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2340_yunjin110 9 님의 서재입니다.

40.2분의1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아콜라피샤
작품등록일 :
2019.05.02 16:59
최근연재일 :
2019.07.18 10:3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75
추천수 :
22
글자수 :
59,691

작성
19.05.29 16:07
조회
99
추천
2
글자
12쪽

명품버스회사

DUMMY

명품 버스회사는 경기도 지역에도 다섯 노선이 있어 제법 큰 회사이고, 올해 초 서울에 한 개 노선을 더한 탄탄한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금수라는 김 사장님 기사는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홍미와 수다 떠는 기분까지 느꼈다.

승용차에 타자마자 요란하게 울리는 무전기 소리가들렸다.

버스회사에서는 모두 무전기로 소통을 한다는데 세준은 처음 보는 것이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회사까지 가는 동안 김 사장님은 말씀이 한마디도 없었다.

역시.. .결벽증에 여성 기피증에 과묵하기까지...

회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차로 뛰어들 듯 뛰어오는게 보였다.

차가 멈추자마자 김 사장님이 내린 후 세준과 기사 금수도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

뭔... 일이야..

세준은 오자마자 무슨 일이 있어 보이는 광경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뻘쭘이 서있었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한진철씨 영등포 경찰서에 계시데요"

"또요...?"

"그래도 이번엔 형사과는 아니랍니다..교통계 차 계장님이 진철이 알고 계시니 아마 그쪽으로 모셔갔나 봐요... 어쩌죠"

"제가 가보겠습니다. 여기. 한 달 동안 우리 식당 밥해주실 고정란 이모님 이세요. 식당으로 안내 부탁드릴게요. 장 부장님"

장 부장이라는 사람에게 세준을 맡긴 김 사장과 금수는 다시 차를 타고 영등포경찰서로 향했다.

세준은 원래 낯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도 워낙 이 일 저 일 안 해본 일이 없어서그 런지 혼자 남은 이 상황도 견딜만했다.

"아. 식당 밥해주신다는 이모님이시구나. 이쪽으로 오세요"

장 부장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세준은 잘 갖추어진 식당과 주방 내부를 보고 역시. 돈이 좋다고 생각했다.

주방을 둘러 볼때는 음... 하며 김 사장님은 여길 아주 싫어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님 방이 어떤지 알고 있는 세준이 보기에 여긴 정말~더러운 축에 속했다.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이것저것 보고 있는 세준에게 장 부장님이 다가와 주춤거리셨다.

"이틀 동안 도시락을 먹었더니 국물 있는 게 먹고 싶은데...어찌... 김치찌개 같은 거 안될까요?"

"여긴 몇 분이나 식사하세요?"

"교대로 먹긴 하는데 총인원은 25명이에요. 아직 예비차 기사는 못 뽑아서 몇 명 없어요. 원래 주방에도 이모님하고 이모님 조카 분하고 해서 두명이 하는데. 지금 두 분 다 일이 있으셔서... 어쩌나... 혼자 할 수 있겠어요? 누구 붙여줄까?"

혼자 한다는 것 보다 25명이... 몇 명 없는 편이구나..

이왕이면 아빠처럼 나이 지긋한 장 부장님이 드시고 싶다는 걸 해드리고 싶었다.

김치냉장고 쪽으로 가서 열어보니 새콤한 냄새가 나는것이 묵은지도 있는것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세준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혼자 해보고 안되면 부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오늘은 김치찌개 끓일게요. 김치는 많네요"

"하하. 잘됐다..모두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해요. 역시 한국사람들은..."

장 부장님이 나가시고 세준은 큰 냄비에 물을받 아 냉동실에서 꺼낸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먼저 푹푹 끓였다.

쌀을 불려 장 부장님이 알려준 큰 전기밥솥에 앉힐까 하다가 맛이 덜할 것 같아 큰 압력밥솥 몇 개 보이는 것에 불을 당겼다.

냉장고에 있는 마른반찬 몇 개가 보이는데 아무래도 먹기엔 너무 말라비틀어진 것 같아, 세준은 김치를 돼지고기와 볶아 육수를 넣어 끓인 후, 제일 많은 식재료인 멸치를 달달하고 매콤하게 볶아놓고, 오이를 30개 썰어 절이지 않고 양파와 고추장과 매실을 주로 해서 무쳐놓았다.

손에 익지 않은 주방이고, 뭐가 어디 있는지 몰라 한 시간 반 만에 많은걸 할 수 없어 할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얼추 밥과 찌개 반찬 두 개가 완성되었을 때 웅성웅성 하며 몇 명의 사람들이 식당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재워 놓지 않은 마른김까지 가위로 잘라 앞에 가지런히 세팅해놓았다.

밥을 압력밥솥 큰 걸로 몇 번을 더했는지 모르겠다.

다들 김치찌개에 밥을 많이들 드시는 것 같았다.

