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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340_yunjin110 9 님의 서재입니다.

40.2분의1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아콜라피샤
작품등록일 :
2019.05.02 16:59
최근연재일 :
2019.07.18 10:3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73
추천수 :
22
글자수 :
59,691

작성
19.05.09 10:07
조회
129
추천
2
글자
8쪽

첫 만남

DUMMY

세준은 주말까지 내내 쓸고 닦는 일과를 반복하며 이 집 유리창에서 유리가 없어져

햇볕이 굴절될 일도 없도록 닦고 또 닦았다.

김치냉장고에도 겉절이. 깍두기. 얼갈이 열무김치를 비롯해 냉장고 안에도 그득그득한 밑반찬들이 한가득있으니.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이 집주인은 오는건지 마는건지...

그 이쁜 언니도 연락도 없고, 온다는 이집 주인도 연락이 없었다.

그래도 나가봐야 갈때도 없고, 집도 없고 하니 이 집에서 편안히 눌러 앉아 있으니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오늘은 온다는 날이라 세준은 일찍부터 가발에 화장에 꼼꼼히 점검했다.

매번 못하는 화장기술때 문에 헷갈리는 주름수를 꼼꼼히 그려보고, 핸드폰으로 분장을다 마친 후 사진도 한 장 찍어뒀다.

할아버지는 늘 허당이라고 하셨었지만 세준은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정말 노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밤 10시가 넘어가도록 안 오는 걸 보니 이집 주인은 아무래도 안 올듯싶었다.

다시 한번 쓸고 닦고 주인방 침구까지 모든 점검을 마치고 문간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밖에서 띠띠띠띠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헉... 왔나 봐... 왔으... 드디어 나의 물주가 오셨으...

바짝 긴장한 채 현관 중문 앞에서 대기했다.

큰 키에 구부정하게 들어오던 남자가 중문을 열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 한눈에 잡혔다.

나의 분장이 골룸 같았나...

세준도 좀 놀라긴 했다. 사업한다는 집안이니 남자일 거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저리 큰 키의 남자가 들어오니... 모태솔로인 세준의 가슴도 벌렁벌렁 힘차게 뛰었다.

액면가로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좋을듯하여 입을 열었다.

" 호호 말씀 들으셨죠? 누님하고 계약서 쓴 고정란이라고 해요. 어려워 마시고 들어오세요. 시간은 늦었는데 식사는 하시고 오시는 거예요?"

나름 눈웃음까지 치며 목소리도 예쁘게 말해 보았지만 , 저남자는 좀 떨떨음하게 보더니만 " 잠깐 소파에서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한다.

"그래요. 저도 드릴 말씀도 있고. 앉으세요"

누가 주인인지...

이 집에 일주일 있었다고 편안해졌는지 세준이 먼저 소파에가 서 자리를 잡자 집주인 남자도 어슬렁어슬렁 옆자리에 앉았다.

"아침에 출근은 몇시 에 하세요? 내일 월요일이니깐 내일부터 아침준비를 해야 될 거 같아서 미리 여쭤보는 거예요. 그리고 저녁은 몇 시쯤 차려놓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제 월급통장 말씀인데요... 그게 제가 일이 있어서 조카 통장으로 받아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사실 요 부분때문에 이 남자와 꼭 할 말이 있었던 거였다.

들어올 때 빼고는 얼굴도 안 쳐다보고 내내 거실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주인 남자가 생김과 똑같이 곱게 말했다.

"네. 그런 거 괜찮습니다. 식사 준비는 따로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버스회사를 하고 있어서 삼시세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냥 빨래와 청소만 해주시면 돼시구.

주말에도 굳이 이 집에 안 계셔도 됩니다. 볼 일 보시고 일요일밤에 까지만 들어 오시면돼요"

그렇게는 안 되지.. .일단 갈 때도 없고...

나가봐야 돈 밖에 더 쓰겠냐.

"아이... 난 갈 때도 없고. 그냥 여기 있는 게 편해요"

"자식들 있지 않으세요? 주말엔 자식들한테 다녀 오시고 하세요"

이 자식... 내가 스물인데 자식이 있겄냐...

이마에 힘줄 돋도록 퐉 치지만 엄연한 을로써... 곱게 다시 한번 말했다.

