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가 동휘 입니다.

유준하 단편선

웹소설 > 작가연재 > 중·단편

유준하
작품등록일 :
2020.01.16 12:21
최근연재일 :
2024.03.22 18:41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19
추천수 :
20
글자수 :
45,519

작성
24.03.22 18:41
조회
23
추천
0
글자
13쪽

[단편] 단어 세개로 쓰는 소설 2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인간 제세동기가 되었다.>


의사.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사람들에게 과대평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우리는 주변의 평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특히나, 응급의학과라면 더더욱.


“응급입니다!”

“어떤 환자야!”

“삼중 추돌 사고에서 생존한 환자입니다. 가슴 쪽 타박상 의심되고 심박수가 높습니다.”


들것에 실려서 이동식 침대로 옮겨진 환자는 피투성이였다.


“CT부터 찍고. 내상 위주로 봐봐. 특히 가슴 쪽 잘 보고.”

“예.”


인턴에게 지시를 내리고 CT실로 환자를 보내자마자 또 다른 환자가 실려 왔다.


“또 뭐야?”

“방금 들어간 환자랑 같은 사고를 당한 환자요.”

“몇이나 더 있는 거야?”


삼중 추돌이라고 했지만 대형인지 소형인지는 듣지 못했다.


“승합차와 버스입니다. 하나는 일반 세단이고요.”

“버스?”


내 되물음에 구급대원이 주춤했다.

의사 생활이 오래되면 구급대원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 사항인지 알 수 있는 감이 생긴다.


“바른대로 말해. 무슨 버스야?”

“그게··· 유치원 통합 버스요.”

“못 산다. 전부 우리 병원?”

“아니요. 그래도 서울 시내니 가까운 곳들로 퍼져서 이동됐어요.”

“우리 쪽은 몇이나?”

“현장 무전 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오케이. 이 환자 특이사항은?”

“피를 많이 흘렸어요. 안전밸트를 안 해서 튕겨나왔는데 다행이 숨은 붙어 있고요.”

“뇌진탕도 염려 해야겠네.”


응급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초진이었다.

초진을 잘 잡아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간다.

다음 스텝은 환자의 가장 급한 부위를 담당할 타과로의 트랜스퍼다.

그래서 응급의학과는 병원의 모든 과와 커뮤니케이션이 좋아야 했다.


“흉부외과, 신경과 연결해서 대기하라고 해. 인원 부족하면 휴무 인원들도 부르고.”

“인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요?”


내 옆으로 따라붙은 전공의 한 명이 핼쑥해진 얼굴로 물었다.


“수술방 적어도 다섯은 필요할 거로 예상된다.”

“야근 끝무렵에 이게 무슨···.”

“너 설마. ‘오늘은 한가하네.’ 같은 소리 한 건 아니지?”


나는 설마하는 마음에 물었다.

병원 전체에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어 중 하나기도 했다.


“······.”


말을 못 잊는 걸 보니 오늘의 범인은 이녀석인 것이 분명했다.


“어휴, 내 그럴 줄 알았다. 멍때리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환자 죽일 거야?!”

“아, 아닙니다!”


전공의, 간호사 할 것 없이 응급의학과는 초비상 상태가 되었다.

환자들이 계속 들어왔고 나는 소아과까지 호출해야 했다.


“김 교수님?”

“야! 금욜 아침부터 응급에서 왜 전화질이야!”


수화기를 잠시 귀에서 떼었다.

응급은 모든 과가 필요했지만, 반대로 다른 과에선 응급이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다.

응급의 콜을 받는다는 건 그 과와 관련된 응급환자가 있다는 거니까.


“무슨 일인데 그래?”

“유치원 통학 버스 삼중 추돌 사곱니다. 어른들만 올줄 알았는데 아이들 중 몇도 우리 병원으로 오고 있다고 해요.”

“···알았어. 준비할 테니까 오자마자 트랜스퍼 해.”