열 분 정도 먼저 드시고, 좀 지나자 몇 분 씩 들어와서 식사를 하시고 나가시는 것이 보였다.

세준은 맛있게 먹었다며 주방 안까지 들어와 인사하고 나가시는 몇 분들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며 진가가 발휘된 것 같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점심엔 더 열심히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 지는 세준이었다.

아침을 차려놓은 후엔 바로 계란을 삶아놓고 냉동실에 있는 돼지고기를 한번 끓여 불순물을 뺀 후에 간장과 허브몇개를 집어넣어 삶다가 건져 쫙쫙 찢어서 계란과 같이 장조림을 해놓고, 콩나물을 데쳐 잔뜩 있는 당면과 함께 매콤하게 무쳐놓았다.

수북이 쌓여있는 감자에 제일 시간을 많이 들여 깎아서 점심에 하얀 감자국을 끓여서 같이 내놓았더니. 반응이 아침보다 더 좋았다.

저녁이 되기 전 식재료들을 받으며 내일 할 반찬을 정하지 못해 어묵 종류와 무, 소고기등을 받아놓았다.

저녁은 제일 많은 식재료인 감자로 카레를 만들어놓고 퇴근하려 주방에서 나왔다.

하루 종일 어디 있었는지 김 사장님은 보이지 않고, 기사 금수만 세준에게 다가와 고생하셨다며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몇 분 걸리지 않는 퇴근시간에도 금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세준에게 조목조목 말해주었다.

한진철이라고 1월 음주운전 한 사람에게 고3 딸을 잃은 기사가 한 명 있는데. 새벽에 버스운전 하다 음주운전 하는 것 같은 차를 보면 승객들이 있어도 쫒아 가 잡아 때리는 바람에 벌써 세 번째 경찰서에 다녀온다는 말을 해주었다.

오늘 사장님은 그 기사분 때문에 경찰서에서 밤을 새울거라고도 알려주었다.

아... 별의별 일이 다 있구나...

근데 사장은 왜 경찰서에서 밤을 새...

암튼 오늘 하루 너무 피곤하고 내일부터는 25명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세준은 김 사장집에 가서도 청소를 하며 꼼꼼히 내일 할 일을 생각했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완벽한 위장을 하고 내려가니 금수가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타세요. 이모님"

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 나의 위장이 참 잘 되었구나. 생각했다.

어제 불 앞에 오래 있었더니 화장이 지워지는 듯해 화장실을 여러 번 다녀와서 오늘은 더 꼼꼼히 화장과 위장을 해놓았다.

남의 속도 모르는 금수가 운전을 하며 말했다.

"이모님은 얼굴도 예쁘시고 젊은데 뭔 화장을 그렇게 하세요. 맨 얼굴도 예쁘시겠네요.하하하"

이눔아...니가 내속을 알아.~

"주름 생기니까 보기 싫어서 그래요. 호호"

치. 하면 할수록 늘어만가는 연기에 세준은 진로를 이쪽으로 해야 하나... 잠시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해보았다.

오늘도 차에 타자마자 무전기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금수의 수다도 다시 이어졌다.

압력솥 밥이 인기가 좋았지만, 어제 해보니 세준에게 너무 버거워 오늘은 전기솥에 밥을 했더니 확실히 밥들을 적게 드시긴 했다.

세준은 난데없이 압력솥과 전기솥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삼일이 지난 후엔 제법 식재료상 아저씨와 친해져서 - 그분은 또래로 아시는지 너무 친절하셔서 당황스러웠지만 - 이것저것 젓갈류도 좀 받게 되고, 더 싱싱한 식재료들이 많이 배달되었다.

김치 담글 시간이 없는 걸 감안하면 이 집에서 가지고 오는 김치들이 나쁘지 않았다.

금요일부턴 미리미리 삼일 동안 할 식단도 짜서 앞에 붙여놓았더니 기사분들의 호응이 아주 좋았다.

주로 전기밥솥을 썼지만 콩밥이나 현미밥을 해드리고, 꼭 고기나 생선도 하나씩 들어가도록 식단을 짰다.

가격은 신경을 안 쓰는지 김 사장님은 세준에게 미안해하며 식재료는 가격에 신경 쓰지 마시라는 말을 해주었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통장에 백만 원이 찍힌 것을 본 세준은 김 사장에게 달려가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김 사장은 하루에 십만 원 조금 넘게 쳐서 드렸는데 너무 작은 것 같다며 집안 청소는 당분간 하지 말라고도 했다.

두 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시니 힘드시겠다는 말도 해주었다.

아... 꿀보직이란 이런 것 일 것이다.

사실 세준은 청소보다는 밥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저 사람은 모른다. 푸하하

세준은 버스회사에 나온 지 사일째 되는 날 한진철 기사님을 보았다.

