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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의 천재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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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2.12 17:04
최근연재일 :
2024.02.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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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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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665

작성
24.01.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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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2화

DUMMY

내딛는 발걸음이 묵직했다. 렌이 표정을 굳힌 채 사내의 뒤를 따랐다.


‘분명해. 어머니를 후려쳤던 그 녀석이다.’


자칭 모험가 3인방의 대장. 제리.


아버지 배를 찔러 죽인 놈. 대머리.


어머니 머리를 깨 죽인 놈. 애꾸눈.


렌은 사내 세 명을 그런 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쫓아가는 사내는 그 중 마지막, 어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놈이었고.


놈의 하나뿐인 눈동자를 보니 그 때 기억이 떠올랐다.


힘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 때.


끔찍한 악몽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렌이 저도 모르게 이를 뿌드득 갈았다.


‘진정하자.’


그가 억지로 감정을 차갑게 식혔다. 아르텔에서 놈을 발견한 건 천운과도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런 기회는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절대 놓치면 안 돼.’


애꾸 눈 사내는 어느 여관으로 걸어들어갔다. 렌이 마력을 퍼트려 여관 내부의 동향을 살폈다.


‘여관 주인, 그리고 애꾸 눈. 둘이 전부인가.’


한적한 여관이다. 렌은 마력 기감을 통해 애꾸눈이 곧바로 2층 숙소방으로 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층으로 곧장 잠입하기만 하면 여관 주인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그가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몇 없었지만 환한 대낮이었다.


‘뒤로 돌아서 빠르게 잠입한다.’


여관 뒤편은 으슥했다. 렌이 나무 상자를 밟고 2층 난간에 매달렸다. 그리고 주위를 면밀히 살피며 여관 내부로 잠입했다.


렌은 사내의 목숨을 살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부터 할 건 살인이다. 들키면 안 돼.’


도심에서 칼 휘둘러본 적은 몇 번 있다지만 사람 목숨을 빼앗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경비병이 출동한다고 해도 빠져나올 자신 있었지만, 대장장이 말마따나 개백정처럼 경비병을 썰어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렌은 자신의 목적을 상기했다. 복수, 그리고 동생을 찾는 일.


철컥.


그가 창문칸을 열어 재꼈다. 그 순간 애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렌은 굳이 숨을 생각도 없었다. 이 정도 거리까지 접근했다면 1초만에 팔다리를 잘라버릴 자신이 있었기에.


“···좀도둑인가? 너 병신이냐? 방에 사람이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들어와?”


“오랜만이야.”


“뭔? 오랜만은 지랄. 난 너 누군지 몰라.”


애꾸눈이 품 속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아르텔도 고아 새끼들 손 버릇 안 좋은 건 마찬가지군. 이리 와라. 내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마.”


“너는 나를 기억도 못 하는구나.”


“나를 본 적이 있나? 하, 내가 너 같은 놈 얼굴을 왜 일일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지?”


“······”


렌은 말없이 칼집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소년에게 가족은 세상의 전부와 같다. 열한 살과 아홉 살이라면 말 할 것도 없다.


어린 시절의 모든 추억을 앗아가놓고, 정작 본인은 기억조차 못 하고 있다니.


새삼 화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칼집에 걸친 엄지 손가락을 슬며시 밀어올렸다. 칼자루를 잡은 오른 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끌어당긴다.


키-이-이-잉.


소름끼치는 검명이 울려퍼졌다. 백련정강 검이 어서 피를 먹여 달라는 듯 날카롭게 울었다.


“···한 번 해보자는 거냐?”


“빨리 죽지 마라. 넌.”


촤악!


렌이 검을 휘둘렀다. 애꾸눈은 반응하지도 못 했다.


툭. 그의 오른 손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콰직! 순식간에 틀어박힌 장검은 허벅다리를 관통했다. 그가 주저앉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물론 렌이 비명을 허락했을 리가 없다.


“끄르륵, 끄윽, 끕! 으으읍!”


“닥쳐.”


쾅!


허벅다리에 처박힌 검을 한 번 걷어찬다. 검신이 파르르 떨리며 놈의 다리뼈가 갈려 나갔다. 렌이 잠시 그 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뗐다.


“으, 므워, 너, 뭐하는 새끼···”


쾅!


입에서 냄새를 풍기며 말 하는 꼴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주먹으로 턱주가리를 한 대 후려쳤다. 이빨이 우수수 떨어져 나무 바닥에 박혔다. 강냉이까지 털어버린 렌이 그제야 사내의 입을 열었다.