"제가 일찍 사별해서 자식이 없어요... 그러니깐 입주도우미로 들어왔죠. 그냥 편하게

대해 주세요. 그리고 식사도 아무래도 집밥이 낫지 않겠어요. 회사 밥 먹는다고 해도

내가 차려줘도 되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신경쓰지 마세요. 어차피 7시에 나가서 10시 넘어서야

들어 오게 되니까요. 청소하고 빨래만 신경써 주십시오.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럼"

후딱 지 할 말만 하고 훽~하니 안방으로 건너가는 남자를보며 세준은 저 양반도 모태솔로인가... 생각해 봤다.

이뻐서 혹시 못 쳐다보나...

들어가는 남자 뒤통수에 대고 세준이 힘껏 처음부터 물어 보고 싶었던 걸 물었다.

"이름...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내내 바닥만 보고 있던 남자가 처음으로 눈을 들어 세준을 비스듬히 보았다.

" 김부옥입니다."

" 아. 나는 고정란... 호호 사십이구... 호호. 김 사장님이라고 부를게요"

"편한대로 하세요. 저는 이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

"그래요. 그럼. 들어가 쉬어요."

겨우 통성명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저 남자이름도 자기 못지않게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잠자리에 드니 이 집에 와서 처음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새벽 5시부터 언제 부엌으로 나가야 되나 고심고심하다가 6시엔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가발과 화장으로 진한 위장을 마치고 싱크대로 향했다.

혹시 김 사장님 잠을 깨울까 조심조심 냉장고에서 두부 파 마늘 호박 감자 등을 꺼내

육수를 끓이고 된장을 풀어 넣어 채소들을 넣어 한소금 끓이고, 밥도 불려 놓은 서리태를 넣어 압력밥솥에 해 놓았다.

압력밥솥도 뭔 독일제인지. 우리나라 것보다 닫히는게 뻑뻑한거 같긴한데... 일주일 동안 써봐서 그런지 이제 손에 쫙쫙 붙는 것이 밥도 찰지게 잘됐을 거 같았다.

식탁 앞에 된장찌개와 겉절이, 깍두기, 아침이니 마른반찬 몇 개만 꺼내어 잘 차려놓고..이제 김 사장만 나오면 밥을 푸려고 하는데 김사장이 곱게 차려 입고 거실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김 사장님 식사하고 나가요~"

오늘 다시 보니 저 사람 아주 잘생겼다..

음... 진짜 맘에 든다.

슬쩍 부엌쪽을 보는 것 같은데.영 세준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집주인은 " 전 된장찌개 안 좋아합니다. 차려놓으신 거니 이모님 드세요. 전 회사에서 먹으면 됩니다. 저녁도 차리지 마시고 주무세요" 하고 금방 나가버렸다.

헐... 한국사람이 된장찌개를 안 좋아할 수가 있어...

뭔 멍멍이 소리야 정말.

잠도 못 자고 첫날이라 조용조용 가만가만 음식 해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점점 열이올 라가고 있는데 중문이 드르륵 다시 열리더니 주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님 . 제 방 창문 창틀 끝은 잘 안 닦인 거 같습니다. 오늘 더 세심하게 청소 부탁드릴게요. "

다시 대문이 철커덕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이젠 정말 집주인이 나간 것 같았다.

세준은 진짜 억울했다.

일주일을 청소하며 정말 새들이 날아와 유리창 인지도 모르게 부딪힐 정도로 닦았는데

그 모서리가 안 닦였었단 말인가.

뭔 남정네가 저리 세심히 구석구석을 보는지..

장가가긴 다 틀렸다... 너도...

속으로 있는욕 없는욕을 다 쥐어짜내 해보면서도 눈은 식탁에 고정됐다.

잘 차려놓은 식탁을 보니 못 먹고 자라 식탐이 많아서 그런지 세준은 입에 침이 한가득 고였다.

자기가 해놓고도 너무 맛있어 어쩔 줄 모르면서 세준은 국그릇으로 밥을 퍼담아 한그릇다 먹고 주인 먹으라고 퍼놓았던 밥공기까지 깨끗하게 다 비웠다.

이젠 움직여야 하는데 밥을 그렇게나 먹었으니... 바로 거실 바닥으로 누울 수 밖에...

오늘 할 일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다른데는 필요 없고 저 남자방만 아주 쓸고 닦고 윤을 내주리라 다짐에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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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깔끔을넘어 결벽 +1 19.05.16 127 2 15쪽
» 첫 만남 19.05.09 130 2 8쪽
1 거짓말은거짓말을 낳는다. +1 19.05.02 232 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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