부장님과 같은 연배로 보였는데 나중에 금수의 수다에서 들어보니 장 부장님은 65세시고, 한 기사님은 52세 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딸 그렇게 되고 사모님은 병원에 들락날락거린다고 알고 있어요. 다른 자식들도 있나본데... 얼른 정신을 차리셔야 할텐데. 큰일이에요. 다음에 한 번만 더 이런일 생기면 이젠 진짜 감방 들어갈 줄 알라고 했다니까요"

이 버스회사 소식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금수 통신원이 여간 바쁘게 움직여야 말이지..

저녁으로 내놓으려 당근을 곱게 썰어 계란말이를 붙이고 있을 때 한진철 기사님이 주방으로 들어오시는 게 보였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한참 계란이 붙여지고 있는 프라이팬을 보더니 훽 나가버리신다.

잘못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저리 나가버리시니 마음이 안 좋아진 세준이 돌아오는 길에 금수 통신원에게 물어보았다.

"뭐. 딸이 좋아하던 반찬 아니었을까요... 아휴... 기사를 그만 두시라고 할 수 도없고. 진짜 큰일이에요"

금수의 말에 마음이 짠해졌다.

사실 세준도 아빠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워낙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잊고 지냈다.

아빠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 떠돌다 엄마와 나를 가졌다고 하셨다.

낳자마자 엄마는 도망가셨다고도 했고.....음...아빠를 생각하면 참 안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이야기는 잘 안 해서 모르겠지만 월남전 다녀 온 것도...좀 그렇고, 하는 일마다 안된 것도 좀 그렇고, 오십이 넘어 나 하나를 낳았는데 또 그렇게 병에 걸려 돌아가신게... 이제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생각해보니 참 슬퍼진다.

요즘은 김 사장님보다 세준이 기사 금수의 차를 타고 먼저 출근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금수는 세준을 내려준 후, 다시 돌아가 김 사장님을 태워 온다.

세준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보면 김 사장님 빨랫감은 하나도 없고, 청소도 퍼펙트하게 되어있어 진짜 할 일이 없었다.

이러다 말일에 입주도우미 급여를 안 준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혼자 속앓이를 하는 세준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잠시 짬을 내어 사무실에 들어가 앞으로의 일주일치 식단을 사무실에 앉아 워드로 작성해 식당 주방 창문과, 식당 입구에 붙여두었다.

성덕 아저씨. 우식 아저씨. 장 부장님은 현미밥이 싫다며 항의하러 오셨었지만 깨끗이 무시해드렸다.

일주일에 네 번이 현미밥, 세 번이 콩밥이니. 아마 싫으시겠지..

저녁 준비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때 김사장님이 세준에게 다가와... 머뭇머뭇대며 예의 그 얼굴을 비스듬히 보고 섰다.

"저. 오늘은 혼자 들어가셔야 되겠어요. 제가 지금 급히 갈 때가 있어서"

"그러세요. 저야 버스 타면 되죠"

흔쾌히 말하는 세준 앞에 머뭇대는 김 사장에게 금수가 빨리 타시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 지금 퇴근하는데. 내가 모셔다드릴게"

아이고. 아저씨.

한진철 기사님이... 어쩐 일이신지. 나를 데려다준다고 나서신다.

"괜찮은데요.."

더 불편할 것 같아 세준이 손을 흔들며 말해봤지만 김 사장님은 반색을 하며 한 기사님께 잘 부탁드린다면서 차를 타고 가버렸다.

으..

불편한 마음과 몸을 부여잡고 한진철 기사님의 작은 차에 몸을 싣었다.

"몇 살이에요"

"음... 사십인데요"

"진짜 나이말이야."

어떻게 알았지...

"진짠데요.."

일단 우겨서 넘어갈 수 있으면 넘어가려고 했다.

"내 딸이 19살이었어... 말투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비슷해... 몇 살이에요?"

다 알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아... 더 이상 거짓말을 하기도 뻘쭘해진다.

아...씨....걸렸으..

"스물이요.."

"아휴...뭔 사정인가 몰라도. 얼른 돈벌어 다른일 해요. 식당일도 그렇고 다 힘든 일이잖아"

"네..."

할말이 없는 세준은 처음으로..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40.2분의1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여름 모기 +1 19.07.18 74 3 10쪽
9 신경쓰이는 운전면허 +1 19.06.22 93 2 10쪽
8 김사장님의 누나. +1 19.06.18 88 2 14쪽
7 그때까진 있어도 좋아. +1 19.06.12 102 2 9쪽
6 세준의 고모 +2 19.06.10 107 2 16쪽
5 옆집 느끼남. +1 19.05.29 123 2 15쪽
» 명품버스회사 +1 19.05.29 100 2 12쪽
3 깔끔을넘어 결벽 +1 19.05.16 127 2 15쪽
2 첫 만남 19.05.09 130 2 8쪽
1 거짓말은거짓말을 낳는다. +1 19.05.02 232 3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