20 고문 22.12.01 19 1 12쪽
19 돌연변이 학교 22.11.30 21 1 11쪽
18 폭주자 22.11.29 20 1 12쪽
17 두 번째 무기 22.11.28 22 1 11쪽
16 알파 22.11.27 24 1 12쪽
15 돌연변이 관리 부대 22.11.26 24 1 11쪽
14 능력자 단체 22.11.25 21 1 11쪽
13 종교(3) 22.11.24 20 1 11쪽
12 종교(2) 22.11.23 20 1 12쪽
11 종교(1) 22.11.22 27 1 12쪽
10 사람의 이기심 22.11.21 29 1 11쪽
9 분노 22.11.20 26 1 12쪽
» 과거의 기억 22.11.19 31 1 12쪽
7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8 32 1 12쪽
6 임경훈 22.11.17 32 1 13쪽
5 지규혁 22.11.16 31 1 10쪽
4 붉은 하늘의 세계 22.11.15 39 1 9쪽
3 이하연과의 만남(2) 22.11.14 43 1 9쪽
2 이하연과의 만남(1) 22.11.14 61 1 8쪽
1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 22.11.13 11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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