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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사신 소녀와 시간의 장의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4.04.11 14:45
최근연재일 :
2024.04.19 18:0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52
추천수 :
0
글자수 :
43,886

작성
24.04.15 19:18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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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제국의 현실

DUMMY


“까악!”


급하게 몸을 일으킨 탓에 여동생이 놀랐다.


그치만, 지금은 아무리 소중한 여동생이라도 신경 써줄 겨를이 없다.


내가 서두르는 게 지금은 여동생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여동생의 어리둥절한 시선을 무시하고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여전히 찐득한 눈꺼풀을 씻어냈다.


그러다 문득 거울에 눈이 갔는데.


푸석푸석한 피부와 물에 젖은 채 축 늘어진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늘 상 보는 얼굴이지만 참... 불쌍한 몰골이다.


바쁜 와중에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빈약한 모습을 흘겨보며, 난 심술 굳은 핀잔과 함께 옷 매무새를 고쳐 세웠다.


“오라버니... 아직 공연을 나가시기엔 이른 시간...”


화장실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여동생이 내가 혹여나 시간을 착각했을까 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얘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구나.’


그렇지만. 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긴 내용이다.


그리고 더구나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누가 믿어주겠는가?


마술 공연을 하다 어린아이에게 총을 맞고, 한 나라의 황녀에게 구조되어 시간 마법이라는 불가 사한 힘으로 생명을 다시 얻었다는 걸.


더불어 곧 있으면 열리는 게이트의 마지막을 내가 끝내달라는 말과 내게 힘을 준 황녀는 태아가 되어 내 주머니 속에 있다.


그건 내 피가 섞인 여동생이라도 어리둥절할 이야기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뭔가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지어진 탓에 서둘러 얼굴을 풀고 난 여동생을 친근히 바라봤다.


“아. 그게 말이지... 그러니까... 아! 잠시 휴식을 주신 거야.”


“휴...식 말씀이신가요?...”


“그래~ 휴식! 그... 귀부인께서 요즘 내가 너무 일에만 몰두하는 거 같다고 잠깐 쉬는 게 어떤지 물어보셨거든~. 뭐, 내가 없는 동안 다른 마술사가 땜빵을 메워준다니까.”


“설마... 잘린 건...”


“어허~ 여동생이여! 이 오빠를 뭘로 보는.”


“하지만, 저도 알아요... 마술사 같은 천민이 귀족 가문에서 공연하는 건 드문 일이란 걸.”


“그...건 맞지.”


꽤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안 보는 사이에 사회성이 높아진 건가?... 하하...'


사실 여동생의 말대로 위-대하신 샤베르트 대작께서 단순히 구경거리를 위해 광대 대행인 마술사를 고용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다.


더불어 그들의 입장에서는 고작 눈속임에 그치는 마술을 쓰던 날 쫓아내지 않고 오랫동안 봐준 것도 기적이고...


“하지만, 너도 알잖아? 이 오라버니의 마술이 자격지심만 그득그득하게 찬 마법사들의 마법보다 훨씬 재밌는 걸.”


그 말에 여동생은 잠깐 눈을 굴리더니 다행히 이내 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건 맞는 것 같아요. 오라버니의 마법은 세상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재밌으니까요!”


“그. 그러니깐!...”


휴... 다행히 한숨 돌렸다.


그렇게 동생의 의심을 피해낸 후 돌아서려는 데.


문득 왠지 여동생의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의 어딘가 가 뭉클해졌다.


항상 스스로의 마술에 대해 자기 비판이 강했던 나와 달리, 예나 지금이나 항상 밝은 미소로 내 마술을 봐주며 청량한 웃음소리를 내주던 여동생이었으니까...


'그래... 내가 샤베르트 대작의 요청에 응했던 이유도 항상 나의 부족한 마술을 밝은 미소로 봐주던 너의 도움이 컷지.'


그러니 내 의도와는 상관 없었지만, 그 일을 그만두었다는 걸 말하기 꺼린 이유는 항상 나를 최고라고 믿어주는 여동생의 기대감을 깨고 싶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하...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순수하고 여린 영혼을 왜 세상은 이런 소녀에게 자꾸만 시련을 줄까?...'


내가 이 일에 잘리고 제국 내에서도 지내기 힘들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이렇게 여동생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난 억지로 고개를 돌리며 참았다.


“그. 럼... 오라버니는 오랜만에 지적 휴식을 취하러 도서관에 가야겠거든?... 아침은 아마 어제 남은 블루피쉬 찜 먹으면 될 거야. 혼자... 데워먹을 수 있지?”


"그정도는 이제 제가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제가 오라버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항상 죄송스러운 걸요? 그러니 제 걱정을 말고 얼른! 재밋게 놀다 오세요. 오라버니는 그동안 절 위해 열심히 노력하셨으니까. 충분히 쉴 자격이 있으세요."