“으, 으으. 우으으···”


“이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네가 노예로 팔아넘긴 사람이잖아.”


“어, 서, 얼마. 그, 때. 그 새끼···”


“그래. 그래. 그 때 그 새끼가 칼을 잡고 네 앞으로 왔어. 이름이 뭐냐?”


렌이 사내의 단도를 들고 목젖을 쿡 찔렀다. 피 명 방울이 배어나왔다. 사내가 침음성을 삼키고 대답했다.


“···에, 드윈. 내 이름은 에드윈이다.”


“좋아. 에드윈. 내 동생은 어디다 팔아넘겼지?”


에드윈은 그제야 렌의 얼굴을 떠올렸다. 몇 년 전, 에드윈은 한 오두막에서 일가족을 살해한 뒤 아이들을 노예로 판 적이 있었다.


“모병, 관. 모병관. 그 애는 노예병으로 팔았다. 정말이야. 믿어다오.”


“아홉 살짜리 애가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노예병으로 팔아넘겼어.”


“마침 잡역부를 사들이고 있길······끅! 끄으···”


“어느 도시에서 팔아넘겼어?”


에드윈이 어물쩡거렸다. 기억을 더듬는 듯 했다. 푹! 허벅다리에 칼침 한 방 더 놓아주자 혓바닥에 기름칠을 한 듯 정보가 술술 튀어나왔다.


“끄읍, 으으읍! 링가트! 분명 링가트였다! 너를 광산에 처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어!”


“링가트면 동부 전선으로 팔려간 게 확실하겠어. 그렇지?”


“으, 그래. 그래! 동부가 확실하겠지!”


“지랄하네. 확실하기는 뭐가 확실해? 동부 전선인 걸 알았다면 동부 전선이라고 말했겠지.”


동생의 행방을 알아냈으니 남은 건 하나 뿐이었다. 남은 두 놈들의 행방.


“너. 그 때 같이 다녔던 네 대장, 제리. 그리고 대머리. 나머지 두 놈 어디있어.”


“···그 놈들이랑 헤어진지는, 1년이 넘었다. 말 하면, 살려줄 거냐?”


렌은 칼침을 한 방 더 놓아 주려다가 나무 바닥이 흠뻑 젖은 걸 보고 그만뒀다. 과다출혈로 죽어버린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일이 없다.


대신 오러를 머금은 주먹으로 턱주가리를 한 대 더 후려쳤다.


에드윈의 턱이 다 깨져서 피가 질질질 샜다.


“안 살려줄 거야. 고통 없이 죽여줄 생각도 없어. 대신 한번만 더 그딴 개소리 지껄이면 후회하게 해줄 자신은 있어.”


렌이 칼날을 들어 시퍼렇게 빛나는 오러를 피워올렸다. 그리고 에드윈의 귀 근처에 가져다댔다.


에드윈이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그가 발작하듯 토해냈다.


“컥, 아곤은, 나랑 같이 용병지, 질을 하다가 오러를 깨우쳤다. 레이먼드 백작령의, 기사가 됐어. 그리고 제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몰라. 어느 날 눈 뜨고 보니 없어졌어. 정말이야. 믿어줘.”


“글쎄.”


렌은 단도를 들어 에드윈을 찔렀다. 그는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생살을 여미는 고통은 어지간한 고문보다 효과적이다. 평범한 인간은 도저히 버티지 못 한다.


오러에 닿은 살점이 매끄럽게 잘려나갔다.


죽이기 전 몇 번이고 재차 확인했으니 그가 한 말이 거짓일 리는 없었다. 에드윈은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도 거짓을 주워섬길 만큼 담대한 사내가 아니었다.


피부에 수도 없이 많은 자상이 새겨진 채, 에드윈은 피를 토하며 죽었다.


렌이 얼굴에 점점이 튄 피를 닦으며 일어섰다. 여관 주인에게는 사과의 의미로 금화 한 닢을 남겨두었다.


‘동생은 노예병으로 팔렸다. 동부 전선일 확률이 높아.’


‘제리는 어딘가로 사라졌으며, 아버지의 배를 꿰뚫어 죽인 아곤은 레이먼드 백작령의 기사가 되었다.’


렌은 알아낸 정보를 머릿속에 똑똑히 박아넣은 뒤 창문칸을 타넘었다. 여관 밖으로 빠져나온 렌이 인파 사이에 몸을 숨겼다.


