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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미국에서 초인으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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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작품등록일 :
2022.06.03 08:38
최근연재일 :
2022.07.20 18:5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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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
글자수 :
186,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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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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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DUMMY

캠퍼스를 가로질러 정문을 나선 김시언이 길가에 정차하고 있는 승용차들을 둘러보는 동안 그중 한 대에서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애슐리가 차에서 내렸다. 여성용 정장을 갖춰 입고 어깨 위로 뻗어 올린 오른팔을 흔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경찰 특공대 복장을 하고 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애슐리는 김시언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치켜들었던 오른팔을 내렸다.


“학교 근처에서는 주차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일단 차에 타세요.”


보조석 문을 연 김시언이 승용차에 탑승했다. 애슐리는 그가 보조석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운전석에 탑승하고는 문을 닫으며 시동을 켰다.


“예약한 식당은 뉴욕 시청 근처에 있어요. 그럼 출발할게요.”


그녀가 가속페달을 밟자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한 차량이 조금씩 속도를 내며 센트럴 파크 옆을 질주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전 사실 맨해튼에 와서 도시 이곳저곳을 누비며 주변 경관을 구경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당신은 어떤가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김시언이 애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학업에 몰두하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서 시내로 외출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서요.”

“그렇군요. 전 사실 그렇게까지 공부에 몰두해 본 적이 없어요. 그보다는 스포츠 활동에 열중했죠. 전 태어난 이후부터 학창 시절을 거쳐서 지금까지 공부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이렇다 할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당신이 막상 공부에만 열중하는 부류라는 사실을 안 지금도 제 이성관에는 변함이 없어요.”


김시언은 애슐리가 하는 말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하는 말을 해석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그저 머리를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학교에서의 강의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은데 애슐리와의 일로 또다시 머리를 싸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물어보는 모든 것에 관해서 그저 숨김없이 대답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녀의 호기심이 모두 충족된다면 그 이후로는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한참을 질주하던 차량이 브로드웨이 지역에 들어서자 애슐리가 조금씩 속도를 줄였다.


“맨해튼을 상징하는 타임스 스퀘어가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여긴 통제되어 있으니 돌아서 가야겠군요.”


타임스 스퀘어를 중심으로 브로드웨이 지역 일부에서는 수많은 인력이 밤낮으로 잔해를 치우며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대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애슐리가 이스트강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잠시 후 록펠러 센터 옆을 지나친 차량이 2번가에 접어들자 그녀가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제 추측이 맞는다면 타임스 스퀘어 일대의 건물이 무너지던 그 날 당신은 현장에 있었어요.”

“맞습니다. 그날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날 타임스 스퀘어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죠?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괴물을 제압하고 있었나요?”

“그 거대한 드래곤은 당시 저의 힘을 아득하게 초월했기 때문에 제압은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직접 맞서지는 못하고 대신 현장에 있는 시민들을 구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애슐리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날의 광경은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뿐만 아니라 맨해튼에 상주하고 있던 전 세계의 특파원들까지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던 상황을 고스란히 각국으로 송출했어요. 난동을 피우던 드래곤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광경까지 말이죠. 당신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아 드래곤은 스스로 사라진 모양이군요.”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기로 마음먹었던 김시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애슐리가 물어보는 모든 것에 대해서 대답을 할 생각이었으나 정작 그녀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물어오지 않았다. 애슐리는 마치 김시언이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경위에 대해서 스스로 털어놓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의 의중에 맞춰서 그날 자신이 보고 겪었던 모든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자니 내용이 너무 방대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을 대폭 생략하게 되면 애슐리의 호기심을 완전하게 충족시켜 주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녀는 사라진 연결고리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락해 올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승용차가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차를 멈춘 애슐리가 시동을 껐다.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이에요. 식당은 최상층에 있어요.”


차에서 내린 김시언이 문을 닫고 시선을 건물로 향했다. 50층은 훌쩍 넘어 보이는 고층 건물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김시언 씨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눈여겨본 곳들은 하나같이 자리가 모두 차 있더군요. 그 외에 예약하기 수월한 곳들은 저나 당신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아서 당일에 예약할 수 있는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이곳으로 예약했어요.”