"응..."


어떰 저렇게 말도 이쁘게 할까?...


늘 집을 피우는 탓에 심술 굳은 시간은 많아진 여동생도 오늘 만큼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그럼 가볼 게 절대 문밖으로 나가서도 안 되고 혹여나 두드려도 열어 주지 마. 우리 집엔 올 사람 없으니까.”


안심을 시키듯 어느새 흐른 눈가의 촉촉한 수분 감을 닦아내고 온화한 미소로 여동생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


"자자자! 오늘만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무려 서쪽 마국에서 만든 팔찌가 3개에 50메소!"


누추한 집이 있는 외곽 지역을 빠져나와 걷기를 수십 미터, 그러면 이렇게 왁자지껄 한 광장에 도착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고층의 중세 풍 건물들로 가득 찬 거리.


일을 위해서 늘상 오는 곳이지만, 여전히 참 멀고도 이질적인 곳이다.


내가 사는 곳과는 급이 다르다는 분위기니까.


화려한 옷으로 감싼 귀족들이 길을 거닐고.


마법을 부여한 철마가 마차를 끄는 광경이 흔한 이곳.


카를루스 대제의 왕국이자 카를루스 제국의 수도인 카이만이다.


“요~! 사이먼. 웬일로 이 시간에 나타나는 거냐?”


거리에 들어서자 마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약간은 가래 끼인 걸걸한 목소리.


하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친근함.


난 곧장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아저씨!”


“이것 참,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구먼-. 이런 아침에 너를 다 보다니.”


“그러게요. 하하.”


귀족들을 대상으로 매운 카레의 붐을 일으킨 카레의 장인 핫산 아저씨.


늘 아침이면 때에 맞지 않은 매운 카레를 먹으러 이곳에 오던 게 일상이었는데.


최근에 바쁜 탓에 갈 수 없었기에 가계에서 핫산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카레를 먹던 시간들도 마치 추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뭐 때문인지 오랜만에 만난 것에 비해 아저씨의 표정이 시원찮다.


뭔가 나를 봐서 불안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뭐 잘린 거냐?”


“네?”


“아니 말이다. 그러니깐, 분명 넌 일이 고돼서 한동안 아침 겸 점심으로 내 카레를 먹으러 오지 않지 않았단 말이다. 매일 같이 아침이면 찾아오는 녀석이.”


그랬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난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마술사라는 직업을 시작한 뒤 그리고 샤베르트 대작의 입소문으로 일거리가 늘어나기 전까지.


난 매일 아침 이곳 핫산 카레에서 아침을 먹었었다.


‘그리운 맛이었지... 매일 아침, 과거 생존에 대한 걱정과 현재 출근으로 인해 차오르는 스트레스를 매운맛으로 풀어줬는데.’


“그래서 아니지? 네 여동생도 있지 않느냐? 혹시나 대작 님한테 실수라도 범해서 잘린 거라면 얼른 가서 무릎 꿇고라도 용서를 빌 거라. 보기엔 인상 더러운 양반이지만 어느 정도 인심은 있는 사람이니. 제대로 용서만 구한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줄 거다.”


진심으로 내가 걱정된다는 목소리.


직장을 구하기 전, 돈이 없을 때도 공짜로 음식을 내어주었던 핫산 아저씨이기에 속 빈 말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거짓말을 하고 싶다.


난 다시 샤베르트 대작 앞으로 나타날 수 없으니까.


아마, 죽은 내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면 제국에 큰 파탄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마법사들의 실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얼마나 놀라겠는가?


그것도 선택 받지 않은 무능력자가 죽음에서 돌아왔다고 소문나면.


그러니, 이번만은...


난 꾹 참고 그런 아저씨에게 거짓말을 둘러대길 시작했다.


“에이 아니라니까요~.”


“정말이냐? 흠... 넌 워낙 어렸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자존심을 굽힐 줄 몰랐으니 걱정이 돼서 말이다.”


“그런 건 아니고. 사실은 휴가를 받았어요.”


“잉? 휴가?...”


“네~. 휴가. 그게 샤베르트 대작께서 최근 제가 일이 부쩍 늘어난 걸 보고 조금이 쉬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셨는지, 짧은 휴가를 주셨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휴가를 즐길 겸 카를로스 대 도서관에 가볼려구요.”


“흐음~.”


‘꿀꺽’


잘 먹혀든 걸까?


핫산 아저씨는 조금은 거칠게 자신의 수염을 쓸어 만지시더니, 이내 오해가 풀렸다는 듯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냐? 역시 사람을 하나 잘 봤군. 샤베르트 대작이 인품 넓은 사람인지는 알았는데 그 정도일 줄이야. 하핫! 이것 참.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랑해야겠어. 귀족이 꼭 나쁜 사람만은 있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 집 단골이라니! 그래 가봐라. 난 오늘 오실 대작님께 특별 메뉴를 준비해야겠다.”


