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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의 천재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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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2.12 17:04
최근연재일 :
2024.02.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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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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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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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665

작성
24.01.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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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5화

DUMMY

폰티악은 실종자들의 시체를 바라봤다. 자신의 동생을 포함한 병사 여덟 명의 시체를 전부 찾았다.


“실종된 조사대의 임무는 우리가 이어받는다. 이대로 추적을 속행해 주술사를 끝장내는 게 우리의 목표다. 분명히 근처에 있을 터.”


죽은 자들의 장례를 치러줄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잠시 주변을 살핀 레인저가 대열의 앞에 섰다.


렌도 아무 말없이 그들의 뒤로 따라 붙었다.


“위험한거 아닌가요? 뭐, 저야 상관 없지만.”


“위험하지. 그렇기에 기회인 법이다. 이정도 수준의 나무 정령은 마음먹는다고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오크 쪽에서도 오래 전부터 숲에 장난질을 친 걸 게다. 이 근처를 두고 물러났을 리가 없어. 우리가 처치한 정령들 수가 꽤 되니, 지금 몰아붙여야 해.”


일반 병사들이야 감히 토를 달지 못 했고, 오러를 다룰 줄 아는 용병 두 명도 폰티악의 의견에 동의했다.


오크 주술사는 오크 내부에서도 고위 전력으로 취급받았다. 그런 놈 모가지를 썰 수 있다면 금화를 한 바가지로 받을 터다.


그들은 깊은 숲 속을 향해 한참을 이동했다. 레인저는 이런 안개 낀 숲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베테랑이다.


“······기사님, 여길 보십쇼.”


헌데 그런 베테랑 레인저의 얼굴에 낯빛이 드리웠다. 그가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한참은 걸었다. 숙달된 레인저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으니 방향을 잘못 잡았을 리가 없다.


“저건···”


레인저의 손가락 끝이 가리킨 건 쓰러진 나무 정령. 렌이 두 조각으로 잘라버려 땅바닥에 나뒹구는 나무 정령의 시체였다.


“처음엔 헷갈렸나 싶었는데 그게 아닙니다. 같은 장소를 빙빙 돌고 있어요.”


“안개 때문에 길을 제대로 못 찾은 게 아니고?”


“동부 성채에서만 10년입니다. 안개 뿐이라면 눈을 감고도 다니지요. 방향 감각이 정상이 아닙니다. 분명히 주술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렌이 주위 숲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미로처럼 사람을 빠져나가지 못 하게 만드는 주술이라니.


“야단났군.”


기사라고 오크 주술사가 무슨 주술을 사용하는지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레인저는 일행의 하나 남은 길잡이. 그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 한다면 곤란해진다.


그 때 렌이 나서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어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네가?”


“네. 그냥 무식하게 마력을 때려박으면 돼요. 소모가 심해서 안 하려고 했는데···”


렌이 마력을 끌어올려 주위를 살폈다. 이런 식으로 마력을 낭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렌을 중심으로 호숫가에 물방울이 떨어지듯, 마력이 퍼져나갔다. 오로지 렌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었다. 주변 숲의 나무, 돌, 시냇물 따위의 위치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스르륵, 슥.


숲이 스산했다. 죽은 것 처럼 고요한 숲 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닥쳤다.


‘냄새.’


그 순간 렌의 후각에 기이한 향이 감지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로 맡는 게 아닌 마력으로 맡는 냄새다. 이 자리의 누구보다 기감이 뛰어난 렌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피비의 몸에서 맡았던 악취와 비슷한 냄새가 풍겼다.


“아저씨.”


“왜 그러느냐.”


“뭐가 다가와요. 아니, 이미 많이 가까워졌어요.”


그 순간 주위를 살피던 레인저가 활시위에 활을 먹였다. 기사 폰티악과 다른 용병들 또한 이상한 조짐을 감지한 참이었고.


크르르륵. 크르르르륵.


오크 숨 쉬는 소리가 거칠게 울려퍼졌다. 자세를 잡은 뒤 폰티악이 외쳤다.


“전방에 적 출현! 오러의 검사를 중심으로 뭉쳐라!


