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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날씨의 마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8.15 20:49
최근연재일 :
2022.11.01 15:17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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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0
추천수 :
11
글자수 :
311,096

작성
22.09.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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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결심

DUMMY

"그러면 여태 조기석이 가불을 쓴 건 2번이었어. 생명에는 아직 지장 없는 거지?!..."



"더 큰 힘을 원할수록 신은 그의 생명을 크기만큼 갉아먹는다. 일종의 등가교환이기에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의찬이 고개를 숙이며, 주먹 쥐었다.


"소년만은 그 힘을 최대한 쓰지 않고 오랜 여생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잔나리는 순간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 소년.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목숨이란 대가의 거대한 힘.


점점 강해지는 적들로부터 모두를 지켜내려면 언젠간 그 능력을 써야만 한 순간이 올 거다.


"쓰러지지 않는 정의만이 평화의 상징. 내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소년만은 다음 정의가 태어나도 그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운명에 맞게 결말을 맞았으면 한다."


창을 향해 돌아서 있는 이의찬.


그리고 그의 뒤를 그녀는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까?...


너도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잖아.


내가 아무리 막는다고 해도 운명을 거스를 수가...


"흐흑..."


잔나리의 눈에서 굵은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 아이를 선택하지만 않았어도... 전부 내 탓이야. 난... 사랑하면 안 되는 건 가봐... 그이도 소년도 전부 내가 죽음으로 내몰았어."


그런 잔나리에게 이의찬이 다가와 그녀의 등을 쓰러내렸다.


"너의 탓이 아니다. 전부 정해진 운명에 살아갈 뿐... 나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너가 소년을 발견한 덕분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지 않았는가?... 소년이 있는 한 정의는 무너지지 않을 거다. 즉 넌 그들에게 미래이자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는 점점 시민 앞에 나타나지 않던 그의 모습에.


커져가는 불안으로 매스컴을 타고 불길한 소문들이 돌기도 했었다.


그 소문의 기점이 되었던 건 5년 전 결계 밖의 혁명군과의 마찰.


주변이 전부 불바다로 변했었고.


이의찬은 격렬한 전투 끝에 복부에 거대한 구멍을 뚫린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죽이지 못했다.


자신의 혈육이기에.


수많은 생명을 뺏어갔지만.


그녀석을 때려 눕히고 마지막 한 방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파지지직!!!!!


복부를 꿰뚫는 일직선 번개.


자신의 동생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이성한의 손과 얼굴로 피가 흘러내렸다.


"커헉. 도대체... 왜..."


"형. 이미 우리는 다른 길을 섰어. 그러니 더이상 혈육의 정을 말하며, 살갑게 대하지 않길 바래. 둘 중 한 명이 망설이는 순간 죽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이의찬은 복부를 부여잡은 체 옆으로 쓰러졌고.


이성한은 그 모습을 흘깃 보고 몸을 일으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혁명군을 향해 걸어갔다.


적어도 너가 그곳을 선택한 이유만 알 수 있다면...


너를 다시 이곳으로 돌릴 기회라도 있을 텐데.


복부에 뚫린 구멍으로 흘러내리는 혈액.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고통.


하지만, 이의찬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힘을 쥐어짜 내 몸을 일으킨 이의찬은 이성한의 등 뒤를 향해 소리쳤다.


"이성한!!! 왜 도대체 그곳으로 간 거냐?! 도대체 왜?!"


"말할 수는 없어."


"적어도 이유라도 말해다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 아니면... 우리에게 등 돌린 국가가 맘에 안 드는 것이냐?..."


"......"


혁명군의 무리를 따라 점점 떠나가는 이성한의 모습.


"이성한!!!"


그렇게 전투는 혁명군의 후퇴로 막을 내렸고.


그날 입은 치명상은 이의찬의 마력사용에 불안정한 요소가 되었다.


-어떤 마법을 걸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골치 아픈 걸 몸에 심어졌습니다. 아마, 이의찬 교수님께서 마력을 사용할 때 마다. 기생충같이 장기를 감싼 이 번개가 장기를 파괴할 것입니다.


-제거할 방법은?...