‘잠시만... 이러면 이야기가...’


“아...저씨?”


“왜 그러냐?”


“그거 비밀인 지는 알죠?”


“뭘?”


“방금 말한 거 있잖아요.”


“휴가 얘기 말이냐?”


“네네.”


“왜 그걸?”


“그러니까. 샤베르트 대작님은 괜찮은데 이 이야기가 아직 깨어있지 않은 다른 대작 님이나 후작 님들의 노동자에게 들어가면 하라는 일은 안하고 자기도 휴가를 달라고 고집을 부리게 만드는 민폐를 끼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호의라고 베푼 대작님 입장에서 오히려 다른 분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으니 대작님 마음이 어떻겠어요?”


“안... 좋겠지?...”


“네네. 그러니 입 밖으론 내지 말고 그냥 평소보다 따뜻하게 대해주라고요. 혹시나 제가 말한 게 들통 나면 저 뿐만 아니라 대작 님도 곤란해지니까.”


“그래. 그런 건 지켜줘야지. 어쨌든, 이런 선의 점점 생기기 시작한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쁘구나-. 언젠 가 자연스레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레 밖으로 흘러나가고 모두가 수용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모든 노동자들이 조금이나 마 인간 대접 받으며, 자유로워지겠지?”


아저씨는 내가 지어낸 조그마한 변화에 굉장히 큰 미소를 지으며, 나와의 짧은 작별을 나눈 후 다시 자신의 가게로 들어갔다.


“휴... 죄책감이 남는 말이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좋겠네...”


'마법사와 비 마법사가 평등한 세상... 정말 그런 날이 정말 올까?..."


"그런 날만 온다면 나와 여동생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마법이라는 비극 아래 처형 당한 아버지와 사라진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옭아맨 영문 모를 저주.


모든 게 마법 때문이었다.


정말 마법에 대해 한탄을 하고 싶다면 할 말들이 이만큼 쌓여있는데...


지금은 참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마법에게 한탄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으니까.


그리고 현재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찾는 것.


그러니, 지금은 이런 쓸데없는 한탄 따위는 제쳐두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을 생각만 해야 한다.


****


“슈우우우,,,,”


여태껏 달려온 탓에 뜨거운 입김이 마른 입술을 타고 위로 흘러나온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이 도서관을 마주 하자니 설레는 가슴.


여유도 없이 일상에 치이던 때와 달리 조용한 도서관 앞에 서 있으니, 뭔가 정말 휴식을 취하러 온 느낌이다.


'일만 없다면 하루종일 로비의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책들을 읽었을 텐데.'


이 거대한 도서관을 보고만 있자는 커지는 아쉬운 마음.


난 그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지혜의 신전인 카를루스 대 도서관의 대리석 계단을 올랐다.


언제나 봐도 다리가 저릴 정도의 계단 수이지만, 어렸을 땐 이 계단만 오르면 신나는 책들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참 어떻게 이 계단을 그렇게 빨리 올랐었던지...’


과거에 젖은 채 한참을 올라, 난 대도서관의 로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흐르는 와중, 눈앞에 보이는 건 각양각색의 사치품으로 치장을 한 마법사들.


가장 활동적이고 생계를 위해서라면 죽을 듯이 일해야 할 시간에 마법사들은 잘도 저렇게 휴식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라 상황상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매일을 코 빠지게 일해온 나에게는 극도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비록 누군가는 그 광경을 보고 능력 있는 그들이 서민들을 위해 지식 함양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다만, 슬프게도 풍요의 해가 뜬 그 날 이후로는 제국의 마법사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식을 함양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모두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움직일 뿐.


풍요의 날 카를루스 대제의 희생으로 가져다 온 마력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를 늘릴까에 대해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맑의 등장으로 관료들의 태도가 바뀌었듯이 제국 또한 지도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얻게 된 마력에 눈이 멀어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평화적 외교를 추구하던 이전과 달리 강대한 힘에 취해 잦은 전쟁과 사치를 일삼았고.


주변 나라와의 친목을 도모해 연합 국가를 만들어 왔던 지난 행보와는 다르게, 교만한 태도로 상대를 짓밟았으며.


정복지에 대한 민족애를 베풀며 하나 된 시민을 만들자던 의 정신을 싸그리 무시란 체 식민지를 무자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갈취했다.


즉 그동안 원수 없는 강대국이 되기 위해 쌓아 올린 자신들의 규칙들을 하나하나 무너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가 망한 이유도 끝없는 정복 전쟁과 평화 때문이라고 했던가?


카를루스 제국도 마찬가지이다.