“감사합니다!”


성격이 지랄 같아도 김 교수는 전국 소아과 탑이었다.

믿을만한 실력자가 흔쾌히 허락하니 든든한 아군이 생긴 느낌이었다.


“학생들은 오는 즉시 소아과로 연계하고 우리는 어른들 초진에 집중한다.”

“예!”


오더 후에 곧바로 맨 처음 실려 온 환자에게 향했다.


“상태는?”

“교수님 예상이 맞았어요. 심낭 압전입니다. 현장에서 에어백이 안 터졌다고 했나요?”

“차가 뒤집혔다고 했어.”

“저런··· 제 소견엔 충돌할 때 핸들에 가슴이 부딪힌 걸로 예상됩니다.”

“그럼 뭐 해야겠어?”

“예?”

“흉부외과 연결해! 그리고 수술실로. 흉부외과 오기 전에 심낭천자부터 한다. 마취과도 연결하고!”

“아, 예!”

“빨리빨리 움직여!”


인턴이 전달하러 간 사이 나는 간호사들과 침대를 수술방으로 넣었다.


“수간호사님. 부탁 좀 합니다.”

“항상 하는 일인데요.”


수간호사님의 도움을 받아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심낭천자를 소설들이 많이 다루긴 했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소설에서나 쉽게 쉽게 나오지.

특히나 이동 중에 심낭천자를 하는 장면은···.

잡생각을 집어넣고 간호사에게 주사를 요구했다.

주사를 오른손으로 받으면서 왼손은 놀지 않고 어디로 접근해야 하는지 찾았다.

이 환자 같은 경우는 가슴뼈가 부러졌기 때문에 최적의 접근 방법인 왼쪽 흉벽으로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가장 흔한 방법인 5번째 늑간 공간으로 접근.


“초음파.”

“예.”


내가 지시한 곳에 초음파 기계가 다가가 내부를 보여주었다.

그러니 더욱 확실히 길을 잡을 수 있었다.


“갑니다.”


신중하고 신속하게 주사바늘을 찔러 넣었다.

리도카인을 주입 후, 심장 바늘을 삽입했다.

혈액이 바늘을 따라 훅하고 올라왔다.


“됐어. 이대로 고정.”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바늘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별표 네 개.

이젠 왜 이동 중에 심낭천자가 미친 짓인지 알겠지.


-삐, 삐, 삐.


“환자 혈압 내려갑니다!”

“사고로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래. 혈액!”

“준비했습니다.”

“흉부외과는 멀었어?”

“오고 있답니다.”


내가 직접 열 수는 없었다.

천자까지만 내 담당이다.

가슴을 여는 건 흉부외과가 전문이었으니까.


“마취과 요술 좀 부려봐요.”

“혈전 때문에 마취를 계속하는 건 힘들어. 어서 가슴을 열고 수술부터 하는 게 빠를 거야.”


마취과 마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젠장, 이제 믿을 건 환자가 버텨주길 바랄 뿐인가?

그때, 마침 문이 열리고 흉부외과 교수가 들어왔다.


“상황은?”

“천자까지 마무리했는데 혈압도 떨어지고 바이탈 불안정합니다.”

“혈액도 넣고 있고, 마취는?”

“잘 되었는데 혈전이···.”

“빨리 엽시다.”

“예.”


지휘권은 흉부외과 교수에게 넘어갔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서 퍼스트가 되어 돕기 시작했다.


“처치는 잘했네. 이젠 나에게 맡기게나.”


든든했다.

하지만,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삐, 삐!


피 수혈을 위해 빠르게 뛰던 맥박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체온도 함께 떨어집니다.”

“심장! 어서!”


다급한 말에 초음파가 심장쪽을 훑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히 느려진 심장의 박동을 보며 우리는 동시에 한 가지를 떠올렸다.


“제세동기 준비해!”

“연결했습니다!”


제세동기를 잡고 다급히 외쳤다.