최상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승강기에서 내리고 식당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창가에 있는 테이블로 이동하여 마주 앉았다. 김시언과 애슐리가 종업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메뉴를 펼쳐서 보는 동안에 또 다른 종업원이 쟁반에 담아 온 물컵을 각각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다면 말씀하세요. 그걸로 주문할게요.”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던 김시언이 애슐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적혀 있는 메뉴 대부분이 생소한 것들이어서 어떤 것이 좋을지 사실 잘 모릅니다.”

“솔직히 이곳은 저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에요. 단순히 평을 보고 골랐거든요. 그럼 음식은 이것저것 주문할게요.”


애슐리가 테이블 옆에 서 있는 종업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애피타이저는 랍스터 커넬과 푸아그라 그리고 달팽이 요리 이렇게 세 가지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와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종업원의 말에 애슐리가 김시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즐겨 드시는 와인이 있으신가요?”

“술은 평소에 잘 마시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저도 운전을 해야 해서 지금은 와인을 마실 수가 없어요.”


애슐리가 종업원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와인은 주문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메인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오리 구이 그리고 바다 가리비 요리 이렇게 세 가지로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후에 애슐리는 추가로 디저트까지 주문했다. 모든 메뉴를 받아 적은 종업원이 테이블에서 멀어져갔다.


“맨해튼에 온 이후로 누군가와 단둘이서 레스토랑을 방문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사실 더 좋은 레스토랑을 가고 싶었는데 예약하기가 어려웠어요. 만약 이곳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과드릴게요.”

“전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김시언의 대답을 들은 애슐리가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전 맨해튼 출신은 아니에요. 플로리다에서 태어나고 자랐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이 어디 출신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그 후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몇 년 전 캘리포니아에 처음 발을 디디고 닭고기 가공 공장 등에서 일하다가 맨해튼에 와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애슐리가 물어본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이야기했다. 식사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짧은 시간 안에 그녀의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 애슐리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다 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느라 날이 샐지도 모를 일이다.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는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어요.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 비하면 자격 요건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죠. 미국에서는 실력만 있다면 국적에 관련 없이 누구라도 의사가 될 수 있어요. 시민권이나 영주권과 같은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갖추고 의과 대학원의 비싼 등록금도 낼 수 있다면 말이죠.”


의사라는 직업은 인간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때문에 어지간히도 부패한 나라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나라가 온전히 실력으로만 의사를 뽑는다. 그리고 미국에서 외국인이 의과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김시언은 아직 영주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아무리 높은 성적을 유지해도 영주권이 없다면 의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영주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다인종 국가이면서 인종 차별도 가장 적은 곳이에요. 만약 당신이 미국 이외에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을 방문해 봤다면 제 말에 공감할 거예요.”


애슐리의 말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인종 차별이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미국도 당연하게 인종 차별이 존재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유럽이나 여타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정도가 낮은 편이다. 김시언은 비록 미국 외에 다른 국가를 방문해 본 적은 없으나 그녀의 말에 일부분 공감했다. 만약 그가 미국이 아닌 유럽 또는 아프리카나 다른 아시아 국가로 갔다면 현재보다 몇 배 이상으로 차별을 당했을 것이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종업원이 첫 번째 애피타이저를 테이블에 세팅했다. 두 사람이 천천히 음식을 시식했다. 입안에 든 음식을 오물오물 씹어서 삼킨 애슐리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전 식사 중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즉 그 말은 한정된 식사 시간 중에서도 매우 제한되어 있는 시간 이내에 그녀가 궁금해할 모든 정보를 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시언 또한 식사 중에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압축해서 상대에게 알아듣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가능할까.’


그는 도저히 자신이 서지 않았다.


‘한 번 정도 더 만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애피타이저를 모두 시식하고 나자 테이블로 다가온 종업원이 빈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날 전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허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포털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나타난 발록을 마주하게 되었죠.”

“발록이요?”


애슐리는 발록이라는 생물에 대해서 모르는 듯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든 김시언이 발록을 검색했다. 그는 발록의 이미지 중에서 자신이 본 것과 가장 비슷한 그림을 검색하고 나서 그녀에게 건넸다. 애슐리가 넘겨받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법한 생물체군요.”


그녀가 다시 스마트폰을 건넸다. 김시언이 애슐리로부터 넘겨받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발록에게 공격을 받기 직전에 같은 포털에서 전투기가 튀어나왔습니다. 그 날개 한쪽이 절 공격하려던 발록의 손목에 부딪혔고 그로 인해서 생겨난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제 입속으로 떨어졌죠.”


김시언이 그날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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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22.07.18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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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2.06.18 22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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