-현대 파훼술식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그렇게 다급한 정부가 대체자를 찾기 시작했고 발견한 게 조기석이었다.


그의 활약과 아카데미 내에서 보여준 잠재성은 기사화 되었고.


모든 불안들을 일단락시켰으며, 일부에서는 새로운 정의의 등장에 일부는 벌써 새로운 시대에 칭송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의찬... 너도 알잖아 너가 말하는 게 그저 이상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 조기석이 그 녀석과 만난다면 결국 그 힘을 쓸 수밖에 없을 거야... 결국, 마지막을 맞이하고 말 거라고!"


그녀의 호통에 표정이 굳는 이의찬.


"미안하다. 나 또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망설이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살짝 말아쥐는 주먹.


"다만, 우리가 노력한다면 소년은 신으로부터 힘을 빌리지 않고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순백의 힘으로만 말이다."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 아이가 이성한을 이길 수 있을 리가..."


"가능하다. 나 또한 이 힘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니. 하지만 소년의 재능은 이미 나를 능가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두 원소를 섭력하지 않았는가? 분명, 재능이 꽃핀다면 순백의 힘의 100%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당장에라도 데리고 도망쳐 버릴까?...'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만약 이 아이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새로운 후계자를 찾기 시작할 거고, 내가 조기석을 찾았던 것처럼 운 좋게 다른 재능있는 누군가를 찾을지 오른다.


그렇게 함께 도망가서, 숲 속 어딘가 깊숙이 있는 별장으로 가 단둘이 행복한 여생을 보내며...


마법을 가르치던 그때처럼...


슬픈 눈으로 기석을 바라보던 나리는 속삭였다.


"도망갈래?..."


"네?..."


"저번처럼 아무도 없고 평화로운 숲 속으로 말이야..."


"그래도 전 해야 할 일이..."


"솔직히 그런 건 필요 없어! 조기석... 사실 널 좋아해. 보기만 해도 설레고, 입술만 봐도 키스하고 싶고, 너랑 마주 보기만 해도 몸이 달아올라서, 침대 위를 뒹굴며 야한 짓도 하고 싶어. 하지만... 이렇게 너가 계속 위험에 처하면, 흐흑... 어느새 날 떠나가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잖아..."


"스승님..."


"그러니 나랑 도망가지 않을래?..."


간절한 그녀의 말.


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그녀가 나에게 도망가자고 한다...


갑작스런 제안.


내가 사람을 죽일 뻔했기 때문인가?


내 크나큰 힘이 두려워서?


내가 마도사가 되기에는 적절치 않은 몸인가?


하지만, 근본적인 건 그녀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하는 점이다.


나를 사랑해서.


매번 내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게 가슴 아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내게는 할 일이 많다.


“감사해요. 스승님이 그렇게 말 하시는 건 제 마음이 꺾일까 봐 걱정해주시는 거죠?”


기석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마도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이토록 파괴적이고 과격한 힘. 그리고 스스로가 제어하지 못해 누군가를 죽일 뻔한 힘. 솔직히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살인 병기와 다름없잖아요?... 흐흑.”


반복되는 감정의 격차.


또다시 죄책감과 허망함에 슬픔이 차오른다.


“저 솔직히 스승님이 제힘이 마도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으면, 그만두려 했어요. 그렇지 않나요? 이런 살인 병기가 사람들의 앞에 나가서 그들을 위협에 구해 낸다 해도 오히려 그들을 위협에 빠트릴지도 모르잖아요?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의 힘에 휘말리게 해서.”


“조기석...”


“그러니, 말씀해 주세요. 제 힘이 마도 사에 접합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대답해 주시면 전 스승님과 도망갈게요. 최대한 멀리 아무도 오지 않는 인적 깊은 숲 속으로. 그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는...”


기석을 멍하니 바라보는 잔나리.


분명 이전까지 바랬던 질문과 요구되는 대답이다.


여기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사랑하는 그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저 얼굴.


도저히 그 대답을 원하지 않는 저 얼굴.


그래서 난 이전 그이를 잡지 못했던 대답과 똑같은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렇진 않아. 누가 가르친 학생인데... 분명 노력한다면 제어해 낼 수 있을 거야 그 힘도.”