“200쥴!”

“확인!”

“물러나요. 챠지!”


외침과 함께 제세동기를 가슴에 가져다 대자 환자의 몸이 들썩였다.


“아직 안 돌아옵니다!”

“제길! 다시!”


200쥴이 안 된다면, 300쥴이다.

전압을 올리며 간절히 바랐다.

제발, 뛰어라.

포기하지마라.

이 순간 의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환자를 응원하는 것 밖에 없었다.

수술실에서 싸우는 건 의사만이 아니다.

환자도 함께 싸운다.

환자가 살고 싶은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 또한 수술에 들어오기 전에 체력을 얼마나 비축했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수술 전에 환자의 바이탈을 세심히 체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삶에 대한 의지가 중요했다.


“제발! 제발!”


그런데 너무 다급했을까?


“선생님!”


위험을 처음 감지한 건 수간호사였다.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나는 제세동기의 전력에 감전되며 수술실 벽으로 튕겨나갔다.


“컥.”


그 뒤로 잠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헉!”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사방이 하얀 빛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뭐야? 죽은 거야? 환자는?”


하고 찾는 중에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인자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신기한 건 입 위로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마치 일부러 그림자로 가린 듯이.


“뭡니까?”

“아,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네. 나는 자네의 성좌일세.”

“성좌요?”

“그래. 인간들은 잘 모르겠지만, 수호신이라는 게 있네.”

“무슨 판타지 같은 소리를···.”

“못 믿는 것도 당연하지. 이런 특수 상황이 아니고서야 만날 일이 없으니. 우리가 하는 일은 맡은 인간들을 수호하는 것. 그러던 중 자네가 열심히 한 생명을 구하려는 것을 봤네.”

“그래서요? 전 죽은 겁니까?”


내겐 그게 중요했다.

산 거라면 어서 돌아가 환자에게 가야했다.


“아니. 죽지 않았네. 잠깐 기절한 거지. 그래서 자네에게 선물을 줄까 하는데?”

“선물요?”

“자네를 담당한 나는 뽑기의 신이네. 그래서 자네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뽑기로 줄걸세.”

“···장난합니까?”


뽑기라니.

내 뽑기 운은 로또는 고사하고 게임 캐릭터 뽑기도 죄다 천장을 찍는 개 같은 운명의 사나이였다.

그런 내 수호신이 뽑기의 신이라고?


“당신 정말 내 수호신 맞아요?”

“그게 정말 악운이라 생각하나?”

“예?”

“시간이 없으니 그건 차차 돌아가서 생각해보게. 그것들 모두 자네를 위한 것이었단 것만 알려주지.”

“그래서 뭘 뽑으란 겁니까?”

“자네에게 남들에게 없는 특성을 하나 줄까 해.”

“특성?”

“이능력 이네.”

“초능력 같은··· 뭐 그런 겁니까?”

“그렇지.”


말과 동시에 성좌라는 사람은 내 앞에 여러 장의 카드를 선보였다.

카드의 뒷면은 모두 같았기에 카드의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자, 골라보게.”

“뽑기는 최악의 운인 걸 아시면서 지금 여기서 뽑아봤자 좋은 게 나오겠어요?”

“다 자넬 위한 것이었다니까.”


올라가는 입꼬리가 왠지 재수 없어 보였지만, 속는 셈 치고 카드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옳지.”

“······.”


에라 모르겠다.

나는 무언가 뽑을 때 중앙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중앙에 있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번개를 다루는 자]


“응?”


그리고 뒤집은 카드에 적힌 문구를 본 나는 순간 멍해졌다.

번개를 다룬다고?

토르야? 제우스야?

가장 먼저 떠오른 신들이었다.


“끌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을 운좋게 얻은 것 같군. 내 가호가 통한 것이야.”

“···설마 지금 순간 때문에 항상 뽑기 결과가 안 좋았다는 겁니까?”