“그워어어어어!”


그 순간 사방에서 오크 함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제길, 포위당할 뻔 했군. 렌. 네가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어떻게 하기는.”


그에 폰티악이 검을 뽑아들었다.


휘리리릭!


팅!


날아온 화살을 폰티악이 검날로 튕겨내는 것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괴성을 내지르며 돌격하는 오크 부대와 인간 측 병사들이 얽혔다.


“구워어어어!”


서컥!


뎅강!


콰지지직!


빠그쟉! 콰지직!


“죽어어라!”


“그워어어어어!”


냉병기와 냉병기가 부딪힌다. 인간과 오크의 피가 섞여 바닥을 적신다. 허공을 맴도는 고함 소리는 전투의 열기에 파묻혀 사라진다.


콰아아앙!

쐐애액!


“끄으···으?”


풀썩.


문제는 오크 병사들이 아니었다. 잘 싸우던 병사 하나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거대한 투명한 칼날이 몸을 자른 것 처럼 보였다.


‘마력.’


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크 주술사의 원거리 공격은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끄으으으아! 하압!”


서컥!


검을 휘둘러 오크 머리통 하나를 반으로 갈라버린 폰티악이 렌을 돌아봤다. 숙련된 기사인 그는 오크 주술사의 공격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렌! 오크 주술사의 공격일세! 놈들의 허파를 깊숙이 찌를 한 방이 필요해! 지금 주술사를 정확히 특정할 수 있는 건 자네뿐이야!”


스으으.


그 순간 이질적인 감각이 렌의 기감에 포착됐다. 나무 정령이 살아날 때 느껴졌던 꺼림칙한 감각.


스걱.


콰직!


뒤로 덤벼드는 오크 하나를 가볍게 베어내며, 렌이 외쳤다.


“와요. 모두 조심-!“


들썩!


쿠르릉, 쿠르릉!


그 순간 대지가 요동쳤다. 주위에 자라난 나무가 휘청거리며 뿌리째 뽑혔다.


“······땅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주술이라니. 모두 무사한가!”


여기저기서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렸다. 처음 나무 정령을 상대했을 때 처럼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병력들은 칼을 쥐어들고 남은 오크와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주술사의 공격에 피해가 막심했다.


폰티악이 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독 행동을 할 거라면 놈이 큰 기술을 사용한 지금이 적기였다.


“주술사를 잡아 죽여야 하네. 할 수 있겠나?”


“네. 다녀올게요.”


“죽지 말게. 상부에 건의해서 자네 의뢰금은 넉넉히 챙겨주도록 하지.”


훌쩍 뛰어오른 렌이 안개로 가득찬 숲을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땅을 뒤집어 엎는 큰 공격이 이어진 직후였다.


‘마력이 요동쳤었어. 저기다.’


렌은 마법 비스무리한 걸 본 적도 없다. 마법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면 주위의 마력이 요동친다는 건 처음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크 주술사는 인간으로 치면 마법사와 같은 놈들이라는 걸.


공격은 강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한 번 위치를 특정했다면 놓칠 이유가 없었다.


마력 감각은 나침반과도 같았으니까.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정확하게 아니 발걸음에 흔들림이 없다.


저 멀리 푸른 머리에 치렁치렁 장식을 한 오크가 보였다. 곁에는 놈을 지키는 경비 셋이 서있었다.


‘찾았다. 주술사.’


나무에 몸을 숨긴 채 그 쪽을 바라보던 렌. 주술사가 고개를 돌리고 렌의 방향을 빤히 바라본 건 그 때 즈음이었다.


“너, 이 놈, 날파리, 거슬려.”


오크 주술사는 말더듬이처럼 띄엄띄엄 말했다. 놈이 뭐라 손짓하자 오크 세 마리가 도끼를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훌쩍 뛰어오른 렌이 나뭇가지를 밟고 비상했다. 하늘에서 내려꽂힌 일격이 그대로 오크의 머리통을 갈랐다.


“그워어어어어!”


푸슉!


“칼 바람!”


촤아아!