“스승님...”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이유요?...”


이것만이라도 들어야지...


편하게 이 아이를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사실... 힘이 부족한 탓에, 구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의 피 묻은 얼굴로. 죄책감에 살아가던 제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거든요.”


들었었다.


저 아이가 날씨의 마도사가 되기로 한 이유.


“이런 작은 힘으로도 지켜냈던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미소 지을 때도 있고... 노력해서 더 빨리 각성했더라면, 이라는 늦은 후회도 있지만. 제 과거에 대해 속죄함과 동시에 치유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러곤 내게 짓는 미소.


정말로 행복한 듯 보이는...


난 순간 알았다.


오로지 나의 욕심으로 저 아이의 행복을 뺏으려 했다는 걸.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


분명 나와 함께 도망쳤다면, 속죄할 수 없는 죄책감에 매일 얽매어 살지 않았을까?...


어리석었다.


‘그래... 애초에 내가 막을 수 없는 거였어...’


잔나리는 애써 눈물을 닦아내며,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너의 힘에 대해서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스승님도 노력해 볼 게 너가 그 힘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마도사가 되도록.”


“그럼,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거죠?...”


“아무렴. 당연하지! 그런 힘을 가진 널 묵혀둔다면 그게 바로 재능 낭비야.”


“감사합니다.”


****


기석의 병실에서 나온 잔나리는 다시 총장실로 갔다.


-끼익...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이의찬은 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봤다.


“하~. 역시 막지 못했어.”


“음? 뭘 말인가?”


“그게. 마도사 같은 건 때려치우고 나랑 같이 도망가자고 했거든...”


“푸읍!!...”


그녀의 파격적인 말에 이의찬은 커피를 뿜어내고 말았다.


“그래서 소년의 대답은?”


“말했잖아~. 막지 못했다구... 앞으로 계속 마도사를 하고 싶데.”


“하... 다행이구나.”


“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다행이라고?!”


“그... 그건 미안하다...”


“그래도 그 아이의 운명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소년에게는 자신의 목숨보다 가치 있는 일들일 테니까... 그리고 그 사실도 알고 있는 듯했고...”


결국, 또다시 눈물을 흘리는 그녀.


“그래도...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고 싶었는데... 꼭 그런 방법이 아니라도 그 아이의 마음은 치유될 수 있는 거잖아? 꼭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속죄해야 하는 거야?... 자기 탓도 아닌데?...”


“......”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막아보겠어. 그 아이가 오로지 순백의 힘으로만 결말을 맺을 수 있게끔. 그것만이 조기석의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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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착각 22.09.22 21 0 9쪽
37 두근두근 22.09.20 22 0 10쪽
» 결심 22.09.19 23 0 11쪽
35 혼란 22.09.19 23 0 9쪽
34 《각성-(반신)데미갓 카오스》 22.09.17 29 0 10쪽
33 시험 상대는 교수 강희찬?! 22.09.16 21 0 11쪽
32 운명의 시험 날 22.09.15 20 0 11쪽
31 차갑기만 하던 차세연이 이상하다... 22.09.14 23 0 11쪽
30 시작된 훈련. 22.09.13 25 0 9쪽
29 한 달안에 불 특성 마법을 섭렵해라! 22.09.12 24 0 10쪽
28 드리우는 분열의 기운 22.09.11 28 0 11쪽
27 혁명군의 경고. 22.09.10 28 0 11쪽
26 끝나지 않은 위협 22.09.09 28 0 11쪽
25 모두를 위한 희생 22.09.08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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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임시교수 이의찬 22.09.06 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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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화해(?)인지는 모르겠다 22.09.03 33 0 11쪽
19 시험의 결과와 포상 22.09.03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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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라진 마력석 베닉시온 22.08.30 34 0 10쪽
15 첫 수업에 나타난 스타 22.08.29 38 0 10쪽
14 잔나리의 승부수 22.08.28 39 0 10쪽
13 차세연은 차예나가 싫다. 22.08.27 49 0 11쪽
12 아카데미아. 22.08.26 55 0 10쪽
11 생명의 은인은 차세연을 다시 만났다. 22.08.25 5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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