“그건 알아서 생각하게.”


그렇게 말한 성좌는 내 이마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이젠··· 다시 돌아갈 시간이네.”

“뭣?”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내 이마를 눌렀고 엄청난 압력이 느껴지며 숨이 돌아왔다.


“허어어억!”

“교수님! 괜찮으세요?”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아까의 수술방이었다.

모두가 걱정스런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화, 환자는!”

“아직 심박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자네 정말 괜찮나?”


흉부외과 교수님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나는 정신 없는 와중에 내 앞에 뜬 반투명 창들을 응시했다.


“뭐야 이건?”

“왜 그러는 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주변 사람을 안심시킨 나는 앞의 창들을 빠르게 읽었다.


[번개를 다루는 자]

특성 번개를 다루는 자를 얻었습니다. 번개와 관련하여 전류를 다루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활용 방법은 시전자의 상상대로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내 상상대로 할 수 있다고?

나는 두 손을 바라봤다.


-파직.


그때, 손바닥에서 푸른 전류가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응?”


옆에 있던 흉부외과 교수님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교수님. 잠시 다들 물러나 계십쇼.”


진지하게 말하니 모두가 뒤로 물러서 주었다.

그들도 내게 일어난 변화를 감지한 것 같았다.


“이 환자. 살려보죠.”


-파지직.


전압을 상상하니 정말로 손바닥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주먹을 쥐고 환자의 심장이 있는 부위를 힘껏 내리쳤다.


“제발, 살아나라!”


-파지직!


푸른 전류가 순식간에 환자의 체내로 흡수되더니 환자의 몸이 들썩였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청력이 좋아져서 환자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심박수!”


확인을 위해 외치자 심박수를 체크하던 전공의가 외쳤다.


“저, 정상입니다! 돌아왔습니다! 체온도 올라갑니다!”

“교수님 시작하시죠!”

“아, 알겠네!”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시 뛰기 시작한 환자의 심장은 모든 수술을 버텨주었고 수술이 끝난 뒤 중환자실 병동으로 옮겨갔다.


“놀랍군. 어찌 된 건가?”


수술방을 나오며 흉부외과 교수가 나에게 물었다.

나도 얼떨떨 하기에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감전되면서 전류가 몸에 남았었나 보죠?”

“허, 별 일이 다 있군.”


그 뒤로 수술방 사람들은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고 했지만, 내 능력에 대해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신기한 경험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고 내 힘을 알게 된 나는 적절하게 사용했다.

심박수가 떨어져 다급히 제세동기가 필요할 때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용했고 그렇게 병원에서 별명 하나를 얻게 됐다.


‘응급의학과 인간 제세동기.’


나는 인간 제세동기가 되었다.


작가의말

Tip) 시청자가 던져 준 세 개의 단어로 만들어본 소설입니다.

제시어 : 번개, 성좌, 뽑기


-고증 확인 후 몇 문장 수정 했습니다.(24.03.31)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준하 단편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단편] 단어 세개로 쓰는 소설 2탄 24.03.22 24 0 13쪽
10 [단편] 단어 세 개로 쓰는 소설 1탄 24.03.15 28 1 14쪽
9 [초단편] 무림부 황 경위 22.08.24 34 1 5쪽
8 [초단편] 스승님의 시집 22.08.24 27 1 4쪽
7 [단편] 천공의 서 : 하늘에 보내는 편지 21.11.03 51 1 7쪽
6 [단편 - 파일럿] 살아있다. 21.06.19 44 1 10쪽
5 [단편] 물망초 20.09.27 56 1 5쪽
4 [단편],[시나리오] 등대 20.09.13 54 2 14쪽
3 [초단편] 작가의 사색 +1 20.09.13 90 2 3쪽
2 [단편] 엉킨 실과 밀린 단추 (하) 20.01.16 84 5 14쪽
1 [단편] 엉킨 실과 밀린 단추 (상) 20.01.16 228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