*


“알렝 아저씨. 물어볼 게 있어요.”


“무슨 일이니?”


여관에서 빠져나온 렌은 곧바로 교회로 향했다.


“아저씨. 교회의 조사원이라고 했죠. 조사원이라면 정보를 수집할 테고요.”


교회의 조사원은 성기사의 투입이 필요할만한 일을 추적해 교단에 보고하는 일을 했다. 보통은 사교도 집회, 마녀, 변절자 무리를 색출하는 일을 맡았다.


자연스레 정보를 다루는 일에 능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진 바 무력은 평범한 편이지만 알렝도 평생 이 일을 해왔다. 조각난 단서를 끼워 맞춰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일은 그의 특기였다.


렌은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알렝은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렌, 화가났군.’


한 마디 한 마디가 묵직했다. 가족의 원수를 만났는데 어찌 평온할 수 있으리. 이야기를 다 들은 알렝이 고개를 끄덕였다.


“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그런 가정사가 있었을 줄은 몰랐구나.”


“염치없지만 도움을 좀 받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물론이지. 잘 왔다. 정보 길드라고 들어봤느냐?”


“정보 길드요? 듣기만 해봤어요.”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 길드. 그런 게 존재한다는 건 알았지만 뭐 하는 집단인지는 잘 몰랐던 탓이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알렝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외출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그가 보자기를 내밀었다.


“내가 아는 정보 길드원에게 안내해주마. 네가 뭐 하는 놈인지 물어보면, 그걸 보여주면 되겠지. 확실한 걸 좋아하는 놈들이니 직접 가져온 거다.”


“이게 뭔데요?”


“네가 자른 마녀 대가리. 내일 이단 심문관에게 보여주고 태울 예정이었다. 잠깐 사용한다고 큰 문제 없겠지.”


“아하.”


렌이 허리춤에 마녀 대가리를 달고 알렝을 따라나섰다. 아르텔 시장의 어느 한 구석, 짚더미로 가려진 문을 통해 렌과 알렝이 들어섰다.


1층이 폐허인 건물이었다. 개박살난 집기와 가구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알렝은 능숙하게 가구를 타넘어 2층 계단을 뛰어올랐다. 렌도 뒤따랐다.


똑똑, 똑똑똑똑.


똑똑똑, 똑똑.


신호로 보이는 여러 번의 노크 소리. 렌이 칼자루에 손을 댄 채 가만히 기다렸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렸다.


“하아. 이 시간에 뒷문을 두드리는 게 누군가 했네. 알렝? 교회의 번견이 대낮부터 웬 일이야?”


“반갑네 소냐. 오늘은 내가 아니라 다른 손님이야.”


“···이런 식으로 추천인을 남발하면 못 써. 어린애잖아?”


“그냥 어린애가 아닐세.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검사지. 렌.”


그 때 렌이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렌이에요. 사람 좀 찾으러 왔고요.”


알렝을 맞은 여자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새빨간 입술 사이로 담배 연기가 훅- 빠져나왔다.


“흐음. 그래. 렌. 나도 반가워. 그런데 아무리 추천인이 있다고 해도 아무 의뢰나 받지는 않거든. 아무한테나 정보를 팔아 넘기지도 않고. 실력이랑 신용. 둘 모두 필요해. 알렝은 교회 사람이니까 예외를 둔 거고.”


“실력이랑 신용이라면.”


렌이 성큼 다가가 보따리를 풀었다. 알렝을 끼고 왔으니 신용은 해결 되었을 테고. 남은 건 실력 뿐.


툭.


촤라락.


“이건 뭐야? 뭐길래 그렇게 자신 있게 보여줘?”


“마녀 대가리요. 여덟 조각으로 잘려서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완전히 드러난 마녀 대가리에 붙은 촉수가 추욱 늘어졌다. 혹시나 싶어 보여준 것이다.


“제가 자른 거에요. 이런 거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어리다고 무시하더라고요.”


“......”


설마하니 사람 대가리도 아니고 마녀 대가리를 이렇게 덜렁덜렁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여인은 그 모습을 똑바로 보기 위해 잠시 숨을 참아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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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7 24.01.18 8,898 210 15쪽
19 19화 +8 24.01.17 8,948 214 14쪽
18 18화 +24 24.01.16 9,044 211 14쪽
17 17화 +11 24.01.15 9,161 212 16쪽
16 16화 +11 24.01.14 9,264 2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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