배가 부르니 자고 싶고 자고 나니 놀고 싶고 놀고 나니 또 배가 고프고 또 먹고 싶고.


이런 일차원적 행동 반복의 제국은 수많은 원망을 산 체 결국 유일무이한 세계제패를 이뤄냈다.


이젠 시민이든 관료든 모두 살찐돼지들 뿐이다.


오랜 평화와 일차원적인 행동의 반복이 그들을 모두 생각할 수 없는 동물로 만들었다.


길거리엔 식민지로부터 온 노예들이 즐비했고.


그런 노예들을 상도덕 없이 길거리에서 겁탈하는 유흥이 유행했다.


신은 죽었다.


제정신을 가진 신이라면 이런 인류를 벌했을 테니까.


신의 방관 아래 시민 귀족 너나 할 것 없이 끝없는 욕망과 풍요로움을 사치스럽게 즐기는 세상.


그렇게 2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제국의 신문고를 통해 모든 시민을 놀래킬만 한 소식이 전해지게 됐다.


바로 연이틀 식민지로부터 세금이 걷히고 있지않는다는 소식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정복지에 대한 폭정으로 식민지는 풀 한 포기조차 나지 않는 황무지가 된 것.


그 많던 식민지들이 얼마나 잔혹스런 일을 당했으면 그렇게 됐을까?


시민과 관료들은 자신들의 사치스러운 삶이 무너질까 불안에 떨었고.


정부가 몇일을 걸쳐 새로운 법안을 내놓은 결과.


결국 관료들은 제 버릇 개 못 주듯이.


자신의 나라를 제2의 식민지로 만들고야 말았다.


우리는 제국의 취하에 새로운 지옥을 맞게 된 것이다.


그게 현 제국의 현실이다.


오랜 평화 속, 이미 시작된 제국의 진화.


시민들은 이전과 다른 진화된 제도에서 살길바랬고, 삶을 선택할 권리를 얻길 바라지만.


여전히 관료들은 과거 알을 깨던 영광에 물든 체, 고치 속의 아사를 원한다.


살고 싶다면 자신의 물렁한 살을 들어내며, 위험이 도사린 세상에 맞서야 하며, 진화를 두려워한다면 고치에 갇혀 죽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제국은 눈을 가린 체 소리 없는 안락사 선택했다.


어쨌든 이걸 막기위한 방법은 지금의 대 공화정 시대가 막을 내리고 야망 있는 군주의 군림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시민이 직접 들고일어나 그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는 방법뿐인데.


혁명이라 하던가?...


몇일 전에도 일어났지만, 제국의 마력 군대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음... 어디더라?...”


로비를 지나 계단을 오른 나는 2층으로 가기 전 벽에 걸린 거대한 상세 도면을 마주했다.


크나큰 면적에 눈알을 이리저리 굴러갔다.


“분명 H-132 구역이 역사 관련 부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A...B...C....’


그렇게 구역별 알파벳의 순서를 읽어 가던 중 눈에 들어온 구석 진 자리의 네모난 칸 속 H.


‘찾았다.’


어느 국가든 역사는 중요시되는데, 것과는 비견되게 역사부서는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카를루스의 영광의 세대가 그들에게는 부끄러운 오점이 되기 때문일지도...


난 곧장 H 구역이 배정된 6층으로 올라갔다.


“으아... 다리가 다 저리네.”


고작 6층밖에 올라오지 않은 게 뭐 그리 다리가 저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거대한 지혜의 신전은 층간의 격차를 크게 해놓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계단 수는 족히 7~80개가 넘어간다.


그러니 발을 잘못 디뎠다간 낭떠러지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가파름이단 말이다.


무릎을 짚은 체 겨우 기다란 복도 앞에 선 나는 피로로 인해 꾸부러진 허리를 곧게 펴봤다.


눈앞에 보이는 정반대 방향의 화살표 두 개.


좌측은 G, 우측은 H.


나의 시선은 우측의 H 구역으로 돌아갔고 발걸음 또한 자연스레 옮겨졌다.


하지만.


뭔가 불안하다.


아니 불안한 감을 일으키는 건 H 구역에서 느껴지는 우중충한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분명, 5층을 넘어선 순간부터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기에 오래간 방치 되었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단순히 방치되었단 이유만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확실한 건 반대편 G 구역과는 확연하게 감각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점.


무언가 강력한 마력의 발산이 느껴진다.


‘불안한 감이...’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자니, 내게는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


이 힘의 근원.


알지 못한다면 나의 여동생을 치료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으로 처리된 이 나라에서 더는 살아남을 수도 없다.


이 힘.


오로지 내게 지금의 곤경을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건 이 힘과 힘을 쓰는 방법이다.


난 단지 감에 불과한 이 불경한 감각을 뒤로하고 꺼림칙한 H 구역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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