그 순간 주술사의 지팡이가 번쩍 빛났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렌이 몸을 굴렀다. 서컥! 성인 허리 굵기의 통나무가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대단한 기술이야. 원거리에서 칼침을 놓는 것 같아.”


서컥-


달려드는 남은 오크 하나의 머리통을 따버리며, 렌이 움직였다. 남은 경비원까지 처리한 뒤 성큼 다가가자 홀로 남은 오크 주술사가 뒷걸음질 쳤다.


주술사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오크인데도 당황했다는 걸 알아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보고 피하면 되는 걸. 죽을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아.”


“닥쳐. 죽어라! 애! 칼 바람!”


써커커컥!


렌이 곧장 몸을 굴린 뒤 나무를 타넘었다. 한 번 공격하는 걸 봤으니 피하는 건 쉬웠다.


‘하지만 저런 적이 여럿, 그리고 제대로 된 편제 속에 있었다면···’


렌은 수십 마리의 오크 전사들과 함께하는 주술사의 모습을 상상했다.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행하는 주술사들은 마법사들과 그 역할이 비슷했다.


‘상대하기 힘들었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스윽. 검을 든 렌이 나뭇가지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내려앉아, 그대로 땅을 박찬다.


“렌 류流 검술 제일식···”


훈련으로 단련된 허벅지에 마력의 힘이 깃든다. 손과 눈 끝의 감각은 언제나 처럼 차갑다 못 해 얼어붙을 것 처럼 날카로웠다.


쐐애애액!


콰직!


“질풍참.”


툭! 휘릭!


데구르르.


오크 주술사의 머리통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깔끔하게 신체를 절단한 렌이 대가리를 집어 들었다. 시큼한 냄새가 풍겼다.


*


렌이 다가왔을 때에는 이미 전투가 끝난 뒤였다. 주술사의 죽음과 함께 후퇴한 오크들이었다.


스물 남짓한 병력으로 쉰 넘는 오크를 죽였다. 거기다 상위 전력인 오크 주술사까지. 작전 성공인 셈이었다. 상부에서는 막대한 보상을 약속하며 렌에게 숙소까지 내 줬다. 평범한 용병이 길바닥에 헝겊 깔고 잠을 잔다는 걸 생각하면 화려한 처사였다.


작전관은 렌과 했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글을 읽을 줄 아는 행정병 하나를 붙여준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저를 찾으셨다고.”


“그래. 2년 전에 여기로 팔려온 금발 머리 꼬맹이를 찾고 있어. 나이는 그 때 당시 아홉 살이었고, 이름은 레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찾기는 어려워요. 이 많은 문서를 다 뒤지려면 밤을 새워도 못 찾을 거에요. 그런데 레이···레이?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 것 같은데요?”


“뭐? 레이를 안다고?”


렌의 표정이 변했다. 설마하니 이렇게 바로 찾을 수 있을 줄이야.


“네. 렌님보다 두 살쯤 아래라고 했으니 나이대도 대충 맞아요. 그런데 그 사람, 여기에 없는 걸요.”


“왜 없지?”


“검귀 지크발. 들어보셨어요?”


“그래. 왕국의 소드마스터잖아.”


“그 사람이 종자로 삼았어요. 레이의 검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거든요. 1년정도 됐어요.”


“소드마스터의 종자가 됐다고? 나 참, 녀석.”


렌이 피식 웃었다. 내심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긴장이 풀리자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온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야. 다른 기사도 아니고 소드마스터라니.”


소드마스터와 함께 있다니.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음? 그 사람 형이라면서요. 뭐가 다행이에요?”


“소드마스터와 함께 있으면 안전한 것 아닌가?”


그 말에 행정병이 난색을 표하며 대답했다.


“어···음···렌 님께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검귀 지크발은 미친놈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요. 검노를 열 명씩 사들여서 서로 싸움을 붙이고, 이긴 놈만 밥을 준다는 소문이 있는 걸요?”


그 말을 들은 렌이 잠시 멍해졌다.


“······염병하네. 진짜.”


팔려가도 하필 그딴 놈에게 팔려가다니. 아무래도 동생 찾는 여정이 훨씬 길어질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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